소설리스트

절대타경-379화 (379/712)

379화. 저속하다

금련 도사는 뒤이어 재난 뒤에 살아남은 후토방을 바라보며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말했다.

“우리를 바싹 따르십시오. 여러분을 데리고 나갈 겁니다.”

말을 마치고 허칠안에게 길을 안내하라는 의사를 표했다.

한 패거리가 횃불을 쥐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두목은 고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방금 전의 전투를 회상했다. 검을 등에 멘 청삼 남자는 틀림없이 ‘천인 간 전쟁의’ 주인공 중 한 명이리라.

‘불문 무승은 아주 대단하다. 아무런 무기 없이 맨주먹으로 사악한 괴물을 때려죽이다니. 리나 소저가 그의 신분을 자세히 말하지 않아서 나는 단지 조력자일 거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강한지 누가 알았겠는가. 6품의 젊은 무사는 아주 평범해 보였고…….’

두목은 속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에 6품 동피철골의 무사가 구타에 맞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허칠안의 방금 행동은 딱히 별 볼일 없이 평범했다.

머리를 산발한 여인은 괴상하기 그지없는데 나서지 않아서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두목은 옆에 있는 부하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하는 말을 들었다.

“미궁을 나왔습니다!”

복도 끝은 거대한 묘실이었다. 묘실 중앙에는 청동 관곽이 한 구 높여 있었다. 이 밖에 묘실 안에는 금은, 식기, 도자기, 서적 등등 부장품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은자는 이미 심하게 산화되어 촛농 같은 형태를 띠었으나 황금은 그런대로 잘 보존되었다. 서적과 직물은 손대면 부서질 정도였다.

‘이 묘는 결코 완전히 산소를 차단한 게 아니야…….’

허칠안은 몇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

“이곳이 주묘입니까?”

“아니요, 편실입니다.”

두목이 말했다.

“아마 주묘를 둘러싼 수많은 편실 중 하나일 겁니다.”

후토방 사람들은 흥분하여 금은 등 값어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였고, 서적 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건 결코, 그들이 저속해서가 아니라 황금만 알 뿐이었다. 정반대의 의미로 후토방 사람들은 전문적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세월이 오래된 고분에서는 서적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더 잘 알았다. 서적은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초원진은 서적에 본능적으로 열중했다. 그는 아무렇게나 몇 권을 들췄는데 책장이 재처럼 푸석하여 가벼운 힘에도 부스러졌다.

허나 그 역시 수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관곽 안에 어떤 사람이 묻혀 있는지 알았다.

“이 묘는 단순하지 않네. 어느 황제의 묘야. 순장한 건 그의 비(妃)이고.”

초원진이 말했다.

“이제 어떡하겠나? 주묘에 간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네.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면 다시 미궁에 빠질 테고.”

그는 말을 하면서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나는 후자가 비교적 안전하면서 확실하다고 생각하네만.”

물론 이 묘의 주인이 도대체 무슨 신분인지 너무 알고 싶었지만, 안전이 제일이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여 초원진의 제안에 찬성했다.

의식이 없는 리나와 주관이 없는 종리를 제외하고, 천지회 구성원들은 일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즉시 후토방의 잡어들을 인솔하여 미궁으로 되돌아갔다.

* * *

얼마쯤 걸었을까. 허칠안은 사람들을 데리고 복도를 나와 편실로 들어갔다.

“어째서 또 돌아왔습니까?”

두목이 미간을 찌푸렸다.

천지회 구성원들 모두 침음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갑시다.”

허칠안은 금련 도사 등 일행을 쳐다봤다.

“좋네…….”

초원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허칠안은 다시 사람들을 데리고 복도를 나와 편실로 들어갔다.

“어, 어째서 또 돌아왔지요?”

환자 우두머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후토방의 다른 구성원들 역시 얼굴이 다소 창백해지면서 겁먹은 눈빛을 했다.

“다, 다시 한번 가나요?”

허칠안은 침을 삼켰다.

“……좋네.”

초원진이 떫은 목소리로 말했다.

* * *

세 번째, 그들은 또 이 편실에 이르렀다.

도굴팀은 죽은 듯이 고요했고, 허칠안은 뻣뻣하게 목을 돌려 종리를 쳐다봤다.

종리는 고개를 저었다.

금련 도사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길게 탄식했다.

“들어가세. 들어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 영원히 이 묘지를 나갈 수 없을 걸세.”

허칠안과 초원진 그리고 항원이 눈빛을 교류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습니다.”

이어 그는 후토방 패거리들을 쳐다보며 경고했다.

“주묘에 들어간 후, 함부로 물건을 만지면 안 되고, 헛소리를 하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도굴꾼들은 아주 탐욕스럽지만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지저분한 흰색 장포를 입은 공양숙이 종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절대 여기에서 망기술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이 늙은이가…….’

허칠안은 아무런 내색 없이 그를 자세히 보았다.

그러나 종리는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네.”

‘이 영감이 바로 전우가 말한 야생 술사인가? 그가 종리 역시 술사임을 알아챈 듯하다. 그렇다면 분명 종리가 사천감 사람임도 알겠지. 어쨌거나 야생 술사는 판다처럼 몹시 희소하니 상성 근처에서 동시에 두 사람이 나타나기란 불가능해.’

허칠안은 남몰래 생각했다.

“이 묘지의 주인은 단순하지 않소, 허허. 보면 안 되는 물건들을 보면 좋지 않지. 이는 늙은이가 여러 해 동안 무덤을 파면서 체득한 지식이오. 사천감 술사들이 이런 육체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에게 경험이 좀 부족해서요.”

공양숙이 웃으며 말했다.

‘사천감 술사?!’

후토방의 구성원들은 종리를 쳐다봤다. 아연실색한 기색이 역력했다.

‘알고 보니 실력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군……. 뜻밖에도 그녀가 사천감 술사라니……. 역시나 이렇게 입을 꾹 닫는 인물은 종종 핵심 인물 중 하나지.’

두목이 속으로 말했다.

그는 다시 허칠안을 쳐다봤다. 그는 갈수록 이 자의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

우선 무사 신분으로는 이런 대오에서 핵심이 되기 어렵다. 그리고 방금 사악한 괴물을 공격해 죽일 때 이 자의 역할은 방패였다.

그의 역할을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응응.”

종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녀는 절대 어떠한 법술도 시전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어떠한 전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성숙한 예언사가 결론 낸 경험이다.

초원진은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때로는 허칠안을 살피다가 때로는 금련 도사를 훑어보았다.

‘허칠안은 이상하다. 그는 절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 번이나 이 편실로 들어온 데는 두 가지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허칠안이 고의로 데려왔거나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 끊임없이 이곳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허칠안에게 도대체 무슨 비밀이 감춰져 있기에……. 씁, 삼호는 운록서원의 청기 충천과 관련 있으니 삼호는 유가 제자이다. 그리고 그의 사촌 형에게 또 다른 비밀이 있다……. 도사님, 도사님. 정말 잘 감추시는군요.’

* * *

사람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편실로 들어갔다. 편실 끝은 복도였는데 깊은 곳으로 통했다.

“그, 그게…… 아니면 도사님께서 앞장서실래요? 저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요.”

허칠안은 복도 입구에 서서 전방의 어둠을 바라보며 약간 주저했다.

“위험을 감지했나?”

금련 도사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아니, 그냥 좀 쫄았어요. 어렸을 때 본 공포영화로 생긴 트라우마랄까…….’

허칠안은 속으로 대답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횃불을 치켜올리고 복도로 들어갔다.

복도는 협소하고 길었다. 양쪽 석벽에는 누군가 판 흔적이 있었고,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마음속에 가득한 긴장감이 부각되었다.

복도 끝에는 높고 큰 돌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직 아무도 온 적이 없었다.

허칠안은 돌문 앞에 멈춰 두 손으로 문을 눌렀다. 그는 힘을 써 보았지만, 또 진정으로 힘을 쓰지는 않았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고 신각으로부터 경보를 받지 않았다.

손을 거두고 금련 도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은 없습니다. 음, 적어도 저는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문을 열게.”

금련 도사가 말했다.

끼익!

매끈하지 않으면서 묵직한 마찰음과 함께 돌문이 서서히 활짝 열렸다.

횃불 빛은 몇 장(丈) 거리의 범위만을 비출 수 있었다. 더 안쪽은 어둠이 빛을 삼켜 버렸다.

허칠안은 어두워지는 횃불을 잠시 보더니 황급히 말했다.

“좀 더 기다리십시오. 안에 공기가 없습니다.”

그런 뒤 종리에게 분부했다.

“벽독단 있습니까? 후토방 형제들에게 좀 나눠 주세요.”

지저분한 흰 도포의 공양숙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벽독단을 복용했습니다.”

허칠안은 바깥에서 일각을 기다리다가 발 반쪽만 묘실에 들여놓았다. 위험 경보가 없기도 하고 횃불도 어두워지지 않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제가 먼저 선두에 설 테니 여러분은 뒤를 따르십시오. 기억하세요. 쓸데없는 짓을 하면 안 됩니다.”

후토방 구성원들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자 두목뿐만 아니라 일반 구성원들조차도 허칠안의 낮은 지위를 간파했다.

길을 찾는 데 앞장선다는 말은 위험에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뜻이다.

무사는 바로 이렇게 저속하다.

‘내 이 행동은 나를 한껏 과시한 셈이야.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도사님과 그들 모두 나에게 의지하려 할 테지…….’

반면 허칠안은 입꼬리를 약간 실룩거렸다.

동시에 허칠안은 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이 떠올랐다.

‘금련 도사는 과연 잔혼이구나. 생각났다. 상백 사건 당시, 우리가 평원백부에 잠입했을 때 결과적으로는 신수가 빙의한 항혜를 맞닥뜨렸다. 그때 도사님의 선택은 원신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었지. 그 당시 나의 ‘문화 수준’이 높지 않아 어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주 이상하다.

법보는? 법술은? 금단은? 원신으로 무작정 달려드는 행동은 바지를 벗고 고기로 만든 창과 다른 사람이 강철로 주조한 창이 강경하게 맞서도록 두는 것과 다름없다. 순전히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허나 도사가 만약 잔혼이라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 심지어 그가 고양이에게 빠진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어쨌든 사람과 고양이 모두 자신의 육신이 아니다. 그런데 잔혼이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도문은 역시 영혼을 가지고 노는 데 전문가군.’

허칠안은 비록 마음속에 생각이 풍부했지만, 주변 환경에 존재할 수도 있는 위기를 간과하지는 않았다.

그가 주묘에 들어간 후 다섯 개의 횃불이 대부분의 어둠을 몰아냈다. 묘실 안의 정경이 조금씩 사람들의 눈에 그려졌다.

주묘는 공간이 매우 넓었다. 방에 비유한다면 허칠안 일행의 현재 위치는 현관이었다. 하지만 현관일지라도 이미 신묘에 들어갔다는 착각이 들었다.

몇 아름이나 되는 기둥이 떠받치는, 고도가 보이지 않는 둥근 천장 그리고 양쪽 벽 거리는 대략 20장(丈) 정도 돼 보였다. 다시 말해서 이 주묘의 폭은 대략 20장이었다.

깊이는 알 수 없어 탐색이 필요했다.

“무덤 구조에 근거했을 때, 중앙에는 반드시 무덤 주인의 관이 있을 겁니다. 저는 우선 가지 말고 벽을 한 바퀴 돌면서 탐색하기를 제안합니다. 형태의 크기를 가늠해 보고,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한번 살펴보시죠.”

두목이 금련 도사 옆으로 걸어가 제안했다.

‘늙은 도굴꾼이……. 그런데 팀을 인솔하는 사람은 난데 왜 나를 찾아와서 상의하지 않는 거야?’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일리 있습니다.”

금련 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