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76화 (376/712)

376화. 미궁과 재회 (1)

금련 도사가 손에 횃불을 든 채 한참 동안 앞으로 걸어가던 중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한 사람이 줄지 않았는가?”

그는 말하는 동시에 뒤를 한 번 쳐다봤고, 늙은 도사의 눈동자가 약간 수축했다.

뒤에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 후토방의 타주가 사라졌다.

허칠안, 초원진 그리고 항원은 이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안색이 다소 변했다. 마치 강한 적과 맞닥뜨린 듯했다.

“그가 언제부터 사라졌지?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허칠안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잠시 감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신각이 아직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 어떠한 것에 휩쓸렸다면, 제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이상, 분명 우리에게도 같은 적의를 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일단 적의가 생기면 제 신각이 재빠르게 포착하여 제게 정보를 줄 것입니다.”

초원진이 굳은 표정으로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네. 발소리가 하나 줄었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아.”

항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련 도사는 마음이 동요하여 지서 파편을 꺼냈고, 잠시 자세히 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지서 파편을 사용할 수 없겠네.”

허칠안, 초원진 그리고 항원은 동시에 품속에서 물건을 꺼내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두 사람만 성공적으로 지서 파편을 꺼냈다. 그리고 허칠안은 제때 깨닫고 정신을 차려 아주 고상하게 가슴을 긁적거렸다…….

“정말 쓸 수 없군요.”

초원진은 문자 전송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표정이 무거워졌다.

오호가 상성에서 떠돌다가 연락이 끊긴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 지하 무덤은 지서 파편을 차단했다.

“저, 저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 것 같아요. 음,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처지를 알았어요.”

종리가 손을 들었다.

네 사람이 쳐다보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무덤의 구조는 내(內), 중(中), 외(外) 세 층으로 나뉩니다. 가장 안에 있는 층이 주묘(主墓)로 묘지의 주인이 깊이 잠들어 있지요. 중간은 편실(偏室)과 복도로 묘지 주인의 중요한 순장 인물이 깊이 잠들어 있고, 바깥층은 묘지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가장 바깥층에 있는데 가장 위험한 층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계략과 함정 그리고 진법이 도처에 분포하고 있지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벽화가 있는 그 묘실 진입을 시작으로 저희는 진법에 발을 들였습니다.”

네 남자가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았고, 허칠안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왜 진작에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잊었네.”

종리가 고개를 숙이고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나도 왜 잊었는지 모르겠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네 남자는 침묵했다. 그들은 차마 그녀를 더 나무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진법인가? 알아볼 수 있는가?”

금련 도사가 물었다.

“아마 미혼진(迷魂陣)의 일종일 겁니다. 지하 궁전의 외곽 배치가 이 진법과 들어맞습니다. 저희는 지금 거대한 미궁 속에 빠져 있기에 반드시 올바른 길을 찾아야만 벗어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곳에 얽매일 것입니다.”

종리가 말했다.

“빨리 우리를 데리고 나가시지요.”

초원진이 서둘러 말했다.

“저, 저는 여러분을 죽음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종리는 머리를 점점 더 숙였다.

“…….”

‘아이고. 재수 없는 예언사 같으니라고…….’

허칠안은 속으로 한탄했다.

초원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허칠안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그에게서 영감을 찾았다.

“만약 일반적인 수법으로 진법을 타파할 수 없다면, 폭력으로 진법을 부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지요. 허칠안이 두법할 때 내리친 두 차례의 칼처럼.”

금련 도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제안을 부결하였다.

“묘지 주인의 신분을 확실히 하기 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게 가장 좋겠네. 바깥층은 전부 청강석을 쌓아서 만들었지. 이렇게 사치스럽고 화려한데 고대는 둘째 치고 설령 지금 대봉의 원경제라도 이렇게 많은 청강석을 대지 못하네.

상고 시대의 쌍수술은 그 유파의 진관(鎭觀) 비법일세. 공연히 모든 수를 내놓지는 않겠지만, 묘지에는 있네. 우리가 처한 이 미혼진이 이렇듯 정교한데 이게 설치된 연대는 적어도 이천 년 이상이지. 그때는 술사가 아직 없었어. 위에서 언급한 갖가지 모두 이 묘지의 주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네. 섣불리 진법을 부수면 아마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야. 허, 만약 자네가 3품 고수라면 내 말을 듣지 않은 셈 치게.”

초원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는 무승이라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다. 초원진이 수련한 건 검도지만 지식인 출신이라 견문이 넓고 지식이 풍부했다. 허나 마찬가지로 진법에는 통달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일개 무사이니 더욱이 기대할 수 없었다.

“도문은 풍수를 모르지만, 진법 기술은 조금 섭렵했네. 빈도가 자네들을 데리고 뚫어볼 수는 있네.”

금련 도사가 말했다.

도문은 진법을 할 줄 안다. 그때 당시 자련과 양연이 성 밖에서 맞붙어 싸울 때 큰 진을 쳤더랬다. 다만 술사처럼 발을 디디면 진문(陣紋)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처럼 그렇게 변태적이지는 않았다.

일각 후, 금련 도사는 굳은 얼굴로 전방의 칠흑 같은 어둠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련은 길을 찾는 데 실패하여 인생을 의심했다.

‘도사도 짝퉁이네, 뭐…….’

허칠안이 속으로 비난했다.

자리에는 금련 도사가 지종 도수 잔혼의 선한 면임을 아는 자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진지한 표정 뒤에 무거운 사실을 감추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들은 골칫거리를 마주했다. 아주 큰 골칫거리를.

“술사 이전에 누가 이렇게 진법에 조예가 상당했단 말인가?”

금련 도사는 생각에 잠겨 말을 하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수상한 표적’을 착취했다.

“도사께서도 방법이 없습니까?”

항원과 초원진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들 모두 서로의 눈에서 무게를 보았다.

‘너무 부주의했다. 진작 알았으면 먼저 상성의 지방지(地方志)를 조사하고, 사서를 조사하고, 묘지의 단서를 찾아낸 뒤 무덤에 내려갈지 말지 고려했을 텐데……. 우리 팀의 라인업이면 4품 고수도 줄행랑을 칠 테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부풀어 올라 경솔했다.’

초원진은 마음속으로 남몰래 후회했다.

항원은 목소리를 낮추고 불호를 외웠다. 그는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부끄러워했다. 오호가 사라진 지 수일이다. 어두침침하고 괴상한 묘지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기 패거리는 이제야 내려왔는데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

금련 도사가 탄식하더니 종리를 쳐다보고 말했다.

“자네는 무슨 의견 있나? 자네의 선택을 내게 알려줄 필요는 없네. 이런 진법의 불가사의를 상세하게 서술해 주면 되네.”

종리는 침음하더니 말했다.

“이런 진법은 통상적으로 암실과 지하에 설치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진법에 들어가는 자가 방향을 정하기만 하면 올바른 길을 쉽게 분별할 수 있으니까요.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 진법에서 벗어나려면, 진법에 들어가는 자의 경험과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저의 경험과 판단은 일단 ‘어리석기’ 때문에 더 큰 골칫거리를 가져올 듯합니다.”

금련 도사도 이번에는 침묵했다.

천지회 구성원들은 마침내 오호의 절망감을 체득했다. 지하 궁전에 발 묶여 나가지도 못하고 외부 세계와 연락도 닿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수록 몸 상태도 점점 나빠진다…….

종리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손을 치켜올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초원진과 허칠안은 안색이 밝아지며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방법인가요?”

항원은 고개를 들고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금련 도사는 마음이 동요했다.

종리가 손가락으로 허칠안을 찌르더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그가 길을 안내하면 저희 나갈 수 있습니다. 음, 확률이 괜찮습니다.”

‘허칠안?!’

주위의 시선이 종리에서 허칠안에게로 옮겨갔다.

초원진은 다소 믿기 어렵다는 듯 살펴보았고,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허칠안은 단지 일개 무사니 진법을 통달하기란 불가능해. 그런데 그에게 진법을 타파하라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군. 하지만 이 사천감의 예언사가 함부로 농담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허칠안 그 자체에 특수한 능력이 있는 건가, 아니면 그에게 진법을 부술 수 있는 무슨 물품이 있나? 허나 허칠안의 표정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는 이 사실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한데…….’

초원진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참지 못하고 금련 도사를 쳐다봤는데 그는 문득 무언가 깨친 듯 보였다.

‘금련 도사 역시 안다고?’

초원진은 남몰래 이 사소한 사항을 기억했다.

‘허칠안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 듯한데……. 그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

“허 대인, 진법을 아십니까?”

항원의 속마음은 장원랑만큼 그렇게 풍부하지 않아 마음속의 의혹을 직접적으로 물었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모릅니다.”

* * *

전우는 별안간 돌아섰고, 그 김에 무기를 뽑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런 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의 어두운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고 외쳤다.

“누구냐?”

발소리가 가까워졌고, 횃불이 밝게 비추는 구역의 가장자리로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오면서 흐릿했던 윤곽이 뚜렷해졌다. 그는 40대 초반의 중년 남자였다.

야윈 얼굴, 움푹 팬 눈, 핏발이 선 두 눈은 마치 크게 병을 앓아 몸에 기가 빠져나간 환자 같았다.

수일을 다듬지 않은 아래턱에는 검푸르고 짧은 수염이 자라나 지저분하면서 퇴폐적이었다.

“두목?”

전우는 눈을 부릅떴는데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횃불을 움직여 비추니 낯익은 얼굴이 많이 보였다. 모두 후토방 형제들이었다.

‘이곳에서 두목과 형제들을 만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힘들이지 않고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다니…….’

그가 막 맞이하러 가려던 참에 전우의 낯빛이 갑자기 낯빛이 변했다. 그는 무기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강한 척 소리쳤다.

“오지 마. 전부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이 몸의 칼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음, 너희 어떻게 스스로를 증명하지?”

두목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네. 경솔하게 굴지 않고. 2년 전 형주 지하에서 맞닥뜨린 그 송장이 자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나 보군.”

뒤에 있는 집단 구성원들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전 씨, 왜 자네를 위에 남겨 뒀는지 모르는가? 자네의 그 겉핥기식 무술로는 무덤에 내려가는 건 제 무덤을 파는 격이지.”

“하하, 자네들도 참.”

전우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고, 기쁜 마음으로 맞았다. 두목에게 근접했을 때 그가 갑자기 주사(朱砂)를 한 움큼 뿌렸다.

“이런 쓸데없는 물건으로는 저급 원령만 상대할 수 있네. 강시에게는 아무런 소용없다고.”

두목은 몸에 묻은 주사를 가볍게 털며 나무랐다.

이로써 전우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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