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무덤 안 (2)
천지회 구성원 네 명은 석관 옆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빽빽한 절지 독충이 터져 묵사발이 되었으며 흑갈색의 액체가 관 벽에 가득 튀었다.
초원진에 의해 흔들려 죽은 독충을 제외하고도 변형이 심한 해골이 한 구 있었다. 구체적인 시대는 판단할 수 없었고, 세월이 오래 흘렀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이 세계에는 상응하는 기술이 없어서 안타까워. 그렇지 않았으면 이 해골의 연대를 검출할 수 있을 텐데…….’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부장품이 없는 걸로 보아 이 묘실 안의 관은 아마 순장된 사람일 걸세.”
초원진이 말했다.
“대봉에 살아 있는 자를 순장하는 제도가 없는 것 같은데요.”
허칠안이 초원진을 향해 겸손하게 가르침을 구했다.
“산 자를 순장하는 제도는 예로부터 있었네. 최초 시기는 고증할 수 없지만 말이야. 허나 2123년의 대익(大翼) 황조 때 진정으로 순장 제도를 폐지했지. 그때는 유가 성인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야.”
초원진이 망설임 없이 아주 자연스레 관련 지식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다시 말해 이 무덤이 만들어진 지 이천 년 이상 됐다는 뜻일세.”
금련 도사가 말했다.
그들은 한참을 조사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사람들은 손에 횃불을 들고 이 묘실을 나와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가는 길에 이따금 시체 한두 구를 마주쳤다. 함정에 빠져 죽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한동안 더 걸어가서 더 넓은 묘실로 들어갔다. 묏등은 어둡고 깊은 곳에 있었고, 전방의 어둠은 끝이 없었다.
허칠안이 횃불을 휘두르니 바닥에 가로로 진열된 시체 여러 구가 보였다. 어떤 건 살이 붙은 몸으로 사망한 지 수일이 채 되지 않았고, 어떤 건 바싹 마른 시체로 본래 형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낡아빠진 옷차림이었다.
이 바싹 마른 시체는 한 구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 어떤 시체는 머리가 찢겨 나갔으며 어떤 시체는 사지가 절단됐고, 어떤 시체는 묵사발이 되도록 찍혔다.
이 외에도 젖혀진 관이 더 있었다.
이곳에서 막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굴꾼들이 관을 젖히고 안에서 깊이 잠든 송장을 놀라게 했다.
“이 송장은 어떻게 된 일이지요? 제 기억에 시체를 조종할 수 있는 건 무신교인데 맞습니까?”
‘문화 수준’이 아주 낮은 허칠안이 솔선수범하여 입을 뗐다. 그는 먼 곳에 있는 젖혀지지 않은 관들을 훑어봤다.
종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 송장들은 무신교와 무관하네. 음기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 굳어졌지. 다행히 이 송장들은 이미 소탕됐으니 골칫거리를 덜었군.”
말을 마치기 무섭게 ‘쿵쿵쿵’하는 소리가 넓디넓은 묘실에 울려 퍼졌다. 그건 관 뚜껑이 밀어젖혀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하나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말라비틀어진 형태를 했지만, 끝이 날카로운 까만 손톱이 있었고 푸르스름한 두 눈은 음침하고 무서웠다.
“아미타불!”
항원이 불호를 외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 자발적으로 시체를 맞았다. 주먹으로 시체의 머리를 내리쳐 박살냈다.
그들은 시체를 해결한 후 묘실 양쪽 벽면에서 각각 벽화를 발견했다.
왼쪽 벽의 벽화에는 예스럽고 소박한 옷을 입고, 괴상한 모자를 쓴 사람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바닥에 포복하고 높은 대(臺)를 향해 엎드려 절했다.
초원진은 이를 조금 알았지만 많이 알지는 못했다. 그리고 항원과 허칠안 역시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금련 도사가 잠시 침음하더니 감칠맛 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만법지조(萬法之祖)라고 불리는 도존은 학식이 해박하네. 그가 대대로 전한 도통(道統)은 천지인 삼종(三宗)을 주로 삼지만, 방계 유파도 아주 많이 있네. 그중에 한 유파가 있는데 쌍수를 주로 삼고 음과 양을 합쳐 올바른 도리를 함께 깨우치지. 가장 눈부실 때는 그 명성과 위세가 ‘천지인’ 삼종보다 약하지 않았네. 참배자가 구름 같이 몰려들고, 도를 닦아 장생을 갈망하는 고관대작들에게 귀빈으로 모셔졌지. 심지어 도교 사원에 빠져 쌍수하기를 자원하는 참배자도 있었네. 지종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그중에는 신분이 고귀한 사람들도 포함되었다고 하네.”
‘제기랄, 이 유파 아주 놀 줄 아는데……. 아니야, 아니야. 음탕한 사람 눈에는 음탕한 것만 보인다고. 그들의 눈에는 올바른 도리를 함께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핵심 목적이고, 그 나머지는 전부 덧없는 것일 테지…….’
허칠안은 깜짝 놀라 갑자기 벽화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키포인트 운행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항원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투명한 눈빛은 벽화를 주시했다. 위에 새겨진 것들이 전부 덧없어 불심이 동요되지 않는 듯했다.
“이 방법은 쌍수하여 정진하기에 유리한데 애석하게도 쌍수할 대상을 찾으려면 너무 어렵지.”
장원랑이 평가했다.
기왕 쌍수하는 이상, 자연스레 마찬가지로 같은 도리에 정진하는 여인을 찾으려 할 것이다. 기루에서 여인을 찾아 도를 닦을 수는 없으니까.
“천지음양(天地陰陽), 환화오행(幻化五行)이네. 쌍수술(雙修術)은 올바른 도리로 직접 인도하는 정통 학문이네. 하지만 술법이 분류되어 있지 않아 사람마다 다르지. 쌍수술은 진전이 더뎌 본심을 유지해야만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네. 차츰 이 유파는 속성을 위해 쌍수술에서 채보술(采補術)을 만들어 내면서 마도(魔道)에 빠지게 되었지.
그들은 참배자를 거짓말로 속여 그녀들을 관내에 가두고 채보의 재물로 바쳤네. 곳곳에서 여인을 약탈하여 백성들의 원망을 샀어. 결국 조정의 군대와 강호 인사의 분노를 야기했지……. 이 때문에 인멸하고 지금 도문에는 쌍수술의 잔편(殘篇)이 있는데 잔편인지라 쓰임새가 많지 않네. 여기에 온전한 쌍수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금련 도사는 감개무량했다.
“그럼, 왜 이곳에 온전한 쌍수술이 있는 걸까요?”
허칠안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 유파는 일찍이 고관대작들한테 열렬한 추앙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 무덤 주인이 고귀한 신분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말이야.”
초원진이 분석했다.
그의 말뜻은 분명했다. 무덤의 주인이 쌍수술의 열광적인 숭배자라는 소리다.
“이곳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지 않는 쌍수술을 만날 수 있다니, 이번 길이 헛되지 않았군.”
금련 도사가 개탄했다.
“도사께서는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으시니 이 쌍수술은 도사님께 아무런 쓰임이 없는 것 아닙니까?”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금련 도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벽화의 그 사람들이 입은 옷이 좀 이상하네. 시대가 까마득하여 나조차 어느 황조, 어느 시대인지 확신할 수가 없군.”
초원진은 쌍수술보다는 다른 한 폭의 벽화에 더 관심이 많았다.
허칠안은 이미 벽화에 새겨진 쌍수술을 기억했기에 서둘러 재촉했다.
“가시죠. 이곳을 벗어나시죠. 오호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렇게 좋은 건 그가 독점해야 한다.
그리하여 일행은 계속해서 앞으로 더듬으며 나아갔다. 전우는 전 일정 내내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벽화에 새겨진 것이 전설 속의 쌍수술임을 깨달았다.
좋은 행위다. 잠자리와 수련 둘 다 지체하지 않는다.
남자에게는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더욱이 전우 같은 강호 인사는 자원이 부족하고, 유명한 스승의 가르침이 부족하고, 비적이 부족하다.
그는 슬그머니 뒤로 몇 발 물러서 허칠안 일행이 멀리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즉시 돌아서서 벽화를 보러 갔다.
시간에 한계가 있다. 방금 그는 그림 몇 폭만 기억했을 뿐, 근본적으로 긁어모아 효과적인 쌍수술로 만들 수가 없었기에 쓸모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기억한 다음에 그들을 쫓아가야지. 금방 될 거야, 금방 될 거야…….”
횃불을 쥔 전우는 발걸음이 몹시 빨랐다. 넓디넓은 공간 속에서 그의 발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서서히 전우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가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도 벽화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멀리 걷지 않았는데 왜 아직도 벽화 위치로 돌아오지 않은 거지?”
그는 횃불을 치켜든 채 사방을 여기저기 비췄다. 묘실은 휑하여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벽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조차도 없었다.
‘벽화가 사라졌다. 석관과 송장 역시 사라졌다…….’
그는 잠시 멍하니 서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전우는 입을 덜덜 떨었고, 이에 따라 목소리도 떨렸다.
“대, 대협객? 대협객, 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버리지 마세요…….”
목소리가 공허한 환경 속에서 메아리치고, 굴절되고, 변형되어 다시 귓가에 들려올 때는 마치 다른 사람이 외치는 듯했다.
전우는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솜털이 한 가닥씩 곤두섰다. 그는 입을 꼭 다물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돌아가서 허칠안 일행을 따라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는 질주에서 폭주로 바꿔 씩씩거리며 숨 가쁘게 달렸지만 결국에는 허칠안을 따라잡지 못했다.
사람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적막한 묘실 안에는 그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마치 빙고로 떨어져 지옥으로부터 오는 음산함을 맛본 듯했다.
갑자기 미친 듯이 내달리던 전우가 발에 걸려 바닥에 세게 곤두박질쳤다. 그는 넘어지면서 신음 소리를 내더니 놀라고 두려운 마음에 횃불을 쥐고 비추었다.
그건 시체 한 구였다. 정확히 말하면 시체 반 구였다.
그는 상반신밖에 없었다. 하반신은 무슨 물건에 의해 허리가 잘렸는지 모르겠지만 상처가 피투성이라 분명하지 않았다. 배 속의 장기도 빠져나와 있었다.
전우는 ‘아’하고 깜짝 놀라 소리치더니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부정한 물건이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 부정한 물건이 있어……. 바로 근처에 있어서 나는 아무 때나 당하겠지…….’
전우는 거대한 공포가 마음속에서 폭발하여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졌다.
“떠나자. 얼른 이곳을 떠나자.”
전우는 횃불을 쥔 손을 가늘게 떨면서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침착해지라고 자신을 강요했다.
그는 후토방 고참으로 무덤에 내려와 여러 가지 위기를 겪었지만, 눈앞에 이 괴상함보다는 못했다. 다행히 그래도 담력이 있는 편이라 넋이 나갈 만큼 놀라는 정도는 아니었다.
“횃불이 부정한 물건을 끌어들일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횃불로 밝게 비추지 않으면 정면으로 부딪쳐도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일 년 내 바닥 밑에 있으니 틀림없이 눈이 퇴화해 광선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겠지. 내가 해야 하는 건 횃불을 끄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는 일이다.”
그는 명색이 숙련된 도굴꾼으로서 이런 물건들은 전부 지니고 있었다. 그는 몸에 휴대하는 보따리 안에서 도자기 단지를 하나 꺼냈다. 단지 안에는 코를 찌르는 냄새의 분말이 담겼는데 자세히 맡아보면 시체 썩은 냄새와 좀 비슷했다.
전우는 분말을 몸에 뿌리고 횃불을 치켜올린 채 아주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발 닿는 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뒤에서 놀라고도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