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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74화 (374/712)

374화. 무덤 안 (1)

“먼 곳에서 기다리시오. 최대한 좀 멀리 가서 귀를 막으시오.”

허칠안이 분부했다.

“네!”

전우는 대답하더니 몸을 비켜 숲으로 들어갔고, 그런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이 사람은 실력이 강하지만, 정말 너무 불운하다. 너무 불운한 나머지 나조차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겠어……. 성으로 돌아간 후에 장소를 바꿔서 노점을 펴야지……. 우두머리와 그들이 반드시 버텨야 해. 나는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구원병을 찾아올 거야.’

전우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귀가 멀 정도로 귀를 진동시키는 포효가 들려왔고, 끊임없이 음파가 뻗어 나가 밀림이 진동했다.

그는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기혈이 용솟음치고 이따금 이명이 들리자, 즉시 귀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몇 분 지난 뒤, 그는 비로소 살 것 같았고, 아픈 귀를 툭툭 쳤다.

‘어찌 된 일이지?’

전우는 깜짝 놀랐다.

이때 그는 청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한 줄기 검광이 허공을 뚫고 왔다. 검에는 청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는 종이학 한 마리가 날갯짓하며 날아왔는데 학의 몸통 위에는 늙은 도사가 가부좌를 튼 채였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목적성 있게 불운한 6품 고수를 향해 모여들었다.

“신, 신선 조력자다…….”

전우는 중얼거렸다.

그는 길가에서 마주친 고수가 자신은 6품일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 수 있는 친구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보물을 주운 셈이었다.

이 고수들이 도와주는데 어찌 우두머리와 형제들을 구할 수 없다고 걱정하겠는가.

‘돌아가자, 돌아가야 해, 바로 돌아가자. 다리를 붙들고 죽어도 놓지 말자!’

그의 마음속에서 이 생각이 더할 나위 없이 확고해졌다.

‘지서 파편을 쓸 수는 없어. 그러면 내 신분이 드러날 거야. 그래도 목청이 큰 편이라 다행이다. 울부짖는 소리에 의존해서 통신했다…….’

허칠안은 쏜살같이 날아온 금련 도사와 초원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항원 대사는 아직 성안에 있습니다. 도사님, 도사님께서 그에게 통지해주시죠.”

금련 도사는 종이학 등 위에서 뛰어내렸고, 지서 파편을 꺼내면서 절박하게 물었다.

“자네 무슨 단서를 발견한 게지?”

초원진은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허칠안이 침음하더니 말했다.

“좋은 소식은 그 젊은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지종의 요도에게 잡힌 게 아니라 다른 문제에 봉착했더군요.”

“무슨 문제인가?”

금련 도사가 연이어 캐물었다.

이때 항원 대사가 급히 왔다. 그는 성안에서 어렴풋하게 사자후를 듣고 허칠안이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성안에 있는 모든 백성이 마음에 걸려 속도를 내기에 편치 않았으므로, 참을성 있게 성을 나와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항원은 허칠안이 오호와 관련된 단서를 얻었다는 걸 알고선 양손을 합장하고 기뻐하며 불호를 외웠다. 그런 뒤 그는 허칠안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상성 관내에 있는데 지종의 요도를 맞닥뜨린 게 결코 아닙니다.”

허칠안이 남쪽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무덤에 내려갔습니다.”

‘무덤에 내려갔다고?!’

이 대답은 실로 세 사람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그들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허칠안은 저 멀리 흥분한 표정을 하고 허겁지겁 돌아오는 전우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됐습니다. 도사님께서 직접 물어 보시지요.”

한 차례 질문한 뒤 금련 도사를 포함한 세 사람은 더는 의심을 품지 않고 오호가 무덤에 내려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도사님, 만약 오호가 무덤 안에 있다면, 지서 파편이 차단된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초원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종의 비법으로 지서 파편을 봉인할 수 있는 것 말고, 다른 수단으로도 가능하네. 단지 까다로울 뿐이지.”

금련 도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덤 안에 분명히 큰 진(陣)이 있어 지서 파편을 차단했을 테니, 그녀가 우리의 전서를 받을 수 없었겠지.”

‘알고 보니 신호가 없어졌다는 말이군…….’

허칠안이 속으로 말했다. 뒤이어 그는 사소한 부분 하나를 포착했다. 무덤 안에 큰 진이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사천감은 전문적으로 진법을 다루는 곳이다.

“일을 질질 끌지 말고 우리 얼른 내려가세.”

금련 도사는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안 됩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방금 나쁜 소식이 하나 있다고도 말씀드렸지요.”

세 사람은 갑자기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종리가 단서를 찾기 위해 예언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현재 천벌을 받고 있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세 사람은 다시 종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금련 도사가 다소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말했다.

“기왕 오호의 행방을 알았으니 그, 그럼 한시가 급한 것도 아니네. 빈도 생각에는 우리 잠시 휴식하며 정비하고 내일 무덤에 내려가는 게 좋을 듯하네.”

항원 대사가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빈승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초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모두 살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강하군. 다들 마음을 놓이게 하는 전우야. 트러블메이커도 없고 오지라퍼도 없으니 정말 좋아…….’

허칠안은 아주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그 후, 그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이 말 아주 익숙한데, 마치 방금 말했던 것 같아.’

종리는 지금 천벌을 받았으니 그녀를 바깥에 남겨둘 수 없었다. 허칠안은 줄곧 여색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를 무덤 안에 데려가는 건 팀킬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금련 도사의 결정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했고, 모든 이가 일제히 찬성했다.

* * *

그날 저녁, 뜻밖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종리가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는데 옆의 풀숲에서 갑자기 멧돼지 한 마리가 돌진하여 난폭하게 그녀를 들이받았다. 날아가던 새가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치다가 비료를 투척했다.

나무가 갑자기 바람에 쓰러져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 위를 내리쳤다. 밤에 산에 올라와 사냥하던 사냥꾼이 쏜 화살이 빗나가 하마터면 그녀를 쏴 죽일 뻔했다…….

너무 끔찍하고 처참했다. 남자들은 종리가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자 침묵했다.

남자는 침묵하고 여자는 눈물을 흘렸다.

종리는 마침내 날이 밝을 때까지 견뎌낸 뒤, 음예한 기운을 억제하는 물품 목록을 정리하여 전우에게 성에 들어가 구매하라고 했다.

“나, 나 잠시 눈을 붙이겠어…….”

종리는 손을 뻗어 허칠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자네는 나를 떠나지 말게나.”

* * *

전우가 물품을 구매하고 돌아왔을 때 종리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허칠안은 그녀를 업은 채 금련 도사 일행을 따라 남쪽 뭇 산으로 향했다.

“잉…….”

종리가 구시렁거렸다.

“사저는 계속 주무세요. 무덤 입구에 도착하면 제가 깨우겠습니다.”

허칠안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종리는 안심하고 계속해서 단잠을 잤다.

이주향의 시간이 흐른 뒤, 전우는 일행을 데리고 한 산간 평지에 이르렀고, 아주 익숙하게 무덤 입구를 찾았다. 그곳은 벤 나뭇가지로 덮여 있었다.

전우가 나뭇가지를 옮기자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협소한 통로가 드러났다.

“우리 들어가지.”

금련 도사가 말했다.

“아, 네.”

초원진과 항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금련 도사와 함께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이유를 말씀해 주시죠!”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연신경 무사의 신각(神覺)은 미리 위기를 감지할 수 있지.”

금련 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금강신공은 신체 보호에 특화되지 않았는가.”

초원진이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설득하셨네요.”

허칠안은 종리를 업은 채 허리를 굽히고 도굴로 들어갔다.

금련 도사를 포함한 네 사람은 뒤를 따랐다. 너무 가깝게 붙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했다.

입구로 막 들어갔을 때는 길이 아주 협소하여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였으나 수십 보를 더 걸어 들어가니 확 트였다.

도굴을 뚫고 나오니 눈앞에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도굴 밖으로 뛰쳐나올 때 허칠안은 벽돌을 밟았는데 도굴꾼들이 도굴을 팔 때 벽에서 떨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치직치직…….

그는 부싯돌을 두드려 미리 준비한 횃불에 불을 붙였고, 횃불이 활활 타올랐다.

‘이 도굴은 거의 석 달 동안 뚫려 있다. 공기가 잘 통하고 무덤 내에 산소 함유량이 매우 높다……. 이러면 안 되는데. 무덤 내의 문물을 훼손할 거야. 어떤 물건들은 산소와 접촉하기만 하면 재빠르게 변질된다고……. 헤이, 내가 심사에 통과해야 할 필요도 없는데 이런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대사를 생각해서 뭐해…….’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 * *

발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금련 도사 등 일행이 도굴을 뚫고 나와 무덤으로 뛰어내렸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횃불에 불을 붙이고 어두운 공간을 비췄다.

허칠안이 고개를 숙여 벽돌 하나를 주워서 쥐어 보니 벽돌의 딱딱한 정도가 예상한 것보다 몇 배 더 강하다는 걸 알았다.

“이게 무슨 벽돌입니까?”

금련 도사가 횃불을 이동하여 비췄고, 정신을 집중하여 몇 번 보더니 말했다.

“청강(靑崗) 벽돌이네.”

“?”

허칠안은 그를 쳐다보았다.

“비교적 보기 힘든 돌로 견고하고 풍화되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네.”

초원진이 설명했다.

“서책에서 이런 벽돌을 본 적은 있는데 직접 본 건 처음이야.”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저희가 들어온 곳은 아마도 묘지의 가장자리일 테니 이 벽돌을 근거로 추측해봤을 때 묘지 전체를 아마 청강 벽돌로 쌓은 듯합니다. 이 무덤의 주인은 저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존귀합니다.”

‘역시 사건 해결의 귀재답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헤아리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

초원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이가 묘실 안을 한 바퀴 돌면서 관 12구, 시체 4구를 발견했다. 그들은 죽은 지 이미 수일이 지나 신체에서 아주 희미하게 부패한 냄새를 풍겼다.

“세 사람은 저희 집단의 형제이고 다른 한 사람은 모셔온 고수입니다.”

전우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물론 위험 부담이 아주 크고, 시시때때로 위기에 빠지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허칠안은 종리를 내려 주고 횃불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는 웅크리고 앉아 시체를 조사했다.

“얼굴빛이 검푸르고 입술이 새까맣습니다. 맹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입니다.”

“공기 중에 독기가 없네.”

종리가 말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죽은 이의 옷을 다 벗겼다. 이 시체의 팔뚝 부분에 아주 작은 상처가 몇 개 있었는데 마치 어떤 곤충에게 물려서 생긴 듯했다.

“그것들이 관 안에 있네. 이 죽은 자들이 분명히 관을 옮겼어.”

초원진이 문득 말했다.

허칠안은 귓바퀴를 움직여 석관에서부터 가벼우면서도 빽빽한 꿈틀 소리가 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석관은 마치 전설상의 독충을 키우는 그릇처럼 안이 전부 독충이었다.

“관을 열어 보는 건 어떻습니까?”

항원이 말을 하면서 금련 도사를 쳐다봤다.

금련 도사는 초원진을 쳐다보았다.

장원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꼽아 검의를 튕겨 석관으로 쐈다. 석관이 갑자기 진동하더니 꿈틀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그가 소매를 휘두르자 석관이 젖혀지면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자리에 있는 건 전부 고수들이라 시시한 독소에 겁을 내지 않았다. 종리는 손바닥을 펼쳐 갈색 환약 한 알을 받치고 전우에게 말했다.

“이건 벽독단(闢毒丹)입니다.”

“감사합니다, 소저.”

전우는 감격하며 받아 배 속으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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