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화. 이 임무 내가 받겠소
* * *
“잉? 도사가 나를 언급하지 않다니. 보아하니 ‘고양이 도사’라는 신분이 그를 아주 두렵게 하나 보군. 뭐랬어. 사람은 괴상한 취미가 있으면 안 된다고. 괴상한 취미가 생기면 남들에게 생생한 약점을 드러내는 거라고.”
허칠안은 헤헤헤 웃었다.
이어 그는 종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배부르신가요?”
“응!”
종리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대담한 생각이 있습니다.”
허칠안이 뒤이어 말문을 텄다.
“나는 자네에게 대담한 생각을 잘 숨길 것을 제안하네.”
종리가 경계하며 말했다.
몇 분 뒤, 전전긍긍하던 사천감의 오사저는 허칠안에게 이끌려 거리로 나왔다.
“사저가 예언사의 능력을 이용해 아무렇게나 길을 가리키면 어쩌면 저희가 단서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단서가 생긴다고 해도 결국에는 일을 더 엉망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네.”
종리가 상기시켰다.
햇빛이 그녀에게 쏟아져 머리카락이 다채롭게 빛났다. 그녀는 사실 아주 깨끗했다. 다만 겉치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더러운 여인으로 착각하게 했다.
“사저, 잊으면 안 됩니다. 저는 대기운이 있는 사람이라 사저의 액운 일부를 상쇄할 수 있어요.”
종리는 그에게 설득당했다. 그녀 자체는 고분고분한 편이고, 주관이 좀 부족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동자에서 청광이 굳어진 괴상한 무늬가 나타났다. 몇 초 후, 다소 공허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쪽으로 3리 걸어가면 우리가 원하는 단서가 있을 걸세. 청색 옷차림의…… 남자네……. 두렵고 불안하군…….”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연약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예언사는 매일 한 번만 예측할 수 있고 그런 뒤, 액운이 천벌로 격상할 것이야. 만약 대기운이 없거나 비호하는 특수한 진법이 없으면, 나는 두 시진을 버틸 수 없을 거야.”
‘예언사는 그 자체로 액운이 몸에 달라붙어 있어 천기를 누설한 후에 바로 천벌을 받는 건가? 감정의 일 처리 스타일과 연관 지었을 때 이 술사, 이 체계는 정말이지 선천적인 음모꾼이자 암암리에 전체적인 구도를 짜는, 약삭빠른 인간이야…….’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대는 동시에 종리를 업었다.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 * *
3리 길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길거리에서 한 번 말고삐를 놓친 말과 충돌하고, 두 번은 갑자기 마차와 충돌하여 통제력을 잃었다. 심지어 한 강호 인사가 종리를 외간 남자와 사사로이 도망친 자신의 아내라고 착각하여 울분을 품고 자객을 보냈더랬다.
‘3리 길이 어째 인도에 가서 불경을 구해 오는 여정 같지? 세상에. 이 여인은 해롭다…….’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까지 끌어들였어.”
종리가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저 허칠안 온갖 고생과 시련을 다 겪었다고요. 절대 사저를 탓하지 않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나, 나는 망기술을 할 줄 아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허칠안이 못 들은 척하고서 주위를 둘러보니 길가에 있는 청색 옷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앞에는 팻말이 하나 놓여 있었고, 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강호의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 주십시오. 7품 이상의 고수께서 도와주시길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큰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장난은 사절입니다.>
‘이 짙은 기시감은 어찌 된 일이지…….’
허칠안은 가까이 다가가서 청색 옷의 남자를 잠시 주시하더니 말했다.
“형님, 무슨 성가신 일을 당하셨습니까?”
청삼 남자는 무거운 얼굴을 하고 그를 한 번 보더니 대꾸하지 않고 나무 팻말을 가리켰다.
허칠안이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뒤에서 사납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새끼, 네가 우리 가족을 모두 죽였지. 나는 오늘 피로 피를 씻겠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체구가 크고 훤칠한 강호 떠돌이가 손에 강철 칼을 쥐고 노기등등하게 달려왔다.
“허!”
그는 강철 칼을 정면을 향해 내리쳤다.
청삼 남자는 안색이 변하며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어찌 짐작했겠는가? 허칠안은 피하지도 않고 강철 칼이 머리를 찍게 내버려 두었고, ‘쨍’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철 칼이 구부러졌다.
청삼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6, 6품?!”
눈이 살기로 가득한 강호 떠돌이 역시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잘못 알고 6품 동피철골을 내리쳤다는 걸 알고서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협객,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소인이 몰라 뵀습니다!”
“꺼지게!”
허칠안은 그를 발로 차서 날려 버린 뒤 청삼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이 미약한 재주로 돕기에 충분한가?”
“충분합니다, 충분합니다요…….”
청삼 남자는 미친 듯이 기뻐했고, 얼굴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
“대협객께서 사람을 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뜻밖에도 6품 무사를 마주치다니. 호박이 넝쿨째 들어와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협객, 저희 자리를 옮겨 얘기하시지요.”
청삼 남자가 말했다.
“자리를 옮기면 다른 문제가 생길 테니 지금 이 자리에서 얘기하시오…….”
허칠안은 갑자기 종리가 왜 구덩이 속에서 기어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됐다.
상황이 불분명한 위기에 처하면, 제 자리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정말 마음 아플 정도로 능숙하다.
“좋, 좋습니다…….”
청삼 남자 역시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소생 전우(錢友)라고 합니다. 후토방(后土幫)의 타주(舵主)이지요.”
‘좋은 이름이군!’
허칠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후토방?”
청삼 남자는 다소 부끄러워하며 설명했다.
“저희의 일은 고대 유적, 무덤을 파헤쳐서 안에 있는 물건이 다시 햇빛을 보게 만드는 겁니다.”
‘아아, 도굴꾼, 아니, 모금교위(*摸金校尉: 도굴하여 재물을 약탈해 군수물자에 보태는 일을 하는 계급)군!’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전우는 허칠안을 주시하며 관찰하다가 그가 반감이 없는 걸 보자 계속해서 말했다.
“대략 작년 말에 저희 집단의 객경(客卿)이 상성 밖에 있는 길지 밑에 큰 무덤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발견했지요. 발굴해 보니 역시 그러하더군요. 하지만 저희의 부두목이 말하길 무덤 안의 불결한 기운이 꽤 공포스러운 게 부정한 물건이 있을 수 있으니 저희 후토방만으로는 어렵다고…….”
“잠깐!”
허칠안이 큰 소리로 말을 끊더니 그를 주시하며 질문했다.
“자네 부두목은 무덤 안의 불결한 기운이 꽤 공포스럽다는 걸 어떻게 알았소?”
전우는 거만하게 가슴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
“저희 후토방의 부두목은 술사이십니다. 강호에서 보기 드문 술사지요.”
‘술사?!’
허칠안은 깜짝 놀라 종리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은 난잡한 머리카락 속에 감춰져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허칠안은 갑자기 예전에 천지회 내부에서 물었던 말이 떠올랐다. 술사 체계는 채 60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600년은 단지 다른 체계에 비해 짧아 보일 뿐이다.
대봉 전체의 국운 역시 현재 겨우 600년이다.
사천감 외에도, 구주에는 야생 술사가 존재한다.
“무슨 품계요?”
허칠안이 물었다.
“7품 풍수사입니다.”
전우가 대답했다.
역시나 야생 술사에게 7품은 거의 최대치에 다다른 수준이다. 6품 연금술사는 왕조에 의지해야 하고, 백성의 ‘좋은 평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이는 보통 술사가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계속 말씀하시오.”
“저희는 꼬박 석 달을 준비했습니다. 각지에서 고수를 끌어모으고 도구를 준비하였지요. 그중에는 무덤 안의 음예한 기운을 억제하는 지강지양(至剛至陽) 물품도 포함됩니다. 최근에 비로소 준비를 충분히 마치고, 사람들을 이끌고 무덤으로 내려갔는데 결국…….”
전우는 점점 창백해지더니 눈에는 초조함과 근심이 떠올랐다.
“결국, 우두머리와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분명 이변이 생겼다는 걸 압니다. 재주가 보잘것없고 무능해서 아무 일도 못 하는 걸 어찌하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고수를 끌어들여 그들을 구제할 수밖에요.”
‘그 묘지 아주 불길해 보이던데. 이 전문 인력들을 생각지도 못한 데서 좌절하게 할 수 있다니……. 음, 보통 관아는 이런 사소한 일에 관여하지 않을 테고, 심지어는 그들을 잡아들일 거야. 이러한 이유로 여기에서 노점을 깔고 도움을 청하나 보군……. 잠깐!’
허칠안은 마음이 동요하여 연이어 물었다.
“자네 방금 고수를 끌어 모은다고 말했는데, 음, 남강의 소저를 끌어들인 적 있소? 수련 경지가 꽤 높은 소저요.”
전우가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봤다.
“대협객께서 어찌 아십니까? 실제로 남강에서 온 힘이 무척 센 소저가 한 분 있었지요. 남강에서 아주 먼 여정을 떠나왔는데 여비가 부족해 3박 3일을 굶었다고 하더이다. 우두머리가 그녀에게 거하게 한 끼 대접하고, 그녀를 데리고 경성에 가겠다고 약속했지요. 가는 길에 숙식을 제공해 준다고 하니 그녀가 무덤에 내려가 저희를 돕겠다고 약조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이었군. 어쩐지 종리의 예언이 이 형을 가리키더라니……. 알고 보니 오호는 잡혀간 게 아니라 무덤에 내려갔다가 뜻밖에 사고를 당한 거군……. 하지만 왜 지서 파편이 차단되었을까? 밥 한 입과 얼마 되지 않는 여비를 위해 이 미련한 계집애가 사람들을 따라 무덤으로 내려가다니.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식(食)과 주(主)가 해결된다면 영원한 노비가 된다는 말인가?’
허칠안은 머릿속이 온통 엉망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말이 없자 전우는 황급히 말했다.
“무덤 속에 큰 보물이 있습니다. 대협객께서 기꺼이 도와주신다면 무덤 속에서 보물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희 후토방이 거금으로 사의(謝儀)를 표하겠습니다.”
허칠안은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기왕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으니 사실 관아에 알리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하오.”
“관아에 알리면 소인이 처음으로 잡혀갈 것이고, 관아의 하급 관리들 역시 서둘러 사람을 구하러 가지 않을 것이니 결코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습니다.”
전우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
“이 임무 내가 받겠소.”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반 시진 후, 전우는 6품의 막강한 무사를 따라 성을 나왔다. 가는 곳은 남쪽 산맥이 아니라 북쪽이었다.
전우는 몇 차례 방향이 틀렸다고 일깨웠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태연하게 설명할 뿐이었다.
“친구 몇몇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것이오.”
전우의 감정은 가는 길에 자신만만에서 전전긍긍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이 6품 고수가 정말 너무 재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차에 부딪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원수로 오해받기도 하고, 관아의 하급 관리에게 흉악한 해적, 지명 수배범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아주 여러 차례, 하마터면 자신까지 화가 미칠 뻔했다.
‘천살고성(*天煞孤星: 하늘에서 홀로 빛나는 불길한 별)은 아니겠지? 이런 사람이 무덤에 내려가도 정말 괜찮나? 사람을 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까지 말려들게 하지는 않겠지……?’
전우도 여기까지 생각하자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