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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71화 (371/712)

371화. 무서운 액운 (2)

비검, 종이학 그리고 목잠은 점점 더 높아졌으며 서서히 지표면의 경물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후…… 운무가 갈라지면서 검과 학이 구름층을 뚫었다.

쪽빛 밤하늘에는 반달이 걸려 있었고, 발밑으로는 운해가 굳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저희 평류층(*平流層: 성층권과 중간층을 합쳐 부르는 말)으로 진입합니다.”

허칠안이 전음(傳音)으로 말했다.

강풍이 불어와 그는 눈을 뜰 수 없었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면 바로 강풍에 의해 갈가리 찢겼기에 전음으로 교류할 수밖에 없었다.

금련 도사 역시 눈을 감은 채 원신으로 눈을 대신했고, 허칠안의 전음을 받은 후 의아해하며 물었다.

“평류층?”

“제가 그냥 함부로 지껄였습니다. 도사님, 오호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허칠안은 전음을 보냈다.

“지난번에 천지회 내부에서 교류가 끝나고 오호가 대답이 없었네. 그때까지만 해도 지서 파편의 위치가 상주에 있다고 감지할 수 있었지. 이튿날, 갑자기 파편과의 감지를 잃었네.”

금련 도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호가 지종의 요도(*妖道: 요술을 부리는 도사)를 마주친 건가요?”

허칠안은 다소 낯빛이 변해서는 추측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

금련 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 항원 그리고 초원진한테 함께 움직이자고 했구나……. 도사님, 살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강하시네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편의 전투력을 평가했다.

초원진은 겉으로는 무사 체계이나 실질적으로는 인종의 검도(劍道)를 수련했으니 진정한 전투력이 4품 정도 될 것이다. 아직 이르지는 않았지만,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6호 항원은 겉으로는 불문 체계이나 실질적으로는 무사라 판단하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맞붙어 싸운 적이 없지 않은가. 항원은 전투 이력도 적다.

그리고 금련 도사인데, 그 당시 4품 자련에게 쫓기는 바람에 경성으로 도망쳐 왔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금련 도사의 실력은 아마 4품보다 약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자련에게 맞은 것이 아니라, 사도에 빠진 지종 도수에게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여전히 4품 자련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지종 요도를 맞닥뜨린다면, 3품 이하인 우리 편은 아주 듬직하고 안정감 있겠군…….’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시진 후, 금련 도사는 모든 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도착했네. 아래쪽 100리 안 구역이 아마 오호가 사라진 장소일 걸세. 나는 여전히 지서 파편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네.”

세 사람은 구름을 가르고 지표면을 향해 급하강했다.

희미했던 지표면이 선명해졌고, 허칠안은 동쪽에서 큰 성의 윤곽을 보았다. 큰 성을 중심으로 하여 아주 많은 촌락과 작은 마을이 흩어져 있었다.

네 사람은 어느 산림에 낙하했다. 금련 도사와 초원진은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여 기기를 회복했다.

항원은 그들을 위해 불법을 수호했다. 허칠안은 혼자서 산림 속을 돌아다니다가 꿩 두 마리와 노루 한 마리를 잡았다.

허칠안이 근거지로 돌아와 좌선하던 중 물었다.

“여러분 중에 누가 솥을 가져왔나요?”

“내가 챙겼네.”

초원진은 눈을 떴다. 근처 숲을 걸어 다니다가 솥을 꺼냈던 생각이 막 떠올랐다. 그가 다시 생각해 보니 허칠안이 기왕 지서 파편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감출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지서 파편을 꺼내 솥을 꺼냈다. 네 사람은 모닥불 두 더미를 피워 각각 고깃국을 끓이고 고기를 불에 굽는 데 썼다.

어느 체계든지 소모한 후에는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 신체는 까닭 없이 힘을 발생시킬 수 없다.

“나한테 술도 있네…….”

초원진은 다시 두 단지의 술을 꺼내 구운 고기와 고깃국에 곁들여 마시더니 설명했다.

“각지를 돌아다닐 때 두 가지 물건은 반드시 챙겨야 하네. 하나, 부엌살림. 둘, 뒷간용 천.”

허칠안은 도자기 병을 치켜세우고,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지금 세 번째가 추가됐습니다. 치킨스톡이지요.”

초원진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허칠안은 묘한 사람이다. 재미있어!’

‘초원진은 아무런 허점이 없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방법을 강구하여 그가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해야지.’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들이 밥을 배불리 먹고 술을 풍족하게 마신 뒤, 금련 도사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른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묶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 예언사는?”

허칠안의 이 말을 듣더니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제기랄, 종리는?!

“제 기억에 낙하할 때 그녀는 여전히 옆에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녀를 잊었네요…….”

허칠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마 근처에 있을 걸세. 모두 함께 찾아보세. 반드시 자세히 살펴야 하네. 그리고 서둘러야 해.”

금련 도사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는 오호를 구하는 일보다도 급박한 문제네. 오호는 별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예언사는 늦게 가면 아마도…….”

항원은 술사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물었다.

“어찌 됩니까?”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죽습니다.”

금련 도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네 사람은 재빨리 흩어졌고, 15분 뒤 허칠안이 종리를 찾았다. 그녀는 낙하할 때 어느 깊은 구덩이로 추락했다. 그런 후 이 여인은 깊은 구덩이 속에 쭈그리고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허칠안이 찾으러 오자 종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기어 나왔다.

모닥불 옆, 종리는 모든 이를 등진 채 무릎을 감싸 안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앙상한 양쪽 어깨 때문인지 뒷모습이 쓸쓸했다.

“제가 정말 일부러 사저를 잊은 게 아닙니다. 화내지 마세요, 네?”

허칠안은 사과하다가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저는 그저, 그저…… 실수로 잊었어요.”

종리는 무릎을 감싸 안고 그곳에 앉아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초원진은 ‘쯧쯧’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며 구경하였다.

항원 대사가 양손을 합장하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주변에 위험이 없는데 종 시주께서는 왜 스스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당신에게 위험이 없는 것일 뿐입니다.”

종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제 예전의 경험에 비춰 보면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나오면 여러 가지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아마도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진다거나 가는 길에 요괴, 사수(邪修) 등을 마주친다거나 등등이요. 액운은 엿볼 수도 점칠 수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요. 예를 들면…….”

종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모닥불이 갑자기 탁탁 소리와 함께 타오르더니, 불똥이 튀어 종리의 머리카락에 불을 붙였다.

“조심하십시오!”

항원은 낯빛이 변하더니 무의식적으로 뜨거운 고깃국을 들어 종리에게 뿌렸다.

그 순간 허칠안이 종리의 앞을 막아서고, 기기를 흔들어 뜨거운 고깃국을 전부 쓸어 버렸다.

종리는 허칠안의 다리를 감싸 안고 벌벌벌 떨었다.

초원진은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혔다.

사위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항원이 침묵하는 분위기 속에서 양손을 합장하고 불쌍히 여기며 말했다.

“종 시주, 세상에 불등이 만 개나 있어도 시주 곁의 어둠을 비추지는 못하는군요. 아미타불.”

금련 도사와 초원진도 따라서 양손을 합장하고 가여이 여기며 말했다.

“아미타불.”

‘도사 당신은 도문의 우두머리인데 무슨 불호를 외고 그래……. 종리가 비참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좀 웃고 싶다고…….’

허칠안이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는 손을 뻗어 종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방금, 방금 낙하할 때 근처 풍수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네. 남쪽 뭇 산 아래에 묘가 하나 있어.”

종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묘지요?”

허칠안은 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남쪽 산맥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 속에 뭇 산이 서로를 둘러싼 채 고요하게 칩거했는데 그 테두리가 마치 활짝 핀 연꽃 같았다.

다만 허칠안은 풍수를 전혀 모르는 터라, 몇 번 쳐다본 뒤 시선을 거두었는데 금련 도사와 초원진 그리고 항원은 아주 열심히 정신을 집중하여 응시했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기초가 너무 부족해. 무사 체계가 너무 질이 낮아서 풍수를 모르는 탓이지……. 잉? 이상한데. 풍수를 보는 건 술사 특기 아닌가?’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입을 떼고 물었다.

“여러분, 저 산맥의 풍수를 보면 아실 수 있습니까?”

금련 도사가 눈빛을 거두며 말했다.

“모르네.”

초원진과 항원도 따라서 고개를 저었다.

‘모르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보다니. 나보다 더 있는 척할 줄 아는구먼…….’

허칠안은 입꼬리를 삐죽였고, 금련 도사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비록 풍수를 알지는 못하나 지맥의 형세는 대략 알고 있네. 길지(吉地)라고 해도 꼭 묘지가 있는 건 아니지.”

‘맞네. 도사님 말씀에 일리가 있다. 풍수사는 풍수만 볼 수 있을 뿐인데 설마 아래에 묘지가 있는 것조차 볼 수 있단 말인가?’

허칠안은 종리를 쳐다봤다.

“누군가 묘지를 파헤쳤고, 음예한 기운이 충천했네.”

종리는 눈에 청광을 번뜩이더니 지세를 살피며 말했다.

“연꽃 같은 형태에 최고봉은 동쪽을 향하고 상서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며 뒤에는 강이 흐르니 분명히 지하에 암류가 흐르고 밑바닥에는 영양을 공급하는 검은 물이 있을 걸세. 삼화취정(三花聚頂) 지세야. 만약 산에 철광도 있다면 오행(五行)을 모두 갖추는 셈이지.”

‘오행을 모두 갖춘다고?’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물었다.

“그래서요?”

“이런 길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묘지에 묻힌 사람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야.”

종리가 말했다.

“사실 저는 아주 궁금합니다. 술사 외에 다른 체계는 모두 풍수를 알지 못하지요. 그렇다면 이 묘지는 누가 선택했을까요?”

허칠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종리는 묻는 말에 반드시 대답한다.

“술사 외에 주술사와 도문 역시 풍수를 조금 아네.”

‘술사는 주술사 체계에서 탈태한 셈이니 주술사가 피상적인 지식을 좀 알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겠군……. 그런데 도문 역시 풍수를 안다고?’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금련 도사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 역시 동시에 쳐다봤다.

금련 도사는 고개를 저었다.

“지종은 이런 걸 공부하지 않네. 천종과 인종은 대강 섭렵했을 테고.”

정확히 말하자면 천종은 높고 깊은 경지까지 수련하여 천지와 동화하고 만물을 감지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인종은 도를 닦으면 업화가 몸에 달라붙어 제왕에게 의지해야 하지. 따라서 자발적으로 풍수 분야를 연구하네. 허나 술사만큼 통달하지는 않았네.”

‘원장 조위가 내게 기운과 관련된 사물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유가, 술사, 조정! 인종은 도를 닦는 데도 제왕에게 의지해야 하는데 왜 이 대열에 끼지 않는 거지?’

허칠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종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 묘지에 진기한 보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흉(大凶) 역시 동반할 수 있네.”

그녀는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며 남쪽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허칠안은 천지회의 몇몇 구성원과 눈빛을 교환했고, 금련 도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선 사람을 찾자고. 묘지에 내려가는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오호를 찾고 경성으로 돌아가면 없던 일이 된다.

항원은 종리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이미 가고 없는 사람이니 다시 가서 방해할 필요는 없지요.”

초원진은 동의를 표했다.

“게다가 우리 역시 준비가 충분치 않습니다. 묘지에 내려가는 일은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하시죠.”

‘모두 살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강하군. 다들 마음을 놓이게 하는 전우야. 트러블메이커도 없고 오지라퍼도 없으니 정말 좋아…….’

허칠안은 아주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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