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65화 (365/712)

365화. 문회에 가다 (2)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관계가 아닌데 속 깊은 이야기를 함’과 ‘도대체 돼?’ 이 두 문구가 야경꾼 관아에 퍼졌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누구든 이 두 비결의 심오한 뜻을 깨닫기만 하면 교방사에서 기녀들에게 무임승차할 수 있다고 했다.

의심하면 안 된다. 이는 허 은라가 직접 한 말이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각 당구(堂口)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때 이 사건의 원흉인 허칠안의 당구(堂口)에 소음원의 시위가 왔다.

시위가 말했다.

“이공주마마께서 대인을 호출하셨습니다.”

“알겠네. 내가 지금 일이 있으니 조금 늦게 가겠네.”

권종을 펼쳐보던 허칠안은 책상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시위는 공수하고 떠났다.

대략 일각 후, 허칠안은 권종을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성으로 몰려드는 강호 인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두법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많은 무사가 경성에 소란을 피우러 올까 봐 겁이 나는군……. 비록 경성의 경제가 크게 촉진됐지만, 사람을 속이고 재물을 약탈하거나 심지어는 집에 쳐들어가 강도 행각을 벌이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방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착수해야 하는데…….”

허칠안은 손짓하여 하급 관리를 불러와 분부했다.

“접본을 하나 쓰게…….”

모든 은라의 당구에는 적어도 세 명의 하급 관리가 배치되는데 그들은 비서 역할을 맡는다. 필경 은라들은 사람을 벨 수는 있지만, 글자를 쓰는 일은…… 허 은라 정도면 평균 수준에 속한다.

허칠안은 위연에게 세 가지 건의를 제안했다. 첫째, 경성이 관할하는 13개 현에서 병력을 선발하여 외성 치안 유지에 배치한다. 둘째, 폐하께 상주문을 올려 금군이 내성의 순찰에 참여하도록 한다. 셋째, 이 기간에 집에 쳐들어가는 도둑놈은 벤다! 노상강도도 벤다! 길거리에서 말썽을 일으켜 행인을 다치게 하고 노점상의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벤다!

앞선 두 가지 조항은 세 번째 조항을 위해 밑밥을 깐 것이다. 엄한 형벌을 가하면 도둑놈들은 반드시 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에 많은 병력과 고수의 진압이 필요하다.

이는 아마도 도둑놈들이 이판사판으로 죄악을 저지르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릇된 풍조를 재빨리 일소하고 치안을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싶으면 반드시 엄한 형벌로 위협해야 한다.

그가 접본을 다 쓰자 또 시위 하나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덕형원의 시위였다.

“회경공주마마께서 허 대인에게 입궁하라 하셨습니다.”

* * *

허신년은 허부에서 기품 있는 옅은 흰색 장포를 입고, 옥관으로 머리를 묶고, 허리에는 미옥(美玉)을 찼다. 그리고 본인 것, 아버지 것, 큰형 것…… 어쨌든 집안 남자들의 요옥(腰玉) 중 가장 값어치 나가는 물건은 되는대로 찼다.

“형님과 아버지는 무사라 평소에는 쓰지도 않으니 이렇게 두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허신년은 이렇게 숙모와 허영월에게 말했더랬다.

왕 재상이 주최하는 문회에는 틀림없이 재자(才子)가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이 시대 최상층들만의 모임인 셈이니 허신년은 자신이 반드시 체면이 서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모는 아래위로 살펴보더니 아주 만족했다. 분명 자기 아들이 문회에서 가장 멋진 자식이리라 여겼다.

“너만 문회에 참석하면 될 것이지, 왜 영월을 데려가니?”

숙모가 물었다.

허영음은 ‘문회’라는 말을 듣자마자 순간 고개를 치켜올렸다.

“초대장에 그렇게 써 있었어요. 영월을 데리고 가서 견문을 넓히는 셈 치죠.”

허신년이 말했다.

숙모는 갑자기 딸의 손을 잡아끌며 흥분해서 말했다.

“문회에 가면 많이 보거라. 어느 집안 공자가 마음에 들면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얘기하고. 현재 우리 허씨 집안의 기세로는 너를 호족에게 시집보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저 안 갈래요.”

허영월은 기분이 나빠 몸을 옆으로 돌렸다.

허영음은 조그만 기회도 놓치지 않고 허신년에게 달려들었다.

“언니 안 갈 거면 내가 갈래요. 둘째 오라버니 나 데리고 가요, 나 데리고 가요.”

콩알이는 말을 하면서 허신년의 다리에 매달렸다.

허신년은 몇 차례 몸부림쳤는데 뜻밖에도 동생을 털어 내지 못했다. 이 계집애는 정말 놀랍도록 힘이 셌다.

“알겠어. 하지만 너 예쁜 치마로 갈아입고 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

허신년이 말했다.

“응!”

허영음은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허영음은 숙모의 인솔하에 방으로 돌아갔다. 십여 분 뒤, 콩알이는 어른들처럼 머리를 빗고 멋진 외출복을 입었으나……. 둘째 오라버니와 언니는 이미 가버렸다.

“엉엉엉엉…….”

도살당하는 돼지 같은 울음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 * *

따뜻한 봄 햇살 아래에 마차가 왕부에 도착했다.

* * *

‘회경도 나를 만나려 한다고?! 음, 나와 두 공주의 관계라면 두법 이후에 응당 만나야 하지……. 하지만 나는 도대체 회경을 먼저 만나야 해, 아니면 임안을 먼저 만나야 해?’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답을 얻었다. 먼저 회경을 만나자.

그가 이렇게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회경을 더 신경 쓰고 임안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허칠안의 선택은 두 공주의 IQ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회경은 너무 총명해서 속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녀는 영악하여 상대에게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니 언제 상대를 곤경에 빠트릴지 모르는 일이다.

반면 임안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다. 그녀는 교만하고 제멋대로라서 시시때때로 까닭 없이 소란을 일으키지만, 사실 뒤끝도 없어서 성질을 부리고 나면 더는 거론하지 않는다.

“알겠네. 지금 바로 자네를 따라 입궁하지.”

허칠안은 하급 관리에게 호기루에 접본을 전달하라고 한 뒤, 자신은 시위를 따라 말을 타고 궁에 들어갔다.

허칠안은 상응하는 절차를 밟은 후 덕형원에 발을 들여놓았고,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대청에서 회경을 만났다. 그녀는 성격에 부합하는 흰색 궁장을 입고, 금색 비녀로 머리를 간단히 걷어 올린 뒤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늘어뜨렸다.

그녀는 그림 속의 신선처럼 도도했다.

하지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은 오히려 그녀에게 다소 나태한 속기(俗氣)를 더했다.

“몸은 무탈한가?”

회경이 가볍게 웃었다.

“큰 탈 없습니다. 소직 소처럼 다부져 이런 상처 정도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습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회경은 안심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앉으라고 손짓한 뒤 말했다.

“이번 두법에서 이겨 조정에서 반드시 자넬 칭찬할 걸세. 하지만 승직하는 건 쉬워도 작위를 올리기는 어렵지. 만약 허 대인이 은자가 부족하지 않다면 아바마마께 요청을 드릴 수 있네. 허신년의 앞날 역시 보장이 되지.”

‘앞으로 회경에게 장가들 수 있는 남자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는 것과 다름없을 거야!’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는 확실히 절묘한 아이디어였다.

조그만 이익을 적당히 희생하여 신년의 앞날과 맞바꿔 아우가 재상으로 가는 여정에 길을 트는 셈이니 말이다.

“소직이 이미 폐하께 단서철권을 요구했습니다.”

허칠안이 애석해하며 말했다.

“단서철권?”

회경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걸 달라고 해서 뭐하게? 물론 언젠가는 예상 밖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도 있네.”

그녀의 말뜻은 단서철권의 해석권은 전부 황제에게 있는데 원경제는 신용이 없으니 이 물건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소리였다…….

‘까놓고 말하면 단서철권은 내 전생의 신용 지폐와 같다. 정부에게 신용이 있으면 돈은 값어치가 있지만, 정부에게 신용이 없으면 돈은 짐바브웨 화폐인 셈이다……. 회경이 내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녀도 나름대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했다는 뜻이다.’

허칠안은 태연하게 웃었다.

“예상 밖의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지요.”

회경은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 금강 신공을 정말 습득했나?”

허칠안이 손바닥을 뻗자 피와 살이 재빠르게 금칠로 응결되더니 팔뚝 전체에 옅은 금색 빛이 퍼졌다.

회경은 전혀 기뻐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 금강불패를 얼마나 많은 무사들이 탐내는지 알아야 하네.”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경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자네가 지금 한창 기세를 떨치니 대놓고 자네와 맞서는 자는 없을 걸세. 주변 사람들이 잘 보고, 스스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해. 허점을 잡히면 안 돼.”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위 공은 무적이 아니야.”

‘경성에 있는 강호 인사들이 내가 두법할 때 보인 강력한 전투력에 군침을 흘리고 있으면서도 감히 나한테 눈총을 주지는 못하지……. 게다가 강호의 우두머리들은 천인 간의 전쟁을 구경하러 오지 않을 테니, 당연히 두법의 일을 모를 테고……. 회경의 뜻은 아주 분명하다. 경성에서 나의 금강불패를 노릴 수 있는 자가 얼마나 있을까?

문관은 아마 내 금강불패를 노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저택에서 키우는 무사와 심복에게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필경 직접적이거나 필수적인 이익이 아니므로 문관들이 과하게 열중하지 않을 것이다. 훈귀와 군대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허칠안은 간곡하게 말했다.

회경이 몇 마디 잡담을 더 나누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지난번에 자네가 내게 준 화본을 내 곁의 궁녀들이 보았는데 말하는 바에 의하면 아주 재미있다고 하더군. 본 공주는 그런 서책들을 보지는 않지만, 궁녀들이 참지 못하고 여러 번 부탁하더구나……. 후속은?”

“마마께서 원하시면 며칠 뒤 제가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회경은 약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것 없네. 몇몇 궁녀가 보고 싶다는 것뿐이야. 음, 내일로 하지.”

‘급하지 않다며. 무척 급해 보이는데……. 알겠어. 오늘 돌아가서 호구 종리한테 글을 쓰라고 할게…….’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댔다.

허칠안은 몇 마디 한담을 나눈 뒤, 핑계를 대고 회경공주에게 작별을 고했다.

* * *

그는 먼저 궁성 밖으로 돌아가 우림위의 통전을 기다린 후에야 다시 궁에 들어가 소음원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허 대인, 멈추십시오!”

시위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서더니 말했다.

“임안공주마마께서 오늘은 손님을 만나지 않는다고 명하셨으니 돌아가십시오.”

“임안공주마마가 나를 초대하셨으니 통전하러 가면 알 것이네.”

한데 시위가 이렇게 강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허 대인, 소직을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 돌아가십시오.”

‘궁 안에서 시위를 구타하는 건 대역죄지. 너 이 자식 운이 참 좋구나……. 내가 회경의 덕형원에 먼저 갔다는 걸 알아서 임안이 화가 난 건가?’

허 색마는 생각하는 사이에 이미 대응책이 떠올랐다. 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

“분명히 마마께서 나를 초대하셨네. 자네가 통전하러 가지 않으면 자네를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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