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59화 (359/712)

359화. 환호

“아미타불, 허 시주의 집념이 이렇게 깊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틀림없이 불문에 귀의한 후에는 도리어 불심이 더 맑아질 겁니다.”

도액 나한은 두 손으로 합장했다.

임안은 도액 나한을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차양막 밖으로 걸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중놈에게 무릎 꿇지 마. 개자식, 서 있어!”

불경 안, 허칠안의 어깨는 피투성이고 목뼈는 희한한 각도로 굽었다. 그의 고통이 장외에 있는 모든 이의 눈에 선명하게 비쳤다.

어떤 집념이길래 이러한 중압감을 견디면서도 무릎을 여전히 굽히지 않는가?

이 자가 허칠안인가?

이 자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방탕하면서 여색을 즐기는 허칠안인가?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순간 공연히 가슴이 뛰었다.

갑자기 차양막 안에 평복을 입은 어느 노인이 일어섰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소년의 의협심이 오도웅(五都雄)과 만났네. 간담이 서늘해지고 털이 곧추서네.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생사를 같이하네. 천금과도 같은 약속 꼭 지키세……. 이런 사(詞)를 지을 수 있는 자는 무릎을 꿇지 않네!”

장 순무였다.

허평지가 소리쳤다.

“칠안, 똑바로 서거라. 무릎 꿇지 말고!”

허영음이 갑자기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큰 오라버니……!”

위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를 대신해 다음 한마디를 마쳤다.

“무릎을 꿇지 말게.”

왕 재상은 일어서서 우렁차게 말했다.

“대봉의 무사는 무릎을 꿇지 않네!”

그때 군중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주먹을 치켜들며 울부짖었다.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이 순간, 그 발언이 도화선에 불을 지폈는지 둘러싸고 구경하던 백성들이 고취되었다.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하나, 둘……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라고 외쳤고, 한 아버지가 딸을 머리 꼭대기까지 높이 치켜들었다. 아이는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릎을 꿇으면 안 돼요!”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외쳤다.

“대봉의 백성은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차양막에서 장외까지, 귀족부터 백성들까지, 이 순간 자리에 있는 대봉 백성들은 공통된 소리를 냈다.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 * *

‘나 또 중생의 힘을 체험한 것 같은데…….’

의식이 몽롱한 사이에 순수한 생각이 그의 의식의 바다로 밀려들었다. 이 생각은 뒤죽박죽이면서도 거대했다.

그를 향해 하나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무릎을 꿇지 마십시오!

순간, 허칠안의 두 눈동자에서 전에 없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배회하는 고행자가 드디어 여명을 본 듯했다.

그는 여전히 등을 꼿꼿하게 펴지 못했지만, 귀신에 홀린 듯 팔을 치켜들었다. 마치 어떤 물건을 잡으려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어떠한 물건이 왔다.

같은 순간, 허칠안은 수천 수만 경성 백성들의 마음의 소리를 울부짖었다.

“나! 허칠안은 꿇지! 않는다!”

그 순간 청광이 허공을 가르고 왔다. 청광은 ‘우르르 쾅쾅’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필적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거리낌 없이 불경에 부딪혔다.

이 청광은 부름에 응해서 왔다.

불경 속, 하늘을 떠받치던 법상은 청광을 감지한 듯 불장을 거두고 비경에 부딪힌 청광을 내리쳤다.

맞붙는 순간, 청광과 금빛이 동시에 어두워지더니 1초간 잠잠해졌고 눈부신 청금광(靑金光) 덩어리가 폭발했다.

이어 그때서야 ‘우르르 쾅쾅’ 폭발음이 들렸고, 이에 놀란 경성의 백성들은 머리를 감싸고 허둥지둥 도망쳤다.

외장에는 광풍이 휘몰아쳤다.

하늘을 떠받치던 법상이 순수한 금빛으로 파열되어 불경으로 되돌아갔다. 그 청광은 즉시 사찰로 들어가 허칠안의 손에 떨어졌다.

그건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검은색 조각칼이었다.

허칠안은 천천히 허리를 곧게 펴고 조각칼을 꽉 쥐었다.

“중생 모두가 불(佛)이 될 수 있는데 왜 네게 무릎을 꿇겠는가?”

그는 이 말을 마치고 차분하게 조각칼을 찔렀다.

철퍼덕……. 불상의 눈썹이 갈라지고, 순식간에 그 틈이 온몸에 퍼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우르르 쾅쾅!

불상이 붕괴되는 동시에 불경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불산이 무너지고 하늘과 땅이 요동쳤다.

철컥!

도액 나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금빛 사발을 보았다. 마침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사발이 가루가 되었다.

이에 따라 불경이 환영처럼 깨졌다.

두 형체가 떨어져 나왔다.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않은 정사와 꿋꿋하게 서서 손에 조각칼을 쥐고 있는 허칠안이었다.

허칠안은 천천히 광장 전체를 훑어본 뒤, 눈꺼풀을 뒤집으며 의식을 잃었다.

기절 직전에 허칠안은 담비 모피 모자를 눌렀다.

이건 그의 존엄이었다.

온 장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 * *

관성루 꼭대기 층, 감정은 어느새 팔괘대에 나와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칠안 손안의 조각칼을 주시했다.

* * *

관성루 꼭대기 층, 감정은 어느새 팔괘대에 나와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칠안 손안의 조각칼을 주시했다.

‘자네 역시 그를 선택한 건가…….’

이 순간, 경성을 500년 동안 지키던 대봉 백성들 마음속의 ‘신(神)’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하하하…….”

원경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큰소리로 부르짖었고, 뒷짐 지고 대봉에서 제일 높은 건물 안에 서서 백성들의 환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는 대봉의 승리이자 그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불문이 그의 발밑이다.

“무릎을 꿇지 않았다니 훌륭해.”

원경제가 감탄하며 말했다.

“몇 년만인가. 경성에 여러 해 동안 이렇게 우수한 소년 호걸이 나타난 적이 없는데!”

* * *

“와아아아아아……!”

임안은 귀를 찌르는 비명을 지르면서 흥분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겼다. 회경, 개자식이 이겼어! 그는 나의 사람이야! 내 사람이라고!”

회경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않는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촉촉한 눈은 마치 사로잡힌 듯했다.

그녀는 아주 훌륭한 여인으로, 고귀하고 도도하다. 설령 장원이라고 해도 회경이 보기에는 그럭저럭이다. 경성의 수많은 호걸 중에 진정으로 회경공주를 탄복시킬 수 있는 건 위연 한 사람뿐이다.

원장 조위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지만, 그녀를 탄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순간, 회경은 허칠안의 여러 가지 행적을 떠올렸다. 세은 사건으로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놓고, 호부시랑 공자 주립을 음해하여 내재된 위험을 철저하게 없앴다.

이후 야경꾼에 합류하여 은라를 칼로 베고 투옥된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맡아 상백 사건을 조사했다……. 거의 독립적으로 운주 사건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백만 반란군 사이에서 전사하고 경성에 돌아와…… 복비 사건 조사를 명령 받는다.

그 사이 간헐적으로 후세에 전해질 만한 걸작을 세상에 나오게 하여 대봉 유림을 고취시켰다.

그리고 지금 사천감을 대신해 불문과 두법을 하였다. 칼을 두 번이나 빼 들어 강경하게 경성 백성들의 믿음을 되돌려 놓았다.

한 번은 도리를 논하여 보리수 아래 노승의 집념을 도화시켜 버젓한 2품 나한에게 깨달음을 주고 대승불법을 확실히 깨닫게 했다.

이어 청광이 하늘 너머에서 도착하여 일격에 법상을 무너뜨리고 나한의 법보를 쳐부쉈다.

회경은 지금껏 이렇게 뛰어난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 여태껏 없었다.

안식구들은 환호했고, 문무백관들은 크게 웃었다……. 폭발하는 듯한 환호성 속에서 허평지는 녹초가 되어 의자에 주저앉았다. 마치 힘을 다 빼앗긴 듯했다.

하마터면 그가 키워 온 조카를 불문에게 빼앗길 뻔했다.

경성 백성들의 들끊는 환호와 끓어오르는 함성 속에서 오히려 진짜 주인공인 허칠안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없었다. 허신년만이 묵묵히 걸어가 큰형을 업었다.

‘결국 나 혼자서 모든 것에 맞섰군…….’

허신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허칠안을 업고 야경꾼 무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허칠안이 손에 꽉 쥐고 있는 조각칼을 힐끗 보았다.

‘이건 뭐지? 조각칼 같은데?’

외형을 보면 옛날 지식인들이 사용하는 ‘붓’ 같았다. 그때는 아직 종이가 없어서 문자를 죽간에 기재했다. 지식인들은 손에 조각칼을 쥐고 죽간 위에 천하를 다스릴 만한 재주를 적었다.

‘어디서 난 조각칼이지…….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몰래 가져가야지!’

허신년은 좀 탐이 났다. 지식인들은 이런 옛 물건에 아주 쉽게 넘어간다.

도액 나한은 넋이 나간 채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결코 금빛 사발 법기가 훼손된 게 마음 아파서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선천적으로 총명한 불자가 불문에 귀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

“사숙조…….”

정진 승려는 허신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의 어깨 위에 있는 허칠안을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허 시주는 하늘이 내려주신 불문의 천재이자 대승불법의 창시자입니다. 사숙조께서는 그를 꼭 서역으로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도액 나한은 한참을 침음하더니 길게 탄식했다.

“됐네, 인연이 아직 오지 않았어.”

정진 승려는 달갑지 않았다. 그는 마치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관성루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가 결국에는 침묵을 선택했다.

* * *

불문과 사천감의 두법이 끝났지만, 아주 훌륭한 이번 성회(盛會)의 여운은 여전히 계속됐다.

어느 주루 안. 낡은 쪽빛 적삼을 입은 중년이 텅 빈 술 주전자를 손에 들고 문턱을 넘어 1층 대청으로 들어가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주인장, 듣자 하니 자네에게 두법의 일을 얘기하면 무료로 술을 한 주전자 준다지?”

염소수염을 깎지 않고 기르는 주인장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술 마시면서 얘기해도 됩니다요. 저희 가게에서 땅콩 한 접시도 공짜로 드립니다요.”

중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본래 술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서 마실 생각이었지만, 주인장이 주는 게 실로 너무 많아서 말했다.

“좋네. 그럼 여기서 마시지. 자, 땅콩을 가져오게.”

주인장은 손짓하여 심부름꾼을 불렀다. 낡은 쪽빛 적삼의 중년에게 술 한 주전자와 땅콩 한 접시를 주라고 했다.

쪽빛 적삼의 중년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땅콩 두 알을 집어 입에 넣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 불문 나한이 금빛 사발을 바닥으로 내던지자 갑자기 정세가 급격하게 변했네. 세찬 천둥이 뒤엉키고 하늘이 불경으로 바뀌었지. 불경 안에는 총 네 개의 관문이 있는데 첫 번째 관문은 팔고진이라고 했네. 이 진은 아주 대단했네. 말하는 바에 의하면 불문 고승이 불심을 연마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두 번째 관문은 금강진이라고 하네. 주인장, 금강을 지키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중년은 주인장을 흘겨보았다.

“남성의 그 승려 아닙니까?”

가게의 심부름꾼이 비웃었다.

“그러니까, 승려 아닌가?”

탁자 가장자리의 술손님이 맞장구쳤다.

“다 아는군…….”

쪽빛 적삼의 중년은 어리둥절했다.

“우리 허 은라한테 단칼에 베인 거 아닌가? 무슨 금강불패인가. 전부 종이호랑이일 뿐이지. 퉤.”

말을 하는 술손님의 표정은 경성 인사의 오만함으로 가득했다.

하루 전에 정사 승려를 언급할 때 그들은 격분하여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대봉에 고수가 넘쳐흐르는데 설마 승려 하나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그들은 무능하게 격분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금강 승려를 언급하자면, 설령 시정의 백성들일지라도 거만하게 가슴을 꼿꼿이 펴고 하찮다는 듯 비웃었다.

‘그쯤이야.’

이는 모두 허칠안이 두법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되찾아온 체면이고, 조금씩 다시 세운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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