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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58화 (358/712)

358화. 무릎을 꿇지 않다 (2)

같은 구역, 금라 9명은 마음이 레몬을 먹은 것처럼 시려 위액이 솟구쳤다. 4품 무사로 강대한 그들 역시 금강불패에 군침을 흘렸다.

전투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라면 가장 단단한 자가 이길 수 있다.

‘금강불패라…….’

위연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막을 따지지 않았다. 허칠안이 무도에서 용맹하게 나아갈 수만 있다면 좀 뒤죽박죽이더라도 좋았다.

문관들의 반응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들은 어쨌거나 무도를 닦는 자들이 아니니 속으로 허칠안의 어마무시한 천부적인 자질에 감탄했다.

반면 무장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가슴이 쓰렸다. 그들은 허칠안을 질투하고 위연을 질투했다.

위연이 이렇게 뛰어난 무도 종자를 발견했다니 말이다.

“아버지, 오늘 이후에 어쩌면 더는 사람 구실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허신년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기뻐하던 허평지가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아버지가 형님 같은 무도 천재를 길러내셨기 때문이죠.”

허신년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무릇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아버지를 칭찬할 거예요.”

“하하하하!”

허평지는 박장대소했다.

허영월은 영광스러웠다. 그녀는 한껏 거만한 얼굴로 가슴을 꼿꼿하게 폈다. 이 사람이 그녀의 큰 오라버니다!

* * *

“헤헤헤.”

임안이 눈썹을 구부리고 웃었다.

“기뻐하긴 너무 일러. 아직 법상이 하나 더 남았다고.”

회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 * *

항원은 주루 꼭대기에서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금강 신공이라…….”

“됐군요.”

초원진은 대머리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허칠안을 찾아가서 금강불패를 구걸하십시오. 대사의 무승의 길이라면 더 멀리 나아가 3품 금강으로 승직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그 집념의 노승이 허칠안에게 한 일장 연설을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초원진은 지혜로 8품 무승의 다음 품계가 3품 금강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해 냈다.

환호와 격려 소리 사이로 도액 나한이 불호를 외웠고,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번 관문은 수나문심(修羅問心)입니다.”

‘수나문심?’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다들 불산 비경에서 시선을 옮겨 도액 대사를 응시했다. 그중에는 위연과 왕 재상 그리고 관성루 꼭대기 층의 원경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나의 불문 고사로…….”

도액 나한은 생동감 있게 얘기를 시작했다.

전하는바에 의하면 부처가 서역에서 종파를 세울 때 서역은 ‘수나(修羅)’라는 이름의 오랑캐 집단이 차지했다. 수나족(修羅族)은 잔인하고 호전적으로 야만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근거지를 쟁탈하기 위해 불문의 승려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했다.

부처는 이 사실을 안 후, 직접 수나족의 근거지로 가서 사흘 밤낮을 좌선했다. 그는 어떠한 구타에도 절대로 반격하지 않았다.

잔인한 수나족은 즉시 무기를 더했다. 칼을 내리쳐 피부가 찢기고 터지고 선혈이 흥건했지만, 피와 살에서 낭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자루의 칼로 내리치니 피부가 찢기고 터져 피와 살에서 금빛이 빛났다.

3600번 칼로 내리친 후에 부처는 평범한 몸뚱어리를 벗어 버렸고, 금신법상이 나타났다.

수나족들은 사흘 밤낮으로 부처를 찍으면서 자신을 확실히 깨달았다. 큰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는 살의를 내려놓고 불문으로 귀의했더랬다.

구경하던 시정의 백성들은 흥미진진하게 들었지만, 왕 재상 등의 권력가와 세습 귀족들은 안색이 변했다.

사찰 안에는 당연히 부처가 없겠지만, 이 관문이 ‘수나문심’이라 명명된 이상, 그 효과는 반드시 부처가 수나족을 도화한 것과 같아야 할 것이다.

흉악하고 잔인한 성격에 야만스러운 생활을 하는 수나족조차 도화할 수 있는데 허칠안 하나를 도화하지 못할까?

이와 동시에 사찰에서 눈을 가늘게 뜬 금강법상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불법의 위엄은 순식간에 산이 무너지고 해일이 이는 듯 억제할 수 없는 힘을 폭발시키며 허칠안을 삼켰다.

허칠안이 본 불광, 끝없는 불광, 이 불광은 결코 인자함을 느끼게 하지 못했고 도리어 포악하고 사나운 인상을 주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의지를 꺾고, 그의 마음을 바꿨다.

“인생의 여덟 가지 괴로움은 무의미하다. 불문에 들어오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귀결이다…….”

“나는 대승불법의 창시자다. 불문은 내가 발전하기에 더 적합하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정말 저속한 무사로만 살아가는 걸 기꺼이 원하는가?”

생각이 하나씩 스치는 사이, 그가 불문의 여러 장점을 간곡히 나열하는데 하필이면 허칠안은 아주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사상은 변한다. 아마 오랜 세월을 들여 변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허칠안은 고작 한순간에 본심을 바꿨다.

불문을 동경하고 또 불법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교방사의 기녀들조차 향기롭지 않아졌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칠안은 일어서서 천천히 흑금장도를 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비 모피 모자 위를 눌렀다…….

‘제기랄, 벗으면 안 돼. 벗으면 안 돼!’

거대한 수치심이 그에게 ‘자아’를 조금 되찾아 주었다.

그는 칼을 뽑고, 모자를 벗고…… 스스로 머리를 깎고 중이 되려 했지만, 결정적으로 머리카락이 없었다. 담비 모피 모자를 벗으면 그의 둥글고 빛나는 대머리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 까발려진다.

* * *

“빈승이 대봉을 방문한 일은 정말 한평생 가장 옳은 결정입니다.”

미소를 머금은 도액 나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 들어도 통쾌한 그의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대승불법을 깨닫고, 더욱이 선천적으로 총명한 자질을 갖춘 불자를 얻게 되다니요. 아미타불, 하늘이 불문을 돕는군요.”

사람들은 분노했다.

오히려 경멸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들 긴장하여 숨을 죽인 채 온 정신을 집중하여 허칠안을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라도 허칠안이 발버둥 치며 ‘수나문심’에 맞서 싸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버텨, 버텨…….”

임안은 아리따운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비틀어 짜며 바가지를 긁었다.

회경의 눈동자가 다소 커졌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고집이 생겼다. 이 고집을 두 글자로 바꾸면 ‘안 돼’였다.

허평지는 일어서서 조카와 함께 힘을 내는 듯 두 손에 주먹을 쥐었다.

“자네는 그가 승려가 되는 건 개의치 않는 듯하네.”

평범한 자태의 부인이 힐끗 보더니 말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전부 긴장하여 분노하는데 유독 사촌 동생만 호색가를 보지 않고 오히려 도액 나한을 매섭게 주시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신경 씁니다만.”

허신년이 말했다.

“그럼 어째서 줄곧 도액 나한을 주시하는 거지?”

“저는 어느 각도에서 그를 칼로 찔러야 하는지 생각 중입니다.”

* * *

관성루 꼭대기에서 원경제는 갑자기 돌아서서 비경 속의 허칠안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감정, 짐은 허칠안이 불문에 들어가 불가의 제자가 되는 일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무슨 방법을 쓰든지 반드시 저지해야 합니다.”

감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폐하께서는 제왕이십니다. 일개 은라에 신경 쓰실 필요 없지요.”

“안 됩니다!”

원경제는 딱 잘라서 거절하고 화를 잔뜩 내며 말했다.

“대봉에 어렵사리 타고난 기재가 나왔는데 어찌 불문이 도화하게 놔둘 수 있단 말입니까. 설령 천기반을 잃는다 해도 감정께서는 반드시 그를 저지해야 합니다.”

감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안심하십시오.”

그는 술잔을 쥐었다. 잔 속의 잔잔한 술에 해와 달, 산과 강이 비쳤고 백성이 비쳤다.

감정은 마치 힘을 비축하는 듯했다. 그의 쭈글쭈글한 손바닥에 핏줄이 돋아났다.

금강경을 손에 얻었으니 그는 목적을 달성했다. ‘수나문심’ 관문은 반드시 외부의 힘이 있어야만 저지할 수 있다. 허칠안의 능력만으로는 불법의 관정(*灌頂: 불문에 들어갈 때 물이나 향수를 정수리에 뿌리는 의식)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이때, 감정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건 운록서원 방향이었다.

* * *

“아, 개자식이 저항하는구나!”

임안은 흥분해서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불경 안, 사찰 내부에서 허칠안은 담비 모피 모자를 누른 손을 내렸다. 담비 모피 모자는 여전히 머리에 쓴 채였다.

그는 짧은 시간 사이에 자아 의지를 얻어 불문에 들어가는 데 저항했고, 주입해 들어오는 사상을 거부했다.

후……. 숨을 뱉는 이 소리는 장외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였다.

도액 나한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불문에 귀의해야만 고해를 벗어나고 불로장생할 수 있습니다. 불로장생해야만 다른 사람을 도화할 수 있고요. 분명 대불근이 있는데 왜 이렇게 잘못된 길을 계속 가는 겁니까?”

허칠안의 저항은 마치 불상의 진노를 불러일으킨 듯했다. 불산의 안개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땅에 우뚝 서서 하늘을 떠받치는 금신 법상으로 응집됐다.

마치 온 천지의 모든 사물처럼 만사(萬事)와 만물(萬物)이 보잘것없이 작아지고 운무는 그의 주변을 감돌았다. 법상의 얼굴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높은 하늘에 숨겨져 있었다.

사찰은 법상의 손바닥만큼도 크지 않았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법상이 천천히 고개를 떨구고 사찰을 바라보았고, 그 뒤 서서히 거대한 불장(佛掌)을 뻗었다.

아래로 눌렀다!

사찰 안에서 허칠안은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큰 산이 어깨 위를 압박하는 듯했다.

산을 밀치고 바다를 뒤집어엎을 정도의 압력이 그를 무릎 꿇게 했다.

‘꿇으면 안 돼, 꿇으면 안 돼…….’

허칠안의 마음에 경고의 조짐이 보였다. 그는 이번에 꿇으면 다시는 돌아올 길이 없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또 다른 자신으로 변할 것이다. 부처를 숭상하고 부처에게 절하는 허칠안으로 변할 것이다.

* * *

사찰 밖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법상의 법장이 다시 아래로 내리눌렀다.

투두둑……. 허칠안 온몸의 뼈가 콩을 볶는 듯한 소리를 냈다. 척추뼈가 은근히 밖으로 튀어나와 수시로 살을 찔렀다.

그의 머리는 더욱 낮게 파묻혀서 도저히 바로 일으킬 수 없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건 무릎을 구부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꿇지 않아, 꿇지 않아, 꿇지 않아! 설령 불(佛)을 믿는다 해도 내가 기꺼이 원해서 믿는 것이지, 누구도 나를 길들일 수는 없어.’

고개를 숙인 허칠안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땀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충혈된 두 눈,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온 힘을 다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압력에 필사적으로 맞섰다.

그는 입을 벌리고 고집스럽게 내뱉었다.

“꿇지 않아…….”

* * *

운록서원 아성전, 짙은 청기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대전 전체가 다시 한번 흔들렸다.

서원 안, 서생과 학자들은 고개를 들거나 방을 걸어 나가 아성전 방향을 멀리 바라보았다.

대전 안에 청광이 연이어 반짝이자 원장 조위와 대유 셋이 동시에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선배님이 왜 다시 흔들렸지?”

장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아성 조각상 머리 꼭대기에 걸려 있는 붉은 나무 상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진동이 아주 강렬하여 안에 있는 물건이 간절하게 나오고 싶어 하는 듯했다.

“또 누군가 중생의 힘을 동원한 건가?”

이모백이 믿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

원장 조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공수하며 말했다.

“선배님 안정을 되찾으시지요.”

웅웅웅……. 어찌 짐작했겠는가. 붉은 나무 상자의 진동이 점점 더 격렬해졌다.

이를 본 대유 셋은 즉시 호연정기(浩然正氣)를 뒤흔들어 원장 조위와 손을 맞잡고 붉은 나무 상자를 제압한 뒤 공수하며 말했다.

“선배님 안정을 되찾으시지요.”

붉은 나무 상자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곧바로…….

펑!

붉은 나무 상자가 폭발하고 아성전 내의 청광이 진동했다. 원장 조위와 대유 셋은 가슴을 부딪쳤는지 피를 마구 뿜으며 일제히 날아갔다.

원장 조위는 아성전으로 되돌아왔고, 시선은 청광을 따라다녔다. 청광은 뭇 산을 스치더니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

경성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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