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화. 새로운 사상의 흐름
‘알고 보니 이 세계의 불문은 3491년 존재했구나. 그럼 왜 대승불법이라는 사상의 흐름이 아직 생겨나지 않은 거지?’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결론을 얻었다. 구주 세계는 힘을 숭상하고 경지를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주먹이 큰 사람이 우두머리다. 이렇기에 사상의 발휘를 억눌렀으리라.
하지만 그의 전생은 모두가 평범하게 태어났기에 도리어 사상적인 갈등으로 끊임없이 부딪혔다.
환경이 다르니 발전 방향 역시 달라진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네게 무엇이 대승불법인지 제대로 얘기해 주겠다. 음, 내가 이해하는 대승불법은…….’
허칠안은 나지막이 말했다.
“천하의 불문 제자들 눈에 부처가 불(佛)이 아니라 불(佛)이 부처인 게지요. 제가 보기에 이런 생각은 정말이지 우습습니다.”
이 말은 꽤 까다로운 발언이어서, 장외의 불문 승려들을 제외하고는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정진 승려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디가 우습다는 겁니까? 반드시 제대로 말해야 할 겁니다.”
도액 대사는 그를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옮겨 허칠안을 다시 바라보았다.
“당연히 우습지요. 사천감의 술사로 얘기해보시죠. 감정은 1품 술사이지만 1품 술사는 감정이 아닙니다. 아마 공감이 되겠지요? 하지만 당신들 불문 눈에는 불(佛)이 부처라고 하니 아주 우습고 이상하지 않습니까? 설마 불(佛)이 어느 누군가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지고한 과위를 대표하면 안 됩니까?”
이 말은 실로 대역무도했다. 부처는 불문의 개종 시조로 유일한 불(佛)이자 그들이 엎드려 절해야 하는 존재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신선 급의 인물이 유일한 불(佛)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허칠안의 말이 확실히 일리가 있어서 불문의 모든 승려가 순간 반박할 수 없었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므로 대사께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불(佛)입니까? 힘을 얻기 위한 방식입니까? 아니면 일종의 사상입니까?”
도액 대사의 표정은 여전히 엄숙했지만, 눈빛에는 분노가 사라졌고 도리어 진지하게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다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의 구별이 생겼다는 말씀입니다.”
허칠안은 명확하게 말했다.
밑에 있는 승려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고, 가슴을 긁는 듯 괴로웠다. 그들은 허칠안의 이론을 단숨에 다 듣고 싶었다.
관성루, 팔괘대. 감정은 눈을 부릅뜨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지 같은 놈, 아무 말이든 막 하는구나. 망했다, 망했어…….”
원경제가 돌아보며 물었다.
“감정,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감정이 웃으며 말했다.
“폐하, 허칠안이 폐하께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원경제는 이해하지 못하여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감정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위연은 천천히 일어난 뒤 늘어진 소매 속에서 두 손을 주먹 쥐었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했다.
“대단하구먼…….”
왕 재상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대단하다니?!’
왕 소저는 의아해하며 쳐다봤다. 그녀는 뭐라 묻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온 정신을 쏟는 모습을 보더니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을 뱃속으로 삼켰다.
“지금의 불문은 힘을 숭상하고 품계를 근간으로 합니다. 불(佛)을 수행하는 모든 이의 목표는 전부 과위 혹은 나한 혹은 보살이 되는 것이지요. 솔직히 터놓고 얘기하면 자신만을 구제하는 셈이지요. 중생 구제는 여전히 뒷전입니다. 도액 대사, 제 말이 맞습니까?”
도액 대사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양손을 합장했다.
이는 묵인이었다.
“이렇듯 힘을 숭상하고 품계를 근간으로 하고 부처를 불(佛)로 삼는 이런 일을 소승불법이라고 합니다.”
허칠안은 허공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액 대사, 불문의 고승 여러분. 제 말이 맞습니까?”
한 승려가 반박했다.
“만약 이것이 소승불법이라면 그럼 무엇이 대승불법입니까? 대인이 말한 중생 모두 불(佛)이라는 뜻 아닙니까? 정말이지 황당무계하군요.”
“터무니없다고 생각되시는 이유는 승려께서 수행한 것이 소승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품계를 숭상하고 이는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 마음을 숭상한다면요?”
“마음을 숭상한다?”
도액 대사는 불호를 외더니 양손을 합장했다.
“시주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여러분은 세상에 불(佛)은 하나뿐이니 불(佛)이 곧 부처고, 사람은 불(佛)이 될 수 없어 보살이나 나한 과위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부처가 설마 날 때부터 불(佛)이었을까요?”
허칠안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 모든 사람에게는 불성이 있습니다. 다만 속세의 혼탁한 기운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도를 닦고 난 후 자아를 비추어 보면 모두가 불(佛)이 될 수 있습니다. 대사, 불성을 발견하셨다면 이미 불(佛)입니다!”
우르르 쾅쾅!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고 어렴풋이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도액 대사의 온몸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니 천지의 기이한 현상과 서로 호응하였다.
불문에서는 이를 깨달음이라 한다.
‘불성이 있다면 이미 불(佛)이다, 불성이 있다면 이미 불(佛)이다…….’
도액 대사는 묘한 상태에 빠져 넋을 잃었다.
어느 목소리가 그의 마음속에서 아우성쳤다.
‘왜 부처가 불(佛)인가, 왜 나는 불(佛)일 수 없는가. 아니, 모든 사람은 불(佛)이 될 수 있다.’
이 불(佛)은 수련 체계의 불(佛)이 아니라 내면의 불(佛)이었다.
허칠안의 말은 다른 사람이 듣기에 어쩌면 다소 일리가 있는 발언 정도일지 몰랐다. 하지만 도액 대사처럼 불(佛)을 여러 해 동안 수행한 사람의 귀에는 그야말로 귀가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었다.
불(佛)이 정말 힘을 숭상할 수밖에 없는가?
불(佛)이 정말 부처일 수밖에 없는가?
얼마나 편협한가.
만약 이렇다면 불광이 구주를 두루 비춘다는 건 허황된 말이다. 모든 사람이 불(佛)이 될 수 있어야만 구주는 진정한 불광이 두루 비출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불법이다.
부처는 불문 체계의 최고봉이지만 불법은 부처에 국한되면 안 된다.
대승불법의 이념이 나타나고, 새로운 사상의 흐름이 생겼다…….
* * *
다른 승려들은 참뜻을 깨닫지 못했으나, 각자의 깨달음은 생겼고 심지어 탁 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불법을 살펴보고 새로운 사상의 경지를 들여다보았다.
그중 정진 대사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그 속에 도취하였다.
* * *
야경꾼 구역, 금라들은 갑자기 낮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차양막 밖으로 걸어 나온 위연이 낸 소리였다.
“잘 깨달았네, 잘 깨달았어!”
위연이 또박또박 말했다.
“훌륭하다, 훌륭해!”
왕 재상도 수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무슨 뜻이지? 직위가 가장 높은 이 두 권력자는 뭐가 웃긴 거지? 도액 대사가 참뜻을 깨달은 게 무슨 기뻐할 만한 일인가? 불문과 대봉이 동맹이기는 하나 현재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형세로 서로 힘을 겨루며 두법하지 않는가. 반은 적인 셈이다.’
문무백관들은 결코 기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 * *
관성루 꼭대기, 팔괘대.
원경제는 박장대소했다. 전에 없던 통쾌함이었다.
“허칠안이 대승불법의 이념을 제시했습니다. 도액 대사가 참뜻을 깨닫지 않았으면 모를까, 기왕 깨달았으니 뒷날 서역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대승불법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세라면 분명 대․소승불법의 관념 충돌이 야기될 것입니다. 그때 가면 끊임없는 논쟁은 고사하고 일단 분열이라도 생기면……. 하하하하하.”
그는 여러 해 동안 이렇게 통쾌하게 웃은 적이 없었다.
힘이 비등해야만 맹우가 될 수 있다. 한쪽이 점점 강대해지고 다른 한쪽이 점점 쇠약해지면 틀림없이 겉과 속이 다른 관계가 될 것이다.
현재 대봉과 불문이 바로 이런 상태다. 대봉 변방이 남북 오랑캐에게 침략당했음에도 불문은 수수방관했다.
만약 추후 불문에 분열이 생긴다면 분열된 쌍방 모두 자신을 지지해 달라며 대봉을 쟁취하려 할 것이다. 대봉은 지위를 높일 수 있으면서도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감정의 말씀이 맞습니다. 역시나 큰 선물이군요. 좋습니다. 허칠안이 준 큰 선물에 짐은 아주 만족합니다.”
* * *
차양막 안, 적잖은 귀족이 놀라서 허둥대며 고개를 들고 사천감 건물 꼭대기를 쳐다보았다.
“폐하의 웃음소리인가?!”
“폐하가 왜 웃고 계시지? 뭐가 우스우신 건가? 이상하군. 위 공과 왕 재상께서도 비정상적이고 폐하 역시 비정상적이네.”
* * *
“대승불법, 대승불법…….”
넋이 나간 항원 승려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 역시 불(佛)이 될 수 있다. 무승 역시 불(佛)이 될 수 있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불(佛)이 될 수 있는 말이다. 중생을 구제하고 불성이 있으면 바로 불(佛)이다.”
* * *
“개자식이 뭐라고 했어?”
임안은 눈을 크게 뜨고 회경을 쳐다봤다. 그녀도 뭔가 대단하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박학다식한 회경에게 물었다.
“그가 뭐라고 한지 나는 모르겠지만 어떤 뒤탈이 생길지는 알겠어.”
회경이 말했다.
“뒤탈?”
임안은 도화안을 깜박거렸다.
“앞으로 불문은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으로 나뉠 거야.”
회경이 웃음기를 띠며 말했다.
* * *
같은 시각, 허신년이 금라들에게 설명했다.
“앞으로 불문은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으로 나뉠 겁니다.”
금라들은 순간 눈을 부릅떴다. 너무 명확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이미 허신년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위 공이 왜 웃음을 터뜨렸는지도 알았다.
깜짝 놀란 강율중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하여 떨림으로 가득했다.
“이, 이거, 불문이 성가시겠군. 허칠안이 무슨 짓을 했나? 그가 무슨 짓을 한 게야? 하하하하.”
‘몇 마디 말로 불법을 대승과 소승으로 나누다니……. 허칠안이 대단한 일을 했군……. 위 공, 이 모든 걸 예상하셨습니까?’
* * *
평범한 자태의 부인의 두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녀는 불문을 싫어했다.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일부러 6품 무사를 파견해 정사 승려와 겨루게 했다.
목적은 불문의 기세를 꺾는 일이었다.
애석하게도 수하에 있는 놈들이 변변치 않아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상대의 디딤돌이 되었다.
오늘 야경꾼 구역에 섞여 두법을 관람한 건 구경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불문 사람들이 굴복하고 그들의 두법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허칠안이 아직 이기지는 않았지만 이 놀라움과 기쁨은, 부인이 집으로 돌아가 침상 위를 기분 좋게 구를 정도는 됐다.
‘그는 정말 재주가 있어…….’
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 * *
그리고 이때, 귀족 중에서 누군가 천천히 현묘한 이치를 음미하였다.
그런 놀라움과 기쁨은 숨기기 어려웠다.
문무백관이 허칠안을 다시 봤을 때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자는 비록 환관당이고 미움을 사지만, 항상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나서면 모든 일이 뜻밖에도 안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