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55화 (355/712)

355화. 대승불법(大乘佛法) (2)

“그가 왜 웃지? 실성한 거야?”

장외에 있는 사람들이 망연히 고개를 들고 불문의 보리수 아래서 미친 듯이 웃는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패배를 인정하려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걱정하며 말했다.

불문 사람들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은 허칠안이 왜 그렇게 박장대소하는지 알지 못했다.

차양막 안의 문무백관, 안식구, 금군 등 모든 이들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허칠안과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은 걱정이 들었다. 그들은 그가 무슨 자극을 받아 갑자기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까 봐 두려웠다.

원경제는 감정 옆에 서서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고 그림 속에서 미친 듯이 웃는 허칠안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돌아서서 감정을 힐끗 보았는데 뜻밖에도 감정이 더는 술을 마시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허칠안을 바라보는 걸 발견했다.

위연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두드렸고, 불산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시주께서는 어찌 웃으시는지요?”

보리수 아래 노승이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물었다.

허칠안은 배를 움켜쥔 채 간신히 웃음을 그치고는 오만불손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저는 편협한 불문, 위선적인 부처 때문에 웃었습니다.”

시건방지다!

노승은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보리수가 저절로 움직였다.

장외, 시종일관 감정이 없던 도액 나한의 표정이 드디어 어두워졌다.

도액조차 이러한데 불문의 승려들은 더욱이 언급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허칠안의 한 마디에 보리수 아래 있던 노승은 격한 분노를 가라앉혔다.

“대사, 대사께서는 불문의 지고한 경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계신 거 아닙니까? 그럼 제가 대사께 알려 드리지요!”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힘이 넘쳤다.

노승의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저는 불법의 수준이 높고, 나한과 보살 모두 가슴속에 자비를 품고 있는 자들인 줄 알았는데 오늘에서야 알고 보니 그저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자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불문에서 수행하는 게 소승불법이더군요.”

허칠안은 큰 소리로 말했다.

소승불법?!

이건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였다. 장외에 있는 승려들은 분노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궁금증이 생겼다. 소승불법이 있는 거면 대승불법도 있는 거 아닌가?

“흥, 무슨 소승불법인가. 분명 우리 불문을 폄하하려 그가 일부러 막 지껄이는 걸세.”

“일개 무사가 무슨 불법을 이해한단 말인가. 심지어 제멋대로 대승, 소승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니. 사숙조, 이자는 우리 불문을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가벼이 용서하면 안 됩니다.”

물론 화가 난 승려들은 입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허칠안을 비난했다.

* * *

“대사, 대사께서는 어디서 오신 고승인지요?”

“서역입니다.”

“불문의 승려들은 왜 도를 닦습니까?”

“과위를 증명받고, 고해를 벗어나기 위함이죠.”

“이게 바로 소승불법입니다. 수행은 오로지 자신을 위함이고, 과위를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죠.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지는 않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노승은 어리둥절했다. 이번에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물었다.

“시주의 말씀은 이것이 소승불법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대승불법은 무엇인지요?”

“대사께서는 서역의 고승 아닙니까? 대사는 구주의 고승이자 천하의 고승이지요. 출가인이 수행하는 것 역시 스스로 고해를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천하의 백성들이 고해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400년 전, 왜 유가가 멸불하려 했을까요? 멸한 건 불(佛)이 아니라 불문 즉, 소승불법입니다. 소승불법은 결국 종파(宗派)에 국한됩니다. 대승불법이어야만 중생을 구제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대승불법일까요?”

노승은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눈에 더 이상 욕심과 욕망이 보이지 않았고, 담담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확실히 동요가 전해졌다.

“대승불법이 무엇입니까?”

장외, 호흡이 가빠진 불문의 승려들이 허칠안을 죽자사자 노려보았다.

“왜 불(佛)에는 한 사람뿐입니까?”

허칠안은 질문했다.

노승을 포함한 모든 승려들은 갑자기 호흡이 턱 막혔다.

도액 나한은 마치 그가 무얼 얘기하려고 하는지 안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허칠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말했다.

“천하의 중생이 모두 불(佛)입니다. 삼세십방(*三世十方: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방면을 가리킴)에는 수많은 불(佛)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승불법입니다. 무슨 근거로 세상에 불(佛)이 하나뿐이란 말입니까!”

마치 청천벽력 같았다!

‘천하의 중생이 모두 불(佛)이라니…….’

노승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굳었다.

“천하의 중생이 모두 불(佛)이다……. 천하의 중생이 모두 불(佛)이다…….대승불법, 대승불법……. 만약 대승불법이고 중생이 모두 불(佛)이라면 유가가 멸불을 할 수 있을까?”

정진 승려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그는 마치 인생을 부정당한 듯했고, 불심에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수행한 건 소승불법이다. 내가 수행한 건 소승불법이야. 하, 하하하하……. 알고 보니 중생이 모두 불(佛)이 될 수 있구나. 맞다, 중생은 모두 불(佛)이다. 이것이야말로 대승불법이다…….”

갑자기 한 승려가 발광했다. 그는 광기 어린 얼굴로 미치광이처럼 군중에게 달려들었다.

불심이 산산조각 났다.

도액 나한은 양손을 합장하고, 새벽 종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번뇌를 덜면 불심은 맑고 깨끗해집니다.”

발광하던 승려들은 누군가에게 몽둥이로 호되게 얻어맞은 듯 굳어진 몸으로 천천히 앉아 가부좌를 틀고 좌선했다.

그들은 여전히 발악하는 표정이었지만, 방금처럼 실성하는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도액 나한은 눈빛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불산의 비경을 바라보았다. 가로세로로 깊게 파인 그의 얼굴에 보기 드물게 분노가 일었다.

* * *

‘역시 보살이 베어 낸 집념답군. 고작 개념만 제시했을 뿐인데 거의 깨달은 듯하군! 구주의 불문은 더욱이 힘과 과위를 근본으로 하고 그다음이 불법이겠지……. 아마 내 전생의 소승불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대승불법보다 낮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대승불법이라는 개념이 없을 거야.’

허칠안은 얼빠진 채로 약간의 깨달음을 얻은 듯한 모습을 한 노승을 보더니 이번 관문도 안정됐겠다고 추측했다.

* * *

“방금 무슨 일이지? 승려가 왜 갑자기 실성한 거야…….”

“설마 방금 그 은라가 늘어놓은 말 때문인가?”

“고작 몇 마디에 이런 위력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완전 터무니없는 말인데 말이야.”

보통 사람은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에 관한 개념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승려의 갑작스러운 발광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결코 모든 사람이 승려들이 발광하기 전에 한 말을 들었던 건 아니었다.

바로 이때, 보리수 아래의 노승이 눈을 뜨고 큰 깨달음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온몸에 불운(佛韻)이 흐르며 자연스레 깨달았다.

“의문을 풀어 주신 시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빈승은 이미 크게 깨달았습니다.”

노승이 미소를 띠며 합장했다.

‘정말로 깨달았다고?! 내가 몇 마디 멋대로 지껄였는데 고승이 큰 깨달음을 얻은 날이 될 거라곤 나 역시 생각지 못했는데…….’

허칠안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가 입을 떼 대꾸하기 전에 노승이 계속해서 말했다.

“문인이 여전히 4품 고행승이었던 그해, 일찍이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 그는 불(佛)이 될 수 없었을까? 이 집념을 마음속에 감춘 지 수많은 세월이 지났고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그는 크게 깨달았죠. 세상에 불(佛)은 한 분뿐이고 그건 바로 부처다. 그래서 그는 저를 베고 보살 과위를 얻은 것입니다. 제가 이 비경에서 여러 해 동안 한가로이 앉아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만 불(佛)이 될 수 있는지 항상 납득할 수 없었고, 왜 저는 불(佛)이 될 수 없는지 더욱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노승은 허칠안을 응시하다가 또 그를 뚫고 저 멀리 서쪽에 있는 자신을 보는 듯했다. 그러더니 그는 결국 두 손을 합장하고 자신에게 말했다.

“내가 바로 불(佛)이고, 불(佛)이 바로 나다. 아미타불!”

문인이 집착했던 부분은 품계를 초월하여 부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드디어 깨달았다. 불(佛)과 품계는 무관하다는 점을.

“시주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사께서 불법에 조예가 깊으시기 때문일 뿐, 저의 공이 아닙니다.”

허칠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눈을 뜨이게 하고 정신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참뜻을 깨달았던 이유는, 대사가 스스로 쌓은 견고함을 통해 생각이 확 트였기 때문이다.

허칠안의 방금과 같은 간결한 몇 마디 말을 보통 사람이 들으면 그저 그랬겠지만 불문 승려에게는 그 말이 새벽녘의 종소리와 같을 것이다. 그들은 순간 의미를 이해하고 나아가 머릿속에서 의미를 확대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비경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노승은 푸른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샤샤샤…….

보리수가 흔들거리더니 푸르고 싱싱한 보리 열매가 한 알씩 생겨 나뭇가지에 묵직하게 걸렸다.

영롱한 녹색 빛을 발산하는 열매는 딱 봐도 범품(凡品)이 아니었다.

불경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보리수가 ‘샤샤샥’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불경 밖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본 경성의 백성들에게는 더 이상 경악하고 놀랄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

잘못 듣고,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은라 대인이 나무 아래의 노승을 일깨워 큰 깨달음을 얻게 했다. 이로 인해 노승은 감격하여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일개 무사가 고승을 일깨우고 큰 깨달음을 얻게 했다고?!’

경성의 백성들은 이렇듯 황당하고 기괴한 장면에 환호마저 잊었다.

* * *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주루 꼭대기, 초원진은 옆에 있는 항원 대사에게 물었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허 대인 좀 더 명확하게 말씀하시지요, 좀 더 명확하게…….”

항원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되뇌었다.

‘허칠안의 말이 불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고?’

초원진은 놀라웠다.

* * *

‘이번 관문도 돌파한 셈인가……?’

허칠안은 속으로 기뻐하며 아쉬운 마음에 푸르고 싱싱한 보리 열매를 보았다.

‘산꼭대기에 있는 사찰에 들어가서 다시 얘기하자!’

그는 속으로 말했다.

그가 돌아서서 이곳을 떠나려던 차에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불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엇이 대승불법이고, 무엇이 소승불법입니까? 허 시주께서는 명확하게 말씀하고 가시지요.”

밖에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도액 대사를 쳐다봤다. 버젓한 나한이 뜻밖에도 두 사람의 두법에 끼어들다니. 이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때 도액 나한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큰일을 직면한 줄 알 정도로 진지해서, 감히 소리 내어 욕을 퍼붓지도 못했다.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이 왜 저러지? 완전히 못 알아듣겠는데.’

일반 백성들은 알지 못했지만, 경성의 권력 꼭대기 층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차츰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예를 들면 위연, 왕 재상이 그러했다.

‘도액 나한의 목소리인데……. 외부 세계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내 행동을 볼 수 있는 게 확실해. 하지만 직접 두법에 끼어들다니 어찌 된 일이지?’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대사, 무엇이 불(佛)이냐니요?”

“부처 이전, 72만 368년에는 불(佛)이 된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 이후, 3491년에도 불(佛)이 된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가 바로 불(佛)인데 어찌하여 모든 사람이 불(佛)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도액 대사의 목소리는 질문의 어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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