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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54화 (354/712)

354화. 대승불법(大乘佛法) (1)

한 강호 인사가 왈가왈부하는 소리 사이로 침착한 얼굴을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제가 방금 들었습니다. 일이 이런 식으로 되었는데…….”

무사들은 청력이 아주 뛰어나 일반 백성들은 듣지 못하지만, 앞줄에 가까이 서 있던 강호 인사들은 아주 똑똑하게 들었고 즉시 세 번째 관문의 현묘한 이치를 널리 알렸다.

“뻔뻔하군!”

한 지식인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수십 년을 학문에 매진했지만 이렇게 비열하고 염치없는 자들을 만난 적이 없소이다. 버젓한 불문이 두법에서 이기기 위해 이렇게 옹졸하고 천하게 굴다니.”

“우리 허 시괴의 도법이 두려워 일부러 저속한 수법을 쓰는 것 아니오? 시험이든 두법이든 정정당당해야지. 사람은 이러면 안 되오. 적어도…….”

“과거처럼 중요한 일에도 시험 문제가 있는데 말이오.”

백성들은 군중 심리가 격앙되어 불문의 뻔뻔함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그들은 손에 썩은 달걀과 채소 잎이 없다는 점이 한스러웠다. 그렇지 않았으면 전부 내던졌을 텐데 말이다.

허칠안 앞에 딜레마가 생기자 일반 백성들의 관념은 이미 ‘불문은 정말 강대하다’라는 관념에서 ‘불문은 같잖다’라는 관념으로 바뀌었다.

이는 전부 허칠안이 준 자신감과 배짱이었다.

그는 수많은 백성들의 마음속에 긍지를 심어 주었고, 백성들은 이를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백성들은 지금 불문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며 허칠안을 곤경에 빠트리려 덫을 놓는 걸 보니 발끈하여, 금군을 밀치기 시작했다. 달려들어 대머리들을 때릴 기세였다.

“아미타불, 주제가 없는 것 역시 문제요. 인생은 변화무쌍한데 설마 언제나 ‘문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 테지요?”

도액 나한의 인자한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인심을 달래는 힘을 지닌 듯 바깥의 군중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해졌고, 그가 한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문 7품 법사경(法師境)의 능력이었다.

백성들뿐만 아니라 차양막 안에 있는 귀족들조차도 노여움을 거두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뻔뻔하다!”

바로 이때,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서 보니, 준수한 외모의 낯선 서생이었다. 그는 천천히 차양막 밑에서 걸어 나와 광장에 이르러서는, 냉소를 머금고 승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중들이 모두 대머리인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알고 보니 머리카락을 가슴속에 숨겼을 뿐이었어. 겉모습은 품격 넘치고 고상한데 속마음은 악하기 그지없다니. 수치스럽다!”

정사 승려는 미간을 찌푸렸다.

“시주께서는…….”

“누가 너희 시주란 말인가. 나, 허 모 씨는 동전 하나도 너희에게 시주하지 않을 터인데 말끝마다 시주라고 부르다니. 염치없구나!”

“당신…….”

“당신은 누가 당신이란 말인가. 어엿한 불법 고승 대사께서도 부처가 출가하기 전에 베어 낸 집념인가?”

‘부처가 출가하기 전에 베어 낸 집념?!’

정진은 어리둥절하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를 모욕할 셈이란 말인가.

“시주께서는 명색이 지식인인데 입만 열면 욕설을 퍼부으시다니요. 이게 바로 대봉의 지식인입니까?”

“나는 지금껏 사람을 욕한 적이 없다. 내가 욕하는 건 전부 사람이 아니지.”

모든 불문 사람들은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허신년을 노려보았다.

“왜? 인정하지 않으시겠다? 고승 몇몇이 먼 길을 와서 두법을 제시했지. 예의지국인 대봉에서는 은라 한 명만을 내보냈고, 이는 이미 너희들의 체면을 충분히 차려준 것이다. 너희 낯짝이 경성 성벽보다도 두꺼운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쩐지 20년 전 산해관전역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확실히 너희들 덕이 컸구나. 남북 오랑캐 연합군이 10년 동안 대사님들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으니 말이야. 하필 여러 대사께서 아직 자각하지 못했고, 자각하지 못한 건 거울에 비춰 봐도 소용없다.”

“어찌 이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정진 승려는 벌떡 일어났고, 승포가 펄럭였다. 그는 마치 성난 금강처럼 눈을 부라리고 노려봤다. 그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허신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비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모든 현상에 공허한 대단하신 대사님. 공허하긴 개뿔, 퉤!”

정진 승려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도액 대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진, 자네 마음이 어질러졌군.”

정진 승려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더니, 양손을 합장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가 본질을 벗어났습니다.”

서역 사절단이 경성에 온 건 상대의 잘못을 따지기 위함이라 그 자체로 적개심이 있었는데, 두법을 한 후 주위 백성들의 경멸은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허칠안이 연달아 두 진을 격파하면서 불문 승려들에게 거대한 심적 압박감을 안겨 주었다.

이번에는 허신년이 갑자기 튀어나와 비방하고 인격 모독을 하여 부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인데 하물며 그들 제자들은 어떠하겠는가.

허신년은 허허허 소리를 내더니 돌아서서 가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허신년에게로 향했다. 의아해하면서도 그 행동을 높이 사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비록 그가 한 말을 듣지 않았어도 불문 승려들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게 욕설을 퍼부은 건 잘한 일이었다.

이제 통쾌하다.

게다가 신분을 뽐내는 그들이다. 어찌 되었든 그런 말은 조정 사람들과 관중 앞에서 하면 안 되었다. 허신년은 귀족들의 마음의 소리를 대신 전하는 호구와 다름없었다.

‘똑똑해!’

왕 소저는 남몰래 칭찬했다. 그녀는 알아차렸다. 허 회원이 욕을 한 일은 겉치레일 뿐이고, 진정한 목적은 불문 승려들의 불심을 교란하기 위함이었다.

일부러 그들을 화나게 한 뒤 치명타를 가했다.

분풀이하면서 승려를 거듭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허 회원이 자발적으로 공세를 취한 건 또 다른 깊은 뜻이 있다고 짐작했다. 경성 귀족들 앞에서, 또 폐하 앞에서 한 차례 자신을 과시했다.

충분한 가치를 드러내 폐하께서 그자가 인재라고 생각하게 한다. 전시 후에 어쩌면 그에게 좋은 관직을 줄지도 모른다.

“꽤 지혜롭구나.”

이때 그녀는 부친 왕정문이 담담하게 내뱉은 평가 한마디를 들었다.

왕 소저가 영명하고 아름답게 웃었다.

‘통쾌하다!’

허신년은 의자에 앉았다. 그는 내심 큰 만족을 얻었다. 역시 세상에 욕하는 것보다 더 통쾌한 일은 없었다.

사소한 에피소드는 끝났지만 두법은 여전히 계속됐다. 장외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 * *

허칠안은 보리수 아래에서 노승과 마주 앉아 도리를 논했다. 그는 한편으로 ‘음음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사께서 하신 말씀이 너무나 옳아서 정신이 번쩍 듭니다.”

한편으로 그는 세 번째 관문의 돌파 방법을 떠올렸다.

불문은 확실히 음흉하다. 이 관문에 주제가 없다는 건 해석권이 전부 불문에 있다는 의미였다. 승려들이 스스로 지려 할까?

답은 부정적이다.

‘어떻게 계략을 간파하지?’

허칠안은 심사숙고 끝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이치로 굴복시킨다. 둘째, 이치로 굴복시킨다.

‘내 지금 상태로는 두 번째 칼을 휘두르지 못한다. 설령 기기가 회복된다 해도 뒷받침이…… 사라졌으니 보호벽을 뚫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눈앞에 이 노승은 문인 보살이 득도하기 전에 베어낸 집념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이치로 굴복시키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두 번째 이치로 굴복시키는 건 바로 ‘물리’ 외의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노승을 처리하는 격이다.

그를 처리하면 이 관문은 깨진다.

‘불법을 논하자면 틀림없이 그를 이기지 못할 거야. 늙은 승려가 문인 보살이 베어낸 집념이니 절대 정사 같은 승려와는 비할 수가 없지. 그가 나를 낚을 수는 있어도 내가 그를 낚기란 불가능한데……. 어떻게 해야 그를 처리할 수 있을까?’

허칠안은 경을 듣는 척하면서 대응책을 고민했다.

“대사, 대사께서 문인 보살이 베어낸 집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집념인지요?”

허칠안은 갑자기 물었다.

“불(佛)의 지고한 경지입니다!”

노승은 대답했다.

‘불의 지고한 경지라……. 한 번에 이렇게 수준 높은 문제로 올라오다니. 집념 쪽에서 착수할 생각이었는데 보아하니 불가능하겠군……. 잠깐, 우선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고 나의 키보드 맨 학식과 결합해서 조작할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봐도 무방하겠어!’

허칠안은 반문했다.

“불(佛)의 지고한 경지가 무엇입니까?”

노승은 한참을 침묵했다.

“저는 모릅니다. 허나 문인은 부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저를 베었고, 그때부터 유리불심(瑠璃佛心)에 더는 때가 묻지 않고 부처님을 정도(證道)했지요.”

허칠안은 이 말을 듣고 침묵했다. 그는 이 세계의 불(佛)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오히려 전생의 불교라면 조금 알지만, 전생의 불교와 이 세계의 불교는 차이가 크다.

가장 분명한 점은 이 세계의 불문에는 불조여래(佛祖如來)가 없다는 부분이다. 부처만 있을 뿐이다.

“왜 불(佛)의 지고한 경지가 부처인지요? 다른 불(佛)은 불(佛)이 아닙니까?”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갑자기 세세한 일이 떠올랐다. 불문 체계 중에 2품 나한, 1품 보살, 더 위로는 바로 품계를 초월한 부처다.

다른 불(佛)의 존재가 없다.

노승은 대답했다.

“불문에는 나한 과위, 보살 과위가 있고, 유일하게 부처만이 지고지상의 과위를 얻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부처가 바로 불(佛)의 지고한 경지이고, 독보적인 존재이지요. 불(佛)이 바로 부처고 오직 이 분뿐입니다.”

“나한과 보살이 꼭 지고(至高) 과위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네요.”

허칠안이 말했다.

노승은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시주께서는 불문 사람이 아니라 과위의 불가피함을 알지 못하지요.”

허칠안은 제자스럽게 굴며 양손을 합장했다.

“대사께서 의문을 풀어 주시지요.”

‘제가 불문 지식을 좀 공짜로 얻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시주께서는 보살이 왜 보살이고, 나한이 왜 나한인지 아십니까? 불문 4품은 ‘고행승(苦行僧)’이라 하고 이 경지에 있는 자는 굉원(宏愿)을 빌어야 합니다. 굉원과 과위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굉원(大宏愿)을 비는 자는 보살 과위를 얻습니다. 소굉원(小宏愿)을 비는 자는 나한 과위를 얻습니다. 그리고 나한 과위는 역시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각각 살적, 불환, 아라한이지요. 과위가 일단 모이면 변동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허칠안은 멍해져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대화의 정보량이 실로 너무 많아 소화하는 데 족히 몇 분은 걸렸다.

“알고 보니 보살과 나한은 본질적으로 무관하군요. 그들 모두 4품 고행승이 승급한 거군요……. 잠깐, 4품 이후가 2품이나 1품이라면 3품 금강경은요? 4품은 바로 3품을 건너뛰어 나한 과위나 보살 과위를 이룬다라……. 이건 3품 금강경이 다른 불문 체계에 속한다는 걸 의미하는지요?”

허칠안은 상응하는 짐작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8품 무승과 3품 금강!

‘제기랄, 8품이 바로 3품으로 건너뛰는 거야? 불문 체계도 너무 이상하다. 순서대로 하나하나 승직하는 게 전혀 아니잖아?’

허칠안은 다시 불문 체계를 돌이켜 생각하니 많은 일들이 순간 납득되었다.

불문은 9품부터 1품까지 있는데 그중 8품 무승에 대응하는 건 3품 금강이다. 어쩐지 항원 대사의 전투력이 막강한데 단지 8품 무사인 게 그의 다음 품계가 바로 3품 금강경이기 때문이다.

또한, 2품이 나한이고 1품이 보살이다. 그리고 부처는 초품(*超品: 품계를 초월하다)에 속한다. 이렇게 명명하는 이유는 일단 과위가 확정되면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계의 불문은 전생처럼 부처와 보살이 한 무더기 있지 않다. 이 세계의 불문에는 오직 부처님 한 분뿐이다.

‘세상은 오직 부처님 한 분만을 숭상한다라……. 제기랄, 이거 소승불법 아니야?! 어떻게 계략을 돌파할지 생각났다!’

허칠안은 천천히 일어나서 물끄러미 노승을 주시했다.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고, 미소를 짓다가 크게 웃더니 크게 웃다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는 몸을 앞뒤로 흔들고 미쳐 날뛰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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