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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50화 (350/712)

350화. 선기(禪機) (1)

“충분해!”

그리하여 허칠안은 칼을 뽑았다.

쨍……!

상서롭고 평온한 불경(佛境)에 갑자기 눈을 자극하는 빛 한 줄기가 솟아올랐다. 그건 마치 어둠을 가르는 아침 해 같았고, 혼돈을 가르는 빛 같았다.

이 빛이 모일 수 있었던 건 허칠안의 힘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수천수만 명의 경성 백성들이 힘으로 모두가 단결하여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철컥!

‘팔고’라고 쓰인 비석에 금이 가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깨졌다.

우르르 쾅쾅…….

이 순간 곧 무너질 것처럼 불산 전체가 흔들렸다.

단칼에 팔고진을 베었다. 팔고진의 힘은 이 불경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유로 단칼에 불경의 힘을 베었다.

철컥!

또 쟁쟁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불산에서 난 소리가 아니라 외부 세계에서 난 소리였다.

도액 대사는 놀라 고개를 숙이고 틈이 생겨 갈라진 금빛 사발을 보았다.

“금빛 사발이 갈라졌다. 금빛 사발이 갈라졌어!”

임안은 ‘아아아’ 소리치더니 일어나서 날카롭게 다시 외쳤다. 손가락으로 금빛 사발을 가리키며 끊임없이 발을 굴렀다.

소녀의 날카로운 외침이 메아리쳤다.

임안의 외침이 들리자 우선 각각의 차양막 안에 있던 고관대작들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금빛 사발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틈이 벌어져 갈라졌다.

“뭐라고? 금빛 사발이 갈라졌다고?”

주위의 백성들과 강호 인사들은 금빛 사발을 볼 수 없거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에 순간 마음이 조급해져 아주 절박하게 증명을 요구했다.

“정말 갈라졌습니까? 금빛 사발이 정말 갈라졌나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쪽에 선 몇몇 강호 인사들이 까치발을 하고 위치를 조절하기 위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쉴 새 없이 밀쳤고, 드디어 도액 나한 곁의 금빛 사발을 보았다.

그들은 정신을 집중하니 표면에 금이 가서 갈라진 금빛 사발을 볼 수 있었다.

“정말 갈라졌네. 금빛 사발이 정말 갈라졌어.”

이 목소리와 함께 세찬 조수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환호성은 점점 가열되었다.

“못난 중놈들. 강한 거 아니야? 흥, 정말 우리 대봉에 사람이 없는 줄 알았나 보지?”

“얼른 서역으로 돌아가라. 경성은 너희가 위세를 떨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진정한 만인의 분분한 의견이었다.

백성들은 독설을 퍼부으며 즐거워하는 데만 신경 썼고, 강호 인사들은 허칠안에게 관심을 가졌다.

어느샌가 경성에 또 뛰어난 재주를 지닌 젊은이가 나타났는데 뜻밖에도 여태껏 그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 *

원경제는 관성루 꼭대기에서 열렬히 환호하는 백성들을 내려다보다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괜찮군!”

그는 만족스럽게 한 마디 칭찬한 뒤 물었다.

“감정, 방금 그 단칼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허칠안이 언제 이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감정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 * *

차양막 안, 왕 소저는 입을 오므린 채로 재상 왕정문을 쳐다보며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아버지, 그가 지는 일은 확정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팔고진을 넘어서야만…….”

“됐다, 됐어!”

왕 재상은 황급히 손을 내저어 말을 끊었다.

“아버지가 잘못 본 거 인정하마. 만족하느냐?”

그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전혀 화를 내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아주 홀가분하다는 태도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위연이 또 용맹한 장수를 하나 길러냈군.”

그는 다소 침울한 어조로 이 말을 했다.

* * *

한편 위연은 야경꾼 구역에서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허영음의 머리를 어루만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단칼로 쪼갰군. 그럭저럭 해냈어. 허나 자네들이라면 단칼에 진을 부술 수 있는가?”

금라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무술광 양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어떻게 해낸 겁니까?”

위연은 표정이 다소 굳었다가 금방 회복하더니 여전히 타고난 기지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나오면 직접 물어 보게.”

‘위 공은 진작 알고 있었다. 어쩐지 그가 줄곧 이렇게 태연했더라니…….’

금라들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가장 기쁜 사람은 허평지였다. 그는 입을 벌리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의 상태와는 아주 상반됐다.

* * *

“나쁘지 않군.”

아주머니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 호색가가 확실히 대단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 * *

주루 꼭대기, 항원이 개탄하며 말했다.

“믿기 어려운 단칼입니다. 허 대인은 어떻게 해낸 걸까요?”

그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초원진을 쳐다보니 멍한 표정의 사호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가능하지. 어떻게 가능하냔 말이야…….”

미친놈 같았다.

‘허 대인이 방금 쪼갠 단칼이 사호에게 얼마나 강렬한 충격을 줬길래?’

항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 도액 대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박또박 내뱉는 그의 말이 사람들의 귀에 뚜렷하게 전해졌다.

“팔고진은 첫 번째 관문일 뿐이오. 두 번째 관문은 금강진(金剛陣)이라고 하오. 빈승이 보기에는 이 은라가 단칼을 시전한 뒤에 체력이 고갈된 듯한데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할 여력이 있는 것이오?”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고개를 들어 ‘그림’을 쳐다봤다.

허칠안은 돌계단 위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안색이 창백했다.

설령 수련을 알지 못하는 보통 사람이라도 허칠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기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막 관문 하나를 통과했다. 산기슭에서 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아직 멀고도 험하다.

허칠안의 상태는 마치 사람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고조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으면서 환호성이 점점 사라졌다.

“산허리에 있는 그 승려가 바로 남성 호협대에 닷새 동안 앉아 있던 그자네.”

“듣자 하니 불문의 금강불패는 정말 불패라더군. 적잖은 영웅호걸이 무대에 올라 도전했지만 그의 금신을 깰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이 순간 경성 백성들과 타지에서 온 강호 인사들은 정사의 금강 몸뚱이에 지배당했던 두려움을 다시 회상했다.

외모가 수려한 승려의 뛰어난 점이 떠올랐다.

남성에서 생활하지 않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백성들이 이를 물어본 후에 갑자기 격렬하게 반응했다.

“이런 일이 있었는가? 자네들 근거 없는 얘기는 하지 말게. 시정에서 떠도는 말은 과장되기 일쑤라 믿을 수 없네.”

“과장이 아니야. 얼마 전에는 아주 뛰어난 검객이 나선 적이 있네. 듣건대 돌을 불러와 검으로 만들었다지. 아주 굉장한 자였어. 허나 그 승려에게 졌네.”

“불문은 너무 강한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우리 사람들은 눈에 띄게 발을 내딛기 힘들어하니 곤란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경성의 백성들은 순간 기가 죽었다.

정사와 정진의 연무대 전투와 설법부터 어젯밤의 법상 강림까지 불문은 경성 백성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고, 그들의 마음속에 강대한 인상을 심었다.

* * *

“빈승이 기억하기로 허칠안의 절학은 《천지일도참》인데 그가 단칼에 벨 여력이 더 남았을까요?”

육호 항원은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합장하고 낮게 탄식했다.

“두 번째 관문인 금강진이야말로 무력 다툼입니다. 그에게는 단칼을 휘두를 힘뿐인데 하필 팔고진에서 힘을 다 써 버렸으니.”

초원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육호, 대사는 너무 융통성이 없습니다.”

항원은 이해하지 못해 미간을 찌푸렸다.

초원진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가 팔고진을 부술 수 있는 두 번째 칼을 휘두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라도 정사의 금신을 벨 수 없을 겁니다.”

* * *

이 순간 차양막 안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기력이 부족하면 쉬면 되잖나. 이번 두법에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허칠안이 방금보다 위력이 약하지 않은 단칼을 휘두를 수만 있다면 금강진을 부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네.”

한 훈귀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자 즉시 다른 사람의 반박이 튀어나왔다.

위해백에게 반박한 이 역시 수련 경지가 약하지 않은 한 훈귀였다.

“위해백께서는 방금 그 단칼이 고작 7품 무사가 휘두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주위의 고관대작들은 두 사람의 논쟁을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

임안이 손을 내젓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해백, 평정백(平頂伯). 자네 두 사람은 좀 확실히 얘기하게. 개…… 허칠안이 금강진을 부술 거라는데 어느 정도 가망이 있는가?”

평정백은 마흔 초반의 중년으로 한창의 나이였다. 체구가 크고 훤칠하며 호랑이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그는 이공주가 묻는 말을 듣고 일어서서 공수하더니 말했다.

“마마, 신이 보기에 허칠안은 승산이 전혀 없습니다.”

임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그렇게 말하느냐.”

평정백은 탄식하며 말했다.

“허칠안은 그저 7품 무사일 뿐입니다. 정사 승려의 금신은 초원진조차도 깨지 못했는데 하물며 그자가요?”

한 문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평정백께서 잘 모르시나 본데 허칠안은 7품이지만 실력이 막강합니다. 6품 동피철골 무사를 두 번이나 벤 기록이 있어요.”

평정백은 고개를 저었다.

“불문의 금강불패를 어찌 무사의 동피철골과 한데 논할 수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그 승려는 남성에서 닷새 동안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허칠안이 만약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나섰겠지요. 왜 줄곧 참았겠습니까?”

문신이 말을 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평정백은 훈귀로 20년 전 산해관전역에 참전했다. 그의 안목이 낮을 리가 없으니 이렇게 말한 이상 태반이 사실이다.

임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반박할 말을 생각해내지 못하여 화를 내며 말했다.

“평정백. 자네는 어째 남의 패기를 돋우고 자신의 위세를 꺾는단 말인가. 허칠안이 지면 자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가.”

평정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신은 남의 패기를 돋우는 게 아닙니다. 허칠안은 사천감을 대표하여 두법하니 이는 조정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신 역시 그가 이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승산이 너무 적습니다.”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문신과 안식구들 모두 문외한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방금 허칠안이 단칼에 진을 부순 걸 보자 순간 자신감이 생기면서 하나같이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더랬다.

하지만 지금 전문가 평정백의 분석을 들으니 문관과 안식구들은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위해백은 콧방귀를 뀌더니 우렁차게 말했다.

“평정백께서는 허칠안이 두 번째 칼로 쪼갤 수 없을 거라는 점을 어찌 아십니까?”

이때, 정진 승려가 줄곧 말없이 좌선하던 중 입을 열었다.

“방금 그 단칼은 감정이 그에게 힘을 빌려 준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7품 무사가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도기를 내뿜을 수 있단 말입니까? 7품 무사의 신체적, 정신적 강도에는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그와 같은 힘의 주입을 견딜 수 있단 말입니까?”

평원백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각각의 차양막이 조용해졌다. 문무백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술을 마셨고, 안식구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불문의 승려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은 할 말이 없었으나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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