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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49화 (349/712)

349화. 중생의 힘 (2)

장외 구경꾼들은 그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아주 괴로워하는 모습인 듯한데? 하지만 분명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나.”

팔고진은 영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부인은 허칠안의 정신세계를 살펴볼 수도, 그에게 공감할 수도 없었다.

“……이제 첫 번째 관문인데 저자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다니. 앞으로 어떻게 산을 오르겠나?”

한 강호 인사가 이 말을 듣더니 개탄하며 말했다.

“수준 차이가 현저하군. 이번 두법은 아슬아슬한 것 같네.”

그들은 결코 무엇이 팔고진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허칠안이 ‘그림’으로 들어가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는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이런 상태에 처한 것만 보였다.

실망시켰다.

임안은 황실 소재의 차양막 안에서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은 긴장한 상태로 눈을 깜박이며 허칠안을 주시했다. 가슴속의 긴장감을 충분히 드러냈다.

회경은 찻잔을 쥔 채 줄곧 놓지 않았다.

“어머니, 큰 오라버니가 괴로워하는 것 같아요.”

허영월이 울먹이며 말했다.

숙모는 얼른 남편을 보았는데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순간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영월에게 작은 목소리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괜찮아. 네 큰 오라버니는 원래 난 인물이란다. 운주에 있을 때 몇만 반란군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중놈 몇 명을 겁내겠니?”

“아저씨, 우리 큰 오라버니 무슨 일이에요?”

허영음이 하늘을 가리켰다.

“아무 일도 아니란다.”

위연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팔걸이를 잡은 손등에는 핏줄이 섰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는 시종일관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팔고진!”

재상 왕정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 진은 불문 고승이 불심을 연마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죠. 무사가 그 속에 빠져 만약 진을 부수지 못한다면 마음이 산산조각 나 폐인의 모습을 할 것입니다. 만약 무사히 진을 통과한다면 이자는 불성(佛性)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지요. 당신은 이 기회에 그를 불문으로 끌어들이려는 겁니다. 도액 나한, 수법이 좋군요. 이렇게 우리 대봉의 체면을 구기다니. 우리 대봉의 백만 정예병이 정말 두렵지 않습니까?”

황제가 자리에 없으니 명색이 대봉의 재상인 왕정문이 결정권자였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성숙한 정치 싸움 수법을 갖춘 사람답게 짧은 몇 마디로 도액 나한의 속셈을 까발렸다.

대사는 불호를 외던 중 기뻐하며 말했다.

“불문에 귀의하는 것이 언제 운명이 아니었던 적이 있습니까?”

초원진은 그때서야 팔고진의 또 다른 작용을 알았고, 육호 항원이 왜 말을 하려다 말았는지 이해했다.

도액 나한의 속셈은 확실히 좀 음흉했다.

첫 번째 관문에서 먼저 불성을 측정한다. 만약 불성이 없다면 허칠안은 망가질 테니 그럼 불문이 승리한다. 만약 불성이 있다면 뒤에 그를 불문으로 밀어 넣을 여러 관문이 더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불문은 이길 뿐만 아니라 대봉의 체면을 호되게 구길 터였다.

두법을 하라고 사람을 보냈는데 결국에는 불문의 제자가 되었으니. 뒤통수를 너무 세게 치면 안 된다.

모든 차양막 안에 있는 고관대작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본래는 구경만 하러 온 귀부인과 귀한 아가씨들도 장난스러운 마음을 거두고 더는 담소를 나누지 않았다.

임안은 순간 긴장했다. 그녀는 눈꼬리가 조금씩 떨리는 도화안을 크게 뜨고 다급하게 말했다.

“회경, 회경. 재상이 말하길 진을 부수지 않으면 개자식이 무너질 것이고, 진을 부수면 개자식이 승려가 된대. 이거 어떻게 해야해?”

회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박학다식하고 경험도 많지만, 도를 닦는 방면으로는 그냥저냥이었다. 지금 상황은 그녀의 능력 범주를 벗어났다.

“그럼 너는 무너지고 싶니? 아니면 승려가 되고 싶니?”

회경이 반문했다.

“저는…….”

임안은 입을 벌렸지만 마음속의 답은 말하지 않았다.

분노한 사람은 차양막 안의 고관대작에서 그치지 않았다. 둘러싸고 구경하는 백성들이 있었다. 대봉에서 경성에 사는 백성들이 가장 교만했다. 그들은 조정의 핵심 도시에서 살고 있기에 대국 백성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동안 정사와 정진의 ‘도발’로 경성 백성들의 마음속에는 진작에 분노가 일었다. 오늘 사천감이 불문과의 두법에 응하자, 구경하는 백성들이 날이 밝기도 전에 가득 모여 들었다.

“남을 업신여겨도 유분수지. 조정이 나약하니까 불문이 여러 차례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오는 것 아닌가. 고수들은 전부 숨죽여 지내고 말일세.”

사람들의 눈길이 허칠안에게로 쏠렸다. 다들 긴장한 채 숨을 죽였다.

숙모는 갑자기 ‘철퍼덕’하는 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옆에 있던 남편이 의자 팔걸이를 너무 세게 쥐어 부서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정교한 눈썹을 잔뜩 찌푸리더니 씁쓸해하며 말했다.

“어째서 두법할 사람으로 칠안을 선택했을까요? 이, 이건 뭐가 좋은 거예요?”

남편은 조카에게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20년을 고생스럽게 키웠다. 만약 정말 그 늙은 대인의 말처럼 진을 부수지 않아 망가진다면 20년을 지속한 남편의 양육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다.

진을 부순다 해도 좋은 일은 아니다. 종갓집 장손 허칠안이 승려가 된다…….

숙모는 고개를 돌려 아들과 딸을 훑어보았다. 허신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허영월은 입술을 깨물자 아름다운 얼굴이 근심으로 가득 찼다.

* * *

“이 진을 부술 수 있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네.”

허칠안은 정신분열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던 중,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꽂혔다. 신수 승려의 목소리였다.

“대답하지 말게. 나와 관련된 일을 생각하지 말게. 내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하면 되네. 이 진은 불문의 수련자가 감정을 연마하는 데 쓰이네. 진에 들어온 자에게는 두 가지 결과가 따르지. 감정이 점점 투철해지거나 감정이 산산조각 나네. 불문 사람이 아닌데 팔고진을 견딜 수 있다면 불성을 지녔다는 의미지.”

‘어쩐지 불문에 들어가고자 하는 생각이 든다 했어. 이거 불문에서 내 마음을 처단하려는 거잖아…….’

그는 정신이 비틀리는 고통을 애써 참아 냈다.

신수 승려의 생각이 다시 한번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외에 또 하나의 방법이 있네만, 중생의 힘으로 진을 부수는 것이네!”

허칠안은 잠시 기다렸으나 신수 승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마음속으로 신수를 부르지 않았다.

‘중생의 힘으로 진을 부순다라……. 이게 무슨 뜻이지? 인생의 여덟 가지 괴로움이니 중생의 힘으로 부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한테 중생의 힘이 어딨어? 이건 분명히 무사가 갖춰야 할 능력이 아니잖아…….’

윤회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팔고진은 허칠안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재수 없는 부분은, 불문에 들어가고자 하는 생각이 심해지지는 않았는데 도리어 두 ‘인격’이 부딪히면서 그의 정신을 더욱 비틀리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허칠안에게 확실히 불성이 없다는 걸 의미했다. 진을 부수지 못한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산산조각 난 마음이다.

허칠안은 자신의 모든 수단을 쭉 살펴보았다. 천지일도참, 심검, 사자후, 변안술, 양의(養意)…….

응?

양의?

초원진이 그에게 지도해 준 양검의(養劍意)는 자신의 기분을 힘으로 삼아 검에 녹여 흩뿌리는 것이다.

‘지금 내 기분은 확실히 재수 없지만 팔고진을 쪼갤 만큼 충분하지는 않은데……. 하지만 생각을 바꿔 보자. 왜 내가 반드시 내 기분을 이용해야 하지? 왜 다른 사람의 기분을 빌리려 하지 않지? 타인의 기분으로 검의를 배양하는 거야.’

그는 이 생각이 막 떠오르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그는 눈을 감고 초원진이 지도한 비책으로 정서를 감지했다. 다만 대상이 자신에서부터 외부 세계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외부 세계의 정서를 감지했다. 그건 경성에서 구경하는 백성의 정서에서 비롯됐다…….

이 정서는 바다와 같았다. 긴장과 분노가 주를 이뤘다.

‘그들도 분노하는가? 그럼 내게 힘을 빌려줘.’

허칠안은 감정의 늪에 빠져 분노의 정서를 흡수했다. 서서히 끝없는 강한 분노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쳤다.

세찬 조수, 세찬 천둥, 사나운 불길과도 같았다.

그는 칼을 뽑으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칼집을 쥐었다.

“부족해, 아직은 부족해…….”

* * *

청운산, 운록서원에서 아성 조각상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호연지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아성 조각상 꼭대기에 걸려 있는 붉은 나무 상자가 이에 따라 흔들렸다. 안에는 무슨 물건이 봉인되었는지 몰라도 상자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청광(淸光)이 반짝이는 사이, 원장 조위가 사찰 안에 나타났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붉은 상자를 주시했다.

이어 청광 세 줄기가 반짝였고 이모백 등 대유 셋이 달려와 상황을 살폈다.

“무슨 일인가. 아성 조각상이 왜 또 움직인 거지…….”

이모백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는 믿기 어렵다는 듯 붉은 나무 상자를 주시하며 말을 더듬었다.

“왜 이러십니까?”

원장 조위가 나긋하게 말했다.

“누군가 중생의 힘을 불러일으켰네. 회생했어.”

대유 셋은 미치광이처럼 조위를 바라보았다.

조위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읍을 올렸다.

“선배님, 침착하시지요.”

대유 셋은 꿈에서 막 깬 듯 잇달아 읍을 올렸다.

“선배님, 침착하시지요.”

붉은 나무 상자의 떨림이 점점 약해지더니 서서히 평온함을 되찾았다.

* * *

“그가 칼을 뽑으려 한다!”

누군가 쉰 목소리로 외쳤다.

둘러싸서 구경하는 관중 중,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허칠안이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다. 더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진정환을 복용한 듯했다.

대응 조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가장 두려운 건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지는 상황이었다.

위연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허칠안의 행동을 다소 이해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릇 팔고진에 관해 좀 지식이 있는 자들은 허칠안의 의도를 알아챌 수 없었다.

팔고진은 적이 아닌데 칼을 뽑는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설마 자신을 베려는 건가?

“아버지, 그는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왕 소저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왕 재상이 고개를 저었고, 실망하여 말했다.

“가장 좋은 결과는 그가 팔고진에 대항하는 상황인데……. 감정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정말 모르겠구나.”

높은 건물 위에서 원경제가 나지막이 말했다.

“감정, 저자가 바로 감정이 선택한 사람입니까?”

그가 보기에 허칠안은 지금 궁지에 몰린 쥐와 다름없어 보였다.

“폐하…….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셨습니까?”

감정은 그를 바라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임안은 큰소리로 소리쳤다.

“칼을 뽑아, 칼을 뽑으란 말이야!”

그녀는 소리치기 무섭게 진비에게 저지당했다. 진비는 그녀를 꾸짖었다.

“시끄럽게 떠들면 체통에 어긋난단다.”

“어째서 칼을 뽑지 않는 거야. 어서 칼을 뽑아!”

이때, 주위의 백성들 사이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칼을 뽑아!”

즉시 누군가 따라서 맞장구쳤다.

맞장구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고함이 점점 커졌다. 결국에는 ‘칼을 뽑으라는 소리’가 한데 울렸다.

“칼을 뽑아, 칼을 뽑아…….”

군중의 함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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