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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48화 (348/712)

348화. 중생의 힘 (1)

저채미는 입을 오므린 채, 맑고 빛나는 살구 눈으로 금빛 사발에 뛰어드는 허칠안의 모습을 뒤쫓았다. 왕눈이 미인은 방금 그 광경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정말 위풍당당하다…….’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허 공자님은 정말이지 신선이 따로 없어.”

백의 술사들은 진심으로 우러르며 감탄했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며 나타나는 방식은 그들에게는 지나치게 트렌디하고 혁신적이었기에 마음속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양 사형은 상대적으로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한 마디만 되풀이하니 꽤나 수준이 떨어져 보였다.

백의 술사와 저채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의식적으로 양천환을 쳐다봤고, 뜻밖에도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양 사형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할 수도 있군……. 알고 보니 이렇게 할 수도 있어……. 경성의 수많은 백성 눈에 또 대봉의 고관대작들 눈에는 호탕하게 술을 마시고 늠름하게 시를 읊고 후하게 도전에 응한 걸로 보이겠군. 왜 그 속에 대입되기만 하면 여러 차례 머리가 떨릴까. 이게 바로 내가 추구하던 극치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감각이다. 그가 손쉽게 해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니, 이건 원래 내 기회였다. 내 기회였다고. 감정 늙…… 늙…… 내게 피해를 끼쳤다!”

초원진이 외곽에 있는 주루 지붕 위에서 탄식하며 말했다.

“대단합니다. 실로 대단해요. 이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솜씨는 보기 드물지요. 그해 제가 장원에 급제했어도 그와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아미타불, 그래서 허 대인을 묘한 사람이라고 하는 겁니다.”

항원이 웃으며 말했다.

허 대인 같은 성격의 사람은 판에 박힌 듯한 지식인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걸핏하면 칼을 뽑아 들어 겨누는 무사보다 훨씬 더 사귀기에 수월했다.

이건 아마 교방사 기녀들이 그렇게 그를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사를 탐내는 것 외에 성격 역시 여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들어갔다!”

꽉 막힌 인파 속에서 어떤 백성이 허공에 비친 ‘그림’을 가리켰다. 우뚝 솟은 커다란 산의 기슭 아래에 망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 * *

‘이번 허세에 내 스스로 99점을 매기겠어. 1점 부족한 건 좀 어색한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가 어색하지 않은 척하기만 하면 100점짜리 금양옥(*金鑲玉: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인데……. 이따금 중2처럼 구니까 기분이 꽤 통쾌하구먼…….’

허칠안은 방금 사람들 앞에서 한 과시에 총평을 매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세계는 진짜 같았다.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 그가 이른 곳은 불문 대신통(大神通)이 개벽한 작은 세계였다.

불문이 우뚝 솟고 운무가 맴도는 것이 마치 속세를 벗어난 무릉도원 같았다.

귓가에 어렴풋이 범창이 들려왔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번잡한 세상의 모든 번뇌가 날아가고 마음이 기쁨과 즐거움, 편안함으로 가득 찼다.

눈앞에는 구불구불한 돌계단이 운무 깊은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허칠안은 생각을 퍼뜨려 잠시 감지했지만 어떠한 생명의 숨결을 감지하지 못했다. 날짐승과 길짐승이 자취를 감췄다.

“정사 승려가 고수하는 산허리가 첫 번째 관문은 아닐 텐데. 첫 번째 관문이 뭐지?”

그는 의문을 품은 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허칠안은 무사 평온하게 일각을 걷다 돌계단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비석들을 발견했다. 비석에는 ‘팔고(八苦)’라고 새겨져 있었다!

* * *

“인생의 여덟 가지 괴로움은 생(生), 노(老), 병(病), 사(死), 애별리(愛別離), 원증회(怨憎會), 구불득(九不得), 오음성(五陰盛)…….”

도액 대사가 나라의 부패와 민생의 어려움에 비분강개하며 외치는 목소리가 관중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첫 번째 관문은 팔고진(八苦陣)이오. 마음의 지혜가 견고한 자만이 산을 오를 자격이 있고, 계속해서 불법의 시험을 받을 자격이 있소.”

팔괘대 위, 원경제는 도포 차림으로 가장자리에 서서 광장을 굽어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짐은 이번 진(陣)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감정, 팔고진의 위력이 어떠합니까?”

“이는 위력이 어떠한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주 애를 먹이는 진법이지요.”

감정은 술을 마시면서 원경제에게 설명했다.

“만약 한 아이가 팔고진에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풍파를 두루 겪은 사람일수록 진을 돌파하기 어렵지요. 이 팔고진은 불문에서 승려들이 감정을 연마할 때 사용합니다. 시련을 겪었던 자는 감정이 더욱 여물고, 팔고(八苦)에 빠지는 자는 불심이 산산조각 나지요.”

원경제는 갑자기 위엄을 지키며 말했다.

“불문의 고승조차 그러한데 하물며 저자는요?”

감정이 웃으며 말했다.

“불문과 두법해서 어디 그렇게 쉽게 이기겠습니까. 팔고진 하나만 놓고도 이 경성에서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자는 손꼽을 정도입니다.”

원경제는 이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

경성에서 팔고진을 지나갈 수 있는 자가 손꼽을 정도다. 그는 ‘손꼽을 정도’ 속에 허칠안이 포함된다고 여기지 않았다. 이건 천부적인 자질과는 상관없다. 이는 심성과 관련 있고, 통찰력과 관련 있으며 체계와도 관련이 있다.

불문의 승려가 불심을 연마하는데 사용하는 팔고진을 무사가 어떻게 마주한다는 말인가?

만약 불문이 투철하게 보리심(*菩提心: 불도의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으로써 널리 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을 중시한다면, 무사는 조금도 거리낄 것 없이 없다. 마음은 탁한 것이다.

‘만약 이 싸움에서 지면 본래 지위와 권력이 동등한 동맹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겠지…….’

원경제는 속으로 말했다.

이 점이야말로 그가 가장 우려하는 바다.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봉의 국력은 이미 서역 불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히 쇠약해졌다.

하지만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번 두법에서 진다면 사서에 한 줄 기록될 텐데 그건 이 일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까발리는 셈이다.

후대 사람들이 이 역사를 연구할 때 원경 말년에 대봉의 국력이 쇠약해졌으니 그놈의 황제가 중흥의 주인이 아니라 우매한 황제라 여길 것이다.

“지면 안 됩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합니다. 세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만약 허칠안이 진다면 감정께서는 유능한 인물을 고르는 게 좋을 겁니다.”

원경제는 또박또박 얘기했다.

* * *

“이렇게 무서운 진이라고요?”

초원진은 항원의 설명을 듣자 깜짝 놀랐다.

“허칠안의 심성으로는 아마 팔고진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겠군요.”

초원진은 침음하며 말했다.

“자신감을 좀 가지십시오. ‘아마’라는 말은 빼시고요.”

항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 팔고진은 선(禪)을 닦는 고승이 불심을 연마하는 데 사용하는 겁니다. 무승이 그 속에 빠지면 가볍게는 마음 상태가 산산조각 나고, 무겁게는 발광하면서 이성을 잃지요.”

‘그건…….’

초원진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불문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악랄한 듯합니다. 그들이 허칠안을 망가뜨리고 싶은 걸까요?”

항원이 나지막이 말했다.

“팔고진은 또 다른 작용을 하는데…….”

* * *

“기기 파동도 위험 신호도 없다. 팔고진법은 나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허칠안은 비석 옆에 서서 한참 동안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모르겠다. 우선 진을 부수고 보자.’

허칠안은 돌계단을 밟고 진법으로 들어갔다. 삽시간에 눈앞의 경물이 변했다. 불산과 계단이 옅어지고 어둠이 시야를 가렸다.

“으앙으앙…….”

그는 이내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는 어두운 장막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하얀 벽, 하얀 침대 시트, 흰 제복 차림의 사람들을 보았다.

한 간호사가 신생아를 두 손으로 받친 채 정말로 그의 몸을 닦아 주었다.

침상 위에는 안색이 창백하고 땀에 흠뻑 젖은 여인이 누워 있었다. 그녀의 빼어난 이목구비는 더없이 친숙했다.

“어머니…….”

허칠안은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이건 대봉 허칠안의 출생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허칠안의 출생이었다.

아이는 천천히 자랐고, 가장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할 수 없이 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날마다, 해마다 등교했고 무거운 과업은 그의 청춘을 지배했다.

드디어 그가 졸업 때까지 견뎌내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

이때 이미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부모님이 그의 어깨를 치며 부끄럽다는 듯 말씀하신다.

“너 드디어 경찰학교 졸업했구나. 아빠, 엄마가 네게 아무것도 줄 수 없구나. 그러니 스스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장가도 들려면 네가 알아서 해야 해.”

그는 직장에 들어가 밤낮없이 일했다. 집 계약금을 모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드디어 그는 계약금을 지불했다.

문제가 또 생겼다. 인테리어할 돈이 없다…….

허칠안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장사는 실패하고 장장 10년 동안 분투한다.

10년 후 그는 드디어 풀옵션인 집이 생겼고, 저축이 생겼다. 가정을 이룰 때가 되었다.

이때 아버지께서 편찮으셨다……. 그는 큰 병에 걸려 가산을 거의 탕진했다. 아버지의 몸이 망가져 그는 두 노인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했다.

이 때문에 몇 년 간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그를 떠났다.

‘이때 술에 취해서 급사했어야하지 않았나…….’

그는 자조하고 싶었으나 마음이 유달리 무거워졌다.

화면이 변했다. 그는 마침내 마흔 살 전에 결혼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아내에게 장가들고 이듬해 아이가 탄생했다. 부부 두 사람은 아이를 더 좋은 학교에 다니게 하는 문제로 한바탕 크게 싸웠다.

그때부터 그들은 아이를 위해 살았다.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하면서 그가 공부할 수 있게 지원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아빠, 엄마. 저 결혼할 거예요. 그런데 집 한 채가 필요해요. 여자 쪽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싶지 않대요.”

“아, 그전에 너희 몇십만짜리 예물을 준비해야 하니 아버지 노후자금을 쓰렴.”

‘좋아. 먹고 입는 것 아껴서 아이가 집 대출금 갚을 수 있게 반평생 저축한 돈을 주자. 이런 일 하려고 사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아들은 결혼했고, 신혼집이 생겼고, 그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어 아들 부부가 손자를 낳으니 마누라가 데려왔다. 아들과 아들 며느리 살림살이를 돌보고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독거 노인 생활을 시작했다…….

허칠안은 이 인생의 마지막에서 병상 위에 누워 자신의 일생을 마감했다. 떠나기 전, 곁에는 마찬가지로 나이 들어 보이는 아내만 있을 뿐이었다.

허칠안은 이 순간 뜻밖에 ‘드디어 쉴 수 있겠다’라는 홀가분함이 들었다.

첫 번째 윤회가 끝나고, 두 번째 윤회가 시작됐다.

그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일생을 회사의 노예로 살면서 열심히 ‘살았다’. 학창시절에는 무거운 학업을 등에 짊어지고, 젊을 때는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중년이 되어서는 아이를 위해 분투하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이를 위해 분투했다.

그는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이 돼서야 진정한 ‘자유’를 얻어 모든 짐을 벗어 버리는 듯했다.

“이게 바로 인생의 여덟 가지 고통인가? 생로병사, 애별리, 원증회, 구불득, 오음치성(五陰熾盛)……. 이런 인생이 무슨 의의가 있는가. 내 인생은 이렇지 않아. 이러면 안 돼.”

계속되는 윤회에 허칠안은 불문에 들어가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짙어졌고, 가슴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끊임없이 말했다.

<쉬어, 쉬어. 이런 인생은 무의미해. 이 모든 걸 내려놓으면 당신은 자유야.>

“옳지 않아, 옳지 않아. 내 의지에 문제가 생겼어…….”

그는 마치 정신분열증에 걸린 듯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이내 깨달았다.

하나는 그에게 불문에 들어와 자유를 찾으라고 꼬셨으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이념과 생각을 확고히 했다.

두 의식이 몸속에서 부딪치자 허칠안은 고통스러움에 머리를 감싸 안았다.

“다른 걸 생각해 보자. 부향의 예쁜 얼굴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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