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이 애는 친척 집 아이인가요?
그날 저녁, 그는 자신이 사천감을 대표해 불문과 두법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면서 말했다.
“여러분 만약 구경하러 가고 싶으면 제 요패를 가지고 야경꾼 관아에 속하는 장소로 가시면 됩니다.”
허평지는 눈살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
“위험하니?”
“두법일 뿐이니 아마…… 아닐 거예요.”
허칠안 역시 그다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는 내일 두법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나도 갈래, 나도 갈래…….”
허영음이 음식을 삼키는 틈을 타 작은 손을 높이 들었다.
“너도 구경하러 가고 싶어?”
허칠안은 좀 놀랐다. 우매한 여동생은 밥을 먹을 때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떠들썩한 곳에는 분명히 맛있는 게 많을 거예요.”
허영음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6년이라는 그녀의 짧은 인생을 통해 결론 지은 인생 철학이었다.
“감정이 왜 형님을 선택한 거예요?”
허신년은 집안의 유일한 지식인이자 지능지수를 담당하는 사람인 만큼, 미간을 찌푸리더니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아우의 의혹에 대답했다.
“감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니? 너는 아니? 어쨌든 나는 모른다.”
아우는 고개를 저어 더없이 똑똑한 그도 감정의 생각을 알아맞히지 못함을 표명했다.
* * *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허칠안은 토납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신이 상당히 좋은 상태로 접어들자 좌선을 멈췄다. 그는 꿀잠을 자서 내일 있을 전투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보아하니 요 며칠 교방사에 가지 않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 남자는 역시 정신을 무장하고 힘을 비축하는 법을 알아야 해.”
그가 눈을 감고 막 꿈나라로 빠져들려던 차에 가슴에서 익숙한 진동이 전해졌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지서 파편을 꺼내 촛불을 밝게 켜고 전서를 살펴보았다.
[사: 내일이 바로 감정과 도액의 두법인데 내가 국사로부터 깜짝 놀랄만 한 소식을 들었네.]
[무슨 소식?]
천지회 구성원들이 잇달아 물었다.
허칠안만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이 새끼야, 닥쳐, 닥치라고!’
초원진이 붓을 대신하여 손가락으로 전서를 보냈다.
[사: 사천감이 뜻밖에도 은라 허칠안을 내보내 도전에 응하기로 결정했다네.]
초원진은 이 정보를 보낸 뒤 ‘채팅 친구들’이 놀란 반응을 보이며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떠한 피드백도 없었다.
“?”
초원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그들이 이미 다 안다고?’
[이: 사호, 어떻게 된 일인가? 고의로 흥미를 돋우는 건가?]
[육: 사호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아마 잠시 신변에 일이 생겼나 보네.]
‘사호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니……. 하하하, 하늘이 보우하셔서 내 일을 말하지 않았어. 혹시라도 이호가 내가 죽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지금 바로 채팅방에서 내 신분을 까발리겠지…….’
허칠안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이때, 거울에 금련도사의 전서가 날아왔다.
[구: 내가 잠시 그들을 모두 차단했네. 사호 역시 내가 차단했네.]
‘도사가 사호를 차단했다고?!’
허칠안은 어리둥절해하며 얼른 문자를 보냈다.
[삼: 감사합니다, 도사님.]
[구: 고마워할 필요 없네.]
‘고마워할 필요 없어. 지금 이묘진이 자네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녀는 경성에 온 후 오히려 전쟁 준비에 전념할 수 있을 거야. 자네 같은 말썽꾼은 쓸모없어진다고.’
[구: 허나 사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네. 자네는 똑똑한 자이니 내 뜻을 이해할 게야.]
[삼: 제게도 적당한 선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이묘진과 만나서 다 함께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던 과거에 관해 좀 이야기를 나눌 작정이었다. 이렇게 하면 이묘진은 그에게 신분의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금련도사, 당신은 내가 2층에 있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5층에 있다고.’
[삼: 참, 도사님. 저와 연원이 있는 그 여인을 본 것 같습니다.]
[구: 허허, 조만간 만나게 될 것이네. 자네들의 인연이 이미 닿았다는 걸 의미하지.]
‘인연이 이미 닿았다라…….’
허칠안은 침을 삼키고 울상을 지으며 문자를 보냈다.
[삼: 도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인연은 올바른 인연인지요? 그녀 나이라면 제 숙모를 해도 되겠던데요.]
그녀의 나이는 아마 숙모보다 몇 살 아래일 것이다. 숙모는 올해 방년 36세다.
[구: 내가 자네에게 그 염주 팔찌의 능력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네만. 음, 그건 운명을 차단하고 외모를 변화시킬 수 있네. 불문이 가장 잘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감추는 것이지. 팔찌는 내가 예전에 서역을 돌아다니며 선행하고 덕을 쌓을 때 한 고승과 도리를 논하고 이겨 그의 손에서 쟁취했네.]
‘그렇군. 그럼 만약 아줌마가 변함없이 우아한 자태의 아름다운 부인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 게다가 서른 초반의 나이라면 전생의 내 경험과 안목으로 봤을 때 사실 여인의 가장 좋은 나이야……. 퉤퉤퉤, 생각이 타락하면 안 돼. 나는 이미 그녀와 내가 악연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 것 같은데? 분명 금련도사의 암시 작용일 거야.’
[삼: 도사님, 연원이 무엇인가요?]
[구: 연원도 여러 가지로 나뉘네. 서로 간에 우정이 싹트는 게 바로 연원이네. 하지만 우정은 친구일 수 있고 지기일 수 있고 은인일 수도 있네.]
‘후…….’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야기를 마친 뒤 얇은 솜이불을 두르고 꿈나라로 들어갔다.
* * *
이튿날 새벽녘. 허평지는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의 여인들을 데리고 외출했다. 그는 직접 마차를 몰아 그들을 데리고 관성루에 구경하러 갔다.
허신년은 말을 타고 마차 뒤를 따랐다.
막 저택 입구 앞의 오솔길을 벗어나 큰길에 진입하기 위해 꺾으려던 차에 길가에 멈춰 있는 남루한 마차 안에서 평범한 외모의 부인이 나와 손을 들며 허평지의 마차를 막아섰다.
허평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인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대는?”
“그쪽이 허칠안의 숙부입니까?”
“그렇소!”
“관성루에 가는 것입니까?”
“그렇소.”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망설임 없이 와서 마차에 기어오르며 말했다.
“나를 데리고 관성루에 가시죠. 허칠안에게 내 향낭을 주운 일은 청산해 주겠다고 알려주세요.”
허평지는 본래 부인을 밀어내고 싶었는데 뒤에 내뱉은 말을 듣고는 표정이 좀 이상해졌다.
‘듣자 하니 이 부인과 조카 사이에 갈등이 좀 있나 본데? 칠안의 신분과 자질이라면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여인과 무슨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 듯한데.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야. 틀림없이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다…….’
허평지는 집으로 돌아가 허칠안에게 제대로 물어볼 생각을 하며, 이 순간에는 우선 참고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찻간으로 비집고 들어간 뒤 농염한 숙모와 청초하고 속되지 않은 외모의 영월을 보았다. 그녀는 눈에 띄게 멍해지더니 밖에 있는 수려한 외모의 젊은이를 돌이켜 생각하고선 마음속으로 한마디 중얼거렸다.
‘한 식구가 얼굴은 다 괜찮네.’
그런 뒤 그녀는 이 순간 자신의 외모처럼 이목구비가 평범한 허영음을 보았다. 소녀의 땋은 머리를 하고 긴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의 짧은 두 다리는 허공에 떠 있었다.
허영음은 그녀가 온 일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 품속의 육포를 먹는 데 여념이 없었다.
숙모가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어색하게 물었다.
“어느 댁 부인이신지요?”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범한 집안일 뿐입니다. 사천감에 가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지 못해서요. 마침…… 허 대인의 조카와 서로 아는 사이라 신세를 지러 왔습니다.”
숙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인이 자신의 남편과 관련 있지만 않으면 그녀는 상관없었다.
나이가 엇비슷한 두 여인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서야 숙모는 상대방이 ‘평범한 집안’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게 아마도 겸손한 태도일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 여인은 말투와 태도가 우아하고 웃는 미소가 점잖은 게 절대로 보통 집안의 부인이 아니었다.
‘아마 칠안과 서로 잘 아는 어느 관원 집안의 부인이겠지……. 하지만 왜 그녀의 남편은 보이지 않지?’
이때, 아줌마는 허영음을 쳐다보면서 얼떨결에 한마디 물었다.
“이 애는 친척 집 아이인가요?”
“제 딸입니다!”
숙모는 미간을 찌푸렸고 영음을 안아 두 다리에 두었다.
“설마 이 아이가 저를 닮지 않았나요?”
숙모는 좀 불쾌했다.
‘어디가 그쪽을 닮았다는 거야. 그 아이는 그쪽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옅은 미소를 띠었던 아줌마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가 삽시간에 회복됐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세히 보니 눈매가 영락없이 닮았네요. 제가 몰라봤어요.”
‘음, 눈매는 밖에 있는 마부와 비슷하던데.’
가는 길에 말이 없었다.
* * *
허평지는 마차를 몰아 관성루 근처에 이르렀다. 먼저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모퉁이를 도니 끝없는 인파가 보였다.
그가 대충 훑어만 봐도 보이는 인파가 적게 잡아도 일이천 명은 됐다. 게다가 일부 백성들일 뿐, 관성루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팔방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무리가 얼마나 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건 듣는 사람이 깜짝 놀랄 만한 숫자였다.
“춘제보다도 더 떠들썩하구먼…….”
허평지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마차를 바깥에 세웠다.
“왜 멈춰요?”
찻간에서 숙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길이 없소. 전부 사람이오.”
허평지는 설명했다.
“우리 이곳에서 내립시다.”
숙모는 창문을 젖히고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허영월 역시 부친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서 내렸고, 콩알이는 허평지에게 안겨서 내려왔다.
아줌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평소에 마차를 오르내릴 때 나무 의자를 옮겨와 맞이하는 시녀가 있었기에 그 순간 좀 적응이 안 됐다.
금사남목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호화스러운 마차와 달리, 이 마차는 남루한 데다 차 밑바닥이 지면에서 높지 않고 찻간 바닥이 사람 허리만큼 높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가뿐하게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허평지는 손짓하여 길거리에 있는 어도위 한 명을 불러와 분부했다.
“마차를 잘 지키게.”
말을 하는 동시에 그는 자신의 어도위 요패를 꺼내보였다.
젊은 어도위는 예의 바르게 승낙했다.
허평지는 처자식을 데리고 인파를 돌아 금군이 깨끗이 치운 통로로 걸어갔다. 그 통로의 양쪽으로는 금군이 빽빽이 서서 백성들이 오는 걸 막아, 오로지 고관대작을 위해 제공되는 ‘안전 통로’를 형성했다.
통로 길목에서 두 금군이 긴 창을 교차시켜 허평지 일행을 막았다.
허평지는 허칠안이 준 요패를 꺼냈고 금군이 한 번 보더니 통행을 허가했다.
“칠안의 지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네요.”
숙모는 흐뭇해하며 말했다.
“저는 경성의 고관대작들과 함께 앉을 거라곤 꿈에서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요.”
허신년은 속이 쓰린 걸 참을 수 없어서 콧방귀를 뀌며 비꼬았다.
“어머니, 저 나중에 고명 부인이 될 거예요.”
허평지는 손바닥을 뒤집어 등을 찌르며 말했다.
“너는 우선 어떻게 경성에서 유임할지나 생각해 보렴.”
허신년은 순간 풀이 죽었다.
서원의 뜻은 이러했다. 서원은 그를 청주로 보내 경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대한 포부를 그려 보게 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허신년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청주에 간다는 건 부모님, 큰형 그리고 여동생들과 멀리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만약 3년 임기를 채웠는데도 경성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는 외지에서 다시 3년을 재직해야 한다.
3년에 또 3년이면 경성으로 돌아와 소관 업무를 보고할 때에나 가족들을 한 번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만약 한림원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내각으로 가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내 아들 신년은 재상의 자질을 갖추고 있소’가 정말 빈말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