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43화 (343/712)

343화. 사람을 빌리다

허칠안이 반 시진을 순찰한 뒤 한 기루를 지나치면서 말했다.

“대장, 제 사람들을 데리고 그쪽을 순찰하러 가십시오. 저는 정풍과 광효를 데리고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이옥춘이 반문했다.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안배하려 하나? 자네는 자네 사람 데리고, 나는 내 사람 데리고 가면 될 것이지, 이렇게 섞어서 배치할 필요가 없네.”

허칠안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대장, 대장이 동라를 데리고 거리를 순찰하시고 저는 형제를 데리고 다른 쪽으로 가겠습니다. 이러면 혼란스럽지 않지요.”

이옥춘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게.”

허칠안은 이옥춘 일행을 멀리 떠나보낸 뒤 두 동료를 데리고 기루에 들어갔다.

그들은 아주 익숙하게 2층의 별실을 달라고 한 뒤 예쁜 낭자 몇 명을 불러 술시중을 들게 했다. 세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노래를 듣고 연극을 감상했다. 마치 처음에 거리를 순찰할 때의 여유로운 생활로 돌아온 듯했다.

“칠안…….”

송정풍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본래 탕아인 내가 고개를 돌려 보면 어찌 곁에는 늘 불량한 친구들뿐이던가.”

‘됐거든. 자네가 여전히 예전의 그 소년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고!’

허칠안은 그에게 비아냥거리기도 귀찮았다. 그는 신나서 노래를 들으며 입을 벌리고 곁에 있는 아름다운 낭자에게 땅콩 한 알을 집어넣으라고 했다.

근면함은 잠시일 뿐, 게으름은 영원하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송정풍은 운주에서 비적을 토벌할 때 환경적인 압박에 못 이겨 부지런히 도를 닦으며 매일매일 쉬지 않았지만,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환경인 경성에 돌아오자마자 사람의 타성과 향락을 탐닉하는 천성이 들끓어 올랐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송정풍은 아주 많이 신중해지고 의연해졌다. 예전보다 훨씬 더 도를 닦는 데에 매진하니 어찌 됐든 좋은 일이었다.

콰당!

1층 대당에서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에 취한 한 협객이 잔을 던지며 몸을 일으키더니 술 트림을 하면서 사람들을 삿대질하며 욕을 퍼부었다.

“진작에 경성에는 사치스러운 풍조가 생겼다고 들었다. 위로는 고관대작부터 아래로는 심부름꾼까지 하나하나 향락을 탐닉한다고 했는데 처음에 나는 믿지 않았지. 이번에 경성에 들어온 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전부 사치스러운 짓거리뿐이구나.

남북 두 성의 호협대에서는 비루한 승려가 위세를 부리는데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났어도 출전하는 고수 하나 없이 무관심한 태도로 방관한다. 어젯밤에는 불문 고수의 법상이 강림하여 우리 대봉 경성에서 우리 사천감의 감정을 불러내더군! 절대로 참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의 동행이 황급히 앞으로 나서서 그를 잡아당겼고, 부스러기 은전 몇 알이 떨어졌다. 동행은 그를 기루에서 질질 끌고 나왔다.

희곡은 계속됐지만, 손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불문 사절단으로 이어졌다.

“불문이 확실히 날뛰기는 해. 우리 대봉이 멸불한 지 이미 사백 년이 지났는데 감히 성안에서 설교하다니. 북성 쪽에서는 얼마나 많은 가구가 불교를 믿는지 모르네. 내가 듣기로 누군가는 가산을 탕진하면서까지 재물을 바쳐 불문 고승을 위한 사찰을 지을 예정이라고 하네.”

“조정에서 관리하지도 않지 않는가. 설마 우리 대봉이 불문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 20년 전의 산해관 전투를 떠올려보게. 대봉이 얼마나 강대했는가.”

“아마 동맹국이라는 체면이 걸려서 그런 거겠지……. 에휴, 어쨌든 요 몇 년간 조정은 점점 부패하고 있어.”

“쉿, 이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말게.”

“어젯밤의 움직임은 우선 차치하더라도 그건 신선의 수법이네. 하지만 남성의 그 승려가 연무대를 차지한 지 다섯 날째인데 나서는 영웅이 한 사람도 없나? 우리 대봉에 사람이 없어졌나?”

송정풍은 술잔을 내려놓고 품에 기댄 여인을 밀치며 소리를 낮추고 불만을 토로했다.

“흥이 깨졌네!”

“우리는 우리대로 마시세. 우리와 상관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하늘이 무너져도 우리가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대사들이 분발하여 원경제를 더욱 망신스럽게 만드는 게 좋지. 가장 좋은 건 사관들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원경 37년, 서역 사절단이 경성에 들어왔다. 연무대 위의 젊은 중이 닷새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늙은 중은 법상을 만들어내 조정에 질문을 던졌다. 헤헤, 원경제의 흑역사가 또 한 줄 늘어났다!’

이때 부아의 하급 관리가 손에 징을 들고 거리를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는 한편으로는 징을 치면서 한편으로는 소리쳤다.

“사천감이 불문 고승과 두법을 한답니다. 사천감이 불문 고승과 두법을 한답니다……. 모두 게시판에 가서 황방(皇榜)을 보십시오. 모두 게시판에 가서 황방을 보십시오…….”

* * *

허칠안이 송정풍과 주광효를 데리고 내성 성문 입구의 게시판에 이르렀을 때는 넓은 광장이 백성들과 강호 인사들로 가득했다.

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야경꾼 몇몇이 질서 유지를 책임졌다.

허칠안은 패도를 빼서 칼집을 휘두르며, 성격이 거칠어 밀쳐대는 일부 강호 인사들을 가볍게 저지하면서 질서 유지를 도왔고, 겸사겸사 앞줄에 있는 백성들이 소리 내어 읽는 방문(榜文)을 유심히 들었다.

방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대략적인 의미는 서역 사절단이 먼 곳에서 왔고, 조정에서는 열렬하게 환영했다. 양국은 우호적인 협의를 거쳐 공동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관을 제정했고, 이에 양국의 관계는 장차 더 밀접해질 터였다. 모두가 함께 진보하고, 근면성실하게 노동하여 부를 이룬다.

그 후, 서역 고승이 사천감과 두법하여 ‘기술’ 교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사천감은 흔쾌히 동의했다. 쌍방은 내일 관성루 대광장에서 두법 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그때 가면 성안의 백성들은 자체적으로 가서 구경할 수 있다.

“역시 조정에서 보낸 공문서답군. 쓸데없는 말만 한 무더기 늘어놓고, 어떻게 두법하는지는 언급하지도 않았어……. 하지만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떠벌리려는 거지? 도액 대사의 요청인가?”

그가 생각하는 사이에 이옥춘 역시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생각해 보니 아마도 바로 근처에 있다가 부아 하급 관리의 선전을 듣고 보러 온 듯했다.

“대장!”

허칠안이 맞이했다.

이옥춘은 인파가 질서 정연하게 유지되는 걸 보자 안심하고 기뻐하며 말했다.

“운주에서 돌아온 후에 자네 세 사람 드디어 예전의 해이함을 떨쳐버리고 더욱 성숙하고 진중해졌네.”

“저희가 성장했다는 의미지요.”

허칠안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 * *

정오가 되자 밝은 태양이 내리쬈다. 사천감 밖의 대광장에는 차양막이 세워졌다. 이는 경성의 고관대작들을 위해 제공된 휴식 공간이었다.

천여 명의 금군이 광장을 에워싸고 관계없는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못하게 막았다.

만약 성안의 백성들과 강호 인사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싶으면 외곽에서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서역 사절단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도액 대사의 인솔하에 외성의 삼양 역참에서 북적북적한 인파와 번화가를 뚫고 관성루 밖의 대광장에 도착했다.

저채미가 팔괘대 가장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니 승려 한 대오가 천천히 걸어오는 게 보였다. 푸른색 납의를 입은 그들 사이로 붉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마납을 두른 자의 형체도 섞여 있었다.

그들은 몹시 여위고 까무잡잡하여 외모가 영감님에 가까운 도액 나한을 필두로 하였다.

“스승님, 승려들이 행패를 부리러 왔어요.”

저채미는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떡을 하나 꺼냈고,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오라면 오라지.”

감정은 햇살 아래 술을 마시며 만족해했다.

“스승님이 직접 출전하실 거예요?”

“채미, 내가 나서면 보살이 친히 납셔야 하잖니. 도액은 나와 두법을 하려는 거지 나와 전투하려는 게 아니란다.”

“그럼 스승님께서는 누구를 출전시키실 거예요?”

저채미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분석했다.

“종리 사저는 몸에 액운이 달라붙어서 적을 팔백 명 죽이면 자신은 더 큰 손해를 입을 거예요. 송 사형과 저는 연금술사이니 전투에 능하지 않고요. 이 사형은 경성에 없고……. 양 사형만이 출전할 수 있어요.”

감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왜 한숨을 쉬세요?”

“정말 공교롭게도 네 양 사형이 어제 무술을 연마하다가 사도에 빠진 터라 출전할 수 없단다.”

“네?”

저채미는 깜짝 놀라 문득 입안에 있는 떡이 맛이 없어졌다. 그녀는 정교한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럼 어떡해요?”

“나 역시 심란하구나. 네가 궁에 들어갔다 와야겠다. 폐하께 사람 하나를 보내 달라고 하렴.”

* * *

이내 노란색 치마가 말을 타고 달가닥달가닥 내달려 황궁으로 들어갔다.

원경제는 정오가 막 지난 이 시간에 마침 영보관에서 도교의 경전을 연구했다. 여자 국사가 경전의 심오한 뜻을 논하고 있었지만, 그는 어떻게 해도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정신을 딴 데 팔았다.

“폐하께서는 두법의 일로 고민하시는 겁니까?”

낙옥형이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원경제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물론 짐은 감정에 대한 확신이 넘치지만, 불문이 이번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으니……. 만약 두법에서 지면 대봉의 체면이 어떻겠습니까.”

“술사 체계는 비교적 특수하지요. 전투력을 제일로 삼지 않기에 확실히 믿음직한 편은 아닙니다.”

낙옥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날 모든 체계 중에 술사 체계의 전투력이 가장 약하다. 술사 체계가 뛰어난 분야는 개인 전투력이 아니라 국력 신장이다.

대봉 군대가 가는 곳마다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우수한 군비가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이 만든 듯 정교한 공성(攻城) 무기, 화포, 상노 등은 모두 사천감에서 나왔다.

이는 다른 체계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9품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8품 망기사(望氣師)와 7품 풍수사는 풍수와 지맥을 보고 풍수를 개선한다. 이런 것들 모두 아주 강력한 보조 기능이다.

설령 4품 진법사라도 사실은 마찬가지로 보조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건 전투가 아니라 법기 제련이다.

술사는 황조에 종속되어야 하고 양자는 공생 관계다.

낙옥형이 이렇게 말하니 원경제는 근심이 더 깊어졌다.

“폐하께서 운록서원의 원장을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각 체계에서 무사의 전투력이 가장 강하지만 어느 체계가 가장 완벽하고 단점이 없는지 논하자면 유가밖에 없습니다. 유가는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불문의 수법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유가가 평정할 수 있습니다.”

원경제의 눈이 약간 반짝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국사, 작년에 짐이 조 원장에게 관직에 취임하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가 거절했습니다.”

그의 말에는 운록서원의 지식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늙은 태감이 황급히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

“폐하, 궁안에서 전보가 왔습니다. 사천감의 저채미가 스승의 명을 받들어 알현하기를 청합니다.”

‘스승의 명을 받들어 알현하기를 청한다…….’

원경제는 침음하더니 말했다.

“짐은 국사의 설교를 듣고 있으니 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그녀에게 영보관으로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하거라.”

늙은 태감은 명을 받들고 떠났다.

원경제는 낙옥형을 보며 말했다.

“감정이 아마 두법의 일로 그러나 봅니다. 국사께서도 들으시고 짐을 도와 조언해주시지요.”

그는 비록 존귀한 제왕이지만, 도력(道力)이 보잘것없어 자신은 주관이 없었다. 낙옥형이 옆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분석해 주어야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