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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41화 (341/712)

341화. 금강노목법상(金剛怒目法相)

철퍼덕…….

굽힐 줄 모르는 허평지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신년과 허칠안도 그를 비웃지 않았다. 허신년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맥이 풀리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허칠안은 반쯤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지면을 받쳤다.

그는 머릿속으로 땅 위에 우뚝 서서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을 관상하고, 속으로는 대자연과 맞서 싸우는 기염을 한껏 토해 냈다. 그런 뒤 그는 조금씩 허리를 곧게 세워 칼을 짚고 섰다.

‘도액, 꼭 감정과 싸워야 하냐…….’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경성에 있는 수백만 명의 인구는 이런 고통을 견뎌내지 못 한다.

쾅!

이때, 문을 밀어젖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영음이 눈을 비비며 방문을 짚고 문턱을 넘어왔다.

“아버지, 밖이 너무 시끄러워요…….”

“어서 방으로 들어가거라, 어서!”

허평지가 소리쳤다.

허영음은 작은 얼굴을 치켜올리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늘에 신선이 있어요.”

그녀는 넋을 잃고 봤다. 법상의 위압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 * *

“금강노목법상?!”

낙옥형이 입을 삐죽거리며 돌아서서 정실로 들어가더니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

불문에는 9대 법상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금강노목인데 이건 1품 보살만이 시전할 수 있다.

감정에게 넘겼으니 그녀와는 관계가 없었다.

바로 이때, 백의에 백발에 흰 수염을 기른 감정이 관성루 팔괘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뒷짐 지고 선 그의 수염이 밤바람에 휘날렸다.

“그해의 약속은 자네들과 황실의 일이지 나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감정이 불쾌해하며 말했다.

한없이 거대한 법상이 입을 뗐다. 음파가 세차게 굽이쳤지만, 감정 한 사람만이 들을 수 있었다.

“그해 만약 우리 불문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네가 1품에 들어설 수 있었겠는가? 지금 신수가 세상에 나왔네. 자네가 만약 불문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뒷날 내가 직접 경성에 올 것이야.”

“자네가 감히 경성에 오면 이 늙은이가 자네를 윤회로 보낼 것이야.”

감정이 차갑게 웃더니 물었다.

“자네 불문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건가?”

“자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거겠지. 일단 신수가 육신을 다시 모으기만 하면 우리 불문에 얼마나 큰 재난을 초래할지 자네는 알 거야.”

금강법상이 포효했다.

“그럼 자네는 신수가 만약 계속 상백에 봉인되어 있었다면 우리 대봉에 얼마나 큰 재난을 초래할지는 아는가?”

감정이 반문했다.

금강법상이 말했다.

“너희 사천감이 직접 쑤신 바구니를 우리 불문더러 교체하라고?”

“일이 이미 이렇게까지 됐는데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왜 하는가? 자네의 이 법상은 반각 밖에 유지할 수 없잖은가. 할 말 있으면 얼른 하게. 경성 백성들의 수면을 방해하지 말고.”

감정이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두 가지가 있네. 첫째, 만요국 잔당의 행방을 철저히 캐내고, 신수의 단수를 되찾는 일. 둘째, 불문이 자네의 천기반(天機盤)을 3년 동안 빌려야겠네.”

“재주 있으면 가져가 보시지.”

감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좋네!”

금강법상이 사라졌다.

* * *

“엇? 이번에는 싸우지 않았네?”

허칠안이 하늘을 바라보니 그 기세가 신마와도 같은 금강법상은 이미 사라졌다. 이전처럼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싸움도 하지 않았다.

단지 하늘에 잠시 응집했다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허평지와 허신년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전체적으로 탈진한 듯했다.

“영음,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얼른 와서 네 아버지와 네 둘째 오라버니를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가렴.”

허칠안이 손짓하여 불렀다.

“됐어!”

허평지는 조카에게 침을 칵 내뱉더니 꾸짖었다.

“이리 오거라. 너를 20년 동안 키운 게 무슨 소용이니.”

허칠안은 황급히 가서 숙부를 부축했다.

그는 숙부와 신년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머릿속으로 신수 승려와 소통했다.

“대사, 대사……. 방금 상황 보셨습니까?”

“무슨 일인가?”

귓가에 신수의 가물가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칠안은 모였다가 흩어지는 짙은 안개를 보았다. 그가 떠다니는 안개를 뚫고 가니 낡은 사찰이 보였다. 문 앞에는 수려한 외모의 신수 승려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대사, 별일 아니긴 한데……. 그러니까 방금 거대한 장면을 봐서 대사와 의견을 주고받으러 왔습니다.”

허칠안은 간절하게 말했다.

“불문 고수의 앞에서 마음속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말게.”

신수가 경고했다.

“알겠습니다, 대사.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허칠안은 방금 경성 밤하늘에서 발생한 현상을 한 차례 서술하더니 개탄하며 말했다.

“감정의 천기 차단술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1품이니 당연히 대단하지.”

신수 승려는 온화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 기억이 불완전한 터라 술사에 관한 정보는 모르겠네.”

‘윽…… 신수 승려가 봉인되기 백 년 전에야 술사 체계가 나타났지? 그가 술사 체계를 모르는 것도 정상이군.’

허칠안은 말했다.

“대사, 제가 며칠 전에 서역에서 온 승려를 타진해봤는데 대사의 신분을 조금은 알더군요.”

온화한 얼굴의 신수 승려는 심각한 기색을 보이며 정신을 집중해서 그를 주시했다.

“무슨 결과가 있는가?”

허칠안이 대답했다.

“불문의 승려가 대사께서 불문의 반역자라고 말하더군요. 대사를 죽일 수가 없어서 봉인했다고 합니다.”

“불문의 반역자라…….”

신수 승려는 중얼거리며 점점 안색이 변하더니, 눈빛 깊숙한 곳에서는 서글픔과 분노가 스쳤다.

이에 따라 이 은밀한 세계의 짙은 안개가 떨리더니 흐르는 강물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잘 했네. 옛날 일들이 떠오르는군.”

한참 동안 감정을 가라앉힌 신수 승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옛일인데요. 대장, 저에게 공유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허칠안이 속으로 말했다.

그가 막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눈앞에 안개가 한데 합쳐지더니 낡은 사찰과 신수 승려를 가리고 뒤이어 온 세상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경물이 변하면서 방안의 진열품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신수 승려의 신비로운 세계에서 나왔다.

“그 아줌마와 내가 연원이 있다고 했지. 도대체 무슨 연원인지 이따가 금련 도사에게 좀 물어봐야겠군. 계속 목구멍에 생선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이야. 괴롭군……. 불문 사절단이 언제 갈지 모르니 그동안 나는 최대한 몸을 사려야겠다. 도액 대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해. 현재 내 정신력이 전봉에 도달했으니 아마도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불문 금강 신공의 묘한 점을 알고 난 뒤 무사의 동피철골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군…….신수 대사는 기억이 불완전해서 이 재주가 없을 거고, 항원은 계모가 기른 자식이라 이런 심오한 절학을 배울 수 없었을 테지. 어렵군.”

그가 침상에 누워 생각을 펼치는데 갑자기 익숙한 진동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허칠안은 손을 뻗어 베개 밑에서 지서 파편을 꺼내면서, 한편으로는 일어서서 등불을 켜고 탁자에 앉아 전서를 살펴보았다.

[일: 도사님, 서역 사절단의 우두머리인 도액 대사는 몇 품입니까?]

염탐하길 좋아하는 미치광이 일호가 모처럼 주도적으로 전서를 보내왔다.

[구: 도액은 2품 나한이네. 살적 과위(殺賊果位)지.]

‘2품 나한이군. 내 추측과 부합하는군……. 하지만 살적 과위가 뭐지?’

허칠안은 잠시 돌이켜 생각하여, 야경꾼 관아의 안독고에 ‘과위’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사: 소위 과위는 불문의 설법이네. 나한에는 3대 과위가 있는데 각각 살적, 불환(不還), 아라한(阿羅漢)이지. 그중 아라한의 과위가 제일 높고, ‘살적’과 ‘불환’은 평등하네.]

‘그렇군…….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아주 대단한 것 같아!’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호가 설명을 마친 뒤 다시 말했다.

[사: 허나, 나는 오늘 밤에 나타난 두 번째 법상이 좀 지나치게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첫 번째 법상은 살적 과위의 응집으로 도액 대사 자신의 역량이다. 두 번째 법상의 기운은 더 방대하고 중후했다.

[구: 그건 금강노목법상으로 불문의 9대 법상 중 하나네.]

[사: 어쩐지. 알고 보니 보살이 나섰군요.]

‘보살, 1품 보살?!’

허칠안은 ‘씁’하고 소리를 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렸는데, 등줄기가 서늘했다. 도둑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들었을 때의 두려움 같았다.

만약 경성에 온 게 1품이라면, 허칠안은 자신이 또다시 곧 아슬아슬해질 듯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모든 체계에는 그만의 특수함이 있다. 천기를 차단하는 건 술사의 특기니 감정의 실력을 믿어야 해…….’

그는 자신을 이렇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묘진이 갑자기 얼굴을 비추며 문자를 보냈다.

[이: 자네들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오늘 저녁에 나타난 법상이라니?]

일호는 줄곧 이호와 맞서지 않았고, 사호는 천인 간의 전쟁이 얽혔기에 그녀에게 ‘의심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금련 도사가 잠시 얼굴을 비추지 않자 순간 어색함이 흘렀다. 결국에는 육호 항원이 문자를 보내 설명했다.

[육: 불문 사절단이 경성에 들어와서 기척을 좀 냈네. 오늘 저녁 경성 상공에 법상이 나타났지.]

몇 초 뒤, 이묘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

[이: 상백 사건 때문에 왔는가?]

상백 밑의 봉인물에 불문까지 관련됐다는 일에 관해서는 삼호가 일찍이 천지회 내부에서 공개한 적이 있었다. 허칠안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이 갑자기 좀 울적해졌다.

[육: 그렇네.]

이묘진은 개탄하며 문자를 보냈다.

[이: 불문은 확실히 강하군. 역시 구주 제일의 대교(大敎)일세.]

‘불문이 구주 제일의 세력인가……. 이 점에 대해 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일 관아에 가서 자료를 좀 찾아봐야겠군.’

[사: 이묘진, 자네는 왜 아직 경성에 도착하지 않았는가?]

[이: 허, 자네에게 며칠 더 살 기회를 주는데 좋지 않은가?]

‘저기요, 아가씨. 그렇게 거칠게 말하지 말고 덕으로 납득시켜야지!’

허칠안은 속으로 빈정거렸다.

[이: 육로를 따라 경성에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가는 길에 마침 악한 놈들을 제거할 일이 생겨 탐관오리와 폭군들을 몇몇 죽였네.]

지서 단체방에서는 한참 동안 말하는 자가 없었다. 금련 도사가 얼굴을 내비쳤다.

[구: 참, 오호는 요즘 어떠한가?]

오호는 대답이 없었다.

[이: 도사님, 도사님께서 사적으로 전서를 보내 물어보십시오. 이 계집애 또 일이 생긴 듯합니다.]

금련도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구: 알겠네.]

‘오호의 경험은 아마 《오호유랑기》, 《오호의 기묘한 모험》같은 책으로 쓸 수 있을 거야…….’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

* * *

허칠안은 날이 밝을 때까지 깨지 않고 푹 잔 뒤 암말을 타고 야경꾼 관아에 이르렀다.

그는 곧장 안독고로 가서 ‘병(丙)’ 자호(字號) 칸에 이르러 안독고를 관리하는 하급 관리에게 분부했다.

“불문과 관련된 모든 공문서를 가져오게. 가는 김에 차 한 잔도 내오게.”

불문과 관련된 자료는 차고 넘쳤다. 탁자에 쌓아두니 사람 키보다도 높았다. 허칠안은 선별한 후에 괴짜, 기괴한 일 그리고 ‘전설’은 배제하고 《구주지리지》와 《서역지리지》 등 지역과 관련된 서적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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