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38화 (338/712)

338화. 불문의 법상(法相) (1)

“아주머니, 왜 또 왔습니까? 아주머니 차림새를 보면 부유한 집안의 아낙네도 아닌 듯한데 삶이 무료하신가요? 매일같이 뛰쳐나와 구경하다니요.”

“연무대 위의 사내가 아주머니 남편입니까?”

“오늘은 은자를 얼마나 가지고 나오셨나요? 도둑맞지 마세요. 자, 본관이 사람이 적은 곳으로 아주머니를 데려 가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맨 처음에 그를 쓱 흘겨본 뒤로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귓가에 대고 끊임없이 재잘거리도록 놔뒀다.

아주머니는 뛰어난 인재인 허 은라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허칠안은 시시함을 자초하면서도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더 말을 하지 않고, 연무대 위에서 힘을 겨루는 쌍방에게 관심을 돌렸다.

이번에는 정사 승려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동피철골의 6품 무사와 육탄전을 벌이기로 마음먹고 주먹으로 갈겼다.

탕탕탕…….

구타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끊임없이 울리는 종소리 같기도 하면서 대장장이가 쇠를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이따금 두 사람 사이에서 눈을 자극하는 불꽃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은 둘러싸고 구경하다 실컷 환호하였고, 갈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아이가 정신 팔려 구경하다가 신이 나서 연무대 위로 뛰어오르더니 흥분한 나머지 소리쳤다.

“꺼져라!”

허칠안은 재빨리 다리를 움직여 그를 차 버렸다. 어린아이는 몇 미터 팔랑팔랑 날아가 한 사내의 품에 떨어졌다. 그자는 그의 부친인 듯했다. 그는 놀라면서도 화가 나서 허칠안을 노려보았지만 경솔하게 굴지 못했다.

“다치지는 않았니?”

사내가 절박하게 물었다.

“아프지 않아요.”

아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다시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연무대 위의 겨루기를 집중해서 보았다.

연무대 위의 전투는 아주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일주향 뒤 승패가 갈렸다. 6품 무사는 정사 승려에게 가슴을 세 차례 얻어맞더니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백절불굴의 정신을 깼다.

“불문의 금강불패는 명불허전이군.”

사내는 공수하더니 더는 이곳에 머무를 면목이 없다는 듯 연무대를 뛰어 내려가 황급히 떠났다.

아주머니는 살짝 발을 굴렀다.

허칠안은 좀 의아했다. 이 아주머니는 뭐랄까, 그는 그녀에게서 소녀에게만 있는 자태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집안의 숙모도 이따금 이런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아주머니처럼 과장스럽지는 않았다.

‘본인의 나이를 헤아리지 않는데…….’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리고 웃으며 말했다.

“이건 마치 두 자루의 칼이 부딪치는 것과 같습니다. 힘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품질이 더 좋은 칼이 이길 수 있지요. 듣건대 불문의 금강불패는 부처의 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사의 동피철골은 ‘품질’이 들쑥날쑥해서 진다고 해도 억울하지 않지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돌리더니 얕보며 말했다.

“자네는 그럴듯하게 말하면서 왜 연무대에 오르지 않나? 전에 단칼에 6품 무사를 베었던 것 아닌가?”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반문했다.

“아이고. 그때 가셨던 거 아니었어요? 아주머니께서 제가 단칼에 6품을 베었는지 어떻게 아십니까?”

아주머니는 냉소로 답했다.

“내가 귀를 먹은 것도 아니고, 말을 못 하는 것도 아닌데. 그날 남성에 또 다른 은라가 있었던 게 아닌 이상 말이야.”

“저기요. 그날 아주머니가 사람을 불러 저를 때렸죠? 아주머니는 어느 집안 아낙네입니까? 남편께서는 어느 부처에서 직무를 맡고 계시죠?”

허칠안은 꾸밈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날, 그 강호인이 6품으로 치장하고 아무런 까닭 없이 연무대에 올라 도발했다. 그는 이름을 똑똑히 대며 허칠안에게 도전했다. 그는 본래 바로 체포할 수 있었지만, 허세를 부리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신령 노릇을 하려고 도전을 수락했다.

사후, 그가 심문하러 가기도 전에 강호 무사를 누군가가 데리고 갔다. 야경꾼 관아에서 사람을 빼내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허칠안은 ‘제 식구’라고 추측했다. 군인이거나 어느 대인이 키우는 객경(客卿)일 것이다.

바로 방금, 허칠안은 마찬가지로 6품 무사가 연무대에 오르는 걸 보았고, 둘러싸인 군중들 속에 섞인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영감이 솟아났다. 그는 확실히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주머니의 신분은 절대 그녀의 외모처럼 그렇게 소박하고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자신이 그녀의 미움을 산 건 확실했다. 비록 별로 큰일은 아니었더라도, 사람의 옹졸함은 별개의 문제로 다룰 일이었다.

허칠안은 그날 6품 무사가 그녀의 지시를 받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허칠안의 질문을 들은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연무대에 올라 이 승려를 이기면 알려주겠네.”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두려운가?”

그녀 눈 속 경멸이 더욱 짙어졌다.

‘두려워. 어렵사리 불문 사절단의 시선에서 벗어났는데 나는 불문의 승려와 너무 많이 얽히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칼자루를 쥐고 침음하더니 말했다.

“저는 그의 금강불패를 베지 못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더니만!’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고, 눈빛이 복잡해졌다. 눈빛에 실망스러움과 함께 득의양양함이 서려 있었다.

이때 청삼 검객이 옆에 있는 주루에서 날아올라 연무대 위로 하늘하늘하게 떨어졌다.

구경꾼들은 누군가 또 승려에게 도전하는 걸 보자 갑자기 활기차졌고, 다시 한번 눈팅하면서 청삼 검객이 어떤 사람인지 토론할 참이었다.

“초원진…….”

허칠안은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초원진을 안다고? 아, 초원진은 이전 장원랑이니 대봉 고위층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겠지……. 초원진이 나선다면 아마 안정되겠지.’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사 승려가 줄곧 연무대를 독점했으니 조정에서도 면목이 없었다.

“스님, 저는 검을 한 번밖에 뽑을 수 없으니 막을 수 있다면 제가 진 것으로 하겠습니다.”

초원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차분하게 정사를 직시했다.

다시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군중들은 주위에서 눈팅하던 중에 유삼 검객의 오만함을 보더니 그에 관한 인상에 점수를 확 깎았다.

모두가 서역에서 온 법사의 견고함을 보았다. 큰소리를 친 청삼 검객의 모습은 교묘한 수단으로 사리사욕을 취하여 일거에 명성을 얻으려는 강호 인사를 떠올리게 했다.

“시주, 청하겠습니다!”

양손을 합장한 정사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재미있군요.”

웃는 초원진의 눈에는 승부욕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의 군중들처럼 함께 즐기려는 욕구가 더 강했다.

이어 초원진은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동작을 취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몸 뒤에 멘 검은 까딱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실속 없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고 잔인하게 비웃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때 누군가 발치에서 날아오르는 돌멩이 하나를 보았다.

점점 더 많은 돌이 공중으로 솟구쳐 벌집처럼 청삼 검객의 손바닥 가운데로 몰려 들었다.

쾅쾅쾅쾅 부딪치는 소리에 돌과 돌이 빈틈없이 맞물려 검 자루 형태를 갖추었다. 곧 돌이 모이면서 4척 길이의 돌검 형태가 생겨 났다.

와…….

사방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군중들 대부분이 구경하러 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럴싸하고 화려할수록 그들의 눈에는 더욱 대단해 보였다.

초원진은 한 손으로 아주 그럴싸하게 돌을 모아 검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신선의 솜씨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맞기만 하는 서방의 승려보다는 볼거리가 훨씬 더 많았다.

“대단하군!”

아줌마는 눈을 반짝이며 참지 못하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돌검이 형태를 갖추자 초원진은 검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광풍이 일고 평지가 들리면서 주변에 있는 백성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검세(劍勢)가 너무 빨리 온 나머지 정사 승려는 피할 길이 없었다. 그는 양손을 합장하며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찡……. 쿵쿵쿵…….

먼저 고막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더니 기기가 빙글빙글 터져 나오면서 울림이 이어졌다. 세찬 조수 같은 충격파로 먼 곳에 있는 군중들이 뒤집혔다.

다행히도 백성들은 이 사흘 동안 이른바 기기 파동을 이미 겪은 터라 전처럼 연무대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다치는 사람은 없었고, 단지 적잖은 사람이 귀가 울려 피를 흘릴 뿐이었다.

첫 번째로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기 전에 허칠안은 아줌마의 귀를 막았다. 뒤이어 기기가 폭발하자 허칠안은 그녀를 기어코 품속으로 ‘눌렀다.’

아줌마는 아마도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친밀하게 스킨십당한 적이 없었는지 격렬하게 발악하며 발로 힘껏 허칠안의 발등을 밟았다.

이윽고 모든 풍랑이 잠잠해졌고 청삼 검객과 서역 승려는 연무대 위에 서 있었다. 승려의 금신(金神)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어둡고 빛이 없는 듯 보였다.

초원진의 손에도 검은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자갈밭이 펼쳐져 있었다.

“졌군.”

허칠안이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아줌마가 그를 밀치고 손을 휘저어 뺨을 후려치려는 모습이 보였다.

허칠안은 손을 들어 막아서더니 불쾌해하며 말했다.

“아주머니, 나이도 있으신데 성격은 여전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염주를 차고 있는 눈처럼 새하얀 손목이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

일련의 물음표가 허칠안의 머릿속에 스쳤다. 그는 아주머니의 눈빛을 바라보며 서서히 굳어 가더니 곧 기괴한 얼굴로 변했다.

그는 이 염주를 안다. 그날 그는 내성에서 금련 도사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도사의 손에서 지서 파편과 염주 하나를 ‘획득’했다.

그 팔찌는 금사남목 마차에 타고 있던 귀인에게 팔려갔더랬다.

‘그녀라고?!’

“손을 놓게!”

그녀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은니를 꽉 깨물었다.

허칠안은 얌전히 손을 놓았고, 아줌마는 손바닥을 뒤집어 때리지 못한 뺨을 한 대 갈기더니 노발대발하며 가버렸다.

‘아니겠지? 금련 도사가 <장차 자네와 연원이 깊을> 것이라 말하는 그 여인이 바로 그녀라고?! 그녀는 금사남목으로 만든 마차를 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따라서 이 아줌마는 원경제의 사촌 여동생이거나 어느 친왕의 본처!? 이런 여인이 나와 무슨 연원이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설마…… 아니다. 그릇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어쩌면 그녀에게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딸이 있고 그녀와 내가 인연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처럼 평범한 외모에 어떻게 꽃처럼 아름다운 딸이 있을 수 있겠어?’

허칠안은 아줌마의 자태가 떠오르자 그녀가 젊은 장모란 생각을 끊어 버리고, 속으로 연원과 자신이 반드시 부부의 인연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인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저나 고작 며칠 만에 그녀를 두 번이나 만났다니. 하지만 그녀의 배경이 애매모호하다. 내 생활이나 사업 반경에 있지 않고, 내 인간관계에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빈번하게 마주칠 수 있다면 금련 도사의 말이 맞다는 뜻이지. 나는 그녀와 확실히 인연이 있다.”

이때 격전의 여파에서 회복한 주위의 관중들 중에 누군가가 끊임없이 귀를 두드리며 ‘아아아’하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다행히 진동으로 고막을 다치지 않은 사람들은 손목을 움켜쥐고 탄식했다.

“이것도 이기지 못했어?”

“서방 불문 사람이 정말 이렇게 강하다고?”

허나 초원진을 나쁘게 말하는 자는 없었다. 어쨌거나 방금 그 검은 이미 신선 뺨치는 솜씨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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