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37화 (337/712)

337화. 금강불패(金剛不敗) (2)

이튿날, 허칠안은 신년의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관아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일도당에 도착해서 붓을 들고 먹을 갈았다…….

그는 하급 관리에게 청구 문서를 한 장 쓰게 했다.

이번 접대 참석 인원: 21명

항목: 조정을 찬양하고, 위 공을 칭송함(음주․가무)

비용: 164냥 3전

허칠안은 쪽지를 다 쓴 뒤 잠시 생각하더니, 허 은라가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급 관리더러 대신 호기루에 전달하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급 관리가 돌아와서 보고했다.

“위 공께서 말씀하시길 쪽지는 대인이 직접 쓴 게 아니라서 성의가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후……. 이건 위연이 속으로는 불만이지만 정산해주길 원한다는 의미잖아. 하, 안심하세요, 위 공. 소직이 반드시 물불 가리지 않고 큰 은혜와 덕에 보답하겠습니다!’

허칠안은 즉시 청구 문서를 한 장 작성한 뒤 묵적을 불어서 말리고 잘 접어 하급 관리에게 다시 다녀오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급 관리가 돌아왔다. 위연의 대답은 이러했다. 기각!

‘……가지고 노냐!’

허칠안은 화가 나서 물었다.

“위 공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던가?”

하급 관리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인께서 글씨를 못 쓴다고 비웃는 것도 포함됩니까?”

‘위연 X새끼…….’

허칠안은 화가 나서 하급 관리를 내쫓았다.

* * *

춘시 이후에 가장 주목받는 일은 아마 한 달 뒤에 있을 전시일 것이다.

금방제명(*金榜題名: 전시에 급제하다)이란 네 글자는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아래로는 시골 백성들부터 위로는 황제와 제공들까지 모두 과거를 더할 나위 없이 중요시했다.

하지만, 원경 37년에는 자질구레한 일이 유난히 많았다. 우선 도문 천인 간의 전쟁은 일갑자에 한 번 있으니 과거보다 더 끌리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서역 사절단이 경성에 들어와 다시 한번 파문을 일으켰다.

대봉에는 사찰이 드물고 불문의 고승도 보기 드물지만, 불문 고수의 전설은 대봉 강호에 널리 퍼졌다.

무슨 환생이라든가 윤회라든가, 사후에도 금신(金神)은 불멸한다거나, 사리불이 우주의 법도를 훼손했다든가 등의 소문이었다.

강호 인사들은 불문에 강렬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서역 사절단은 역시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둘째 날, 수려한 외모의 젊은 승려가 남성의 연무대 위에 올라왔다.

그는 비현실적인 말로 논쟁하며 불문의 금강 신공으로 중원 무림 고수의 가르침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날 그가 강호의 호협들을 건드려 여러 명이 함께 들고 일어나 공격했음에도 금강 육신을 파괴할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기에 호협들은 침울하게 떠났다.

서역 고승은 남성과 마주 바라보는 북성 연무대도 차지했지만, 그는 대봉의 고수를 도발하지 않고 단을 열어 설법했다.

성안의 백성들은 몰려가서 고승의 설법을 정중히 듣더니 마치 무언가에 취한 듯했다. 그는 탕아가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울게 만들고, 불량배가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뉘우쳐 철저히 고치게 하고, 몇 대에 걸친 독자가 크게 깨달음을 얻고 도를 닦으러 출가하게 했다…….

각종 설법이 지나치게 이상하리만큼 시정에 퍼져서 점점 더 많은 백성들이 모여 불법에 귀를 기울였다.

* * *

내성의 어느 주루.

강호 떠돌이들이 서역 불문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단지 두 사람 간의 한담이었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합류하여 나중에는 밥을 먹으러 온 일반 백성들까지도 이야기에 참여했다.

“이미 3일이 지났는데 그 승려는 지금껏 패한 적이 없네. 자네 같은 강호 인사들은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지 않는가? 어째 승려 하나조차 이기지 못하는가.”

“자네 같은 일반 백성이 뭘 아는가. 그자가 보통 승려인가? 그자는 서역에서 온 고승이네. 서역 불문 사람들은 어린아이일지라도 얕잡아 보면 안 되네.”

“그렇군. 서역 불문은 역시 대단하네. 이와 비교했을 때 우리 대봉은 너무 뒤떨어지지 않는가.”

“흥, 야경꾼이 경성의 수호자라고 말하지 않는가? 금라 열 명 모두 초일류 고수인데 어째서 나서는 야경꾼을 본 적이 없는가?”

“자네 같은 타향 사람은 모르네. 야경꾼도 벼슬아치를 상대하는 데에는 아주 뛰어난데 대외적으로 겁쟁이일 뿐이네.”

한 경성의 백성이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

오히려 한 강호 인사가 기분 나빠하며 반박했다.

“헛소리. 며칠 전에 은라 한 명이 단칼을 빼 들어 6품 고수를 베는 장면을 내가 직접 보았네.”

경성의 백성이 이에 관해 대답했다.

“하지만 자네들이 방금 얘기하지 않았는가? 서역 불문은 어린아이일지라도 얕잡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우리 대봉의 무사들이 어깨를 견 줄 수 있는가?”

“그것도 그렇네. 나는 강호를 여러 해 동안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대단한 동피철골을 본 적이 없었네. 금빛 찬란한 것이 역시 서방의 고수답더군.”

* * *

류 공자는 2층에서 난간 밖으로부터 시선을 거둔 뒤 분이 가라앉지 않아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군! 사부님, 그 승려의 육신은 어찌 된 일입니까?”

“그건 불문의 유일무이한 신체 단련 신공이네. 6품의 동피철골경과 필적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중년의 검객이 탄식하며 말했다.

“신선 싸움은 옆에서 구경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름다운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류 공자는 달갑지 않았다. 그는 아직 사부님의 소유지만 곧 자신이 미래에 가질 예정인 패검을 주시하며 말했다.

“사천감 출신의 이 신병(神兵)으로 그의 육신을 파괴할 수 있을까요?”

중년의 검객은 제자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피식’하고 웃었다.

짙고 요염하게 화장했지만, 저속해 보이지 않는 용용 낭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3일 동안 연무대에 올라 힘을 겨룬 사람들 대다수가 강호 인사입니다. 이따금 관아의 고수도 몇 명 있었지만, 수련 경지 역시 아주 높지 않았어요. 왜 고품 무사가 나서지 않는 걸까요?”

“너 역시 고품 무사라고 말했구나.”

중년의 아름다운 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어제 그 승려를 보러 갔는데 수련 경지가 높지는 않지만, 금강 신공을 등에 업고 불패를 점하고 있더구나. 고품 강자는 당연히 그들 자신만의 오만함이 있으니 이겨도 영예롭지 않지. 만약 육신을 깨트릴 때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면…… 그건 창피한 일이란다.”

중년의 검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덧붙였다.

“조정에서 고수를 파견하지 않는 것 역시 이 이유야. 고작 승려 하나와 겨루자고 조정에서 성급하게 고품 강자를 보내 제압한다면 누가 더 창피하겠느냐? 버젓한 대봉인데 이 정도 기백은 그래도 있어야지.”

“그래서 말도 못하고 손해만 볼 수밖에 없다고요?”

류 공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그는 평소에 강호를 돌아다니며 말끝마다 개 같은 관리, 우매한 황제라고 했지만, 이건 자기 집안일이다.

일단 외부인이 와서 대봉의 체면을 깎는다면, 류 공자는 바로 적개심에 불타오르리라.

“그럼 대봉에 젊은 세대 고수가 있는지 봐야겠구먼.”

중년의 검객이 술을 마시며 말했다.

* * *

같은 시간, 남성, 주루.

허칠안은 은라 차복 차림으로 요망대에 서서 연무대 위의 싸움을 감상했다. 그의 왼쪽에는 청삼 검객 초원진, 오른쪽에는 체구가 훤칠하고 기골이 장대한 ‘노지심’ 항원이 있었다.

이때 정사 승려와 겨루던 자는 젊은 백의 검객이었다. 연기경 전봉으로 수련 경지가 나쁘지 않았는데 어느 명문 파벌의 제자인지는 몰랐다.

이 백의 검객은 괴상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검법으로 정사 승려의 급소를 공격했다.

정사 승려는 꿈쩍하지도 않고, 철검이 몸에서 불빛을 내며 쪼개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이따금 손을 뻗어 바짓가랑이와 눈을 자극하는 음흉한 술수를 부렸다.

그는 신체가 금강불패긴 했지만 옷까지 그렇지는 않았다. 혁대는 그래도 보존해야 했다.

백의 소협은 몇백 수만에 힘이 고갈되어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두고 읍을 올리며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오!”

연무대 밑에서 아유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성의 백성이든 강호 인사든 모두 아주 실망했다.

“이 분은 아마 나비검의 사형인 듯합니다.”

허칠안이 연무대 가장자리에 있는 늠름한 자태의 아름다운 여협객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애검각의 ‘나비검’은 용용 낭자, 천면여비적 및 쌍도문의 여도객(女刀客)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호의 네 송이 꽃이다.

뭇사람의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확실히 빼어난 외모의 미인이다.

항원과 초원진은 이 말을 듣고 몇 번 쳐다보더니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

“항원 대사, 이게 바로 서역 불문의 독자적인 신체 단련 공법입니다. 무승 체계에 속하지요.”

초원진이 말했다.

“탐나지 않습니까?”

“당연히 탐나지요.”

항원이 말했다.

허칠안은 이 대화를 듣자 마음이 다소 동요했다. 정사 승려가 시전하는 이 신체 단련 공법이 끓이고, 방망이로 두드리지 않아도 동피철골과 견줄 수 있는 신체 단련 법문인가?

“저도 탐납니다.”

허칠안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항원은 그를 보더니 말했다.

“금강경은 보통 사람이 수련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타고난 불근(佛根)이지 않은 이상 불법 기초가 없는 자는 수련해낼 수 없지요.”

‘네가 말한 그 불근이라는 게 공인된 불근이야……?’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스님, 이 몸이 스님을 만나러 왔습니다요.”

이때, 우람한 채격의 사내가 군중을 밀치며 연무대로 뛰어 올랐다.

이 사내의 몸에는 보통 사람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광이 번쩍였다. 그는 동피철골경 무사였다.

방금까지 실망하여 야유하던 구경꾼들이 갑자기 흥분하였다.

서역의 승려가 연무대에서 3일 동안 위세를 떨치다가 마침내 동피철골경의 고수를 건드렸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겠는데요.”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군중들에게 시선을 옮겨 한 번 훑어보다가 놀랍게도 ‘친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는 천으로 된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싸리나무 비녀를 꽂은, 소박한 차림새를 한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연무대를 응시했다.

“저 아는 사람을 좀 만나 보러 가겠습니다.”

허칠안은 한마디 던져 놓고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드러내지 않고 먼 곳에서부터 조용히 인파를 돌아서 천으로 된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싸리나무 비녀를 꽂은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초원진의 시선이 그를 쫓았다. 그는 허칠안의 목표가 나이 들고 평범한 자태의 부인인 걸 보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칠안의 기호가 좀 독특하군요.”

항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허 대인을 위해 몇 마디 변명하고 싶던 차에 먼발치에서 변변치 않게 ‘호색가’의 웃음을 드러내며 부인에게 말을 거는 허칠안을 보았다.

부인은 그를 상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흘겨보기까지 했지만 허 대인 역시 개의치 않고 쉴 새 없이 나불거렸다.

항원은 이 광경을 보더니 갑자기 변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져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젊은 사람이 방탕한 건 좋은 일만은 아니지요.”

초원진이 하하하 박장대소했다.

“교방사의 기녀들이 아름답기는 아름다우나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남편이 있는 부인이 아주 별미입니다.”

항원은 허칠안이 딱하기도 했지만 변변치 못한 모습이 원망스러웠다.

허칠안은 다 좋은데 여색을 밝히는 쪽으로는 항상 구설수가 돌았다.

일호가 천지회 내부에서 널리 떠벌리는 바람에 허칠안의 호색가 이미지는 이미 지서 파편 소지자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파고든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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