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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32화 (332/712)

332화. 이옥춘의 일생의 적

조운선이 천천히 부두에 정박했다. 돛대 세 개가 세워진 한 척의 범선 갑판 위에 수십 명의 야경꾼이 오랫동안 서 있었다.

금라 양연과 강율중은 야경꾼 무리를 거느리고 관선에서 내렸다. 일행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경성을 바라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더욱이 강율중과 장 순무의 선봉대는 경성을 떠난 지 무려 두 달이 넘었다. 엄동설한에 경성을 떠나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버들가지에 싹이 트고 만물이 새 생명을 피웠다.

이옥춘은 손짓하여 송정풍과 주광효를 불러 나지막이 말했다.

“업무 보고를 마친 뒤에 우리 칠안에게 제사를 지내러 가세.”

송정풍과 주광효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이 전사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그때 조수같이 용솟음치던 슬픔은 지금 가슴속에 가라앉아 그들이 영원히 마음속에 새겨야 할 동료, 부하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 뒤, 그들은 통통 튀는 젊은 사내를 떠올리면 가슴속에 희미한 슬픔과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른다.

양연이 앞에서 걸어가다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가겠네.”

장 순무는 탄식하더니 말했다.

“본관은 폐하를 뵈어야 하니 자네들과 같이 가지 않겠네. 내일 나는 처자식을 데리고 직접 제사를 지내겠네.”

그는 일이 비교적 많아 내일 허칠안에게 성묘하러 갈 시간을 내지 못할 것임이 분명했다.

이 무리는 청주에서부터 줄곧 물 위를 떠다니느라 조정의 전서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허칠안이 다시 살아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허칠안은 다시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내친김에 궁궐 내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이내 그들은 야경꾼 관아에 도착했다.

* * *

한편 허칠안은 종리를 데리고 금옥당에서 나와 자신의 일도당 입구를 구경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종리는 걷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허칠안을 발견했다.

그녀는 우선 허칠안을 본 후 그의 시선을 따라 관아 입구를 보았다. 그곳에는 이리저리 떠다니며 객지에서 고생한 야경꾼들이 문턱을 넘고…… 전부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굳어 있었다.

마치 석상을 방불케 했다.

“저자는 누구지? 왜 허칠안과 비슷하게 생겼지…….”

“우리 관아에 이런 은라가 있었던가?”

“눈이 침침해졌나보군. 나는 허칠안을 본 것 같네. 아니야. 허칠안이 저렇게 수려한 외모일 리가 있나…….”

“쌍둥이 형제인가? 하지만 허칠안은 형제가 없는데…….”

남쪽에서 돌아온 야경꾼들의 머릿속에 질문이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갑자기 공기가 적막해질까 봐 가장 두렵고, 갑자기 추억이 떠오르면서 심장을 후벼 파는 고통이 가라앉지 않을까 봐 가장 무섭고, 갑자기 당신의 모습이 보일까 봐 가장 겁이 납니다…….’

허칠안은 이 가사가 그들의 이 순간 심경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색해하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허천이라고 합니다.”

허칠안도 조만간 다시 만날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타개 방식은 이러했다.

양연 등 일행이 경성에 돌아온 후 관아의 동료들한테서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달려와서 자신을 껴안고 대성통곡한다.

이렇게 어색한 재회는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틀림없이 종리가 내게 가져온 불운이야.’

이옥춘은 허칠안을 빤히 쳐다보다가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자, 자네 허칠안인가?”

다른 이들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를 쳐다보며 숨을 죽였다.

“접니다. 저 죽지 않았어요.”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대답에 그쪽은 십여 초를 조용히 침묵했다. 그때 갑자기 송정풍이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와 허칠안의 품에 뛰어들어 힘껏 포옹했다.

“자네 어떻게 죽지 않은 건가? 자네 분명히 완전히 죽었는데 말이야.”

“외모가 극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네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내게 말해 보게.”

“살아 있다니, 정말 살아 있다니……. 따끈따끈하구먼.”

야경꾼들은 허칠안을 에워싸고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이따가 설명하겠네, 이따가 설명하겠어…….”

허칠안은 송정풍 등을 밀치고 헤죽헤죽 웃으며 본인 가슴의 은라 휘장을 가리키며 이옥춘에게 말했다.

“대장, 저 은라가 되었어요.”

이옥춘은 뒷짐 지고 일부러 침착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내가 고생하여 양성한 보람이 있군.”

허칠안은 손짓하며 말했다.

“종 사저, 오세요. 제 대장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옥춘은 그때서야 종리를 보았다…….

건조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주름투성이에다가 거친 천으로 된 긴 도포. 오랫동안 빨지 않은 자수 신발과 보이지 않는 얼굴……. 이옥춘은 등 뒤에서 차디찬 뱀이 기어 다니는 감각이 들면서 두피가 저려 왔다.

그는 잔뜩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섰고, 종리를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어느 집 아가씨란 말인가! 어느 집 아가씨야!!!”

“종리 사저는 먼저 제 일도당에 가세요.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있습니다.”

허칠안은 황급히 오 사저를 내쫓았다.

“아!”

종리는 고개를 숙인 채 억울해하며 멀어져 갔다.

이옥춘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팔뚝의 닭살이 천천히 사라졌다.

이어 허칠안은 모두에게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탈태환이라. 옛 육체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육체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탈태환? 예전에 폐하께서 감정께 달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감정께서 주지 않았다고 들었네만……. 그럼 저채미가 네 놈의 애인인가?”

강율중은 쯧쯧대며 감탄했다.

탈태환을 모르는 일부 야경꾼들은 그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문득 크게 깨달았다.

모든 동료의 마음이 점차 가라앉자 허칠안은 송정풍의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

“저녁에 교방사에 유쾌하게 가세나.”

누가 알았겠는가. 송정풍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이제 다시는 교방사에 가지 않을 걸세.”

그는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닐세. 지금의 송정풍은 장차 마음을 굳게 먹고 진취적으로 고생을 감내하며 도를 닦는 사람이 될 걸세. 칠안, 자네가 변했듯이 나도 변할 걸세. 예전의 눈빛으로 나를 보아서는 안 되네.”

허칠안은 의아해하며 그를 주시했다. 그가 죽은 후 한 달 사이에 송정풍은 과연 훨씬 듬직하고 의연해졌다.

이옥춘은 높이 평가하며 말했다.

“정풍 자네 말 잘했네. 이번 운주행에서 자네의 변화가 가장 크네. 내가 아주 뿌듯하구먼.”

송정풍은 차분하게 웃었다.

허칠안은 손뼉을 친 뒤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업무 보고를 마친 후, 오늘 저녁에는 함께 교방사에 술 마시러 가시죠.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허칠안은 말을 마친 뒤 또 주광효의 어깨를 안고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교방사를 다섯 번이나 빚지지 않았는가. 증서까지 썼잖나.”

모든 동료들은 크게 기뻐했다.

송정풍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칠안, 내 증서에도 적혀 있네……. 오늘 저녁에 나도 교방사에 술을 마시러 가겠네.”

“자네는 가면 안 돼.”

허칠안은 엄숙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자네 이미 예전의 송정풍이 아니지 않는가. 음주하고 향락을 누리며 예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일은 나와 주광효가 하겠네. 자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진취하는 송정풍일세.”

* * *

불문 사절단의 목적지는 서성의 삼양(三楊) 역참이다. 외성에서 가장 큰 역참으로 두 채 딸린 마당에는 백년 묵은 버드나무가 세 그루 심어져 있었다.

역참 명칭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역참의 역졸이 대문에서 걸어 나와 좌우를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에는 야경꾼 차복을 입은 젊은이가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칼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스러기 은전을 비비 꼬며 담벼락에 등을 댄 채로 오랜 시간 기다렸다.

“대인, 이번 서역 사절단의 명단입니다. 대오를 인솔하는 대사의 법호는 ‘도액(度厄)’입니다.”

역졸은 부스러기 은전을 훑어본 뒤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도액 대사께서는 막 부름에 응해 입궁하셔서 역참에 계시지 않습니다.”

“잘했네.”

허칠안이 손끝을 튕겨 부스러기 은전을 호선으로 내던졌고, 역졸은 안정적으로 받은 후에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인.”

허칠안은 역졸을 보낸 뒤 재빨리 야경꾼 차복을 벗고, 지서 파편에서 승려 도포를 꺼내 입었다.

그는 자신의 까까머리를 어루만지더니 화가 나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더 자랄 수 있어.’

몇 분 뒤, 남성적이면서 외모가 준수한 승려가 작은 골목에서 걸어 나와 승려 도포를 뒤흔들었다.

* * *

허칠안이 역참 입구에 이르렀다. 문지기는 역졸이 아니라 젊은 승려 둘이었다.

“사형께서는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두 젊은 승려가 마중 나와 진로를 차단했다.

허칠안은 두 손을 합장하고, 법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빈승은 청룡사 항원으로 본종(本宗) 동문이 서역에서 왔다는 걸 알고, 특별히 만나 뵈러 왔습니다.”

‘청룡사 항원이라…….’

승려 둘 역시 속이기 쉬운 타입은 아니었다. 그들은 허칠안을 주시하며 말했다.

“항원 사형은 일찍이 금기를 깨셨는지요?”

“빈승은 무승으로 수련하고 있습니다.”

허칠안은 ‘자신의 비밀은 자신만 안다’라는 투로 말했다.

두 승려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어지자 갑자기 예의 바른 말투로 응했다.

“항원 사형, 안으로 드시지요!”

* * *

허칠안은 문을 지키는 승려의 안내를 받아 앞마당을 지나 안마당으로 갔다.

젊은 승려는 마당에 멈춰 두 손을 합장하며 말했다.

“항원 사형께서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제가 정진(淨塵) 사숙께 통지하러 가겠습니다.”

허칠안은 불문의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사제 고생하십시오.”

젊은 승려가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며 허칠안은 명단에 있는 인물들을 회상했다.

이번 서역 사절단의 총 인원수는 21명이다.

역졸은 사절단에게 방을 배정해야 한다. 역참의 방은 등급이 나뉘어 있다. 서열이 높은 승려는 당연히 좋은 방에 묵는다. 대오를 이끄는 득도한 고승이 창문 없는 싱글룸에서 묵고, 사미승이 로얄 스위트룸에서 묵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여 역졸은 사절단의 인물 지위를 똑똑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서열이 가장 높은 사람은 당연히 이번 사절단의 지도자 ‘도액 대사’이다. 하지만 수련 품계가 어떠한지 역졸은 알지 못했다.

그 뒤로 두 사람이 있는데 각각 ‘정진’과 ‘정사(淨思)’로 법호를 보면 이 둘은 아마 사형과 사제 간일 것이다.

다른 승려들은 지위가 고만고만하다.

‘한 명은 ‘경성’이라고 하고, 한 명은 ‘근시’라니. 이 사형과 사제의 법호는 정말 재미있구먼.’ (*정진’의 중국어 발음 ‘jingchen’이 ‘경성’의 중국어 발음 ‘jingcheng’과 유사하고 ‘정사’의 중국어 발음 ‘jingsi’가 ‘근시’의 중국어 발음 ‘jinshi’과 유사하여 허칠안이 개그를 친 부분)

그가 생각하던 중 젊은 승려가 나와 허칠안을 안으로 들라고 청했다.

그는 젊은 승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는 단향목을 태웠다. 얼굴이 동글반반하고 귓불이 두툼한 승려가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바라보았다.

이 승려는 기운을 감추고 있어 여느 사람과 다름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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