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31화 (331/712)

331화. 불광(佛光)

형제 둘은 돌아서 안뜰에 갔다.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가족이었다. 숙모와 숙부는 자리에 남아 허씨 가족들을 챙겼다. 배가 부른 몇몇 아이들은 마당에서 장난치며 허부의 대원(大院)을 매우 부러워했다.

허영음은 친구들과 같이 노는 일을 부끄러워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고 먹기만 했다.

허씨 가족들은 아주 기뻐했다. 얼마 전에는 허칠안이 막 봉작되고, 뒤이어 허신년이 회원에 급제했다. 이는 허씨 집안이 우뚝 부상할 거란 징조였다.

젊은 세대는 즐거워하는 동시에 이 나무에 기대면 앞으로 벼락출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기성세대는 더욱 순수하게 기뻐했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조상께서 신통력을 발휘하여 허씨 가문이 명문가가 될 거라고 말했다.

“얼간아.”

장로 한 분이 일어나서 허평지의 손등을 두드리며 흐뭇하게 말했다.

“칠안과 신년이 인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네 공을 무시할 수 없지. 문관과 무관 모두 네가 배양했어. 저 샌님들보다 훨씬 대단하구먼. 우리 집에 마침 손자 둘이 있는데 얼간이 네 놈이 대신 몇 년 키워 주겠느냐?”

얼간이는 숙부의 아명으로 허칠안의 친아버지 아명은 첫째 얼간이다.

이 호칭 역시 가족들 중 노인들만이 부를 수 있었다.

“하하하, 좋습니다. 문제없지요. 시숙께서는 마음 놓고 두 잡놈을 보내시지요.”

허평지는 득의만면하여 다소 들떴다. 심지어 허신년과 허칠안이 인재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공로라고 생각했다.

‘공로는 얼어 죽을. 숙부는 분명히 사람 구실 못하는 허평지라고요…….’

허칠안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비아냥거렸다.

‘아버지는 정말 조금도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안목이 없단 말이야. 아버지는 그저 저속한 무사일 뿐이라고요…….’

허신년이 속으로 비난했다.

숙모는 아들 교육에 있어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아주 불쾌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 명절을 떠올렸을 때, 만약 나서서 공을 가로챈다면 틀림없이 조카에게 원망스러운 소리를 들을 거라 생각했다.

* * *

경성, 서문에서 성을 지키던 병사들이 갑자기 있는 듯 없는 듯한 불경 소리를 들었다. 멀고 어렴풋한 소리는 마치 하늘 끝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한 병사가 귀를 파더니 여전히 불경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는 걸 알아챘다.

“저기, 자네들은 무슨 이상한 소리 듣지 못했는가……?”

그가 묻자마자 맞은편과 옆에 있던 동료들 역시 귀를 팠다.

이때 성벽 위에서 누군가 고함쳤다.

“불광, 서쪽에 불광이 있다…….”

성벽 아래에 있는 병사들은 무의식적으로 긴 창을 꽉 움켜쥐고 경계하며 멀리 내다보았다. 몇 초 후, 그들은 서쪽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금빛 찬란한 불광을 보았다.

마치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듯했다……. 아니, 햇빛보다 더 순수하고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꽉 움켜쥐고 있던 긴 창을 놓고, 눈을 들어 순수한 불광을 바라보았다. 마치 영혼이 씻긴 것처럼 그들의 눈빛은 경건하고 온화했다.

성을 지키던 천호가 혀끝을 힘껏 깨물어 그의 대뇌를 통증으로 자극하여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림으로써 마음속의 ‘경건함’에 대항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멍하니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을 밀어젖히고 북채를 쥔 다음, 한 번씩 또 한 번씩 힘껏 두드렸다.

둥둥둥…….

음침한 북소리가 사방에 퍼져 성을 지키는 병사들의 마음과 동성 백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 * *

“왔네!”

마침 잔을 들고 건배하려는 허칠안의 머릿속에 신수 승려의 잠꼬대가 울려 퍼졌다.

‘왔다고? 뭐가 왔는데?’

그는 어리둥절하다가 불문 사절단이 왔다는 걸 즉시 깨달았다.

‘드디어…… 서역의 불문이 드디어 경성에 도착했군.’

그들은 상백 사건과 신수 승려 때문에 왔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오는 놈들이다.

그는 이 세계에 온 지 반년이 넘은 지금, 곧 서역 불문의 고승을 처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이미 내 천기를 차단했으니 불문 승려들은 아마 신수 승려의 존재를 간파할 수 없다……. 상백 사건의 수석 수사관으로서 승려들과의 왕래를 피할 수 없는 건 자명한 일……. 불문에는 여러 가지 기이한 신통력이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타심통 같은 것들 말이다. 만약 이렇다면 그들이 내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허칠안은 강한 적과 맞닥뜨렸다.

* * *

해가 중천에 뜨고 술자리도 점점 절정에 이르렀다. 허칠안은 한 바퀴 술을 권한 뒤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나와 서재로 돌아왔다. 그는 서역 불문의 사절단을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했다.

종리는 네모난 탁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야금야금 음식을 먹었다.

그는 그간 한 숙제에 근거하여 서역 불문 사절단이 이번에 경성을 방문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당연히 상백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이번 행차의 주요 목적이기도 하다.

“중놈들이 알아만 보겠다는 건지 경성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신수 승려의 행방을 철저히 캐내려는 건지 모르겠군……. 이건 아마 그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론을 내려야겠군.”

허칠안은 손에 있는 붓을 굴렸다.

‘부차적인 목적은 아마도 잘못을 따지러 온 데 있겠지.’

불문과 대봉의 관계는 아주 복잡하다. 그들은 겉으로는 헤헤 웃으면서 대하지만 사실은 X같은 동맹국에 속한다.

예를 들어 산해관전역 그해, 서역 불국과 대봉은 동맹국이자 승전국에 속했다. 남강과 북방은 패전국이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그때 죽었다가 되살아난 꿈을 꾼 후로 산해관전역이 사서에 기록된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왜냐하면 동북의 무신교 역시 그 전역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남강의 오랑캐, 북방 오랑캐, 북방 요족, 동북 무신교……. 만약 만요국 잔당 역시 참여했다면 패전한 쪽의 진영이 얼마나 방대하겠는가. 다시 말하자면 그해 대봉의 국력이 얼마나 강했다는 것인가? 서역 불문은 얼마나 강했던 건가? 위연이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치르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다는 건가? 곰곰이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하지만 이 동맹 관계는 전혀 견고하지 않았다. 20년 동안 북방과 남강은 수 차례 대봉의 국경을 침범했고, 조정에서는 여러 차례 서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불문은 들은 체 만 체했다.

북방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의 남강 지역의 절반은 불문의 손에 들어갔다. 그해 만요국의 근거지였다.

만약 불국이 정말 동맹국 간의 우정을 생각했다면 몰래 염탐하는 병사를 직접 파견하면 됐다. 남강의 오랑캐가 감히 변방을 공격하겠는가?

물론 대봉 역시 딱히 좋은 새끼는 아니다. 먼 옛날 그해, 운록서원이 일방적으로 멸불 행동을 주도했다. 근래에는 신수 승려가 곤경에서 벗어나자 감정 그 늙은이는 바로 꾀병을 부렸다.

“잘못을 따지는 건 나와 상관없잖아. 나는 그저 비천한 은라일 뿐인데. 당연히 조당 제공과 원경제가 직접 고민해야지. 감정이 나설지 모르겠군. 이 약삭빠른 늙은이는 아마 나서지 않겠지만. 상백 사건의 수석 수사관으로서 나는 아마 불문 승려와 접촉하겠지…….

안전 방면에서 봤을 때 감정을 좀 만나 봐야겠어. 그리고 이번에 사절단이 온 건 위기이자 계기다. 신수 승려의 신분은 불문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변죽을 울려서 더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신수 승려에게도 설명하기 좋겠지.”

대담한 계획이 허칠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저, 저희 가시죠.”

허칠안은 즉시 야경꾼 차복으로 갈아입고 담비 모피 모자를 쓴 뒤에 허부를 떠났다.

그는 영원히 교통 체증이 없는 암말을 타고 아주 빠르게 관성루에 도착했다. 그는 암말을 계단 옆에 묶고, 종리와 나란히 건물을 올랐다.

* * *

그가 막 돌계단을 다 올라와 1층 대청에 이르렀는데 눈앞이 흐려지면서 백의 술사의 뒷모습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는 낭랑하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손으로 밝은 달을 움켜쥐고 별을 따니…….”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허칠안이 대답을 가로챘다.

양천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

“손으로 밝은 달을 움켜쥐고 별을 따니…….”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허칠안이 또 대답을 가로챈 뒤 말했다.

“양 사형, 저희 감정을 뵈러 갈 것이니 길을 막지 마십시오.”

양천환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

“나도 바로 이 일 때문에 왔네. 스승님께서 나보고 자네에게 알리라고 했네.”

‘감정 대인이 내가 올 거라는 걸 알았다고?!’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양천환은 단전에 기를 가라앉히고 외쳤다.

“꺼지게!!!”

* * *

허칠안은 귀를 툭툭 치면서 한편으로는 암말의 말고삐를 풀며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당신네 사천감에도 불문 사자후가 있습니까? 저 이명이 들리는데 어떡하죠? 귀먹는 건 아니겠죠?”

그가 말을 마치자 종리는 말없이 수화로 의사를 표현했다.

<나는 귀가 멀었네. 돌아가서 약을 먹어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귀가 쓸모없어질 거야.>

“…….”

허칠안은 귀를 가리키고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제가 사저를 다치게 했습니까?>

종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허칠안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종리가 또 화를 입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본인이 상대방에게 말려든 꼴이다.

‘감정이 나를 만나지 않는다는 건 천기를 차단한 효과가 불문의 고승을 상대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은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아래층에서 잠시 기다리니 약을 다 먹은 종리가 돌아왔다.

“귀는 괜찮아졌습니까?”

종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 * *

두 사람은 즉시 야경꾼 관아에 이르러 곧장 민산의 금옥당으로 왔다. 기골이 장대하고 볼에 흉터가 있는 민 은라가 언짢아하며 말했다.

“자네의 일도당(一刀堂)은 이미 수리가 끝났는데 나한테 뭐 하러 왔는가?”

일도당은 허칠안의 ‘사무실’로, 이름은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의미는 ‘천하의 어느 영웅이 내 단칼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이다.

“오늘 경성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허칠안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자네도 들었는가?”

민산은 물꼬를 트며 말했다.

“서역 사절단이 왔네. 듣자 하니 대오에 득도한 고승이 있다고 하더군. 십리 내에 불광이 충천했네. 성을 지키는 적잖은 병사들이 모두 보았네. 성에 들어온 후 성안의 백성들이 미친 듯이 성승(聖僧)이라 외치더군. 사람의 마음을 꾀어내는 수법을 논하자면 역시 불문이 최강이네.”

‘이건 아마도 7품 법사(法師)의 능력이겠지. 안독고 자료에 이미 기록되어 있는 걸로 기억한다. 7품 법사가 경전을 설법하면 이를 들은 백성은 크게 깨닫고 잇달아 불문에 들어가지…….’

허칠안은 당혹스러운 척했다.

“불문 사절단이 경성에 뭐 하러 온답니까?”

“누가 알겠는가.”

민산은 상백 사건의 봉인물이 사실은 불문의 신수 승려라는 사실을 몰랐고, 거기에 얽힌 이해관계는 더욱이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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