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25화 (325/712)

325화. 호구 종리

소혼수 용용 일행은 관성루 아래쪽의 광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대봉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보자 다시 한번 마음이 요동쳤다.

그들은 전에 이미 먼발치에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관성루가 하늘을 찌를 듯 구름 속으로 높이 솟아 있었다.

근거리에서 감상한 후에야 이 높은 건물의 웅장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표면에서 돌출된 지반만 해도 2층짜리 건물만큼 높았다.

그리고 지반에 한 덩어리씩 쌓인 벽돌은 마차 한 대보다도 거대했다.

이렇게 높은 건물 앞에 서면 비로소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알 수 있었다.

“사부님, 저희 들어가죠.”

류 공자는 은근슬쩍 침을 삼켰다.

“들어간다고?”

중년의 검객이 고개를 돌려 제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부 혼자서 들어가면 되니 너희들은 밖에서 기다리거라. 사천감에 들어가는 건 궁궐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거든.”

기왕 ‘한번 시도해 보자’하는 생각을 품었으니 창피한 일은 그 혼자서 하면 됐다. 게다가 혼자 망신당하는 건 망신당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후배들이 따라와서 보는 거야말로 정말 창피한 일이다.

중년의 검객은 의관을 단정히 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뒤 긴 한백옥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화 선배…….”

류 공자는 사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옆에 있는 중년의 아름다운 부인에게 물었다.

“저희 사부님이 법기를 얻어올 수 있을까요?”

그는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칠성검은 묵각에서도 으뜸가는 법기인데 이제 망가졌으니 종문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천감의 명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강호의 떠돌이라면 누구나 사천감이 출품한 법기를 얻기를 갈망했다.

그들은 거대한 유혹에 희망이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헛된 꿈을 꾸길 원한다.

“네 사부가 왜 그 쪽지는 젊은이들이 체면치레하는 거라고 하면서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지 아느냐?”

아름다운 부인이 반문했다.

류 공자를 포함한 후배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 송경이라는 자는 감정 대인이 몸소 가르치는 제자야. 대봉 강호에서의 지위는 황제의 황자와도 같지. 이해했느냐?”

이해했다. 그 젊은 은라의 쪽지는 정말 체면치레에 불과했다. 버젓한 대봉 강호의 황자를 어찌 그의 쪽지 한 장으로 지시할 수 있단 말인가.

* * *

다른 한편, 중년의 검객은 한백옥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1층에 진입했다. 9품 의사가 모인 대청이었다.

짙은 약향이 코를 찔렀다. 백의 술사들은 각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누구는 약재를 삶고 누구는 약초 형태를 모사하고 누구는 선택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누구냐?”

한 백의 술사가 맞이했다.

중년의 검객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읍을 올리며 정중하게 말했다.

“소생 검주 묵각의 양옥천(楊玉玔)이라 합니다.”

‘검주 묵각,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백의 술사는 손사래를 쳤다.

“무슨 일인지 바로 얘기하거라.”

“저는 송경 대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건 야경꾼 관아의 허 은라가 제게 준 것입니다.”

중년의 검객은 쪽지를 꺼내 겸손하게 바쳤다.

류 공자가 만약 사부의 지금 모습을 봤다면, 필시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사부는 후배들에게 자주 주먹을 세게 휘둘렀지만, 오히려 별 볼 일 없는 의사 앞에서는 설설 기었다.

백의 술사는 쪽지를 받아서 펼쳐보더니 금세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게!”

그는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건…….’

중년의 검객은 어리둥절했다. 상대방의 반응이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아니, 이 쪽지를 정말 법기로 교환할 수 있는 건가? 그럴 리가.’

하지만 이내 방금 위층으로 올라간 그 백의 술사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은 중년 검객의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건 화려한 술도 달려 있지 않고, 검집과 검자루에 금박과 옥 조각이 박혀 있지도 않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관의 검 한 자루였다.

그 검은 단순하면서 소박했다.

“여기!”

백의 술사는 손을 뻗어 건넸고, 중년의 검객이 허둥지둥 받자 고개를 돌려 본인의 일을 하러 갔다.

‘나도 가야겠군…….’

중년의 검객은 미처 보검을 구경할 겨를도 없이 품에 안고 묵묵히 사천감을 나갔다.

* * *

“사부님, 나오셨습니까.”

류 공자가 기뻐하며 말했다.

“정, 정말로 법기가 있네요?”

용용은 품에 검 한 자루를 안고 있는 중년의 검객을 보았다.

중년의 검객은 모든 이들 앞에 와서 품속의 법기를 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우리는 이곳을 벗어나자꾸나.”

아름다운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줄곧 소박한 외관의 보검에 머물러 있었다.

* * *

그들은 잠시 걸었다. 뒤에 있던 관성루가 점점 멀어졌고, 한적한 곳에 이르자 중년의 검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품 안의 보검을 살펴보았다.

“사부님, 얼른, 얼른 좀 보세요…….”

류 공자의 가슴이 불타올랐다. 그는 침상에 누운 절세미인을 볼 때보다 더 흥분했다.

중년의 검객은 검자루를 쥐고 천천히 뽑았다. 쨍……. 눈부신 검광이 모든 이의 눈에 비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게 했다.

이 검은 길이는 4척, 몸통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구름 문양이 있고, 검날은 차갑고 매서운 기운을 뿜어냈다. 손가락 끝을 가볍게 갖다 대니 바로 검기에 의해 상처가 났다.

“검기가 스스로 생겼어, 검기가 스스로 생기다니…….”

중년의 검객은 흥분한 나머지 두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눈빛은 활활 타올랐다.

“최상품 법기구나. 우리 묵각 책임자의 추수한(秋水寒)이라고 해도 이 검과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겠어.”

쿵쿵, 쿵쿵……. 류 공자는 자신의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검기가 스스로 생기는 법기는 강호에서 최고의 법기에 속했다.

“사부님, 얼른 보여주세요, 얼른요.”

류 공자는 뺏으려 손을 뻗었다.

탁!

중년의 검객이 손바닥으로 그를 내쳤다. 그는 제자를 내친 뒤 자신조차 어리둥절했다. 이건 순전히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마치 이 검이 제 아내라도 되는 듯 외부인이 더럽히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사부님, 왜 저를 때리시나요?”

류 공자는 억울해하며 말했다.

중년 검객은 생각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 검은 일류 법기야. 소위 백성은 죄가 없어도 보배를 지니고 있으면 화를 당하는 법. 이건 네게 좋은 일이 아니란다. 스승으로서 방금 힘든 결정을 내렸다. 이 검은 잠시 이 스승님이 보관하면서 위험을 떠안겠다. 네 수련 경지가 대성하면 그때 네게 이 검을 돌려 주마.

됐다. 스승으로서 마음을 이미 먹었으니 더 얘기할 필요 없다. 물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승님이 아끼는 패검을 네게 주마. 이 검은 스승님과 20년 동안 함께 했기에 아내와도 같단다. 그러니 소중히 다뤄야 한다.”

“…….”

류 공자는 원망스러운 얼굴을 했다.

허칠안이 이 광경을 봤다면 류 공자와 공감대가 형성됐을 터였다. 그는 어렸을 때, 같은 이유로 부모님이 많은 액수의 세뱃돈과 용돈을 보관한다고 가져가서 10억 넘게 손해를 봤던 일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 허 공자는 대체 무슨 신분이지?”

용용 낭자가 중얼거렸다.

이 문제에 관해 그녀에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침묵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아마 다들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남성적이고 잘생긴 젊은 은라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 * *

허칠안은 용용과 강호 떠돌이들을 배웅한 뒤 편청에서 토납하고, 관상하고, 심검을 수련하고, 만천과해지술을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식사를 놓쳤다.

그는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자 허기지다는 걸 깨달았다.

“많이 배울수록 내게 장점도 많아지지만, 요즘에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안 되겠다. 더는 필살기를 배우면 안 되겠어.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니깐. 나는 한결같이 《천지일도참》을 기반으로 하여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보조 기술만 좀 배우면 돼. 드디어 왜 역대 황제가 무도를 걷지 않고 심지어는 수행을 싫어했는지 알겠다. 시간이 없거든. 하루는 열두 시진뿐인데 정무도 처리해야 하잖아.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중영(仲永)이 될 거야.”

그가 점심 식사를 마치니 종리가 왔다.

감정이 몸소 가르치는 제자이기도 한 저채미의 사저는 거친 천으로 된 긴 도포를 휘감고 있었고,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허칠안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관심 고맙네.”

종리는 예의 있게 답했다.

목소리로 판단하자면 그녀는 아마 20~25살일 것이다. 스무 살 이하의 여자는 목소리가 낭랑하여 듣기 좋다. 스무 살이 넘어가야 섹시한 목소리 그리고 여자의 성숙한 자성을 지닐 수 있다.

“무탈해서 참 다행입니다. 어제 위험했습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총 서른여섯 번의 위기, 스무 번의 작은 위기, 열 번의 큰 위기, 여섯 번은 생사의 위기를 맞닥뜨렸네.”

종리는 익숙해져서 요령이 생겼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전부 버텨냈지.”

이건…… 습관이 되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 말투는 알게 모르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허칠안은 다시금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글씨 쓰는 건 어떠신지요?”

“그런대로 괜찮네.”

“좋습니다. 종 사저, 아우가 청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허칠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통상적으로 말하자면, 허칠안이 ‘제게 아들을 낳아 주세요’ 같은 류의 요구만 하지 않는다면 종리는 그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만약 감정이 ‘종리, 자네가 그 자식과 쌍수하면 도겁이 안정될 걸세’라고 말한다면 그럴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종리 역시 그의 염원을 만족시킬 수 있다.

맞다. 허칠안은 남이 위험한 때를 틈타 사람을 해치는 소인배가 아니다. 종리가 만약 쌍수를 하자고 제안하면 그는 틀림없이 거절할 터였다. 어쨌거나 그녀는 저채미의 사저가 아닌가.

종리는 고분고분하게 탁자에 앉아 허칠안의 요구대로 전문적으로 서적을 수정할 때 쓰는 종이를 넓게 깔고, 먹을 갈고 붓을 든 뒤 말했다.

“말하게.”

“서두르지 마시라니까요. 생각을 좀 가다듬어야 해요…….”

허칠안은 한쪽에 앉아 매우 뜨거운 찻잔을 받치고 생각에 잠겼다.

허칠안은 임안과 회경 사이에 다시 갈등이 생겼을 때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마침내 대책을 생각해 냈다.

임안은 이야기 듣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가. 그래서 허칠안은 그녀에게 이야기를 주기로 했다.

시정에는 재자가인의 화본이 많이 있다. 심지어 황서(黃書)조차 임안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허칠안은 성숙한 어장남으로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고기들이 자신을 떠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 이름은《정천대성(情天大聖)》으로 애정의 정(情)입니다. 종 사저, 잘못 쓰면 안 돼요.”

그녀가 붓을 움직이지 않자 허칠안은 물었다.

“종 사저? 머리가 너무 길어서 제대로 안 보이는 건 아니죠? 제가 좀 걷어 올릴까요?”

종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주 이상한 책 이름이네.”

요즘의 잡화(雜話), 소설은 보편적으로 ‘기(記)’, ‘전(傳)’, ‘지(志)’를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다. 사패(詞牌) 명칭과 유사하게 사회적으로 약속된 작명 기준이 있다.

“신경 쓰지 말고, 제가 말한 대로 쓰세요.”

허칠안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했다.

청천대성은 천정(天庭)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여자 주인공은 천제(天帝)의 딸로 자하(紫霞) 선녀라고 불린다. 남자 주인공은 천궁(天宮)의 시위로 요족 신분이다.

이름은 용오천(龍傲天)이다.

천정에서 요족은 가장 비천한 존재로 신선에게 천대받아 하층 노동자나 시위 역할만을 맡을 수밖에 없다. 취미는 춤추고, 노래하고, 랩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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