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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22화 (322/712)

322화. 다른 사람이 또 있다 (2)

용용 낭자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떫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인, 제가 대인의 보물을 훔쳤다고 하시니, 저 혼자 대인과 관아로 가겠습니다. 이 일은 다른 사람과 무관합니다.”

“안 되네!”

동료들은 다급했다.

용용 낭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전했다.

“자네들이 해야 할 일은 속히 사문의 웃어른께 알리는 일일세. 나를 구해낼 방법을 강구하게.”

류 공자는 진지한 얼굴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만약 정말로 내 보물을 훔쳤다면, 천자 아버지가 와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거야…….’

허칠안은 그녀가 말을 다 전한 걸 보자 말등을 치며 말했다.

“알아서 올라오시오!”

용용 낭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선홍색 입술을 깨물며 말 등으로 뛰어올랐다.

허칠안은 이 틈을 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미인의 간드러진 ‘음’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나약한 몸은 그의 품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이랴!”

허칠안은 말고삐를 쥐고 말머리를 돌려 훌쩍 떠났다. 그곳엔 속으로 분노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젊은 협객과 여협객들만이 남았다.

* * *

용용 낭자는 널찍하고 단단한 가슴팍에 기대 있었다. 양쪽의 풍경이 빠르게 멀어져가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대인, 저를 어떻게 처리하실 셈인지요?”

“대봉 율법에 따르면 도둑질한 자는 곤장 50대를 맞고, 훔친 물건을 원래대로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하오. 상환할 능력이 없는 자는 발을 자르오. 본관은 자작이고 또 보물을 도둑맞았으니 그 죗값은 세 배가 될 것이오. 곤장 150대에 발을 자르고 3년 동안 옥살이를 할 것이오.”

용용 낭자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경성의 절도죄는…… 이러합니까?”

이건 그녀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달랐다.

“아니오. 방금은 전부 내가 아무렇게나 지어낸 것이오.”

“…….”

허칠안 품 안의 미인은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진 듯했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야경꾼 관아에 들어가면,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는 내 말 한마디로 될 일이 아니오.”

미인의 연약한 체구가 순간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약간 울먹이면서 말했다.

“저, 저는 정말 대인의 보물을 훔치지 않았어요.”

‘이자를 좀 받아야겠군…….’

허칠안은 입꼬리를 삐죽거리더니 말했다.

“소혼수에게는 어떤 신기한 점이 있소?”

용용 낭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위엄 있게 ‘음’하고 소리를 냈다.

용용 낭자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몹시 화를 냈다.

“대인께서는 역시 제 미색을 노리시는군요.”

“?”

허칠안은 단지 그녀가 어떻게 쥐도 새도 모르게 자신의 감각과 지각을 속이고 지서 파편을 훔쳐 갔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용용 낭자의 미모는 선천적으로 타고났지만, 그래도 남자를 무시하면 안 되오. 미모로 따지자면 본관 집안의 남동생이 낭자보다 훨씬 뛰어나니깐.”

허칠안은 말하면서 몰래 속임수를 부려 그녀의 몸을 수색했다.

용용 낭자는 얼굴과 귀가 빨개지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아는 듯했다. 그녀는 동료들이 한시 빨리 웃어른을 모시고 와 자신을 구렁텅이에서 구해 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에잇, 그녀한테 내 지서 파편이 없는데…….’

* * *

암말은 군마 급의 명마답게 두 사람을 받쳐 들었어도 전혀 느리지 않은 속도로 쏜살같이 달려 관아에 도착했다.

허칠안은 말고삐를 문을 지키는 시위에게 건네주고 용용 낭자를 잡아끌어 관아로 들어갔다. 그는 은라 민산의 사무실 입구에 이르러 하급 관리에게 그녀를 오랏줄로 묶으라고 분부했다.

“백의 술사를 모시러 사천감에 가거라. 내 명령을 받았다고 하고.”

“네.”

동라가 떠난 후, 민 은라가 일어서서 용용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디서 체포해 온 미인인가. 참…….”

“교방사에 넘겨서 한 해 정도 훈련하면 기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허칠안이 평가했다.

“기녀는 얼굴로만 되는 게 아니네.”

민산이 고개를 저었다.

“우선 재능과 기예를 중시하고, 그다음이 미색이지.”

용용 낭자는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고운 얼굴은 이미 창백해진 뒤였다.

허칠안은 몇 마디 허풍을 떤 후에 상황을 설명했다.

“이 여인이 제 보물을 훔쳤습니다. 역시 소혼수답더군요. 쥐도 새도 모르게 훔쳐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바로 소혼수인가!”

민산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으나 이내 갑갑해하며 물었다.

“소혼수와 도둑질이 무슨 관계가 있지?”

“응?”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경성에 들어온 모든 강호 인사들은 전부 문건으로 기록해 두었네. 소혼수 용용은 예주 청해군(靑海郡)의 만화루 출신이지. 그건 여인들의 파벌로 수줍어하는 자태를 이용해 남자를 해치는 걸로 유명하네. 하지만 사실 그녀들의 수련 방법과 관련 있지.”

“채보(*采補: 타인의 정혈을 취하여 자신을 보익하는 것)입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아니네. 듣는 바에 의하면 사람을 꼬실 수 있는 정욕으로, 적이 투지를 잃게 만든다고 하네. 수련 절학이 아마…….”

민산은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육욕대법(六欲大法)입니다.”

용용 낭자가 아래턱을 오만하게 치켜 올렸다.

“그럼 내 보물은 어떻게 훔친 것이오?”

“저는 대인의 보물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사천감에 갔던 동라가 백의 술사 한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허칠안은 소혼수 용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물건을 훔쳤는지 훔치지 않았는지 그녀에게 물어보게.”

백의 술사의 눈동자에 청광이 비치더니 분부에 따라 질문하고 나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허 공자님, 그녀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몸을 수색하여 기운을 차단하는 법술이 있는지 보게.”

“허 공자님, 없습니다.”

“나와 주루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지 그녀에게 물어보게.”

“허 공자님, 없다고 합니다.”

허칠안은 속으로 기겁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내가 귀신을 본 건가?’

그는 분노를 표출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분석했다.

‘내 물건을 훔친 건 분명히 용용이다. 그 여인일 리가 없어…….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두 용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눈앞에 이 용용은 나를 만난 적이 없지만 나는 확실히 용용을 만난 적이 있다고. 머리 스타일, 의상, 생김새가 완전히 일치해. 심지어 눈빛과 말투조차 진짜 같단 말이야……. 쌍둥이인가? 쌍둥이라고 해서 완전히 똑같을 수 없잖아. 변신술? 만약 변신술이라면 내 눈을 속일 수 없을 거야.’

그가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용용 낭자가 갑자기 말했다.

“알겠어요. 저 누군지 알겠어요.”

허칠안은 의자에 앉아 찻잔을 받쳐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말했다.

“말해 보시오.”

용용 낭자는 붉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

“허 대인께서 제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셨으니 틀림없이 천면여비적에 대해서도 낯설지 않으시겠죠.”

“들어봤소.”

허칠안은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그녀를 쳐다봤다.

“낭자 말은 내 보물을 훔쳐 간 사람이 사실은 그 천면여비적이란 말이오?”

“민 은라, 그 여비적의 자료를 찾아 주십시오.”

민산은 돌아서서 하급 관리에게 가서 자료를찾으라고 분부했다. 십분 뒤 하급 관리가 책자 한 권을 받쳐 들고 와서 해당하는 페이지를 펼쳐 허칠안에게 건넸다.

천면여비적의 자료는 많지 않았다. 상대는 아주 대단한 도적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다. 홀로 자유자재로 다니니 사문과 내막을 몰라, 크고 작은 사건을 무수히 저질렀어도 여태껏 체포된 적이 없었다.

이 기록은 허칠안에게 두 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첫째, 상대는 보통 도적이 아니다. 큰 사건을 연이어 저질렀어도 지금껏 실수한 적이 없다.

둘째, 여비적의 영역은 도둑질에 그친다. 따라서 아주 큰 파괴력은 없어 야경꾼 관아에서도 여비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고작 몇 줄만 기록했을 뿐이다.

“전문성이 강한 도적이군.”

허칠안은 책자를 덮고 하급 관리에게 돌려준 뒤 오랏줄로 묶인 용용 낭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천면여비적이 왜 낭자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오?”

용용 낭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알겠습니까. 아마도 제 능력을 질투하나 보죠.”

‘……디스한 적 있어서 보복당했나.’

허칠안은 패도를 쥐어 허리춤에 도로 걸면서 말했다.

“민 은라, 낭자를 맡기겠습니다. 제가 동의하기 전에는 풀어 주시면 안 됩니다. 누가 오든 소용없어요.”

민 은라와 교대한 뒤 허칠안은 황급히 관아를 나가 아끼는 암말에 올라타고 다그닥다그닥 외성으로 내달렸다.

그는 금련 도사를 찾아가서 직접 얼굴을 비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가 본 적은 없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금련 도사의 거처가 어딘지 알았다.

* * *

해가 점점 서쪽으로 저물어갔다. 한 시진 후면 야간 통행 금지였다. 그는 야간 통행 금지 전에 여도적을 찾아서 지서 파편을 되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관아로 돌아가 수배령에 서명해달라고 위연한테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금련 도사는 북성에 있는 강이 인접한 소원(小院)에 살고 있었다. 안채 지붕에 작은 허수아비가 서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허칠안은 도착해서 문을 두드렸다. 안은 대답하는 이 없이 아주 고요했다.

“외출하셨나?”

허칠안은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가 안채의 문을 밀어젖혔다. 방은 아주 깨끗하고 깔끔했다. 금련 도사는 침상 위에서 마치 세상을 등진 듯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허칠안은 ‘도사님’하고 몇 번 불렀지만, 그는 깊은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았다. 허칠안은 그 모습을 보자 이 늙다리가 또 고양이로 변신하여 밖을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갑자기 이런 괴상한 취미가 생긴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도사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허칠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발길 닿는 대로 침상 가장자리로 가서 양손을 들고 도사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금련 도사는 숙달된 강호의 선배로서 자신의 육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잘 알 것이다. 그는 분명 후수(後手)를 남겼을 것이다. 육신이 공격을 받으면 그는 즉시 감지할 수 있다. 심지어는…….

찰싹 찰싹 찰싹!

방안에는 귀싸대기 소리만이 남았다.

한참 뒤, 입구에서 감정이 섞이지 않은 금련 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무얼 하는 건가?”

귀싸대기 소리는 금세 멎었다. 허칠안은 기뻐하며 시선을 옮겨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사님, 돌아오셨군요.”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문지방 옆에 서서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금련 도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허칠안은 황급히 설명했다.

“급한 일로 도사님을 찾아왔는데 도사님께서 계시지 않더군요. 틀림없이 육신에 후수를 남겨 두셨으리라 짐작하여 어쩔 수 없이 얄팍한 술수를 부렸습니다.”

황갈색 고양이는 여전히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자네가 마당에 들어오는 그 순간 내가 이미 감지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금련 도사는 내가 마당에 들어왔을 때 이미 손님이 온 걸 감지했군…….’

허칠안은 망연히 말했다.

“저는 몰랐습니다.”

황갈색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아한 고양이 걸음으로 방에 들어와 침상 위로 뛰어올랐다.

“무슨 일인가?”

“제 지서 파편을 도둑맞았습니다.”

허칠안은 즉시 자신이 어떻게 천면여적을 마주쳤고, 어쩌다 용용 낭자를 잘못 체포했는지 금련 도사에게 알렸다.

“지서 파편이 주인을 인식한 후에는 외부인이 전서를 볼 수 없고 그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낼 수도 없네. 자네는 안심해도 돼.”

황갈색 고양이는 아주 침착했다.

“그럼 제가 도사님한테 받을 때는 주인이 없는 물건이었습니까?”

“지종 도수가 낙인을 지웠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내용에 관해 그는 진작 알고 있었다.

“이 일은 질질 끌어서는 안 되니 저희 지서 파편을 되찾으러 가시죠.”

“나를 따라오게.”

황갈색 고양이는 침상에서 뛰어내려 방을 가로질러 나갔다. 허칠안이 쫓아 나가니 말 등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조용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도사는 왜 사람의 몸으로 출동하지 않는 걸까? 고양이로 변신하는 게 취미라 해도 지금은 공적인 일을 처리하러 가는 건데……. 설마 그에게는 육신 출동과 원신 출동이 차이가 없는 건가?’

허칠안은 궁금증을 품은 채 말고삐를 풀고 암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말했다.

‘억울하겠지만 다른 남자 한번 태워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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