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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21화 (321/712)

321화. 다른 사람이 또 있다 (1)

허칠안이 사람을 벤 뒤, 동라 둘이 즉시 연무대로 올라와 물었다.

“이자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들고 가서 의원에게 상처를 처리하라고 하게. 그런 뒤 야경꾼 관아로 데려 가게. 우호침(牛毫針)으로 혈을 막는 걸 잊지 말게. 아무리 부상당했다고 해도 동피철골경이네.”

허칠안이 분부했다.

그는 주루 방향을 쳐다보고는 용용 낭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용용 낭자는?”

“방금까지 있었는데요.”

아래층으로 내려온 동라가 고개를 돌려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낭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과학적이지 않은데. 내가 이렇게 허세를 부렸으니까 이치대로라면 그녀가 남몰래 추파를 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

허칠안은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됐다, 어쨌든 무언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으니까.’

허칠안은 중상을 입은 사나이를 데리고 근처의 약방으로 가서 의원에게 상처를 꿰매게 한 뒤 의식을 잃은 사나이를 데리고 야경꾼 관아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도중에 갑자기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고,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요패, 패도, 쌈지…… 전부 다 있었다.

그러다 품속을 더듬어 보니 마침내 어디가 잘못됐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서 파편이 사라졌다!

“대인,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말 등 위에 의식을 잃은 사나이를 싣고 가던 동라가 말고삐를 죄며 물었다.

“조용히 하게!”

허칠안은 눈을 감은 채 방금 사건의 경위를 되짚어 봤다.

옷이 찢어지지 않았으니 걸을 때 지서 파편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은 배제한다. 게다가 그의 청력으로는 정말 떨어졌다 해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는 결투할 때 칼을 한 번만 휘둘렀다. 격렬하게 맞붙어 싸우지 않았으니 배제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남지 않는다. 도둑맞은 것이다.

“그 여인은 어리숙해서 그런 재주가 없을 테고……. 유일하게 나와 접촉했던 건 용용 낭자뿐이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그녀가 나를 잡아끌어…….”

허칠안은 ‘허’하고 소리내더니 말했다.

“어쩐지 방금 상식적인 도리에 맞지 않게 떠났다 했더니. 알고 보니 좀도둑이구나. 소혼수가 이런 뜻이였던가?”

그가 호협대를 나온 지금까지 이미 반 시진이 지났다. 이치대로라면 이미 멀리 도망쳤을 것이다. 넓은 경성에서 분실물을 되찾기에는 희망이 작았다.

“차라리 다른 걸 훔치지, 하필 지서 파편을 훔치다니. 지서 파편에는 GPS 기능이 있다고.”

허칠안이 분부했다.

“자네들은 우선 이자를 데리고 돌아가게. 나는 아직 일이 있네.”

그는 현장으로 돌아가 살펴본 뒤 금련도사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 * *

같은 시각, 남성, 호협대에 강호 인사 한 무리가 황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이쪽에서 한 은라가 단칼에 동피철골경의 무사를 베어 중상을 입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호 사람들은 이런 소식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마침 자신이 근처에 있었기에 그들은 구경하러 즉시 달려온 터였다.

다만 충돌은 이미 끝나서 군중 역시 뿔뿔이 흩어졌고, 하는 일 없는 한량들만 몇몇 남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슬렁거렸다.

강호 인사들은 호협대에 와서 한참을 관찰하더니 소문을 어느 정도 믿었다.

연무대가 너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동피철골경 고수의 실력으로 볼 때, 만약 막상막하라면 아주 눈에 띄는 파괴를 초래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연무대는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자네들 여기 보게. 그리고 가장자리……. 이 작은 구멍들은 어찌 된 거지?”

한 젊은 협객이 말했다.

“아마도 검기인 듯하네. 날카로우면서도 가늘지 않나. 이런 검법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말일세.”

그 말을 한 건 아름다운 자태를 띤 미인이었다. 가을 호수처럼 반짝이는 살구 눈, 고운 붉은 색을 띤 입술, 다소 진하지만 속되 보이지 않는 화장은 도리어 그녀의 요염함을 더해 주었다.

질문한 그 젊은 협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기기가 초래한 일이라면 대규모로 균열이 생겼을 것이다.

요염한 여인은 고개를 돌려 다른 젊은 협객을 쳐다보더니 애교스럽게 말했다.

“류 공자는 어떻게 보셔요?”

훌륭한 몸집에 짙은 눈썹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류 공자는 칠성검을 메고 있었다.

현재 경성에서 무기를 몸에 지닐 수 있는 자는 모두 배경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 류 공자는 대봉 무학(武學)의 성지 검주(劍州) 출신이다. 현지에서 ‘묵각(墨閣)’이라 불리는 문파다. 이 강호 인사들 중, 수련 경지가 가장 높은 류 공자가 대오의 핵심이었다.

가장 관건은 그가 검을 쓴다는 점이었다.

“꼭 검기가 아닐 수도 있네. 이 구멍들은 마치 발묵처럼 부분적으로 고르지 않네. 검기나 도기가 부딪혀 흩어지면서 사방으로 분사될 때 형성된 듯하네.”

류 공자는 말을 마치고 손짓하여 한량 한 명을 불렀다. 그가 부스러기 은전을 던져 주며 물었다.

“듣자 하니 방금 한 은라가 단칼에 상대를 베었다지?”

부스러기 은전을 주물럭대던 한량의 미간에 아첨과 희색이 드러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협객들께서는 보지 못하셨죠. 그 단칼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바닥에 이 구멍들이 바로 그 대인께서 칼을 뽑은 후 생긴 것입니다. 후두두두 비가 오는 것 같았죠.”

그는 아주 생생하게 자신이 보고 들은 걸 말했다.

“도기가 부딪혀서 흩어진 후에 생겼다라……. 상대는 확실히 동피철골이군.”

요염한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피철골만이 이런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 6품 이하의 피와 살은 도기에 의해 두 동강 난다.

“내가 알기로는 야경꾼 관아의 은라는 연신경이 주를 이루고 소수만이 동피철골경이네.”

다른 여협객이 말했다.

이 여협객은 경성에서 13개 현을 관할하는 인사로, 반은 현지인인 셈이다. 경성에서 명성이 높은 야경꾼도 어느 정도는 알았다.

“관아의 고수가 처음으로 강호의 무사와 부딪힌 셈 아닌가? 정말로 그 단칼의 풍채를 좀 보고 싶군.”

요염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이때, 그들은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야경꾼 차복을 입은 한 젊은이가 준마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강호의 아들딸들은 그를 몇 번 쳐다보더니 눈길을 거두었다. 야경꾼 관아에서 현장을 조사하러 온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그 젊은 야경꾼의 이어지는 동작은 젊은 강호 협객들을 놀라면서도 분노하게 했다.

쨍!

그 야경꾼은 패도를 뽑아 들고 말을 채찍질하여 그들에게 돌진했다.

류 공자는 얼굴빛이 다소 변한 채 동료 앞을 막아섰다. 그가 등허리를 치자 칠성검이 ‘쨍’하고 칼집에서 나와 공중에서 선회하며 야경꾼이 휘두른 칼날을 막았다.

젊은 야경꾼이 가볍게 반격하자 칠성검이 두 동강 나 ‘쨍그랑’하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추락했다.

“너…….”

류 공자는 놀라면서도 화가 났다. 그는 종문(宗門)에서 하사한 법기가 부러져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허칠안은 말고삐를 쥐고 요염한 여인을 칼로 가리키며 섬뜩하게 씩 웃었다.

“감히 돌아오다니. 용용 낭자, 본관의 보물을 훔치고 잘 숨지는 않을지언정 전혀 의식하지 않고 돌아온 걸 보니 사회적인 질타를 경험해본 적이 없군그래. 본관이 낭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소. 하나, 보물을 내놓고 본관의 첩이 되시오. 둘, 보물을 내놓으면 본관이 낭자를 교방사에 팔겠소.”

‘그의 보물을 훔쳤다고?!’

젊은 협객과 여협객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요염한 여인을 쳐다보았다.

소혼수 용용 낭자는 시종일관 너털웃음을 지었으나 눈에 띄게 얼굴이 굳어졌다. 이어 눈썹을 찌푸리며 동료들을 향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류 공자가 자신이 아끼는 패검을 억지로 보러 가는 대신 읍을 올리고 말했다.

“대인, 오해하신 것 아닙니까?”

“꺼지시오!”

허칠안은 용용 낭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머리 모양, 옷, 화장이 모두 똑같았다. 그녀가 틀림없었다.

“본관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소. 낭자에게 세 번 숨 쉴 시간을 줄 테니 보물을 내놓지 않으면…….”

그는 세 차례 냉소적으로 웃었다.

젊은 협객들은 분노했다.

용용 낭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허칠안의 칼끝을 맞이하며 온유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대인과 전혀 안면이 없고, 더욱이 보물이라고 하는 게 무슨 물건인지 알지 못합니다. 대인께서는 제대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허칠안은 말 등에 앉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방금 한 시진 전에 낭자와 제가 주루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였소. 그런데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겨루는 틈을 타 쥐도 새도 모르게 제 보물을 훔쳐 가지 않았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용 낭자가 대꾸하려 했다. 그런데 그 전에 류 공자가 분노로 차 입을 뗐다.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용용 낭자는 줄곧 저희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온 적이 없습니다.”

나머지 젊은 협객들이 잇따라 증명했다.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속으로 말했다.

‘내가 범죄 조직의 범죄 사건을 맞닥뜨린 거야?’

하지만 그들의 말투, 표정과 태도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허칠안은 미세 표정의 심리학에 정통했으니 이런 안목 정도는 있었다.

‘이들이 전부 최우수 영화배우 급이 아닌 이상……. 애석하게도 유가의 마법서 역시 지서 파편에 있잖아. 바로 망기술을 시전하면 그들이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을 텐데…….’

허칠안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 야경꾼 관아에 가자.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그때 가서 본관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럴 수가!’

젊은 협객들과 여협객들의 낯빛이 다소 변했다. 그들은 허칠안의 진짜 목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파 배경이 있는 강호 인사들로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었다. 강호의 노림수에 관해 논하자면 관아 배경이 있는 고수들이 더 음흉하고 악랄하다는 걸 잘 알았다.

그들이 자신의 세력을 등에 업고, 남녀를 업신여기고 강제로 재산을 갈취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소혼수 용용 낭자는 미모 덕에 경성에서 좀 유명해졌다. 누가 아는가. 젊은 은라가 미색을 노리고 고의로 보물을 잃어버렸다는 구실을 붙여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는 건지!

남의 근거지에 들어왔으니 사람을 마음대로 죽이고 재물을 착취하는 건 한마디로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귀하께서는 정말 저희를 도마 위의 생선 취급하시는군요?”

류 공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

나머지 몇몇 젊은 협객은 말이 없었지만, 동시에 칼자루와 검자루를 쥐었다.

강호 사람들은 관아를 꺼리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은 성격이 포악하고 오만하여 정말로 궁지에 몰리면 설령 관아 사람이라도 죽기 살기로 덤빈다. 기껏해야 나중에 지명 수배자가 되어 강호를 떠돌아다니면 되는 일 아닌가!

아니면 어찌 무사가 무력으로 금기를 범한다는 말을 하겠는가!

이때 한편에 숨어 있던 한량이 받은 은자 몫인 셈 치고 조심스럽게 일깨워 주었다.

“그가 바로 연무대에서 단칼에 상대를 벤 은라입니다.”

젊은 협객들의 몸이 경직했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한량을 쳐다보았다.

그런 뒤 그들은 빳빳해진 목을 조금씩 돌려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갑자기 사그라 들었다. 서로 피 터지도록 싸우겠다는 생각을 더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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