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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19화 (319/712)

319화. 은라에게 도전하다 (2)

“대인, 소녀가 대인을 모시고 몇 잔 기울여도 되겠습니까?”

이때 요염한 여인이 술잔을 들고 허리를 꼬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허칠안은 그제야 그녀가 입은 것이 허리를 꽉 졸라맨 긴 치마임을 알았다. 명주 띠가 잘록한 허리의 윤곽을 그려냈는데 이 몸매는 참으로…….

그는 다시 무의식적으로 곁에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그녀는 아주 보수적으로 입고 있었다. 두꺼운 천 옷에 나이도 나이인지라 몸매가 아마 썩 좋지는 않을 터였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허칠안은 황급히 미인에게 앉으라고 권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의자 네 군데에 전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예쁜 살구 눈을 가진 요염한 여인은 좌우를 두리번 거릴 뿐 앉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다시 동라 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부드러운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아주머니…….”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매우 공격적인 눈빛으로 요염한 여인을 주시했다. 그녀는 상대를 위아래로 한 차례 훑어본 뒤 업신여기며 ‘허’하고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돌리고 계속해서 겨루기를 감상했다.

‘방금 무슨 눈빛이지? 그녀의 눈빛이 경멸과 멸시로 가득했어…….’

요염한 여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인이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어디를 가든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남자들 눈에 매우 고혹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들의 혼을 쏙 빼놓고, 머리로 피가 쏠리게 했다.

하지만 여인들은 내심 그녀를 부러워하면서 질투하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 나이 든 여인은 방금 아주 적나라하게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허칠안은 좌측에 있는 동라를 쳐다봤다. 그 동라는 눈치가 아주 빨랐다. 그는 즉시 패도를 들고 공손하게 말했다.

“대인, 소직은 거리를 순찰하러 가겠습니다.”

허칠안은 ‘응’하고 대답하더니 빙그레 웃으며 청하는 손짓을 했다.

“여협객, 앉으십시오.”

요염한 여인은 아름답게 웃더니 치맛자락을 누르고 앉았다.

그녀는 허칠안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이 남자는 괜찮은 사냥감이다. 우선 그는 외모가 준수하고 이목구비가 조각처럼 정교하며 두 눈은 별을 머금은 듯 형형하게 빛났다.

오뚝한 콧날과 짙은 눈썹, 굵은 얼굴선의 매치는 남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리고 그녀는 허칠안의 은라 신분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가 젊은 나이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건 타고난 재능이 아주 뛰어나거나 집안에 실권을 쥐고 있는 웃어른이 있다는 의미였다.

어느 쪽이든 그녀가 친하게 지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대인의 존함을 아직 여쭤 보지 않았군요.”

“허칠안이오……. 낭자의 이름은?”

“용용입니다.”

‘용용 낭자라, 상표가 있나……?’

허칠안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이름이군요. 선녀 같은 이름이오. 선녀 같은 사람과 어울리는 이름.”

용용 낭자는 입을 가리고 애교스럽게 웃더니 덧붙였다.

“제게 호칭이 하나 더 있는데 소혼수라고 합니다.”

허칠안은 술잔을 내려놓고 용용 낭자를 반복해서 훑어보았다. 용용 낭자는 그가 적나라하게 쳐다봄에도 개의치 않고 도리어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존함은 익히 들었소.”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이 몸에 여복이 있는 건가? 아침에 막 숙부에게 경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협객 네 명에 대해 들었는데 점심에 마주치다니.’

“콜록콜록!”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신을 소개했다.

“알고 보니 소혼수 용용 낭자구려. 다시 인사드리겠소. 본관은 허칠안으로 가숙(家叔)께서는 어도위 관리요.”

소혼수 용용은 듣더니 좀 실망했다.

어도위가 비록 경성 오위 중 하나지만, 직무가 권력을 결정했기 때문에 명성이 혁혁한 관아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허칠안의 다음 말은 용용 낭자의 인식을 바꿨다.

“숙부께서는 그해 위 공 휘하를 따라다니며 산해관전역에서 여러 차례 공훈을 쌓았소. 바로 이런 관계 덕에 나는 야경꾼 관아에서 말단 벼슬아치 노릇을 할 수 있게 됐소. 예왕께서는 내 부친의 벗으로 두 분께서는 막역한 사이오. 부친께서는 백작(伯爵)이신데 안타깝게도 일찍 돌아가셔서 영구 세습할 자격을 취할 수 없었고, 나한테 이르러서는 보잘것없는 자작만이 남았소.”

‘숙부는 위 공의 심복이고, 부친은 예왕과 막역한 사이고, 자신은 은라이자 자작이라 이거지…….’

용용 낭자는 멍하니 아름다운 눈동자로 허칠안을 빤히 응시했다.

그녀는 일찍이 경성에 훈귀가 넘쳐 흘러 아무 놈이나 마주쳐도 집안에 벼슬아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벼슬이 높다 해도 위연만큼 높을까? 아무리 신분이 고귀하다고 해도 예왕만큼 고귀할까?

순간 용용 낭자는 열정적으로 변했다.

그는 전생에 접대하느라 수시로 클럽을 드나들었다. 이런 여인을 꼬시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허칠안은 그녀의 몸을 탐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때의 감각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어쩌다가 음담패설이나 희롱하는 말을 몇 마디 던져도 자칭 용용에 소혼수가 별칭인 요염한 여인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양가집 규수라면 진작에 얼굴을 붉히고 그에게 침을 뱉으며 ‘퉤, 색마’라고 욕했을 것이다.

다소 강직한 성격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여자는 이미 24k 티타늄 합금 싸대기를 휙 날렸을 것이다.

이때 용용은 연무대를 보며 질문하는 듯하면서도 바로잡는 듯 말했다.

“허 공자께서는 저 두 사람 중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 같나요?”

“당연히 검을 쓰는 젊은 협객이오.”

허칠안은 망설이지 않았다.

“바보도 알아차릴 수 있는 걸 가지고는.”

나이 든 여인이 콧방귀를 뀌더니 존재감을 드러냈다.

검을 쓰는 젊은 협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끼를 쓰는 사나이를 압박하면서 한적한 마당을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걸었다. 정묘한 검법은 시도 때도 없이 구경하는 관중들의 갈채를 이끌어 냈다.

“연기경 이전에는 실력의 높고 낮음을 체격으로 가립니다. 도끼를 쓰는 사나이는 기력이든 체격이든 검을 쓰는 젊은 협객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을까요? 젊은 협객의 검법 역시 겉만 번지르르한데 말이죠.”

허칠안이 말했다.

나이 든 여인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슬그머니 귀를 쫑긋 세웠다.

“나는 배우라고 추측하오.”

허칠안이 사실을 폭로했다.

“배우요?”

용용은 이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광대가 적당히 맞장구치며 연기하고 있다는 말이오.”

허칠안이 설명했다.

문득 용용이 모든 걸 깨달은 듯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군요. 허 대인의 안목은 마치 횃불 같네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숭배하는 눈빛으로 장단을 맞췄다.

‘베테랑이다…….’

허칠안 역시 들추어 내지 않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맞장구를 쳤다.

용용 낭자는 깊은 기운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나약한 여인이 아니다. 틀림없이 연무대 위의 수법을 진작에 꿰뚫어 봤을 것이다. 포악한 나이 든 여인만이 허칠안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여전히 알아채지 못했다.

이때 연무대 위의 젊은 협객이 사나이의 도끼 머리를 갈랐고, 날아올라 상대방의 가슴을 한발로 걷어찼다. 사나이는 손에서 도끼를 놓치고 연무대 밖으로 날아갔다.

그 직후로는 경기를 치르러 무대에 오르는 자가 한참 동안 없었다.

“배불리 먹었군요. 제게 쌈지를 돌려주시죠.”

나이 든 여인이 애틋한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허칠안은 못 들은 체하고, 그녀 역시 치근덕거리지 않았다. 다만 허칠안을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사실 뒷모습은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유일하게 남은 그 동라가 개탄하며 말했다.

그는 말을 마쳤을 때 자신이 허칠안과 용용 낭자에게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젊은이, 어릴 때부터 모성애가 부족했나 보군.”

허칠안이 동라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손을 뻗어 품속에서 연녹색 쌈지를 꺼냈다. 열어 보니 누르스름한 빛깔의 금이 여러 덩이 있었다.

“두툼하네요. 역시 황금입니다.”

동라가 눈을 부릅뜨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대인, 부자 되셨어요, 부자 되셨어요.”

허칠안은 쌈지의 술을 잘 매더니 말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이런 재물은 마음에 두지 말게.”

그는 쌈지를 가볍게 던져 건물 밖으로 내다 버렸다.

이어 건물 아래에서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쌈지가 마침 그녀의 발끝에 떨어진 것이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펼친 채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원망을 가득 담아 고개를 들어 2층을 노려보았다.

“아주머니, 얼른 집에 가세요.”

허칠안이 선의로 일깨웠다.

나이 든 여인은 그를 노려보더니 쌈지를 줍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떠났다.

* * *

허칠안은 여전히 용용 낭자와 겨루느라 바빴다. 양측은 상대방을 자신의 어항에서 키우려 애를 썼다. 이 시대에 쓰레기 같은 여자는 너무 많으면 안 됐다. 그녀들은 요염함을 과시한 뒤 청년 인재를 자신의 치마 속 노예로 키우기 좋아했다.

이런 여인들이 바로 고대판 녹차녀(*여우 같은 여자를 뜻하는 중국의 신조어)다.

허칠안도 쓰레기 같은 남자라 오랫동안 쓰레기 같은 여자를 만나지 않아서 그녀와 아주 유쾌하게 겨뤘다.

약 일각 뒤에 연무대 방향에서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칠안, 썩 내려 오거라!”

“???”

허칠안은 망연히 바깥쪽을 두리번거렸다. 거친 천의 옷을 입고 연무대 위에 서 있는 사나이가 보였다. 이자는 팔척장신에 구레나룻 수염을 기르고 두 눈은 구리 방울처럼 컸다.

거만하게 연무대 위에 서 있는 기세는 아주 웅장하고 힘찼다.

구경하는 백성들도 이 사내대장부의 기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전의 강호 협객들과는 달랐다.

허칠안은 영문을 모른 채 속으로 상대가 어떤 새끼인가 생각했다.

“허 대인, 저자를 아시나요?”

용용은 새빨간 입술을 오므린 채 사나이를 꺼림칙하게 바라보았다.

허칠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오.”

“그럼 신경 쓰지 마세요.”

용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의 풍채와 번뜩이는 눈빛을 보니 동피철골경의 고수입니다……. 허 대인께서는 물론 그를 무서워하지 않으시겠지만, 주변이 전부 백성들입니다. 싸우기 시작하면 무고한 사람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그녀는 완곡하게 말해서 허칠안의 체면을 세워 주었지만, 허칠안 열 명이 와도 저 고수의 상대가 되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선조의 공적에 기대어 은라가 되지 않았는가.

“야경꾼 은라 허칠안은 썩 튀어나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거라. 그러지 않으면 오늘 이 몸이 네 머리를 쥐어 터뜨릴 테다.”

사나이가 큰 소리로 아우성쳤다.

웅성웅성…….

둘러싸고 구경하던 백성들과 강호의 떠돌이들이 왁작거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허칠안이라는 사람이 야경꾼이고 게다가 은라? 호협대가 세워진 이래로 드디어 관아의 고수에게 도전한 강호의 떠돌이가 나타난 것이다.

맞은편 탁자의 젊은 협객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하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거의 판에 박은 듯했다.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기.

“나와서 아버지라고 부르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라. 그렇지 않으면 이 몸이 매일 올라와 부를 것이다. 야경꾼 은라 허칠안, 아들놈아. 얼른 튀어나오거라.”

에너지 넘치는 사나이의 목소리가 온 장내에 퍼지면서 주변 술집과 찻집에서 구경거리를 보려는 손님들이 한 무리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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