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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18화 (318/712)

318화. 은라에게 도전하다 (1)

남성의 한백옥 연무대는 강에 인접한 광장에 세워졌는데 고작 이삼일 만에 연무대 표면은 이미 뚫린 구멍으로 가득했다. 겨룰 때 발로 디디다가 새긴 발자국도 있었고, 칼로 베거나 도끼로 찍어 생긴 균열도 있었다.

연무대 위에서 강호의 떠돌이 두 명이 싸우고 있었다. 한 사람은 울퉁불퉁한 근육의 거친 사나이로 손에 검은 쇠몽둥이를 쥐고 있었다. 한 사람은 검을 쓰는 젊은 협객으로 이목구비가 꽤 괜찮았다.

쌍방은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즐겁게 겨뤘다.

백성들과 노련한 강호 떠돌이들이 연무대 옆에 많이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무기에 관해 얘기해 보자. 일반적인 강호 인사들은 성에 들어오기 전에 무기를 몰수당하는데, 관아에서는 증표를 한 장 끊어 준다. 그들은 성을 나가는 날 증표를 가지고 무기를 되찾을 수 있다.

연무대가 생긴 후부터 관아는 통제를 느슨히 했다. 강호 떠돌이들은 무예를 겨루고 싶으면 관아에 가서 무기를 되찾겠다고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드시 하루 뒤에 관아에 되돌려 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에서 지명 수배를 내렸다.

그리고 명문 유파 출신인 젊은 협객들은 자신이 속한 문파로 보증하면 무기를 내놓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들이 살인을 범하면 그 문파는 책임을 져야 했다.

허칠안은 장내를 훑어보았지만 괜찮은 여협객을 발견하지 못했다.

“허 대인, 밖에서 구경거리를 보는 건 보통 사람들이나 하는 겁니다.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은 주변의 찻집이나 주루에 있다고요.”

동라가 설명했다.

‘참 잘 아는구먼, 아우님…….’

허칠안은 즉시 주변의 찻집과 술집을 훑어보았다. 2층 요망대에는 확실히 구경꾼이 많이 있었다.

“가세. 우리도 주루를 찾아가자고……. 저기 가세.”

허칠안은 아주 예쁜 협객을 보았다.

그가 막 걸음을 내디디려 하는데 갑자기 발밑에 딱딱한 덩어리가 밟혔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보니 뜻밖에도 쌈지였다.

연녹색의 쌈지에는 같은 색의 무늬와 난초가 수놓아져 있었다. 은은한 향기를 띤 것으로 보아 여인의 휴대용 물건인 듯했다.

“?”

허칠안은 어리둥절하여 속으로 말했다.

‘감정 그 늙은이 때문에 없어진 건가?’

“두껍네. 무게가 꽤 나가는군.”

허칠안은 빙그레 웃으며 품속에 넣다가 옆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한 꼬마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왜 쌈지를 보지 못해서 발 빠른 다른 사람한테 빼앗겼는지 뉘우치고 괴로워하는 듯했다.

“뭘 보니? 어느 집 아이야?”

허칠안이 손을 들어 딱밤을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자 꼬마 아이는 순간 놀라서 달아났다.

허칠안은 하하하 크게 웃으며 속으로 말했다.

‘담이 참 작아. 탕후루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 * *

그는 주루에 들어가 2층에서 탁자 하나를 찾았고, 심부름꾼에게 술과 음식을 내오라 분부했다. 허칠안은 연무대 위의 대결에 조금도 흥미가 없었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 옆 탁자의 여협객을 바라보았다.

분홍색 비단 치마를 입은 그녀는 뽀얀 목과 정교한 쇄골을 드러냈다.

옷을 입는 스타일이 대담하고, 메이크업도 정교했다. 새빨간 입술, 매력적인 큰 살구 눈, 지극히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이목구비. 하지만 어여쁘면서도 요염한 그 자태야말로 남자를 매료시키는 포인트였다.

그 요염한 여인은 허칠안이 자신을 적나라하게 관찰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애교 띤 눈초리를 던졌다. 그녀와 같은 탁자에 있던 젊은 협객들이 잇따라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그러더니 허칠안이 입은 야경꾼의 차복을 똑똑히 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고개를 되돌렸다.

심부름꾼이 소고기, 땅콩, 양고기 등의 안주와 좋은 술 한 단지를 들고 왔다.

“대인, 술과 음식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이봐, 맞은편 탁자에 82년산 라피트 한 단지 주게. 본관이 계산할 거야.”

허칠안이 요염한 여인에게 윙크했다.

심부름꾼은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했다.

“춘의농(春意濃) 한 단지 말일세.”

이건 주루에서 가장 비싼 술이다.

“알겠습니다.”

젊은 협객들은 허칠안과 ‘여신’의 상호작용을 눈치채자, 속으로 시샘하면서도 야경꾼한테 성질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아 심부름꾼에게 화풀이하며 말했다.

“이봐, 소고기 다섯 근 더 내오게.”

“손님, 작은 가게에는 그렇게 많은 소고기가 없습니다요.”

“무슨 근거로 저자는 두 근을 주문할 수 있고, 우리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한 근밖에 주문할 수 없다는 게냐?”

이 시대에 소고기는 사치품이다. 늙고 병든 소들 모두 도살하려면 관아의 심사를 거쳐야 했다. 게다가 최근에 장사가 아주 잘 돼서 주루에 재고가 많지 않았다. 허칠안 쪽에서는 두 근을 시켰다.

어찌 짐작이나 했겠는가. 심부름꾼이 눈을 희번덕이며 경성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오만함을 보이며 말했다.

“저 사람은 관아에 계신 분입니다. 손님께서는 오늘 아침에 외출할 때 거울을 보지 않으셨나 보군요.”

“…….”

두 동라가 하하하 크게 웃었다.

“무식한 놈들.”

이때 허칠안은 2층으로 올라와 대청 안을 한 바퀴 훑어보는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곧장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더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사나운 기세로 그를 노려보았다.

“쌈지 돌려주시죠.”

서른 살이 좀 넘어 보이는 이 여인은 보통 몸매에 자태는 더욱 평범했다.

허칠안은 같은 나이의 미인을 적잖이 보았다. 예를 들면 진 귀비, 황후, 그의 숙모. 얼굴과 몸매를 논하자면 모두가 이 여인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부인들이 갖지 못한 강렬한 힘이 있었다.

교만함…… 맞다, 바로 이런 교만함과 제멋대로 하는 성질이다.

허칠안은 마음속에 계산이 섰지만 말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무슨 쌈지요?”

“연녹색의 쌈지로 안에는 황금 이십 냥이 들었습니다.”

여인이 두 손으로 탁자를 누른 채 허칠안을 내려다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돌려주시지요.”

‘황, 황금?!’

허칠안은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다 못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아주머니가 쌈지를 잃어버리신 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아주머니?!”

그녀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 아주머니는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에 차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이 반응 어찌 된 거지? 본인이 몇 살인지 잘 모르는 건가…….’

허칠안은 손을 내저으며 그녀를 내쫓았다.

“저는 아주머니 쌈지를 줍지 않았으니 얼른 썩 물러가세요.”

여인은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리 와!”

계단 입구에서 한 아이가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기웃거렸다. 바로 방금 허칠안 때문에 놀라서 도망친 그 아이였다. 그가 쌈지를 주운 걸 목격한 아이기도 했다.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쌈지를 줍고 저를 위협했어요.”

아이는 허칠안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주위에 있던 술손님들이 잇따라 곁눈질했고, 그 요염한 여인도 빙그레 웃으며 구경했다.

“꼬마 아이야, 이리 오렴.”

허칠안이 손짓했다.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허칠안을 쳐다봤다.

허칠안은 품속에서 부스러기 은전을 꺼내 손가락에 꼽아 튕겼다. 은자가 땅에 떨어져 아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얘기해 보렴. 방금 내가 제대로 못 들어서 말이야.”

꼬마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부스러기 은전을 줍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아무 것도 보지 않았어요.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허칠안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탕후루 사 먹으러 가렴.”

꼬마 아이는 아주 기뻐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두 동라도 덩달아 웃으며 평범한 자태의 여인을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주위의 술손님들도 시선을 옮겼다. 그들은 더 볼 흥미가 없는지 계속해서 연무대 위의 대결에 집중했다.

설령 경성에 처음 온 풋내기라도 경성 지역의 악질인 야경꾼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이 여인은 딱 보면 머리만 길었지 견문이 좁아 야경꾼의 대단함을 모르는 듯했다.

당신 쌈지를 주운 건 둘째 치고, 당신을 독실로 끌고 가는데 당신이 빽이 없다면 방법이 없다.

여인은 허칠안을 잠시 주시하더니 갑자기 활짝 웃었다. 그러자 뜻밖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이 보였다.

그녀는 거침없이 앉아서 허칠안이 사용하지 않은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거리낌 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말 배가 고파진 듯 처음 먹기 시작할 때는 좀 조급하더니 배가 찬 후에는 먹는 모습이 금세 우아해졌다.

그녀는 술을 한 잔 마신 뒤 허칠안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엇? 대인께서는 소녀를 오랏줄로 결박하여 관아로 압송하지 않으시렵니까?”

허칠안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주머니, 밥 몇 숟가락일 뿐인데 그럴 것까지 없지요.”

이 여인은 아마 밥 때가 되어 배가 고파졌는데 쌈지가 없어진 걸 알고, 왔던 길을 돌아오며 찾다가 그가 있는 이곳을 찾은 것으로 짐작됐다.

“흥, 내가 저자는 집안 웃어른의 공로 덕을 본 부잣집 자제라고 했잖나. 그렇지 않고서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은라가 될 수 있겠는가?”

곁에 있던 한 젊은 협객이 목소리를 낮추고 한탄하며 말했다.

숙모와 같은 나이의 그 여인은 이 말을 듣더니 도발하듯 허칠안을 흘겨보았다.

“맞네. 아주머니 쌈지조차도 욕심내다니 좋은 놈이 아닌 건 알겠네.”

다른 젊은 협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인은 듣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은라인데 남이 뒤에서 비방하고 헐뜯으면 화나지 않나요?”

‘이 여인 꽤나 소심하네…….’

허칠안이 웃으며 물었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인이 분노하며 말했다.

“전부 야경꾼 감옥으로 보내야지요.”

옆 탁자의 젊은 협객들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지만, 그들은 언쟁하지 않고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결국 그들은 야경꾼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지나치죠. 몇 마디 거들었을 뿐인데요.”

허칠안이 말을 마치고 덧붙였다.

“궁상맞은 꼴을 보면 은자 몇 냥 짜낼 수도 없으니 정력 낭비이지요.”

젊은 협객들은 속을 부글부글 끓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인은 더 이상 허칠안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연무대 위 무사들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허칠안이 재미있는 이 여인을 쫓아내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겉모습처럼 그렇게 예사로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거듭 말하지만 그녀의 겉모습은 확실히 평범하다. 풍만하고 매력적인 몸매도 아니고 농염하고 매혹적인 외모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많은 은자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반 근에 8냥이니 20냥이면 아마 한 근이 좀 넘을 것이다.

물론 무거운 편이 아니다. 아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적은 무게는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은자 20냥은 보통 사람의 1년 치 저축과 맞먹는다.

만약 황금이면 상상하기 어려운 거금이다.

허나 이 사람은 평범한 부인의 옷을 입고, 나무 비녀로 까맣고 고운 머리를 묶었다. 허칠안 전생의 언어로 묘사하자면 이렇다.

<전체적으로 100위안이 넘을 수 없는 보세 옷을 걸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자신이 잃어버린 거금을 주운 야경꾼을 단지 노려볼 뿐이었다. 지금은 물건을 줍고도 돌려주지 않는 허칠안을 향한 분노가 거금 분실을 훨씬 앞섰다.

이게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백인가?

은자 20냥이다. 만약 허칠안 본인이었다면 돈을 줍고도 돌려주지 않는 자식과는 이미 사생결단을 냈을 터였다.

만일 황금 20냥이라면, 됐다. 마윈은 이미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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