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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15화 (315/712)

315화. 술사 체계의 근원

춘시가 끝난 이튿날, 허신년은 집안의 대우가 일순간에 폭락했음을 알아차렸다. 예전에는 매일 동틀 무렵에 어머니가 따뜻한 우유를 한 사발 데우라고 주방에 시켰더랬다.

점심에는 진한 닭고기 탕, 저녁에는 인삼탕이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더우면 더울세라 추우면 추울세라 그를 살뜰히 돌봤다. 비록 무슨 실속 있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큰형도 식탁에서 몇 마디 관심 가져 주고, 여동생 허영월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린 여동생 허영음조차 이따금 한마디씩 외치곤 했다. ‘둘째 오라버니, 부지런히 노력해야 해!’

하지만 마지막 회시가 끝난 후부터는 우유도 사라지고, 닭고기 탕도 사라지고 인삼도 사라졌다. 그들은 합격자를 언제 발표하는지 물은 뒤로는 모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탁에서 허칠안이 물었다.

“신년아. 어째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니? 마지막 회시를 잘 보지 못했니?”

허신년은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다 먹은 뒤에 큰형을 끌고 서재로 들어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형님…… 문제를 맞혔어요.”

허칠안은 이 결과에 놀라면서도 놀라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애국 아니면 영지?”

“영지요!”

허신년은 가르침을 청했다.

“황하와 태행이 어디에 있어요? 한래수조벽계상, 홀복승주몽일변은 또 어느 고사에서 유래된 겁니까?”

‘……음, 이 구절도 고사가 있다고? 기억나지 않는데.’

허칠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래수조벽계상은 내가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홀복승주몽일변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이고, 너 왜 이렇게 헛소리만 늘어놓는 거니? 시험도 다 치렀으면서 여기서 삑삑거리기나 하고. 사서오경을 얼른 찢거라. 큰형이 내일 너를 데리고 교방사에 놀러 가마.”

허칠안은 상소리를 퍼부으며 도망갔다.

* * *

그는 방으로 돌아왔을 때, 머리를 싸매고 침상에 앉은 종리를 발견했다. 머리에서 조금씩 피가 흘러나왔다.

“또 넘어졌습니까?”

“응.”

종리는 좀 억울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자네 여동생 운이 세더군.”

“어느 여동생이요?”

허칠안이 물었다.

“더 어린 아이 말일세!”

종리는 머리를 잘 싸매더니 꽃신 두 짝을 벗어던진 뒤 무릎을 껴안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내가 자네 저택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위로는 숙부, 아래로는 하인까지 모두 운이 나빠지고 말았네. 유일하게 그 아이만이 어떠한 변화도 없어. 불운의 영향을 받지 않네.”

‘영월이 아니군. 그것도 맞긴 하지. 하느님이 숙모의 미모를 물려 주었는데 그녀를 더 편애한다면 콩알이가 너무 가엾잖아…….’

허칠안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집 여동생도 대기운이 있다는 겁니까?”

종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대기운이 있는 사람은 복원(福源)이 깊고 두터워 곳곳에서 덕을 입는데 그 아이는 분명히 아니네. 그 아이는 단순히 운이 세서 불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야.”

“저택 사람들의 운이 나빠졌다니……. 오사저의 말을 들으니 제가 요 며칠 은자를 줍지 않은 이유도 오사저가 끼친 해 때문이라는 의심이 드는군요.”

허칠안은 재수 덩어리 종리를 받아들인 후로 더 이상 은자를 줍지 않았다.

“모르겠네.”

종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영음이 오사저의 불운을 막을 수 있다면, 제가 앞으로 외출할 때 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저는 다시 은전을 주울 수 있겠는데요?”

허칠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제안했다.

“저희 한번 시험해 보면 어떻습니까?”

“어떻게 시험하지?”

종리가 물었다.

“기다리십시오.”

* * *

허칠안은 즉시 문을 나서서 바깥 대청으로 가 숙모가 특별히 아끼는 난초 분재를 두 손으로 받치고 나와 복도 용마루에 두었다. 그런 뒤 그는 동쪽 사랑채로 걸어가서 귀를 기울여 확인하더니 그때서야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숙부, 영음이 자나요?”

숙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

“침상에서 뒹굴거린단다. 무슨 일이냐?”

“아무 일도 없어요. 영음을 데리고 나와 주세요.”

허칠안이 말했다.

“그래.”

허평지는 이유를 묻지 않고 콩알이를 껴안고 문을 열었다. 허칠안은 자발적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여기는 숙부와 숙모의 침실이고 또 늦은 저녁이니 그는 문 앞에 서 있기 민망했다.

“큰 오라버니…….”

허영음은 작은 팔을 벌리고 허칠안에게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

* * *

허칠안은 그녀를 껴안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는 분재를 둔 복도 꼭대기에 이르자 허영음을 아래로 내려놓고 말했다.

“너 여기에 앉아서 떡을 먹으렴. 다 먹으면 돌아가자꾸나.”

허영음은 본래 슬기로운 터라 왜 음식을 밖에 앉아서 먹어야 하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먹을 게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본래도 높지 않은 지능지수가 뚝 떨어졌다.

허영음이 즐거워하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래서 허칠안은 작은 콩알이를 복도 가장자리의 계단 위에 두고,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떡 한 조각을 꺼내 그곳에 앉아서 먹게 했다.

“내 불운이라면 분재는 틀림없이 떨어질 걸세.”

종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영음의 복원(福源)을 테스트하는 중이었다. 만약 종리가 잘못 판단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는 분재를 날려서 콩알이가 다치지 않게 할 계획이었다.

몇 초 뒤, 용마루에서 ‘콰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분재가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때, 화단에서 황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뛰쳐나와 훌쩍 솟구쳐 뛰어오르더니 한 손바닥으로 분재를 허칠안에게 내쳤다.

허칠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했지만, 종리는 피하지 못했다…….

분재는 종리의 머리 위에 떨어져 깨졌다.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방으로 돌아가서 상처를 싸매겠네.”

종리가 묵묵히 걸어갔다.

“고양이다, 고양이…….”

콩알이는 입속에 떡을 물고 황갈색 고양이를 가리키며 흥분해서 소리쳤다.

“알겠어, 알겠어. 큰 오라버니가 안아 줄 테니 방으로 돌아가서 자자꾸나.”

허칠안은 콩알이를 안고 동쪽 사랑채로 돌아가 숙부에게 건넨 뒤 그녀가 양치하는지 감독하라고 일깨웠다.

그리고 허칠안은 이게 숙모가 애지중지하는 난초임을 고려하여 깨진 자기 조각과 난초 그리고 비옥한 흙을 대청으로 돌려보냈다.

그가 이 모든 것을 다 마친 뒤 뒤뜰에 와서 사방을 둘러보니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은 황갈색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호박색의 세로 눈동자로 그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도사님.”

허칠안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자네 방금 무엇을 한 겐가?”

황갈색 고양이가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다.

“소소한 실험을 했을 뿐입니다.”

황갈색 고양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자가 사천감의 예언사?”

허칠안은 ‘네’하고 소리 내 대답하더니 말했다.

“도사님의 감별력으로는 그녀 머리 꼭대기에 한데 모인 먹장구름을 보실 수 있겠죠?”

“어찌 한데 모인 먹장구름뿐이겠는가. 정말이지 천벌 받을 자일세…….”

황갈색 고양이가 발톱을 치켜들고 고양이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천기를 누설한 경우, 예언사와 비교했을 때 주술사 체계의 괘사는 하늘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할 수 있네. 온갖 시련을 다 겪어 내기만 하면 괘사가 될 수 있네.”

허칠안이 이 말을 듣자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예언사는 3600번의 재난을 겪어야 한다고…… 응?”

허칠안은 갑자기 의문의 ‘응?!’을 외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예언사…… 괘사…… 사실 같은 건가요? 다만 호칭만 다를 뿐이고?”

그는 말을 하면서 금련도사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던졌다.

마침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그는 예전에 ‘예언사’와 ‘괘사’를 연결 짓지 않았다. 하지만 허칠안은 금련도사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두 개는 명칭만 다를 뿐 거의 같은 의미라는 걸 깨달았다.

황갈색 고양이는 발톱을 내리고 우물가에 얌전히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은 아주 귀여워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내뱉는 건 늙은이 목소리였다.

“허, 자네 아직 모르나 보군. 술사 체계의 역사는 겨우 600년밖에 되지 않았네. 대봉 국운과 같은 나이지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무사 체계는 지금까지 보완해 왔어도 여전히 무신이 없고 주술사, 불문, 도문, 유가는 모두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네. 고작 600년만에 술사 체계는 품계를 뛰어넘는 존재가 없는 것 말고는 9품부터 1품까지 아주 완벽하네.”

‘그러게. 불과 600년만에 술사 체계가 이렇게 완벽해졌다니. 만약 정말 무에서 유로 한 품계를 창조했다면, 초대 감정은 어떤 수준의 타고난 기재여야 한단 말인가. 이런 자가 어째서 품계를 초월할 수 없단 말인가…….’

허칠안은 그 속의 불합리한 점을 예리하게 눈치채고 갑갑해하며 말했다.

“그래서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황갈색 고양이는 즉답을 피하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역사를 들려 줄 테니 자네 스스로 판별하게.”

그는 먼저 발톱을 핥더니 그때서야 말했다.

“대봉의 개국 황제는 나라를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네. 수차례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지. 어느 해, 그는 동북의 무신교를 찾아가서 군사를 빌리며 약조했네. 만약 부패한 조정을 뒤흔들어 새로운 황조를 세울 수 있다면 그는 무신교를 국교로 받들 것이라 말했지. 중원 수만리 강산도 무신교의 영역으로 올리기로 했고, 무신교는 승낙했네. 그는 이십만의 정예병과 무신교의 고수까지 빌렸지. 나중에 그 개국 황제는 부패한 전조(前朝)를 뒤집고, 모든 제후를 무너뜨려 중원을 통일했네. 하지만 무신교는 그들의 바람대로 대봉의 국교가 되지 않았지. 대봉에 사천감이 생겼기 때문이네. 술사 체계는 이렇게 탄생했네.”

허칠안의 머릿속에는 두 글자만이 남았다. 제길!!

‘금련도사가 표면적으로는 얘기한 건 대봉 개국 황제의 배은망덕한 흑역사…… 흑역사라고 할 수도 없다. 어쨌거나 예로부터 개국 황제는 모두 도덕적 마지노선이 지극히 낮은 뻔뻔스러운 자니. 성인군자는 결코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없지…….’

사실 금련도사는 그에게 술사 체계의 근원을 폭로하는 중이었다.

술사 체계는 주술사 체계를 모방한 것이다!

이는 허칠안 자신이 9년간의 의무 교육으로 배양해 낸 독해 이해력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어쩐지 ‘예언사’와 ‘괘사’의 능력이 너무 비슷하더라니.

‘참, 비슷한 조작이 무사 체계와 무승 체계에도 있다! 술사가 주술사를 바탕으로 다시 태어난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니…….’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게다가 그는 이로써 연상을 펼치고 사고를 확장하여 초대 감정이 그해 원봉(援奉)의 주술사 대오 안에 있었다는 의심이 들었다.

‘술사가 주술사를 모방하여 다시 태어난 건 비록 주술사의 근간이 있기 때문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세우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 배후의 내막은 분명히 초대 감정과 대봉의 개국 황제만이 알겠지……. 나는 이게 감정이 지키는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이 든다. 어쩌면 운주의 신비스러운 술사의 베일을 들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칠안은 자신의 의심을 털어놓았고, 박학다식한 금련도사가 그의 의혹을 풀어줄 수 있길 바랐다.

애석하게도 금련도사는 허칠안에게 도리를 전수하고 학업을 가르칠 생각이 부족하여 못 들은 척했다.

‘위연이나 장공주를 찾아가서 이 역사에 대해 물어 보는 수밖에…….’

허칠안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도사께서는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황갈색 고양이는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 말했다.

“이곳을 지나가다가 자네의 복원(福源)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일부러 보러 왔네.”

이 말을 들었을 때 허칠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물음표였다.

잠시 후 느낌표가 떠올랐다.

그 뒤 그는 상대의 진정한 반응을 이해했다. 어쩐지 요 며칠 은자를 줍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감정의 404 법칙 때문이었다.

“허나 그녀를 만난 뒤 나는 이유를 알았네.”

황갈색 고양이가 말했다.

‘금련도사는 종리의 불운이 나의 복원(福源)과 상쇄하는 줄 아는 건가?’

허칠안은 설명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늙은 도사에게 수액하는 데 흥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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