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10화 (310/712)

310화. 허칠안의 절학(絶學)

다른 한편, 원경제와 낙옥형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탁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가 놓여 있었다.

“천종의 제자가 경성에 온다고 하는데 초원진은 그녀를 물리칠 자신이 있답니까?”

원경제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증기가 그의 얼굴을 흐렸다.

“글쎄요!”

낙옥형은 손에 찻잔을 받치고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묘진이 5품이기는 하나 이 기회에 4품 원영경(元嬰境)에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초원진이 검을 뽑지 않는 한 승패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찌 되었든 모두 아주 훌륭한 후손입니다. 우리 대봉에 짐이 주목할 만한 가치 있는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죠.”

원경제가 개탄하며 말했다.

“방금 폐하의 말씀은 무슨 뜻인지요? 초원진은 원경 27년의 장원입니다.”

국사가 가볍게 웃었다.

원경제는 고개를 저었다. 초원진은 관직을 버리고 일개 평민이 되었다. 더는 조정의 지시를 받지 않는 강호의 협객이 되었다.

말하자면 이상하다. 십여 년 동안 대봉은 나날이 국력이 쇠퇴할 뿐만 아니라 인재조차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더욱이 근래 몇 년 동안, 원경제는 그를 만족시키는 후손을 만난 적이 없었다.

“국사는 천종 도수를 어떻게 상대하실 계획입니까?”

원경제는 돌아서서 물었다.

그는 당연히 이묘진의 일 때문에 특별히 낙옥형을 찾아온 건 아니었다. 원경제가 걱정하는 건 뒤에 있을 천인 간의 전쟁이었다.

“지난번 천인 간의 전쟁 때는 천종 도수가 아직 일품경에 들어서지 않았지요. 국사의 부친과 그의 싸움은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아 승패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원경제가 나긋나긋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옥형의 청아하고 속되지 않은 얼굴을 주시했다. 그가 내포하는 뜻은 아주 뚜렷했다.

쌍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일이지, 결코 한 쪽만 이득을 얻는 채보사술(*采補邪術: 타인의 정혈을 취하여 자신을 보충하는 그릇된 방법)이 아니다.

낙옥형이 단기간 내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려면 그와 쌍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바로 이때, 느닷없는 강렬한 기기 파동이 원경제와 낙옥형을 놀라게 했다.

‘영보관 안에서 누군가 싸우는 것인가?’

원경제는 이런 상황을 처음 맞닥뜨렸다.

낙옥형은 정신을 가다듬고 잠시 감지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국사, 어찌 된 일입니까?”

원경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초원진이 허칠안과 맞붙었습니다.”

낙옥형이 대답했다.

원경제는 ‘허칠안’ 세 글자를 듣자 잠시 망연자실했다. 그는 그 동라가 어째서 영보관에 나타났으며 또 어떻게 영보관과 갈등을 빚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낙옥형이 설명했다.

“이자는 도를 닦는 솜씨가 다소 특별합니다. 위연이 그를 데리고 영보관에 검술을 구하러 왔기에 제가 일부 가르쳐 주었지요.”

위연은 앞뒤로 자신이 총애하는 동라와 국사에 의해 누명을 썼다.

원경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해명을 받아들였고, 정신을 집중하여 잠시 감지하더니 좀 놀랐다.

“허칠안이 초원진과 맞붙어 이렇게 격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낙옥형은 마침 그가 여러 차례 쌍수하자고 치근덕거려 귀찮았던 참이라 바로 제안했다.

“폐하께서 흥미 있으시다면 빈도를 따라 관전하러 가셔도 무방합니다.”

원경제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 * *

두 사람은 나란히 다실을 걸어 나와 화원과 구불구불한 긴 복도를 두 번 지나 영보관의 다른 편에 이르렀다. 저 멀리 작은 화원에서 한창 격투를 벌이던 허칠안과 초원진이 보였다.

팅팅팅!

허칠안 손의 흑금장도는 빈틈없이 춤을 추었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나뭇가지에 부딪힐 때마다 묵직한 천둥소리처럼 소리가 울리고, 세찬 조수 같은 기기가 잔물결을 일으켰다.

십여 개의 나뭇가지가 화원 공중에서 흩날리며 모든 각도에서 허칠안을 공격했다. 초원진은 석가산 위에 뒷짐을 지고 서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마치 허칠안의 전투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는 듯 이따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그의 속마음은 놀라움이 더 컸다.

그는 어검술만을 펼쳤을 뿐이지만 이렇게 많은 수량의 ‘비검’이 포위하여 공격하는데도 일사불란하게 현 상태를 유지하며 허점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막 연신경에 들어선 무사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는 상대의 원신이 예상외로 강하다는 걸 의미했다.

초원진은 그가 불과 열흘 만에《심검》의 첫걸음마를 뗐다는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원경제는 이 광경을 경악하며 지켜봤다. 그의 기억 속에 허칠안은 늘 사건을 해결하는 작은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세은 사건 때부터 원경제는 그의 이름을 들었는데 그때 그는 여전히 장락현 포반의 쾌수일 뿐이었다.

그 후 상백 사건 등 일련의 굵직한 사건을 겪으면서 이자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갔고, 능력 역시 그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전투력과는 무관했다. 원경제가 인식하기에 허칠안은 그저 사건 수사로 궐기한 쾌수에 불과했다.

원경제는 오늘 갑자기 그가 초원진과 격렬하게 싸우는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악의 정도는 마치 한림원에서 서적을 편찬하는 지식인이 갑자기 장팔사모(丈八蛇矛)를 손에 들고 적을 무찌르러 출전하러 가는 것을 봤을 때의 기분과 같았다.

“국사…….”

원경제는 뜰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허칠안의 수련 경지가 어떻게 됩니까?”

“연신경입니다!”

낙옥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연신경이라…….’

원경제는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관점으로 볼 때 연신경 무사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그가 주목할 만한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일개 장락현 쾌수가 고작 반 년 만에 이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는 건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주옥같은 초원진 앞에서 허칠안의 이 같은 성취는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지금 두 사람이 뜰에서 겨루는데 한쪽은 맑고 상쾌한데 다른 한쪽은 상대하느라 지쳐 있었다.

우열이 즉시 가려졌다.

“인종 검법은 세상에 둘도 없군요. 이런 신선의 솜씨는 무사를 가지고 노는 데 능숙하지요.”

원경제가 탄식하며 말했다.

“허 은라 역시 밀리지 않습니다. 폐하께서 앞서 대봉 조정에 뛰어난 신예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허 은라가 바로 그 뛰어난 인재입니다.”

낙옥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원경제가 귀로 듣고 눈으로 보니 점점 더 초원진의 타고난 자질이 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허칠안은 이를 돋보이게 하는 이파리에 불과해 보였다.

원경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법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국사께서 허칠안에게 전수한 검법이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는 허칠안의 활약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빈도가 그에게 전수한 건 심검입니다. 인종의 검법은 심오하여 설령 입문했을지라도 단기간에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대로 괜찮군요…….”

원경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허칠안의 타고난 자질에 관해 더 직관적인 인식을 얻었다. 보통 사람보다 강하지만 진정한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 * *

바로 이때, 검진(劍陣)에 빠진 허칠안은 더욱더 압력을 느꼈다. 수십 개의 나뭇가지가 마치 날카로운 비검(飛劍)처럼 기기를 휩쓸고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이미 연신경인 그는 주위의 모든 적의, 살의를 포착하여 머릿속에 저절로 피드백이 떠올랐다.

하지만 두 주먹으로 다수를 당해내기는 어려웠다. 그의 영각이 아무리 날카롭다고 해도 어쨌거나 두 팔에 칼 한 자루뿐이라 상대하기에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품계는 포위 공격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동피철골이군……. 무사 체계는 정말 개인 위력의 대명사야…….”

허칠안은 무사 체계에 관해 더 깊은 인식이 생겼다. 모든 품계마다 한 가지 단점을 보완한다. 만약 누군가 무신경(武神境)에 이를 수 있다면 아마 세상에서 대적할 자가 없을 것이다.

윙…….

나뭇가지 하나가 허칠안의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쳐 그의 차복을 찢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점점 더 많아졌다.

눈앞의 곤경에 관해 허칠안은 대처할 방법이 세 가지나 있었다. 첫 번째는 36계 중에 가장 마지막 계략이다.

두 번째는 유가 버전의 마법서를 사용하는 것이다. 안에는 포위 공격에 특화된 법술이 몇 가지 기록되어 있다.

세 번째는 자신의 부상은 상관하지 않고, 초원진에게 천지일도참을 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차탁마일 뿐이니 처음 두 가지 방법은 필요 없었다. 뒤의 한 가지 방법은 사력을 다하는 수라 써 버리면 그는 무너질 것이다. 또한, 절차탁마의 초심을 잃어버릴 것이다.

“이상하다. 기기 운행이 아무리 매끄럽다고 해도 비검이 방향을 바꿀 때 관성이 있을 텐데……. 하지만 사호의 비검이 뜻대로 운행되는 건 완전히 물리 법칙에 위배된다. 뉴턴 나으리가 체면을 차리지 않을 셈인가……? 아, 이 일은 뉴턴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허칠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마음속으로 추측했다.

그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나뭇가지 여섯 개를 단칼에 해치우고, 정신력을 끌어 모아 흑금장도에 주입했다.

몸을 빙글빙글 돌며 휘둘러 내리찍으니 어두운 금빛 칼날이 날아오는 나뭇가지에 정확히 부딪혔다. 부딪치는 순간 허칠안은 운이 트이면서 정신력을 폭발시키는 응용 기술을 터득했다.

윙……. 무형의 염력이 부채꼴로 방출되면서 퍼져 나갔고, 뒤쪽의 ‘비검’을 모조리 휩쓸어 갔다.

그 나뭇가지들은 잠시 정체되었다가 어떤 버팀목을 잃고 힘없이 추락했다.

‘역시 효과가 있어…….’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붓을 휘두르고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같은 방법으로 앞을 향해 정신력을 쏟아 내 남은 ‘비검’을 모조리 베어 떨어트렸다.

이로써 초원진의 검진이 깨졌다.

“어떻게 비검에 주입한 내 염력을 발견한 건가?”

초원진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후후……. 왜냐하면 나는 중학교 물리를 열심히 공부했거든…….’

허칠안은 칼을 짚은 채 숨을 헐떡이며 석가산 위의 장원랑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건 아마 천부적인 자질 아닐까요.”

원경제가 뜰 밖에 있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낙옥형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국사의 더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았다.

“국사?”

낙옥형은 시선을 거두고 찬탄하며 말했다.

“이자의 천부적인 자질은 아주 특출 나군요.”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국사가 이렇게 후배를 극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비록 그녀가 방금도 허칠안을 칭찬했지만 인사치레의 말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찬탄이었다.

이 점은 원경제에게 약간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앞서 폐하께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제가 허 은라에게 심검을 전수한 건 열흘 전입니다.”

낙옥형은 말을 마친 뒤 원경제가 별다른 감회가 없는 듯 보이자 설명했다.

“심검의 문턱은 아주 높습니다. 설령 인종의 뛰어난 제자일지라도 입문하려면 길게는 반 년, 짧게는 석 달이 걸리지요.”

그녀가 이렇게 설명하자 원경제는 바로 이해했다.

허칠안은 고작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경제는 석가산 위의 초원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초원진은요?”

“마찬가지로 무사의 몸으로 인종 검법을 수련한 것이니 초원진은 한 달 걸렸습니다.”

원경제는 이 말을 듣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낙옥형이 덧붙였다.

“한 달에 세 가지 검법을 동시에 입문했습니다.”

원경제는 다시 침묵했다. 이때 그는 초원진이 웃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자네의 절학이 무엇인가?”

“제 절학이요?”

허칠안이 반문했다.

“그렇네. 처음부터 끝까지 자네는 절학을 시전하지 않았지. 솜씨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절차탁마는 참 재미없을 것이야.”

초원진이 말했다.

“그건…….”

허칠안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초 형께서 이묘진과 곧 맞붙을 텐데 제가 부주의하게 초 형에게 해를 입혀 천인 간의 전쟁에 영향을 줄까 봐 두렵습니다.”

낙옥형과 원경제는 정말이지 너무 기고만장한 말을 듣자 동시에 장원랑에게서 눈을 떼고 허칠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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