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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09화 (309/712)

309화. 제가 좀 비켜 드려야 할까요?

쨍!

칼집에서 흑금장도를 뽑으니 어두운 금빛의 가느다란 선이 번쩍 스쳤다.

온화한 기질의 부잣집 공자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곧 죽어서 저승으로 가게 생기자 그의 곁에 있던 괜찮은 미모에 온순한 기질의 여인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머리 위 은비녀를 뽑아 검기에 불을 붙였다.

탕!

은비녀가 폭발하고 검기가 섬섬옥수를 베었다.

허칠안은 몸을 튕겨 일어나 한 발로 여인을 차서 날리고 착지한 뒤, 돌려차기를 날려 온화한 기질의 부잣집 공자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이 발차기는 은밀한 힘을 써서 쓴 기술이었기에 공자는 뼈가 부러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기술로 상대방의 오장육부를 다치게 했다.

허칠안은 온화한 기질의 부잣집 공자를 보러 가는 대신 긴 칼을 앞으로 내밀며 냉소를 지었다.

“동피철골경, 마찬가지로 경성을 걸어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노인은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바라보았다.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육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육씨 집안 사람들의 시선이 노인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담홍색 피 한 줄기가 스며 나왔다.

동피철골의…… 방어가 깨졌다.

그들은 젊은 나이의 은라 허칠안을 다시 주시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이 나이에 은라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불가사의였다.

그는 방금 되는 대로 휘두른 검과 발길질로 조씨 집안의 연신경 아가씨를 바로 격파하고, 이어서 가볍게 휘두른 칼로 동피철골경 육신의 방어를 뚫었다.

그의 수련 경지는 그야말로 두려울 지경이었다. 또한 상대는 그의 타고난 자질에 더욱이 말문이 막혔다.

역시 경성답다. 평범한 은라도 밖에 내놓으니 재주와 지혜가 타고난 귀재급이었다.

“대인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준수한 외모의 부잣집 공자는 그를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 *

허칠안은 두 무리를 압송하여 관아로 돌아온 뒤 관리하는 하급 관리를 찾아가 말했다.

“이 두 패거리에게 한 사람당 은자 일백 냥을 내라고 이르게. 한 푼이라도 부족할 시 풀어 주지 말게. 그중에 삼백 냥은 장부에 올리고, 오십 냥은 자네가 동료들과 나누게. 나와 거리를 순찰하는 동라 둘에게는 한 사람당 오십 냥씩 주고, 남은 건 내일 춘풍당으로 보내 주게.”

“안심하십시오. 소직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하급 관리가 서둘러 말했다.

허칠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마구간에 갔다. 그는 애지중지하는 암말을 타고 황성 방향으로 향했다.

해가 한창이라 그는 점심을 얻어먹으러 영보관에 갈 계획이었다. 간 김에 낙옥형을 찾아가《심검》검법에 관해 가르침을 청하려고도 했다.

심검 검법은 이미 입문한 허칠안이 보기에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시전할 때 정신력을 검신(劍身)에 주입하기만 하면 됐다. 기기처럼 베어 내면 그만이었다.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기기와 매끄럽게 한데 융합하는지다.

이건 마치 한 손으로 원을 그리거나 네모를 그리는 데는 문제없지만, 한 손으로는 원을 그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네모를 그리면 머리가 종종 정체 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았다. 허칠안은 검을 뽑을 때 기기 전달을 잊거나 정신력 주입을 잊곤 했다.

* * *

이제 그는 은라가 되어 자유롭게 황성을 드나들 수 있었다. 요패를 반짝이면 성을 지키는 시위가 즉시 통행을 허가했다.

그가 영보관에 도착하자 관문을 지키는 꼬마 도사가 통보하러 가더니 금세 돌아왔다.

“도수께서 들라 하십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꼬마 도사를 따라 영보관으로 들어갔다. 그가 복도를 지나고 마당을 지나자 낙옥형이 보였다.

그녀 말고도 부들방석 위에 청삼 검객이 앉아 있었다. 소탈한 기질에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흰 머리 한 가닥은 남자의 성숙함을 잘 드러내면서 그의 매력을 더했다.

‘제기랄, 사호도 있었네…….’

이건 허칠안이 첫 번째로 한 생각이었다.

‘제기랄, 낙옥형이 내가 지서 파편의 소지자인 걸 아는구나…….’

이건 허칠안이 두 번째로 한 생각이었다.

“국사!”

허칠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예를 갖췄다.

그러고는 해죽이 웃으며 초원진을 향해 공수했다.

“장원랑.”

초원진은 소탈하게 웃었다. 좀 의외였다. 이곳에서 허칠안을 마주칠 줄이야.

이치대로 말하자면 허칠안 계급으로는 영보관에 들어와 도수를 만날 자격이 없었다.

“허 대인이 국사 대인과 어떻게 아는 것인가?”

그는 속마음의 궁금증을 물었다.

낙옥형이 막 대답하려 했다.

“콜록콜록콜록…….”

허칠안이 힘껏 기침하면서 황급히 국사에게 소리를 전했지만 곧 튕겨져 돌아왔다.

그가 다시 소리를 전했지만 다시 튕겨져 돌아왔다.

그가 다시 전했지만 거듭 튕겨져 돌아왔다.

낙옥형의 태도는 분명했다. 우리는 그렇게 친하지 않으니 사담을 나누지 않겠다.

‘전음(傳音)처럼 비교적 친밀한 행동을 국사한테 쓰는 건 역시나 너무 무리였어…….’

허칠안은 좀 다급했다.

초원진은 허칠안을 보고 또 국사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좀 비켜 드려야 할까요?”

허칠안은 다소 민망했다.

다행히 낙옥형은 위풍당당한 2품 도수라 허칠안의 속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초원진의 질문에 대답할 의향은 더욱이 없었다. 그녀는 우수에 찬 눈동자로 허칠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

“제가《심검》을 수련하다가 난관에 봉착하였습니다. 국사께서 의문을 풀어주시길 청합니다.”

허칠안이 공손하게 말했다.

“심검은 입문하기에 확실히 어렵긴 하네.”

낙옥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진, 자네가 허 대인을 지도해 주게. 본좌는 폐하를 만나러 가야 하네.”

‘폐하? 원경제 그 늙은이도 온다고……? 도수, 나는 심검에 이미 입문했다고. 내가 너한테 구구단을 가르쳐 달라는 게 아니라 미적분을 가르쳐 달라는 거라고…….’

허칠안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이유는 낙옥형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문을 열지도 창을 열지도 않았는데 이 여인은 눈앞의 정실에서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신통한 재간입니까?”

허칠안은 좀 부러웠다.

“신통한 재간이 아니네.”

초원진이 고개를 젓더니 설명했다.

“그건 본래 도수의 생각인데 방금 거두어들였을 뿐이네.”

‘고품 강자의 수법은 귀신 같구나…….’

허칠안이 오늘 영보관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종리 그 재수 없는 사람이 일이 있어 사천감에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보관에 들어올 수 없는 그녀가 황성에서 뜻밖의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니, 더 큰 가능성은 황성에서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영룡이 갑자기 발광해서 함부로 황성을 파괴한다거나.

운주에서 경성으로 돌아온 뒤로 허칠안은 한동안 빈번하게 황성을 드나들며 사건을 조사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영룡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 이 기이한 짐승은 황실에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강해서 감히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일단 영룡이 허칠안의 개가 되었다는 걸 사람들이 본다면 밖으로 퍼져 나갈 테고 그는 아마 머리를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심검 입문은 확실히 좀 어렵네. 무사는 원신 영역에 정통하지 않으니…….”

초원진이 심검의 심오한 뜻을 서술하려 막 입을 열고 반 마디 정도 했을 때 허칠안이 그의 말을 끊었다.

“초 형,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허칠안이 어색하게 말했다.

“저는 이미 심검에 입문하였습니다.”

초원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개의치 않고 물었다.

“심검을 수련한 지 얼마나 되었는가?”

허칠안은 잠시 돌이켜보더니 말했다.

“열흘 정도 됐습니다.”

초원진은 어리둥절하다 정신을 집중하고 허칠안을 살펴보더니 온화하게 말했다.

“농담하지 말게.”

열흘 만에 심검에 입문하다니. 어느 정도의 원신이어야 가능한 것인가? 도문 심법(心法)을 수련하는 제자일지라도 감히 열흘 만에 입문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허칠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 형의 타고난 자질에 깜짝 놀랐네. 인종의 법을 수련하지 않는 게 아쉽구먼.”

초원진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러지 마. 절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아니면 인종 역시 허평지가 사람 구실 못한다고 욕을 해야 한다고. 내 숙부는 아주 무고해.’

* * *

‘초원진은 오만하면서도 내향적인 사람이군. 그는 지식인의 풍격이 있으면서도 검객의 비범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말로 드러낸 적이 없다. 사호는 거만한 신년과 비교하면 경험이 훨씬 더 풍부한 사회 인사스럽다…….’

허칠안은 남몰래 말했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사회 인사가 꼭 신중하고 내향적이진 않다. 허칠안 본인이 그 예다.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 물정을 잘 알지만, 여전히 허풍떠는 걸 좋아하고 전과 다름없이 유치하다. 전생과 현생 모두 바뀐 건 없다.

“초 형은 대봉 각지의 교방사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분명 아주 진지하고 엄숙한 얘기였지만, 허칠안이 갑자기 물으니 초원진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변함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글을 버리고 도를 닦은 후 나는 교방사에서 다시는 묵지 않았네.”

속뜻은 이러했다.

<이 몸은 금욕 중이네.>

얼마 지나지 않아 허칠안이 또 물었다.

“도리를 논하는 시기가 곧 다가오는데 초 형은 천종의 이묘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초원진이 침음하다가 말했다.

“의리 있고 의협심이 강하지. 아주 탄복하네.”

‘제기랄, 허점이 전혀 없다…….’

허칠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하시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칠안은 또 얄밉게 끼어들었다.

“초 형, 국사께서 업화를 겪을 대로 겪어 고통에 시달리는데 초 형께서도 비슷한 고통이 있으신지요?”

초원진은 놀라며 물었다.

“자네도 알고 있다니?”

슬기로운 허칠안은 황급히 덧붙였다.

“위 공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군. 위연은 정말 그를 심복으로 여기고 마음을 다해 양성하는군…….’

초원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해명을 받아들였고, 게다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일호가 일찍이 얘기한 적이 있었다. 허칠안 이 자는 위연에게 극진한 총애를 받는다고 말이다.

“나는 단지 인종의 검법을 수련할 뿐이지, 심법을 수련하지는 않네.”

“무슨 뜻입니까?”

허칠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무사의 체계로 판단한다면 나는 연신경이네. 하지만 나는 인종의 심검, 기검 그리고 어검술을 주로 수련하지.”

“그럼 초 형은 어떻게 승직합니까? 다음 품계가 무엇입니까?”

세 가지 검술은 적을 물리치는 수단이지, 체계의 근간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초원진이 걷는 길은 사실 도문 체계가 아니라 무사 체계를 토대로 하여 인종 검법을 주로 수련하는 것이다.

“모르네.”

아주 유연한 초원진은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가면 그만이네.”

“저희 계속해서 심검의 실전 기법에 관해 얘기하시죠…….”

맨 처음에 논한 건 심검이었는데 초원진은 점점 허칠안의 수련 지식이 얄팍하다는 걸 알아챘다. 연신경이 갖춰야 할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참, 그는 작년 10월 세은 사건 후에 야경꾼에 합류했지. 그때는 연정경이었고…… 고작 반년 만에 7품 무사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다니. 이상하리만큼 천부적인 자질이 무섭군…….’

초원진은 허칠안의 정보를 돌이켜봤다.

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탁상공론은 참 재미없네. 허 형, 우리 서로 한번 절차탁마하는 게 낫겠네.”

그는 상대방을 제대로 관철하여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천재와 겨루는 걸 좋아했다.

허칠안은 사호의 뒤를 캘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초 형, 살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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