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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04화 (304/712)

304화. 안 좋은 예감

허칠안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암말을 타고 종리와 함께 야경꾼 관아로 갔다.

“오사저가 야경꾼 관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히 호기루는요.”

허칠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종리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말을 타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암말 곁을 따라왔다. 마치 밥 먹고 산책하는 것처럼 발길이 닿는 대로 조용한 뜰을 걸었다.

‘축지법인가…….’

허칠안은 은근히 부러워하며 눈에 새겨 두었다.

그가 막 야경꾼 관아에 들어서자 한 은라가 동라 십여 명을 데리고 황급히 나오다가 허칠안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 은라는 멈춰서 인사를 건넸고, 머리를 산발한 채 긴 양삼 도포를 걸친 종리를 보더니 물었다.

“율법을 어긴 강호 인사인가? 어째서 포박하지 않은 거지?”

허칠안은 어리둥절하다가 따져 물었다.

“어찌 그렇게 말씀하시는지요?”

은라가 설명했다.

“자네 어제 당직을 서지 않아서 모르는군. 위 공께서 어제 공표하셨는데 석 달 뒤가 바로 일갑자에 한 번 있는 천인 간의 전쟁이라더군. 그리고 그전까지는 인종과 천종의 뛰어난 제자가 제일 먼저 힘을 겨룬다고 하네. 많은 강호 협객들에게 이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성황인 게야. 그래서 수많은 강호 인사들이 그 명성을 듣고 천인 양종 제자 간의 결전을 보기 위해 줄을 지어 경성으로 온다네. 관아의 동료들 모두 성문 입구를 지키면서 성에들어오는 강호 인사를 등록하지. 이로써 존재할지도 모르는 다른 나라의 첩자를 선별하네.”

‘응? 알고 보니 강호에서 사호와 이호의 위상이 이렇게 높았구나…….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어쩌면 내가 내시 2세여서 그럴지도…….’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은라와 헤어졌다.

그는 종리에게 이옥춘의 춘풍당에 있으라 한 뒤, 자신은 호기루로 갔다.

종리는 감정의 다섯 번째 제자로 신분이 고귀한 편이지만,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서 그녀는 위연을 만날 수 없었다.

* * *

허칠안은 시위의 통전을 거쳐 7층 다실로 올라갔다.

위연은 거대한 감여도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청포, 검은 옥비녀로 간단하게 걷어 올린 머리카락, 뒷짐 진 양손에 늘어진 옷소매.

위연은 품격이든 외모든 재능이든 허칠안이 만나본 중․노년층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년과 남궁천유는 젊은 세대 중에서 외모 방면으로 최고에 속했다.

하지만 종합적인 실력으로 보자면, 허칠안은 그래도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과연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군계일학이다.

“탁자 위에 자네의 임명장이 있으니 조금 이따가 문선부에 가져가서 관련 요패와 차복을 수령하게.”

위연은 돌아서지 않은 채 탁자를 가리킬 뿐이었다.

허칠안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 책상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위연의 인장이 찍힌 등용 문서가 보였다.

야경꾼은 위연의 말이면 뭐든 된다. 그가 등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등용하고 강등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강등한다. 그렇기에 허칠안은 은라로 승직하는 일에 조금도 걱정이 없었다.

“은라가 된 후에는 밖에 나가서 거리를 순찰할 필요 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 있네. 훨씬 더 자유롭게 시간을 안배할 수 있지.”

위연이 귀띔했다.

“자네는 타고난 자질이 훌륭하지. 그러니 시간을 공무에 쓰면 안 되네.”

‘직원한테 출근해서 하는 업무에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장은 처음 봐…….’

허칠안은 전생에 이렇게 좋은 리더를 만나지 못하고, 십 년 동안 아주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회사에서 노예 짓을 한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그가 등용 문서를 챙기고 작별 인사를 하려는 참에 위연이 하는 말을 들었다.

“급히 갈 것 없네. 얼마 안 있으면 인종과 천종의 제자가 결전을 치를 걸세. 그동안에는 경성이 태평하지 않을 테니 분쟁을 일으키는 강호인들이 적잖이 나타날 게야.”

“소직 이해했습니다. 소직이 내성의 치안을 잘 유지하겠습니다.”

허칠안이 즉시 대답했다.

위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자네 이묘진과 운주에서 접촉한 적이 있지. 그녀를 어떻게 보는가?”

이묘진은 백제성에 있을 때 이미 장 순무와 강율중에게 천종 제자의 신분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허칠안이 전사한 뒤 장 순무는 비적을 토벌하는 중에 경성으로 접본 한 통을 또 보내어 천종 제자 이묘진이 비적 토벌에 아주 큰 공을 세웠다고 알렸다.

그는 그녀에게 조그만 관직 하나라도 내려 줄 것을 간청했다.

결과적으로는 당연히 부결됐다. 낙옥형은 대봉의 국사이고, 인종과 천종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데 이건 뭐 농담하는 거 아닌가.

‘그녀에 관한 내 인상이라…….’

“두 제자일 뿐인데 위 공께서 이렇게 신경 쓰실 필요가 있습니까?”

허칠안이 말했다.

“제자 간의 태도가 스승과 윗사람의 태도를 결정하네.”

정신이 든 위연은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천종 도수는 1품이야.”

그 대답에 허칠안은 놀라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도문 3종 중에 천종이 가장 강하다. 인종과 지종의 도수는 2품이다. 만약 천종에 1품이 없다면 어찌 강해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보면 인종의 낙옥형은 반드시 패하는 것 아닌가?

허칠안이 낙옥형의 승산에 어찌 관심을 두지 않겠는가. 그는 위연의 말뜻을 이해했다. 만약 제자 간의 이번 힘겨루기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천인 양종 간의 도수는 아마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 할 것이다.

1품과 2품은 세상 최고의 전투력을 가졌다. 아무리 요괴처럼 지혜로운 위연이라도 대의(大意)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또한, 대봉 경성에 숨은 비장의 인물인 감정 역시 1품이다.

“위 공, 소직이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천지회의 내막을 보고할 계획이었다.

위연은 ‘응’하고 소리를 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묘진은 천지회의 구성원으로 이호 파편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종이 파견한 제자는 아마도 위 공께서 경성 제일의 검객이라고 평가한 그자인 듯합니다.”

허칠안이 보고했다.

이 소식은 위연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감여도를 떠나 탁자로 돌아와 앉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제대로 얘기해 보게.”

허칠안은 즉시 ‘지서 단체 채팅방’에서 어제 나눈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아주 제때 소식을 전해 주었군.”

위연이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 동라를 ‘총애’하는 데는 성분이 복잡하고 요소가 다양하다. 첫째 이유는 마음씨인데, 다시 말하자면 그는 인품이 믿을 만하고 보장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다음 이유는 타고난 자질인데 허칠안이 보여 준 천부적인 재능은 그가 적극적으로 양성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는 성격인데 이건 마음씨와는 다른 문제다. 허칠안은 사교성이 아주 뛰어나다. 그는 영리하고 교활한 데다 비위를 맞추며 아첨할 줄도 알지만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위연에게 늘 놀라움과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는 사건 해결이든 눈앞의 정보든 줄곧 위연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 주었다.

위연에게 위안을 주는 이는, 잘하는 일 없이 자신이 늘 보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묘목 한 그루 정도의 인물이 아니다.

허칠안은, 선천적인 자질은 뛰어나도 일 처리 능력이 형편없기 그지없는 천재들과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가급적 금련 도사에게 협조하게.”

위연이 뜬금없이 한마디 던졌다.

허칠안이 실의에 빠져 이해하지 못하자 그가 설명했다.

“금련은 천지회를 창립하고 구주 각지에서 지서 파편의 소지자를 찾았네. 그 초심은 당파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사도(邪道)에 빠진 도수를 철저하게 토벌하기 위함이지.”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금련의 동기를 직접 위연에게 알려 주었다.

“그럼 그는 분명 지서 파편의 소지자가 손해 보는 걸 보지 못할 테고 가능한 한 중재할 방법을 생각할 것이네. 하지만 그는 지종 사람일세. 지종은 항상 중립을 지키니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네. 아마 자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걸세.”

“제가 뭘 도울 수 있겠습니까. 허, 허허…….”

허칠안은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

위연은 휘하의 은라가 지서 단체 채팅방에서 입만 나불거리며 허세를 떨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기에 위연은 허칠안의 표정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서방교도 곧 경성에 도착할 걸세.”

허칠안은 어리둥절했다.

‘서방교가 경성에 올 거라는 걸 위연이 어찌 안 거지…….’

그리고 뒤이어 서방교 대오의 대봉 경성 방문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이는 마치 양국 정상이 만나려면 사전에 통지하고 시간을 미리 정해야 하는 등등과 같은 맥락이었다.

‘춘시에 서방교에 천인 간의 전쟁에…… 난감하군.’

허칠안은 가슴이 묵직했다.

바로 이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징과 북을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와 어렴풋한 외침이 들려왔다.

“불이다, 불이야……!”

‘불이 났다고?!’

허칠안이 야경꾼에 들어온 지 반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일을 맞닥뜨렸다. 그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위, 위 공. 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그는 재빨리 일어나 읍을 올리고 다급하게 호기루를 뛰쳐나갔다. 그가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물통을 들고 미친 듯이 춘풍당 방향으로 돌진하는 하급 관리와 야경꾼들이 보였다.

* * *

일각 뒤, 관아에서 당직 서던 금라에 의해 큰불은 진화되었다. 춘풍당은 홀라당 타서 초토화되었지만,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 금라는 매우 화를 내며 야경꾼들에게 책임지고 불이 난 원인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마당의 어느 외진 구석에는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하게 말린 종리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불에 그슬려 구멍이 여러 군데 난 긴 양삼 도포 사이로 피부가 드러났다.

“방 안에 잘 있었는데 왜 불이 났는지 모르겠어. 자네가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익었을지도 몰라…….”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래도 5품 술사인데 시시한 불에도 다칠 수 있습니까?”

종리가 말했다.

“내가 방금 좌선하다가 행기(行氣)에 착오가 생겼네.”

“…….”

허칠안은 차마 모질게 말하지 못했다.

“우선은 목욕하고 옷부터 갈아 입으세요.”

* * *

해 질 무렵, 허신년은 1차 회시를 마친 뒤 공원(貢院)을 나와 대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서생들을 따라 거리로 나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뜻밖에도 아버지, 어머니, 큰형 그리고 여동생이 그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와 형님은 아마 아직 퇴근하지 않았을 테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혼자 외출하기에는 편치 않으니까…….”

허신년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서적을 외우며 천천히 걸어서 저택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볍게 허벅지를 치더니 가슴 깊은 곳에서 시사를 끄집어내 낭송했다.

“신경여연(*身經如燕: 몸이 제비처럼 가볍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휘감았다. 그는 마치 바람이 힘을 보태는 듯 마차보다 빠르게 걸었다.

갑자기 전방에서 누군가가 웃었다.

“제비처럼 가벼운 몸이군요!”

허신년이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따라 쳐다보니 등에 검을 멘 청삼(靑衫) 검객이 길에 서 있었다. 훤칠한 외모에 자유분방한 모습의 그는 젊어 보였다. 하지만 흘러내린 흰 앞머리는 그가 겪어 온 파란만장한 삶을 드러냈다.

그 청삼 검객이 허신년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춘시 1차가 끝났습니다. 그해 제 습관대로 다음 3일 동안은 동창들과 교방사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해야 하죠. 이미 9년 전의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기녀들은 이미 늙어서 가치를 다 하지 못하거나 낭군을 찾았겠군요. 경성 교방사에서 시와 칠현금에 모두 능한 기녀가 나와 그 명성이 각 주에 퍼졌다고 들었습니다. 저 견문을 좀 넓혀 보고 싶군요. 형씨, 괜찮다면 우리 동행합시다.”

허신년은 조용히 들었는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자는 바보다.

선천적으로 노련한 그 말투는 마치 서로 잘 아는 듯했다. 게다가, 게다가 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허신년은 이자를 전혀 모른다고 더할 나위 없이 확신했다.

‘오늘 어찌 된 일이지? 입장하기 전에 뜬금없는 승려와 마주치고 나온 뒤에는 또 바보 검객이랑 마주치고…….’

허신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멀리 달아났다.

남자아이는 바깥에서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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