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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82화 (282/712)

282화. 조회

세 명의 검은 옷 사나이는 골목으로 쫓아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골목 끝에 서 있는 허칠안을 보더니 날카로운 장도를 칼집에 도로 넣었다.

“어째서 도망가지 않는 거지?”

동피철골경 킬러가 물었다.

쉰 목소리는 위장이었다.

“달아날 수가 없어 여기에서 너희를 죽일 작정이다.”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골목의 폭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단 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는 너비였다.

단칼, 그에게는 단칼의 기회뿐이다.

동피철골경의 고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정신을 집중하여 주위의 반응을 살폈다. 야경꾼과 순찰하는 병사의 발소리는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허칠안의 자신감이 그에게 본능적인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허세를 부리다니?’

이때 연신경에 막 들어선 그 동라가 오른손으로 천천히 칼자루를 쥐는 게 보였다.

한곳으로 집중하여 최고봉에 도달한다.

마치 해일이 올 때 해수가 먼저 밀려 나가는 것처럼 모든 감정이 가라앉고, 모든 기기가 함축됐다.

이 순간, 검은 옷 사나이 셋의 마음속에 위험한 징조가 느껴졌다. 연신경의 직감이 그들에게 알렸다.

‘위험해, 위험해…….’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무사의 본능에 따라 골목을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때, 고막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신을 뒤흔드는 포효소리가 울렸다.

세 사람의 의식은 찰나의 혼란에 빠져 몸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어 그들은 용의 울음소리처럼 맑고 우렁찬 칼 뽑는 소리를 들었다.

동피철골경의 킬러가 사자후의 두려움에서 가장 먼저 필사적으로 벗어나자마자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가는 실 같은 도광(刀光)을 마주했다.

그는 두 팔을 교차하고 기기와 근육을 뒤흔들어 아주 견고한 육신으로 완강히 저항하는 데 그쳤다.

* * *

철컥.

연기경 동라 하나가 지붕 위를 질주하며 파괴된 흔적을 따라 곧장 가다가 골목을 찾았다.

그가 골목을 내려다보니 대치하는 네 사람이 보였다. 세 명의 검은 옷 사나이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고, 그들 맞은편에서는 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허칠안이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그의 뒤통수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여기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에는 군노를 쥔 동라가 크게 외치더니 골목으로 뛰어내려와 허칠안의 옆에 섰다.

인접한 용마루 위로 동라 둘이 뒤따라와 골목으로 진입했다.

“허 대인, 괜찮으십니까?”

3인조의 순찰 소대가 친절하게 안부를 물었다. 그들은 검은 옷 사나이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감지하고, 살수들이 이미 죽었다고 판단했다.

“조금 다쳤을 뿐이네. 괜찮네.”

허칠안은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동료 셋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대력환을 먹어서 체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지만, 다시 걸으려면 일각을 더 쉬어야 했다.

감정이 선물한 칼은 천지일도참과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세 명의 동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검은 옷 사나이를 쳐다보았다. 막 연신경에 들어선 허 대인을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 그중에 한 놈이 연신경임에 틀림없었다.

이때 소란스러우면서도 묵직한 발소리가 나더니 50명의 어도위 대오가 달려왔다.

“허 대인, 우선 관아로 돌아가서 상처를 치료하십시오. 이 셋의 처리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동라는 말을 마친 즉시 골목을 나가 달려오는 어도위에게 분부했다.

“너희는 허 대인을 야경꾼 관아로 호송하고, 열 명은 남아서 본관을 도와 시체를 처리한다.”

어도위 소두목이 읍을 올리며 말했다.

“네.”

* * *

허칠안이 떠난 후 동라 셋은 골목으로 돌아갔다. 시신을 건드리자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던 검은 옷 사나이가 갑자기 두 동강이 나며 내려앉았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고 절개 부분이 어슷한 상처가 허리에 드러났다.

각종 장기에 피가 섞여 바닥에 흘러내렸다.

동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불쾌하기도 하면서 놀라웠다.

“내가 기억하기로 허칠안의 절학은 위력이 어마어마한 어느 도법이네. 애당초 단칼에 주 은라를 베어 중상을 입힌 그 도법 말이야.”

“맞네. 지금 보니 위력이 더 세진 듯하네. 단칼에 세 사람을 베다니. 게다가 세 사람 중에 한 놈은 연신경임에 틀림없네.”

세 사람이 동시에 가장 전방에 있는 검은 옷 사나이를 쳐다봤다. 세 사람 중에 가장 강한 자임이 분명했다.

“엇? 왜 무기가 없지?”

다른 두 명의 검은 옷 사나이는 제식 장도와 군노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 검은 옷의 사나이만 빈손으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허칠안이 주워간 건가?’

그들은 의문점을 가지고 검은 옷 사나이의 시체를 따로 검사했는데, 손가락으로 맥없는 몸을 건드릴 때 강철의 질감이 전해졌다.

죽기 전 힘을 썼을 때의 상태가 시체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응?”

세 사람의 머릿속에 일련의 물음표가 동시에 떠올랐다.

아마 몇 초 뒤였을까. 그들은 반응이 왔고, 가슴속에 황당무계한 감정이 솟구쳐올랐다.

“동, 동피철골이다…….”

한 동라가 중얼거렸다.

* * *

반 시진 후, 야경꾼 관아.

신검당에서 오늘밤 당직을 서던 장개태는 소식을 듣고 허칠안이 자객을 마주친 일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모든 은라를 소집시켰다.

막 대오를 이끌고 현장 조사를 마친 은라가 보고했다.

“자객과 마주치고 적을 베어 죽이기까지의 전 과정이 반각을 넘지 않습니다. 자객 세 명은 허칠안의 노선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에 매복했더군요. 양측은 짧은 시간 동안 접전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허칠안을 쫓아 골목으로 들어갔고, 허칠안은 그들을 깔끔하고 시원하게 단칼에 베어 죽었습니다.”

장개태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은라를 쳐다봤다. 그는 시체 검사를 맡은 은라였다.

그 은라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객이 사용한 건 가장 평범한 제식 장도입니다. 3대 금군영(禁軍營), 5대 황성위대(皇城衛隊) 모두 이 칼을 사용합니다. 심지어 일부 왕공, 대신 저택의 호위 역시 이걸 사용하지요. 무기로는 단서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자객 한 명의 몸에서 법기 군노를 발견했습니다. 연신경에게 위협을 가하기에 충분한 군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돌파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공부와 병부가 중간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상황이 허다하고, 왕공, 대신이 사사로이 군수물자를 사고파는 일 역시 빈번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외부로 유출되는 법기, 군비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도무지 밝혀낼 수가 없습니다. 만약 조사하고자 하면, 경성 관리 사회 태반이 연루되어 저항이 극심할 것입니다. 설령 폐하께서 친히 황명을 내리신다고 해도 아마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장개태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자객 세 놈의 수련 경지는?”

“두 놈은 연신경, 한 놈은 동피철골경입니다.”

‘단칼에 연신경과 동피철골경을 베다니…….’

당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얼마가 지났는지 장개태가 말했다.

“허칠안은?”

“상처를 처리하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장개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은라들을 돌아보며 기침 소리를 냈다.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자네들은 명색이 은라로 모두 대봉 최고의 인재들이네.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다만 간혹…… 이따금 괴짜 한둘이 나타나곤 하는 법이니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하지 말게.”

은라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몇 마디 맞장구쳤다.

장개태는 화제를 돌렸다.

“자네들이 생각하기에 누가 자객을 보낸 것 같나?”

한 은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허칠안이 최근에 누구와 원수졌는지 당분간은 알지 못하겠지만, 저희가 아는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개인적인 원한을 배제한다면, 복비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 * *

장개태는 이튿날 묘시에 먼저 허칠안을 문병하러 갔다. 그가 아직 깊은 잠이 들어있길래 방해하지 않고, 어젯밤에 하급 관리에게 명하여 써놓은《허칠안 암살 사건》권종을 챙겨 호기루로 갔다.

통전한 뒤 그는 7층으로 가 다실에서 위연을 만났다.

고위직에 있는 대환관의 행동반경은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황궁-호기루.

위연은 야경꾼 관아 외부에 깔아놓은 정보망 덕에 문밖을 나서지 않아도 세상일을 다 알 수 있었다.

“위 공, 허칠안이 어제 황궁을 떠나 집에 가는 도중에 자객을 맞닥뜨렸습니다.”

장개태가 권종을 건넸다.

위 공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는 권종을 받고 바로 열어보지 않은 채 물었다.

“그는 어떠한가?”

“좀 다쳤으나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정력 소모가 심하여 아직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장개태가 말했다.

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때서야 권종을 펼쳤다. 그는 권종을 빠르게 본 뒤 고개를 들고 장개태를 주시했다.

“연신경 두 명에 동피철골 한 명이라고?”

그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위 공처럼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 자식의 비범함에는 늘 경악을 금치 못하는군…….’

장개태가 ‘네’하고 대답했다.

“동피철골이라.”

위연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갑자기 가볍게 웃었다.

“좋아, 좋아.”

장개태는 이참에 물었다.

“복비 사건과 관련 있지 않겠습니까?”

“복비 사건은 폐하의 가정사라 신하가 관여하기 어렵네. 하지만 이 일은 상주를 올릴 걸세.”

위연이 권종을 닫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궁 안에 심어 놓은 밀정이 많지 않았다. 어쨌거나 황궁은 원경제의 근거지니 너무 많은 밀정을 심어놓으면 원경제의 노여움을 살 터였다. 위연은 지난번에 세 명이 제거당한 뒤로 황궁에 관한 관심을 잠시 접은 상태였다.

그래도 군주와 신하 사이에 있어야 할 구두 협정은 있어야 한다. 원경제는 그에게 황궁 내 상황을 적당히 알아보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하지만 위연은 허칠안의 암살 사건을 겪고 나서 좀 화가 났다. 그는 궁 안에 밀정을 다시 투입하여 직접 이 사건을 지켜보기로 했다.

계단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위연이 고개를 들어 봤고, 장개태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검은 옷의 하급 관리가 고개를 숙인 채 다실로 들어와 공손히 아뢰었다.

“위 공, 궁에서 명령이 왔습니다. 진시 초, 조회입니다.”

“알겠다.”

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큰일이 생겼나 봅니다…….”

장개태는 눈치 빠르게 일어났다.

“그럼 소직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 * *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근면한 군왕은 3일에 한 번 대조회를 연다. 시간은 고정적이다.

정무에 태만한 군왕은 5일이나 10일에 한 번 연다.

원경제에 이르러서는 거의 아침 조회를 열지 않았다. 그가 어느 날 기분이 좋아져 정무를 좀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 전날 사람을 보내 문무백관에게 전달했다.

오늘처럼 임시로 조회를 연다는 건 큰일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위연은 잔에 있는 차를 다 마시고, 남궁천유를 불러 의붓아들과 함께 궁에 들어갔다.

그들은 묘시 육각에 오문에 도착했다. 광장에는 경관(京官)이 가득 모여 있었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며 원경제가 갑자기 조회를 소집한 이유를 논했다.

그들은 대부분 복비 사건과 관련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근래에 들어 큰일은 그것뿐이었다.

이 사건은 태자와도 관련되고 국본과도 관련이 있을 터였다. 이런 일이 있어야만 정무에 태만한 지 오래인 원경제가 갑자기 조회를 열고 군신들을 불러 모아 의논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공.”

도찰원의 우도어사(右都御史)가 맞이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궁중에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어젯밤에 폐하께서 봉서궁에 들어가셨다가 노발대발하며 나오셨다고 합니다.”

위연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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