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여청
“자네 불문의 사자후를 할 줄 알지?”
위연이 생각하더니 요망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밖에 가서 포효해보게.”
“위 공, 사자후는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습니다.”
허칠안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aoe 기능은 적인지 친구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걱정할 필요 없네.”
위연이 손을 내저었다.
“알겠습니다.”
허칠안은 다실을 넘어 요망대로 걸어갔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단전에 기를 채웠다.
그는 머릿속에 금사자가 포효하는 장면을 관상하고, 자신만의 호흡, 힘을 모으는 방법을 곁들였다. 그는 몇 초 잠시 멈추었다가…… 아래를 향해 관아 전체에 묵직하게 포효했다.
“으르렁!”
이 포효 소리는 짐승의 포효 소리도, 사람이 울부짖는 소리 같지도 않았다. 마치 우렁찬 천둥이 야경꾼 관아를 폭발시키는 듯했다.
굽이치는 음파가 위력을 떨쳤다.
호기루 안의 하급 관리들은 별안간 두 눈을 희번덕였고, 그들의 두 귀는 잠시 청력을 잃었다. 눈앞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은 포효 소리를 듣자 가슴 속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관아 곳곳에서 무수한 기기가 여기저기 솟아올라 관아에 있던 금라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방 밖으로 뛰쳐나오거나 마당에 집결하거나 지붕 위로 뛰어오르거나 호기루로 돌진했다.
이 순간 그는 관아 전체를 놀라게 했다.
“위, 위 공……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은데요.”
위연은 문득 어색한 표정으로 허칠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한 마리의 수컷 사자가 천천히 발톱을 갈고, 송곳니를 길렀다.
그는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의 포효 소리는 구주(九州)를 뒤흔들 것이다.
* * *
허칠안이 위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금라들이 왔다. 기기가 왕성한 형체들이 7층에 하나씩 나타났는데, 그중 두 사람은 허칠안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바로 남궁천유와 장개태였다.
“위 공, 괜찮으십니까?”
체구가 훤칠하고 튼튼한 금라는 손에 자마금 추를 들고 있었다. 그는 마치 강적을 맞닥뜨린 듯 구리 방울처럼 큰 눈으로 주위를 훑어봤다.
“소직 등이 직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외적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위 공,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장개태는 말하면서 정신력을 확산시켜, 혹시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과 적을 감지했다.
경험이 풍부한 금라들은 점점 이상함을 눈치챘다. 우선 그들은 연신경으로 기초를 다진 터라 만약 주변에서 위험을 감지하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위험이 전혀 없다.
호기루 전체가 무사 평온하여, 안에 있던 하급 관리들이 도리어 이 순간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만약 강적이 침입하여 그들의 감각을 속였다면 위 공은 지금 결코 무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마 정말 전설처럼 위 공 곁에 그림자 고수가 존재하여 그를 빈틈없이 호위하고 있단 말인가?
모든 금라의 마음속에 이 추측이 떠올랐으나 누구도 이를 허칠안과 연관 짓지는 못했다. 간단하지 않은가. 방금 포효한 자의 원신 강도는 여러 금라들이 보기에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후함은 정말 놀라웠다.
막 연신경에 들어선 자식이 끌어올릴 수 있는 정도가 결코 아니다.
이때 남궁천유가 허칠안에게 물었다.
“방금 자네가 짓궂은 장난을 친 건 아니겠지?”
남궁천유는 허칠안이 평범한 연신경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무슨 짓궂은 장난이야. 내가 영채신(*寧采臣: 천녀유혼의 남자 주인공)도 아니고…….’
허칠안은 위연을 쳐다봤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거침없이 시인했다.
“접니다. 방금 위 공께서 제 원신의 강도를 시험하신다고 하여 그냥 울부짖어 봤습니다.”
다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금라들은 무표정으로 소리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 뒤, 장개태가 떠봤다.
“허칠안, 자네 운주에서 연신경으로 승직한 것이지?”
강율중이 밀서를 경성으로 보내왔을 때 그들은 허칠안이 연신경으로 승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 공이 이 일을 언급할 당시 기분이 최고였더랬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가 연신경으로 승직한 지 고작 보름이 좀 넘었는데, 방금의 강렬하고도 순수한 원신의 파동은 이 경지의 연신경 무사가 갖춰야 할 정도가 아니었다.
이 타고난 자질은 실로 놀라웠다.
금라들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허칠안을 보는 눈빛이 마치 이상한 물건을 훑어보는 듯했다.
“나 갑자기 강율중과 양연이 왜 그를 위해 대판 싸움을 벌였는지 이해되네.”
한 금라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금라들의 눈빛이 점점 치열해졌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허칠안은 손을 내저었다.
“저는 죽기 전 최후의 순간에 연신경으로 승직한 겁니다.”
그건……. 금라들은 그를 재차 쳐다보며 잠시 침묵한 뒤 일제히 말했다.
“위 공…….”
위 공은 손을 내저었다.
“허칠안은 여전히 양연의 휘하에 있으니 원하는 자는 알아서 양연을 찾아가게.”
“약속 지키십시오!”
남궁천유를 제외한 금라 여섯 명은 다시 한번 일제히 말했다.
‘나는 누구 휘하에 들어가든지 상관없어. 다만 양 금라가 너무 억울하게 됐군…….’
허칠안은 양연이 경성에 좀 늦게 돌아오길 빌었다. 적어도 열기가 좀 식은 뒤에 오길 바랐다.
생각해 봐라. 타지에서 고생스럽게 반란을 평정하고 비적을 토벌한 양 금라가 천 리 길을 달려와 경성에 도착했는데 그를 맞이하는 건 환호가 아니라 동료의 주먹이라니. 그리고 강율중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등에 칼이 꽂히다니.
장개태가 요망청으로 걸어가 밖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야경꾼과 시위 모두 아래층에 모였습니다.”
위연이 말했다.
“파하게. 이 일은 자네들만 알면 되네. 밖에 퍼뜨리지 말게.”
“알겠습니다!”
* * *
시위와 야경꾼들이 밖에서 기다리다 흩어졌고, 허칠안은 다시 천천히 차를 마신 뒤, 호기루에서 물러나 춘풍당으로 돌아갔다.
숙모와 허영월이 탁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허영음은 모친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큰 오라버니, 어디 가셨던 거예요?”
허영월이 눈썹을 찌푸리며 맞이했다. 그녀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말했다.
“방금 어찌 된 일인지 천둥소리가 들려서 어머니와 영음 모두 깜짝 놀랐어요.”
허영월은 꾀가 있고 다소 속이 검은 여동생이다. 방금 그녀는 놀라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큰 오라버니 앞에서 그녀는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다.
그녀는 여동생과 어머니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잖니. 자주 있는 일이란다.”
허칠안은 품속에서 백 냥짜리 은표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일이 이미 해결되었어요. 이건 조씨 집안에서 주는 보상금입니다. 더는 이 일을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숙모는 은표를 쳐다보면서도 믿기 어려워했다.
“나한테 준다고?”
허칠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숙모가 우리 집을 관리하느라 고생 많으셨잖아요. 이건 숙모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거예요. 아쉽게도 백 냥뿐이에요. 어쨌거나 그자 배후의 배경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숙모는 은표를 받고 감동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칠안아, 사실 숙모는 투덜거리는 걸 좋아할 뿐이야.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있다면 마음속에 담아 두지 말거라.”
“모두 한 가족인데요 뭐.”
허칠안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 참. 저 오늘 밤에 일이 있어서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일이 있다고?”
숙모는 은표를 잘 챙긴 뒤 말했다.
“너 운주에서 돌아온 뒤로 하루도 집에서 쉰 적이 없잖니. 무슨 일인데?”
허칠안이 말했다.
“큰 돈벌이에 뛰어들까 해요. 산 두 개를 투자해서 산골짜기 하나를 개발하고 무수한 황금을 투자하는 거예요.”
“큰 오라버니, 헛소리 그만 하세요. 어젯밤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오늘 밤에도 동료에게 접대한다는 건 아니겠죠?”
허영월은 의심의 눈초리로 여인의 직감에 근거하여 물었다.
“아버지께서 큰 오라버니가 교방사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하시더군요.”
“됐다.”
숙모가 그녀를 꾸짖었다.
“네 큰 오라버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신년은 놀아나도 네 큰 오라버니는 놀아날 리가 없단다.”
“그럼 큰 오라버니, 지금껏 교방사에 간 적이 없다고 저한테 맹세하세요.”
입술을 오므린 허영월의 가느다란 눈에 고집스러움이 비쳤다.
‘아니, 동생이면서 무슨 자격으로 질문하는 거야……,’
허칠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맹세했다.
“나 허칠안은 지금껏 교방사에서 은자를 써 본 적이 없다.”
허영월은 방긋 웃었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영월, 집에 돌아간 뒤에 신년에게도 이렇게 질문해 보렴.”
허칠안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어 부추겼다.
“나는 신년도 나처럼 정정당당한 군자라고 믿는다.”
“신년은 당연히 교방사에 간 적이 없을 거야. 놀아나긴 해도.”
숙모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속으로 저녁에 허평지 그 자식이 집에 돌아오면 자신도 이렇게 질문해서 그가 맹세하는지 못하는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허칠안은 숙모와 여동생들을 배웅하고 청운당에 돌아가 금패를 도로 가져올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누군가 보내주었다.
“허 대인, 부아의 총포두 여청이 만나 뵙길 청합니다.”
춘풍당의 하급 관리가 들어와 보고했다.
“그녀를 당 안으로 모시거라.”
허칠안은 돌아서서 다시 춘 형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탁자에 앉은 채, 마치 무언가를 쫓는 듯한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이어 건장한 신체의 여 포두가 문턱을 넘어 춘풍당으로 들어왔다.
여청은 허칠안을 본 순간 얼굴에 기쁨과 놀라움을 가득 채우더니, 갑자기 어리둥절하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허칠안 역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훑어봤다. 그녀의 맑은 두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보리색 피부, 오뚝한 코, 큰 눈, 불그스름한 입술을 보니 수련 경지가 한 발짝 더 높아진 듯했다.
관리의 위엄 역시 예전보다 더 짙어졌다.
“포두 대인, 오랜만이에요. 무탈하시지요?”
허칠안이 웃으며 일어나서 맞이했다.
“허, 허 대인?”
여 포두는 허칠안을 매섭게 쳐다봤다.
“운주에서 탈태환을 먹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모습도 변했어요.”
허칠안이 설명했다.
여청은 고개를 끄덕이고 억지로 웃더니 품속에서 금패를 꺼내며 말했다.
“부아의 포수가 제게 글방의 일을 얘기해주었습니다. 제가 나서서 주 포두에게 돌아가라고 했고, 금패를 허 대인에게 돌려주러 직접 왔어요. 온 김에 얼굴도 좀 보고요. 이 정도 체면은 허 대인께서 틀림없이 봐주시겠지요?”
여청은 말을 할 때 눈동자로 줄곧 허칠안을 주시했다. 그녀는 만약 그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면 서둘러 사과한 뒤 그에게 금패를 돌려 주고 떠나려 했다.
“금패는 중요하지 않죠.”
허칠안은 금패를 탁자 위에 내던지고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오늘 저녁에 술 한잔 같이 하겠습니까?”
여청이 고개를 저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허 대인, 안타깝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여인입니다…….”
‘네가 만약 남자였으면 방금 이렇게 말했을 거야. 함께 교방사에 가서 술 마시세.’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시간도 잊은 채 퇴근을 알리는 딱따기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청은 문득 허칠안의 ‘미색’에서 깨어 나와 몸을 일으키고 읍했다.
“그럼 소직,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 * *
허칠안은 그녀를 관아 입구까지 배웅한 뒤 여 포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여청이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그녀가 아직 시집가지 않았다고 송정풍이 말했는데. 됐다, 여청은 총포두에다 양갓집 규수야. 교방사 아가씨들과는 다르다고. 양갓집 규수의 세계는 네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나오고 싶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야.”
이 일은 분명 허칠안이 해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