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272화 (272/712)

272화. 위연의 경악

허칠안은 옥졸을 불러들여 두 사람을 투옥한 뒤 옥두(獄頭)를 찾아와 분부했다.

“방금 압송하여 가두어 놓은 부부에게 본때를 보여 주거라. 도는 넘지 말고.”

“말씀하신 도라는 게…… 목숨을 살려두라는 겁니까 아니면 다리는 보존하라는 건지요?”

옥두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

허칠안은 언짢아하며 말했다.

“살려 두거라. 하지만 매일 그들을 한 차례 두들겨 패 주거라. 그 두 사람은 쓸모가 있으니 때릴 때 도를 넘지 말고 사지를 멀쩡하게 두거라. 이해했느냐?”

이렇게 말하니 옥졸은 계산이 섰다. 허 대인은 단지 정상적으로 훈계하여 두 사람이 옥에서 좀 고생하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뿐입니까? 여기는 야경꾼의 지하 감옥인데요.”

옥졸이 속으로 말했다.

‘이런 하찮은 일로 야경꾼 관아에 투옥한다고?’

“이런 걸 노동 개조라고 한다. 본관은 야경꾼으로서 황성의 안위를 지키고 폐하의 신임과 중용을 받으니 마땅히 어리석은 백성을 교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인 영명하십니다.”

* * *

그는 감옥에서 나온 뒤 춘풍당에서 숙모와 여동생을 데리고 한담을 나누었다. 그런데 검은 옷을 입은 하급 관리가 와서 문선사 낭중이라고 자칭하는 관원이 만나기를 청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허칠안이 예상했던 대로다. 이 세계의 혈연 관념은 전생보다 얼마나 더 강한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전생이라면 조카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숙부로서 얼마나 힘이 되어 줄지 단언하기 어려웠다.

어쨌거나 허칠안은 지금 평범한 야경꾼이 아니었다. 그는 손에 금패를 쥔 야경꾼이었다.

“그를 춘풍당으로 데리고 오거라.”

허칠안은 일어나서 편청을 나가 이옥춘의 ‘사무실’로 들어가 그의 자리에 앉았다.

‘얼마 뒤면 나도 은라가 되겠지. 아이고, 동라 열 명의 티오가 있는데 나는 누구를 채용해야 하지……. 티오 열 명 중에 우선 숙부에게 하나, 숙모에게 하나, 신년에게 하나, 영월에게 하나 주고. 아, 영음에게도 하나 줘야지. 하하, 온 가족이 녹봉을 받아먹겠군.’

그는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입구가 잠시 어두워지더니 하급 관리가 염소수염을 한 관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쉰이 넘은 나이에 가슴에는 흰 꿩 그림이 수놓아져 있는 청색 관포를 입고 있었다. 관모 밑으로는 희끗희끗한 귀밑머리가 보였다.

그자는 춘풍당 문턱을 넘어서는 동안 줄곧 침묵을 지켰다. 벼슬아치의 위엄이 서린 영감은 봄바람이 감도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 대인,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고, 본관의 지위가 미천하여 줄곧 허 대인과 인연이 없었습니다만 대인께서 어서방의 단골손님이라 들었습니다.”

허칠안은 덤덤하게 말했다.

“본관을 만나고 싶으면 교방사에 가시면 될 일 아닙니까.”

조 낭중은 어리둥절했다.

허칠안은 하하하 웃었다.

“조 대인께서는 교방사의 낭자들보다도 농담을 꺼리시는군요……. 하하, 앉으십시오. 여봐라, 차를 내오거라.”

조 낭중은 겉으로는 상대를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빈정댔다. 허칠안을 오지랖이 넓어 적을 많이 만드는 자라 넌지시 가리켰다.

그들이 칼의 빛도 검의 그림자도 없는 승부를 치른 뒤 하급 관리가 따뜻한 차를 내어왔다. 조 대인은 가볍게 차를 한 입 마시더니 바로 주제로 넘어갔다.

“허 대인. 본관의 못난 조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요?”

“문제가 많습니다!”

허칠안은 마치 조 낭중을 위해 마음을 졸이는 것처럼 우거지상을 하고 말했다.

“아이에게 지시하여 재물을 착취하고, 일이 벌어진 뒤에는 하인을 불러모아 음모를 꾸며서 본관과 본관의 가족을 모해했습니다. 조 대인, 저희는 똑같은 조정의 관리로서 본래는 서로의 체면을 세워 주어야 하지만…… 법이 용납하지 않는군요!”

조 대인은 관리 사회에서 여러 해 동안 행적을 숨기고 섞여 지내는 내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심지어 부끄러움마저 드러내며 말했다.

“모두 본관이 그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그가 제멋대로 행동한 것입니다.”

조 대인은 소매에서 은표를 한 장 꺼내 탁자에 두고 간곡히 사과했다.

“허 대인,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허칠안은 액면가가 백(百)인 걸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제 여동생이 좀 다쳤습니다.”

조 대인은 또 한 장을 꺼냈다.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제 숙모가 좀 다쳤습니다.”

조 대인은 또 한 장을 꺼냈다.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제 여동생이 좀 다쳤습니다.”

“허 대인의 여동생은 이미 다치지 않았습니까?”

“아, 저는 여동생이 둘입니다.”

조 대인은 또 한 장을 꺼냈다.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본관도 좀 다쳤습니다만.”

조 대인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백 냥을 또 꺼냈다.

“잃어버린 팔찌는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으로…….”

또 한 장.

이때 탁자 위에는 총 육백 냥이 있었다. 조 대인은 관리 사회에서 수십 년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 왔지만,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더는 난처해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뇌물을 받아 넣은 게 아니었다. 조신이 조금 전에 오백 냥을 갈취했다고 입을 열었기 때문에, 그가 썼던 방식으로 그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허칠안은 받는 김에 백 냥을 더 요구했다.

“이 일은 용서해 드리죠.”

허칠안은 꼼꼼하게 은표를 받아 품에 넣었다.

“그럼…… 허 공자님, 풀어주시죠.”

조 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안 됩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조 대인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허칠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미소를 지었다.

“빚은 갚았지만, 아직 이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은표 오백 냥은 이자고, 원금은 아직 제게 갚지 않으셨습니다.”

조 대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고, 잠시 후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허 대인 무엇을 원합니까?”

그는 실세 낭중으로 관원의 인사 배치를 주관하고 있다. 이 권력은 보통이 아니라서 조정의 지방 관원들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간섭할 수 없는 일은 도지휘사, 포정사, 제형안찰사 이렇게 2품 관원 셋의 임명뿐이다. 나머지 지방 관원의 인사이동, 임명 모두 이부 문선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

유독 허칠안은 그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야경꾼은 본래 문무백관을 감찰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기에 선천적으로 직무가 어긋난다. 게다가 그들의 인사와 임명은 이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이 자식은 구제 불능이다.

우선 위로는 위연이 그를 막아 준다. 그리고 폐하께서 그에게 여러 차례 사건 처리를 위임하셨으니 이 또한 문제다. 그러니 조당 제공조차도 속으로는 이 동라에게 퉤퉤퉤 침을 뱉을지언정 겉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별 큰일도 아닌데요. 자, 조 대인 앉으십시오.”

허칠안은 그에게 앉으라는 의사를 내비쳤고, 또 찻잔을 들어 차를 권했다. 그는 조 대인이 억지로 차를 한 입 마신 뒤에야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문선사에서 관원 배치를 주관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조 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면 춘시지요. 본관에게 사촌 동생이 하나 있는데 재능이 비범하고 학식이 풍부하여 진사 합격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렇다면 허 대인께서 본관에게 이 얘기를 하시는 연유가 뭡니까? 안심되실 텐데요.”

조 낭중은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건…….”

허칠안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는 운록서원의 서생입니다.”

‘운록서원 서생?’

조 낭중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심하십시오. 조 대인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대인께서 춘시 후에 그를 경성에 임명될 수 있게 해주시되 다른 진사와 차별 없이 대해주신다면 본관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칠안은 순차적으로 잘 유도했다.

“대인의 조카와 조카며느리는 그때 가서 자연스레 풀려날 겁니다. 그들을 부당하게 대하지 않을 겁니다. 폐하께서 하사하신 그 팔찌는 없어진 셈 치지요.”

허칠안은 이 선생한테 상대방의 빽이 문선사 낭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로 마음속에 이 생각이 싹튼 참이었다.

‘거래군…….’

조 낭중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허 대인, 약조를 잘 지켜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허칠안은 조 낭중을 성의껏 배웅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신년아, 동생들 중에서 큰 형이 가장 아끼는 건 역시 너란다.’

* * *

이어 그는 돌아서서 호기루로 갔다.

입구를 지키는 시위가 허칠안을 보자 원망이 가득 섞인 말투로 이상야릇하게 말했다.

“허천 대인, 또 오셨습니까? 듣자 하니 대인 형님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셨다고요?”

허칠안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허천이 누구더냐? 나는 허신년이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올라가서 통보하거라.”

시위는 엉덩이를 흔들며 위층으로 올라갔고, 이내 돌아와서 말했다.

“위 공께서 올라오라 하십니다.”

* * *

위연은 7층 감여도(堪與圖)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발소리가 들려도 돌아서지 않고 편한 어조로 물었다.

“문선사의 조 낭중이 자네를 만나러 왔다고?”

‘호기루에 온 건 역시나 옳은 결정이었어…….’

허칠안은 읍을 올렸다.

“무슨 일이든 위 공을 속일 수는 없군요.”

위 공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돌아서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허칠안은 사건의 대략적인 과정을 묘사한 뒤 말했다.

“이변이 없는 한 신년은 분명히 산간벽지로 유배 보내질 것입니다. 숙부께 아들은 신년 하나뿐인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위연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왜 본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가?”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고, 위연도 재촉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저는 허씨 집안에 살길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진영에 서면 안 됩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소직은 위 공의 은혜를 입었으니 용감하게 맞서 싸우며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당신이 일에 떠밀려 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더는 돌아갈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아주 많다.

물론 허칠안이 후회하는 건 아니다. 얻은 것이 있으면 희생해야 하는 법이다. 그는 단지 미래에 길 하나를 더 열어두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신하에게 좋은 말로는 없으니까!’

태자의 그 말이 허칠안에게 은근히 경계심을 심어 주었다.

똑똑한 자는 달걀을 한 광주리에 두지 않는다. 허칠안은 나중에 허씨 집안의 대들보를 받칠 수 있는 인물 중에 허신년이 추가되길 바랐다.

물론 허신년은 사촌 동생으로서 어느 정도 그의 낙인이 찍히겠지만, 이건 위연의 낙인과는 다르다.

이런 생각조차도 위연을 속일 수 없으니, 허칠안은 뒤에 그 말을 덧붙여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위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지상정이지. 참, 자네 연신경에 성공적으로 승직했지? 원신의 강도는 어떠한가?”

“그건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허칠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옥춘을 기준으로 해도 무방하네. 그는 자질이 풍부한 연신경이네. 동피철골과는 아직 좀 거리가 있으나, 전투력이 떨어지지는 않지.”

위연은 계속해서 감여도를 주시했다.

허칠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한 칼에 둘을 벨 수 있습니다.”

위연은 놀라서 돌아섰다.

“어?”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허칠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네 뭐라고 했는가?”

“위 공, 소직이 연신경이 들어선 후 맞붙어 싸운 적이 없어서 연신경에서 원신의 강도가 어느 수준에 속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허칠안은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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