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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70화 (270/712)

270화. 포박

그들이 한 시간을 기다리니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속속 도착했다.

허칠안이 귓바퀴를 움직이자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하인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뒤로는 부잣집 차림새의 중년과 금대은(金戴銀)을 입고 귀부인처럼 치장한 여인이 따라 왔는데 30대 초반으로 나이가 많지 않았다.

또, 손에 곤봉을 든 하인들 십여 명이 따라왔다.

“나리, 바로 저 계집애가 공자님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저 자식이 계집애를 감싸줄 뿐만 아니라 저희를 때렸어요.”

하인이 고자질했다.

여인은 허칠안 일행을 보더니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

중년은 분노를 억누르고 허칠안을 훑어보며 물었다.

“자네는 누군가? 집안 어른들께서는 어느 관아에 계시는가?”

허칠안이 말했다.

“소생 허칠안은…….”

그가 야경꾼이라는 세 글자를 내뱉기도 전에 중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자네 집안 어른들에 관해 물었네.”

“숙부 허평지, 어도위 백호입니다.”

중년은 ‘아’ 하면서 끝소리를 길게 끌었다. 고작 어도위 백호의 딸이 감히 그의 귀염둥이 아들을 때린 것이다.

이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자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지. 하나, 은자 오백 냥을 배상하게. 둘, 이 계집애를 잡아서 관아로 가겠네.”

“오백 냥?”

숙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당신 아들을 때려죽여도 오백 냥은 배상할 수 없으니 꿈 깨시오!”

“천한 계집!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냐?”

귀부인처럼 치장한 여인은 막 욕설을 멈추었다가 숙모의 말에 분노했고, 그녀에게 삿대질하면서 사방으로 침을 튀기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 집안 좀 봐라. 멀쩡한 자가 하나도 없군. 딸이 버릇없다 했더니 알고 보니 오만방자한 어미 때문이었어. 죄다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숙모는 허리춤에 두 손을 얹고 빈정거렸다.

“품위도 없는 게 무슨 염치로 나와서 추태를 부리는 거야? 퉤!”

여인은 화를 억누르지 못 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숙모의 뺨을 한 대 갈겼다.

“이것 봐! 품위가 없잖아!”

숙모도 지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치며 따귀를 때렸다.

여인은 빨개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손을 올렸고, 허칠안이 이를 가로막았다.

“너…….”

여인이 그를 쏘아보았다.

탁!

이 틈을 타 숙모가 다시 따귀를 올려붙였다.

여인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나리, 뭘 기다리시는 거예요. 제가 맞아 죽게 생겼다고요!”

중년 남성은 본래 마음에 화가 가득해 일을 대화로 풀지 못한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쳐라.”

하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인은 숙모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저 계집을 때려죽여라!”

허칠안은 숙모와 영월을 뒤로 끌어당겼고, 발을 들어 앞장선 하인을 걷어찼다.

100근이 넘는 하인은 곤봉을 놓치고, 그대로 바깥 거리까지 날아갔다.

그의 발이 쓴 힘은 교력(巧力)이다.

십여 명의 하인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곤봉을 쥔 채 앞으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금 그 발의 힘은 보통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자식은 무술에 뛰어나다.

‘알고 보니 무사였군…….’

중년 남성은 목소리를 낮추고 옆에 있는 하인에게 귓속말로 몇 마디 속닥였다. 하인은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이곳은 경성이네. 무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젊은 협객, 자네 동생이 사람을 때렸으니 어찌 됐든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중년 남성의 안색이 어두웠다.

“나리 아드님이 제 여동생의 음식을 빼앗았더군요.”

허칠안은 눈을 흘기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숙모는 어린 딸을 위로하면서 놀란 영월을 달래던 중, 고개를 들어 허칠안을 보니 문득 안정감이 들었다.

그녀는 이 몸이 그를 키운 게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어린아이네. 식탐 없는 어린아이가 어디 있는가? 이게 뭐라고. 아이와 쩨쩨하게 굴다니, 낯짝도 없는 건가?”

여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좀 두려운 마음에 무지막지하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칠안은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중년 남성이 물었다.

“나리 아드님이 먼저 제 여동생의 음식을 빼앗고 때렸다지요. 그러니 저는 은자 십 냥만 배상하길 원합니다.”

허칠안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도리와 이치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다 해도 허영음이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한 일은 사실이다. 허칠안이 전생에 경찰로 근무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런 사건을 처리할 때는 부상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적은 돈을 배상하고 마무리 지을 일이지, 더 주는 건 불가능하다.

중년 남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양측이 잠시 대치하던 와중에 부아의 포수들이 달려왔다. 기세등등한 눈빛에 얼굴은 흙빛인 중년 남성이 우두머리였다.

그 뒤에는 포수 셋이 따르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뜰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찌 된 일인가?”

관아에 보고한 하인이 누군가 말썽을 일으켜 사람이 다쳤다고 말했지만, 부아의 포두는 한쪽 말만을 믿지 않았다.

“소생 조신(趙紳), 숙부가 이부 문선사의 낭중입니다.”

중년이 두 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포두는 황급히 공수하며 답례했다.

“조 대인.”

중년 남성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허칠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가 무력으로 금기를 어기고 있습니다. 제 아들을 때려 중상을 입힌 동생을 눈감아 주고 뒤에서 나서서 저희 집안 하인들을 때렸으니 대인께서 공정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포두는 허칠안을 잠시 주시했다. 그는 훤칠한 외모에 비범한 이 남자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서 봤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포박해라.”

두 포수는 밧줄을 꺼내 허칠안을 맞이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한쪽 말만을 믿기로 한 겁니까?”

허칠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포두는 손을 들고 두 포수를 저지했다.

“얘기해 보게.”

“뭐 얘기할 게 있겠어요. 제 아들이 그쪽 집안 여동생의 음식을 좀 먹었다고 저 못된 계집애가 제 아들을 때려 중상을 입혔어요.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저희 저택의 하인들을 때려 다치게 했다고요. 도리가 있기는 한가요? 국법이 있기는 한가요?”

여인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포두가 갑자기 이 선생과 아직 떠나지 않은 의원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기는 하지만 조부의 콧대가 실로 높긴 합니다.”

이 선생이 정곡을 찌르는 답을 주었다.

의원은 말했다.

“그 아이는 침상에 며칠 누워 있어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포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고만장한 건 정상이다. 자기 아이가 맞아서 다쳤다고 하면 어느 누구라도 분노할 것이다.

“포박해라!”

포두가 나지막이 말했다.

콩알이는 관리들이 자신의 큰 오라버니를 묶으려고 하자 화가 나서 빽빽댔다.

“걔가 먼저 제 음식을 뺏었다고요. 퉤퉤퉤…….”

그녀는 포수들에게 침을 뱉으며 그들이 큰 오라버니를 묶지 못하게 했다.

“걔가 제 팔찌도 뺏었어요!”

허영음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뭐라고?!”

숙모는 놀라면서도 화가 났다. 알고 보니 팔찌를 빼앗은 그 장본인이 바로 이 집 자식이었다니. 숙모는 오늘 또 저 녀석이 영음의 음식을 빼앗고 주먹으로 그녀를 때렸다는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사람을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지! 남을 이렇게 업신여기다니!”

‘응?’

허칠안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돌려 물었다.

“팔찌도 저 뚱보가 뺏은 거라고?”

허영음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큰 오라버니.”

만약 이번 마찰이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라고 한다면, 허칠안은 당연히 아이와 실랑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탕약값만 좀 물어 주면 됐다. 이 역시 그가 신분을 드러내어 권세를 등에 업고 억압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상황은 분명 그렇지 않았다. 그 뚱보가 허영음을 처음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 그놈은 콩알이가 아주 만만해 보이니까 함부로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게 틀림없었다.

다만 이번에 그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놈은 콩알이의 노여움을 사 도리어 해를 당한 것이다. 이는 갑질이다. 참으면 안 된다.

“알고 보니 나리의 아이가 한 짓이군요? 지난번에 제 여동생을 괴롭히고 값진 팔찌를 뺏어가더니 이번에는 그녀 음식이 비싸 보이니 또 빼앗고 제 여동생을 때리기까지 했고요.”

허칠안이 썩소를 지었다.

“지금 당신들은 또 권세를 등에 업고 사람을 업신여기는군요. 서당에서 가로막고 은자 오백 냥을 갈취하려 하다니요.”

“무슨 팔찌?”

중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근거 없는 일이네.”

옆에 있는 아내가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

허칠안은 포두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리, 사건은 이러합니다. 조부의 사내아이가 여러 차례 제 여동생을 괴롭혔습니다. 그녀의 옥팔찌를 빼앗고, 이번에는 또 음식을 빼앗으니 여동생이 더는 참을 수 없어 주먹을 휘둘렀겠죠. 그 팔찌는 값이 꽤 나갑니다. 나리께서 잡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저들입니다. 제게 유실물을 되찾아 주십시오.”

여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팔찌? 근거 없는 일이네. 교양 있고 사리에 밝은 우리 아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는가. 나리, 저들이 우리 아들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서 아이의 명예까지 더럽히고 있습니다.”

중년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공수하며 말했다.

“나리, 이놈을 체포하십시오. 제가 지금 바로 숙부께 공정하게 집행해 주십사 청하겠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가 중요한 작용을 했다. 포두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포박해서 관아로 데리고 가거라.”

그는 말을 마친 직후, 앞에 있는 젊은이가 품속에서 누르스름한 물건을 하나 꺼내 내던지는 걸 보았다.

포두는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그는 금패가 오르락내리락 나는 사이에 그 형태를 똑똑히 보았다. 그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손을 뻗어 금패를 잡으면서 두 무릎을 ‘쿵’하고 꿇었다.

그가 두 손으로 금패를 받쳐 들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대, 대인…….”

그는 부아의 포두 신분으로서 총포두를 도와 자주 큰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궁중의 금패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조씨 부부는 안색이 변했다.

그 둘은 금패를 알지 못했지만, 포두의 반응은 가장 좋은 참고 대상이었다.

‘집안의 어른이 어도위 백호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 자식의 신분이 높다고? 그럼 방금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거지?’

그들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뒤이어 자기 집안의 숙부는 이부 문선사의 낭중 정5품인데도 쥐고 있는 권력 덕에 4품 고관들이 그를 공손하게 대하며 감히 미움 사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들은 금세 마음이 좀 안정됐다.

허칠안이 포두를 주시하며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포두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방금 한 선택을 생각하니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소직 주영(朱英)이라 합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관은 황명을 받들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건 폐하께서 하사하신 금패다. 주영이라고 했는가? 자네는 인재로구나. 본관이 자네를 아주 높이 사서 자네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했으니 본관을 대신해 금패를 보관하거라.”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어렴풋이 얘기했다.

“금패를 잃어버리면 온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형당할 것이다.”

툭툭……. 콩알만 한 땀이 굴러떨어져 바닥에서 터졌다.

주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직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허칠안이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꿇고 있어라.”

이어 그는 조신 부부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가겠다.”

이 말은 포수 셋에게 한 것이었다.

젊은 포수 셋은 주영을 쳐다봤다. 주영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화를 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멀뚱멀뚱 뭐 하는 것이냐? 말씀하신 대로 하지 않고.”

포수 셋은 황급히 조신 부부를 포박했다.

“내 숙부가 이부 문선사 낭중 정5품이야, 정5품…….”

조신은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했다.

포수가 칼집을 들고 그를 한 대 후려치자 그때서야 얌전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기 집 하인에게 소리쳤다.

“얼른 가서 숙부를 모셔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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