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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65화 (265/712)

265화. 사건의 중대한 돌파구 (2)

세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허칠안은 시위가 들고 있는 끊어진 난간을 받아, 끊어진 부분을 꼼꼼히 살피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붉은 치마와 흰 치마는 약속이나 한 듯 방해하지 않았다.

비록 임안은 치맛자락 아래의 발가락을 연신 꼼지락대며 초조한 마음을 드러내긴 했지만.

허칠안이 방금 말한 것처럼 복비 죽음에 관한 진실이 곧 밝혀진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일에 태자 오라버니의 결백이 걸린 탓에 아주 초조했다.

그래도 그녀는 그의 사색을 감히 방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빙고에 갑시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장공주마마께서는 상궁 한 명을 불러 주십시오.”

허칠안이 사람들을 데리고 청풍전을 나왔다. 그리고 회경은 청풍전 밖에 있는 시위에게 상궁을 데리고 오라고 분부했다.

* * *

허칠안, 회경, 임안 그리고 감독하는 환관과 늙은 상궁 다섯 사람은 빙고 앞에 도착하여 시위만 남겨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복비의 시신과 다시 마주했다.

“번거롭겠지만 상궁이 복비마마의 옷을 벗기고 뒤집어 눕혀 주시오.”

허칠안이 말했다.

늙은 상궁은 다소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는 허칠안이 돌아서는 걸 보자 의견을 구하는 눈빛으로 임안이 아닌 회경공주를 쳐다봤다.

회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 대인이 말한 대로 하게.”

잠시 후, 상궁이 말했다.

“노비 다 했습니다.”

허칠안은 돌아섰다. 복비는 벌거벗은 채로 나무판 위에 엎드려 있었다. 창백한 등은 시반(屍斑)으로 가득했지만, 허칠안이 보고 싶은 건 없었다.

“됐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임안은 빙고를 나와 편청에 이르자 절박한 마음으로 물었다.

“어때? 복비께서 어떻게 죽은 거야? 우리 태자 오라버니는 결백하지?”

허칠안이 감독하는 환관을 쳐다보고, 두 공주를 훑어본 뒤 나지막이 말했다.

“복비께서는 스스로 각루에서 떨어지신 듯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회경이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이 결과는 모든 이들에게 뜻밖이었다.

“청풍전 각루의 난간은 썩지 않았고 아주 견고합니다. 만약 누군가 복비마마를 밀었다면 몸이 난간에 부딪히면서 등에 반드시 멍이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방금 검사해보니 복비마마의 등에는 긴 막대 모양의 멍이 없었지요. 시반과 떨어질 때 생긴 덩어리 모양의 멍자국만 있었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회경이 읊조렸다.

“하지만 그녀가 난간을 들이받아 죽은 건 확실한데……. 네 말은 누군가 난간에 손을 써놨단 뜻인가?”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복비께서 떨어지기 전에 술을 마셨었죠. 청풍전 궁녀가 말하길 복비께선 요망대에서 자주 풍경을 본다고 하셨고요……. 제가 추측하기에는 폐하께서 오시는지 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중요한 건 사람이 술을 마시면 본능적으로 난간에 엎드리거나 기대게 됩니다. 복비께서 고개가 뒤로 젖혀진 채로 추락하신 이유는 당시 난간에 기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난간에 손을 써 놨기 때문에 추락하여 사망하셨고요.

방금 제가 물었죠. 다시 말해서 복비께서는 그날…… 음, 공주마마께서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그녀는 요망대에 서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검시관이 검시할 때 침범당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 역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청풍전의 궁녀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한 건, 복비께서는 근본적으로 모욕당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당연히 도움을 요청하실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회경과 임안은 문득 모든 걸 깨우쳤다. 임안은 태자의 혐의가 한순간에 훨씬 가벼워져 진심으로 기뻤다.

회경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허칠안의 분석을 돌이켜보면서 음미했다. 마치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소화하는 공부벌레 같았다.

감독을 맡은 환관은 고개를 숙이고 안간힘을 써서 허칠안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머리에 묵묵히 새겼다. 이따가 양아버지에게 보고해야 했다.

늙은 상궁이 여기까지 들었을 때 끼어들었다.

“대인, 복비마마의 몸을 검시한 사람 역시 노비입니다. 검시관이 아닙니다.”

“아, 알고 보니 상궁이었군. 마침 잘 됐소. 본관이 물어볼 사항들이 있소.”

그는 늙은 상궁을 끌고 한편으로 걸어가서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상궁, 자네들은 몸을 순결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그는 작은 소리로 의심스러운 부분을 물었다.

늙은 상궁이 말했다.

“제 검시에는 조금도 빈틈이 없습니다.”

“아아, 본관 이해했네.”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이 늙은 상궁, 나보다 더 용의주도한데?’

이렇게 보니 더 확실해졌다. 복비는 모욕당한 게 아니라 정말 뜻밖의 사고로 죽었다. 누군가 치밀하게 짜 놓은 판에 뜻밖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모욕에 기인한 게 아니니 태자의 혐의는 아주 가벼워졌다.

허칠안이 확실한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뿐일 겁니다.”

물론 궁녀가 까닭 없이 복비를 살해하고 태자를 모함할 리가 없다. 이건 임안도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럼 궁녀에게 지시한 자가 누구야?”

임안이 불신 가득한 눈으로 회경을 쳐다봤다.

회경은 냉소를 지었고 임안은 즉시 허칠안 뒤로 숨었다.

그녀는 임안을 상대하기 귀찮아하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럼 방 안에 어질러진 흔적은 어떻게 설명하지?”

“복비께서 추락하시기 전에 궁녀가 그녀의 앞에서 고의로 방을 어지럽힐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복비께서 추락하신 후에는 바로 청풍전 하인들의 시선이 쏠렸고요. 아마 복비께서 성질을 부리며 방을 어지럽혔을 겁니다. 예를 들면, 환각 같은 술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허칠안이 설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복비를 해부할 수 없었으므로, 이 추측은 증명할 길이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돌아가서 다시 따져보며 사건의 경위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극적이며 업무 태만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 * *

허칠안은 임안공주를 소음원에 데려다 준 다음, 회경공주가 밖에서 기다리는 걸 보더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하며 걸어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시위는 따라오지 않고 저 멀리 뒤처져 있었다.

“자네가 나서자마자 복비 사건에 바로 파격적인 진전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이 사건은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태자께서 무고하다는 걸 증명하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죠.”

허칠안은 말을 마치고 몇 초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삼법사가 태자의 결백을 증명하는 데 급급하지 않은 듯합니다.”

허칠안은 줄곧 이 시대의 추리 지식과 수사 수법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삼법사에 인재가 많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었다.

복비 사건은 세은 사건처럼 세세하지도 않고, 상백 사건처럼 기이하지도 않다. 더욱이 운주 사건처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그중에 수련 수법이 많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자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좀 난이도가 있어도 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다.

회경공주는 전방을 주시하며 십여 초 동안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단지 두 가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첫째, 진범이 태자인 경우. 둘째, 태자가 죄를 뒤집어쓴 경우.”

허칠안은 “네”하고 대답했다.

“만약 태자가 죄를 뒤집어쓴 거라면 그는 폐위될 것이야. 경찰이 막 끝나자마자 국본 다툼에 직면하다니. 아바마마든 조정의 문무백관이든 모두 이런 일이 발생하길 원치 않을 거야. 게다가 태자 파벌의 미움을 사는 건 공연히 적을 만드는 일이지. 만일 태자가 죄를 뒤집어쓴 거라면 후궁 중에 누가 이런 능력이 있을까? 감히 태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게 누구일까? 삼법사는 더욱 미움을 사길 원치 않을 거야. 결국 이는 아바마마의 가정사니까.”

허칠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동궁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황자 모두에게 가능성이 있지요.”

회경이 말했다.

“하지만 혐의가 가장 큰 건 내 친오라버니와 내 어머니야.”

사황자는 적장자이자 후계자 1순위이기 때문이다.

“혐의는 혐의일 뿐, 증거가 없는 한 폐하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의심을 받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궁중에서 황자가 요절하면 총애받는 비빈 모두 혐의가 생기는 법이다. 하지만 증거를 훼손하기만 하면 아무리 혐의가 짙어도 어쩔 수 있겠는가.

궁궐의 암투는 사실 간단하면서도 난폭하다. 내궁의 모든 비빈이 주도면밀한 제갈량처럼 노련하게 일을 꾸미기란 불가능하다.

회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사황자께서는 적장자인데 폐하께서는 왜 임안공주마마의 친오라버니를 태자로 삼으신 건가요?”

허칠안은 회경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 질문을 던졌다. 만일 그녀가 싫다는 듯 거부하는 표정을 지으면, 자신이 양다리를 걸친 일로 마음에 응어리가 맺혀 그를 심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일 터였다.

회경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바마마의 생각은 누구도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어. 하지만 한 번 우연한 기회로 소문을 들었는데…….”

허칠안이 황급히 말을 끊었다.

“전하, 소직은 자식들을 순풍순풍 낳고 집안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회경은 모처럼 방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 기밀은 아니니 들어도 무방해.”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궁중에서 말하길 태자가 태자인 이유는 간단해. 진 귀비가 젊었을 때 총애받는 후궁이라 아바마마께서 이례적으로 서출의 맏아들을 태자로 삼으셨다고 해. 하지만 황형이 내게 사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 어린 시절 아바마마께서는 그한테 아주 잘해 주시면서 군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보를 자주 주입했다고 하더라…….

한번 물어 보자. 만약 황형을 태자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면 아바마마께서 어찌 그런 말을 했겠어?”

허칠안은 돌아서서 멀리 있는 시위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회경과 좀 걸어 나왔다. 그때서야 그는 가십거리를 쑥덕이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손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럼 왜 결국 서출의 맏아들이 된 겁니까?”

“어느 해 아바마마께서 웬일인지 노발대발하면서 어머니를 냉궁에 가두고 심지어 폐위하려고 하셨어. 하지만 문무백관이 죽음으로써 간하여 돌이켰다고 하지. 그때는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할 때야.”

회경공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듬해 어머니께서는 냉궁에서 나오셨지만, 아바마마께서는 어머니의 침궁에 더는 가지 않으셨어. 사황자 역시 이로 인해 냉대를 받았지. 그래서 본 공주 역시 어릴 때부터 아바마마께 사랑받지 못했던 거야. 사실 진 귀비는 아주 시기심이 많고 속이 좁은 사람이야. 나중에 대황자가 태자에 봉해졌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마음을 놓지 못하고 늘 나와 사황형을 적대시했지. 이건 결코 나의 편협한 생각이 아니야. 임안이 왜 나와 맞지 않는 줄 아니?”

허칠안은 마음이 동요했다.

“진 귀비가 시켜서요?”

회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임안은 아바마마의 크나큰 총애를 받지. 그녀의 모든 행동을 눈감아 주셔. 처음 몇 년간은 태자의 지위가 불안정하여 진 귀비가 걱정이 많았고, 시시때때로 임안에게 말썽을 일으켜 나를 곤란하게 하라고 종용했어.”

‘가엾은 임안, 틀림없이 네게 참혹하게 당했겠지…….’

임안은 종종 말썽을 일으키곤 했지만 허칠안은 그래도 그녀를 아꼈다. 그렇다고 그가 임안을 편애하는 건 아니고, 그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모두 아낄 뿐이다.

다만 임안의 급수로는 회경에게 처참하게 당할 것이다.

허칠안은 어쩌면 이는 진 귀비가 원했던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딸을 잘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녀에게 회경을 도발하게 시켜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원경제가 임안을 총애하는데 그녀가 누차 회경에게 무시당해 엉엉 운다면, 그가 회경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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