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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55화 (255/712)

255화. 의문을 풀어주십시오

위연은 조용히 다 듣더니 얘기했다.

“속히 나를 만나러 오라고 전하거라.”

남궁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거대한 동북방의 부감도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첩자의 일은…….”

‘허칠안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무신교를 치는 거야 마는 거야?’

“추수 후에 무신교를 치는 계획은 변하지 않는다.”

위연의 표정은 차가웠고,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남궁천유와 장개태는 먼저 물러났다. 남궁천유는 다시 허부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관아를 막 나오자마자 말을 타고 달려오는 허칠안과 마주쳤다.

“자네 참 눈치가 빠르군.”

남궁천유가 쯧쯧거리며 말했다.

“모르는 자들은 의부님께서 양자 한 명을 거뒀는지 알겠구먼.”

허칠안은 수긍하지 않고 쯧쯧대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늘 괴상한 논리로 남을 비난하시네요.”

남궁천유는 벌컥 화를 냈다. 그는 허칠안이 그의 여성스러운 외모를 조롱한다고 착각하여 버들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자네 어째 운주에서 죽지 않은 것인가.”

허칠안은 말을 마치자 머릿속에 즉시 한 장면이 포착됐다. 남궁천유가 오른손을 들고 팔을 휘둘러 귀싸대기를 때리려는 장면이…….

허칠안은 운이 트이니 생각도 영민해졌다. 그는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 아주 찰나에 남궁천유의 손바닥을 피해 쏜살같이 관아로 도망쳤다.

“상종하기도 귀찮으니 저는 위 공을 만나 뵈러 가겠습니다!”

4품 금라 앞에서 한 차례 쇼한 것도 이미 최대치였다. 도망치지 않으면 바닥에 눌려 실컷 맞을 차례였다.

남궁천유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피했어?’

연신경은 위험을 감지하는 데에 있어 극도로 예민하여 주변의 적대심, 매복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설령 눈을 가릴지라도 반란군 속에서 적을 죽일 수 있다. 무사가 연신경에 이르면 개인의 전투력이 곧 전봉에 다다른다.

하지만 남궁천유처럼 4품의 수련 경지는 물론 최대치로 힘을 쓰는 게 아니라 해도, 연신경 무사가 위기를 감지하여 교묘하게 회피하기 전에 귀싸대기를 목표에 명중하는 정도는 본래 아주 수월한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남궁천유는 버들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 * *

허칠안은 오는 내내 의아함 섞인 시선을 수없이 받았다. 야경꾼들도 그렇고 하급 관리들도 그렇고 다 아연실색하여 그를 쳐다봤다.

동라 허칠안이 순직했다는 소식은 진작에 관아 전체에 두루 퍼졌다. 요 며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전생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쓰면 이랬다.

#충격! #동라 허칠안의 귀환으로 위 공도 놀람

#앞날이 창창한 동라가 운주에서 무슨 일을 했길래 그의 일생을 망친 걸까?

하지만 현재, 보름 전에 죽은 허칠안이 팔팔한 모습으로 관아에 나타나 아주 열성적으로 손을 흔들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니 야경꾼들의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다.

“대낮에 영혼도 우리 관아에 들어올 수 있나? 사람이 죽은 뒤에 이렇게 잘생겨지는 건가?”

“어떡하는가? 이건 허칠안의 영혼이니 우리가 나서기도 좀 그렇지 않은가? 영혼이 떠나버리면 안 되니 말이야.”

“자네 장님인가? 영혼이 그림자가 있는가? 저자는 아마도 허칠안의 친동생일 거야. 허칠안이 저렇게 인물이 출중하지는 않았네.”

허칠안은 왈가왈부하는 웅성거림 속에 호기루에 도착했다. 그러자 수위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그를 쳐다봤다.

“위 공을 만나 뵈러 왔으니 속히 아뢰시게.”

수위는 걸어가면서도 재차 뒤를 돌아보며 건물로 들어갔고 잠시 뒤에 내려오더니 말했다.

“위 공께서 들라 하십니다. 허 대인, 대인께서는……?”

허칠안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는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허칠안의 친동생이네. 위 공의 명을 받들어 형님의 직무를 대신하는 것이네.”

“그랬군요. 허 대인께서는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허천(許倩)이네.”

시위는 속으로 ‘어째 여인의 이름처럼 들리는데’하고 말했지만, 겉으로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들어오십시오.”

* * *

허칠안은 호기루에 들어서서 7층 다실로 올라갔고, 한 달여 동안 보지 못했던 위연을 만났다. 그는 여전히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에 눈가에는 옅은 주름살이 있었다. 화려한 청포를 입은 훤칠하고 품위 있는 모습은 기질과 외모를 모두 갖춘 중년의 핸섬가이였다.

‘지금 나의 외모라면 앞으로 늙어도 위연 못지않겠지…….’

허칠안은 읍을 올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직 위 공을 뵈옵니다.”

위 공은 다소 황홀해하며 온화하게 말했다.

“앉게.”

위연은 전에 없이 직접 그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 주며 여유롭게 말했다.

“운주의 일을 제대로 좀 얘기해보게.”

이 일은 말하자면 길었으나, 허칠안은 운주에서 겪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위연에게 알렸다. 이묘진이 이호의 신분이며 천종 성녀의 신분이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신수 승려와의 중요한 관계만 제외하고 다른 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했다.

위연은 지나치게 똑똑하여 그 앞에서 너무 많은 걸 숨기면 들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환관은 진심으로 그를 중시하고 끌어준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다고 허칠안도 위연을 아주 신뢰했다.

아니나 다를까, 위연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양천환이 계속해서 자네를 따라다녔네.”

허칠안은 처음에 어리둥절하고 좀 놀랐다. 하지만 그도 바보는 아니기에 즉시 무언가를 깨닫고 물었다.

“양 사형이 왜 저를 따라다녔습니까?”

“물론 아무런 까닭 없이 자네를 따라다닌 건 아니겠지. 내가 알고 있는 그자는 해괴한 일들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나머지 일에 관심을 두지 않네.”

위연이 헤아릴 수 없는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감정의 뜻이라면?”

‘감정이 내 비밀을 아는 건가……. 만약 그가 은밀히 귀띔한 거라면 그것도 합리적이다.’

허칠안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위연을 훑어봤다.

‘요괴처럼 지혜로운 위연 역시 뭔가를 알아차린 게 아닐까?’

위연은 이 화제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 3품 술사에 관해서라면 일단은 그를 3품이라 치세. 허나 나는 그가 사천감의 손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하지만 이 일로 뭔가 다른 게 떠올랐네.”

허칠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 공께서 의문을 풀어주십시오.”

‘역시 위 공이 믿을 만하군. 금련 도사 그 약삭빠른 인간은 늘 쉬쉬하잖아. 하지만 위연은 나한테 숨기는 게 거의 없다고.’

“자네 사천감의 저채미와 잘 알고 송경과도 잘 알 텐데, 그럼 자네는 그들 각자의 신분을 아는가?”

“감정이 친히 전수하는 제자요?”

허칠안은 좀 불확실하게 반문했다.

사천감의 백의들이라고 해서 전부 감정의 제자는 아니다. 운록서원의 대유도 늘 수업을 열어 강의하지만, 진정으로 몸소 가르치는 제자는 아주 적다.

송경과 저채미 그리고 양천환이 바로 감정이 친히 가르치는 제자다.

“양천환은 감정의 삼제자, 송경은 사제자, 저채미는 육제자이네. 백의 술사들은 그를 사매라고 부르지.”

위연이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허칠안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감정이 친히 가르치는 제자는 모두 다섯 명뿐이네.”

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허칠안은 눈동자가 수축되면서 드디어 위연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감정은 제자가 다섯 명뿐이고 저채미는 육제자다. 그럼 그중에 한 명은? 그 한 명은 어디로 간 것인가? 양천환은 삼제자, 송경은 사제자, 저채미는 육제자……. 손현기가 몇 번째 제자인지는 모른다.’

“손현기는 이제자이네.”

위연이 말했다.

“그렇다면 대제자와 오제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다실 안은 잠시 동안 적막에 잠겼다.

찻잔이 바닥을 보이자 위연이 그제서야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적당한 시기에 깨어나지 않았네.”

“위 공께서는 무슨 말씀이신지요?”

허칠안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장항영이 상소를 올려 조정에서 자네를 추봉하길 바란다고 아뢰었네. 폐하와 제공들이 상의한 끝에 자네를 장락현자에 봉하기로 결정했네. 며칠 후면 황명이 내려질 것이야.”

위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자네가 이미 살아났으니 내각 대부분이 황명을 기각할 것이고, 폐하께서도 아마 흔쾌히 받아들이실 걸세.”

“이게 뭐라고요. 상으로 받아야 할 은자만 적지 않으면 됩니다.”

허칠안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장락현자, 자작(*子爵: 다섯 등급으로 나눈 귀족의 작위 가운데 넷째)이겠지. 남동생 자작처럼 들리는군……. 아니, 아들 자작. 앞으로 장락현 호적의 관원을 마주치면 서로 소개하면서 상대방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락현 OOO입니다.> 그리고 허칠안은 말하겠지. <저는 장락현자입니다.> 그럼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의 아들인 줄 알겠지.’

위연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은자는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네. 작위가 상징하는 의미를 어찌 은자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자네가 은라가 되어 권세를 쥔다 해도 자네의 지위로는 여전히 상류층에 오를 수 없네. 유일하게 작위만이 자네가 평민 호적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왕조 집권자라는 증거가 되는 걸세.

만약 자네가 작위를 부여받으면 허씨 집안은 평범한 집안이 아니라 세도가가 되는 걸세. 앞으로 장가를 갈 때도 평민 여인은 자네에게 시집갈 자격이 없네. 반드시 권세가 대단한 집안의 규수만이 자네와 어울릴 수 있지.”

“공주에게 장가갈 수도 있습니까?”

허칠안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위연이 약간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네.”

공주는 평민에게 시집갈 수 없다. 미래의 남편은 반드시 권세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 자작이 높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작위이긴 하니깐.

“왜인지 모르겠으나 폐하께서는 자네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만약 폐하께서 원치 않으시면 누구도 방법이 없네.”

위연이 말을 마치고 웃기 시작했다.

“다행히 자네가 옳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니 돌이킬 수 있는 여지는 있네.”

“위 공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며칠 전 궁중에서 큰일이 일어났네. 복비마마께서 뜻밖의 사고로 죽었는데 흐트러진 옷차림을 하고 각루에서 뛰어내렸네. 당시에 방 안에는 태자 한 사람뿐이었고 술에 취해 있었지. 이 사건은 적잖이 까다롭네. 황실의 체면과도 관련되고, 태자를 폐위하는 일과도 연관되어 삼법사 모두 휘말리길 원치 않네. 사건 처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이럴 수가, 태자가 황제의 후궁을 모욕했다고?’

허칠안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위 공, 저를 해치려는 겁니까? 황실의 추잡한 일에 어찌 제가 개입할 수 있겠습니까?”

“무방하네.”

위연이 손을 저었다.

“이 일은 문무백관 모두 다 알고 있으니 자네 하나 추가된다 해서 많아지는 것도 아니네. 밝혀낼 수 있으면 가장 좋고, 밝혀내지 못할 경우에는 미뤄 버리면 그만이야. 능력이 부족하면 기껏해야 벌을 좀 받겠지. 폐하께서 자네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작위도 그가 끊겠다고 하면 끊는 게 아니네. 훈귀 집단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이해했다. 위 공의 뜻은 만약 황제가 나에게 작위를 부여한다는 황명을 철회하면 앞으로 사건 처리로 나를 찾아와도 죽은 체하고 받지 말라는 거군. 우선 내게 작위를 부여하도록 원경제를 달래자는 거야. 그런 후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발을 빼면 그때 가서 기껏해야 벌을 좀 받고, 공짜로 작위를 얻는 것이다. 위 공은 정말이지…… 지혜가 풍부하고 꾀가 많다. 한마디로 약삭빠르다.’

“태자는 임안공주마마의 친오라버니죠.”

허칠안은 갑자기 자신의 어여쁘고 순진하며 다정다감한 공주마마가 떠올랐다.

임안공주마마는 지금 분명 슬프고 절망적일 것이다.

“자네 임안공주마마와 갈등은 없는 거지?”

위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없습니다, 없어요.”

허칠안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위연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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