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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53화 (253/712)

253화. 환골탈태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씨 가족은 칠안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애석했으며, 허씨 대가족의 꿈이 깨졌다는 점이 애석했다. 암울하고 슬펐다.

하지만 허칠안이 정말 관에서 일어나 앉은 걸 본 그들은 머리보다 두 다리가 더 빨랐다. 쪼르르르…… 다들 먼 곳에서 전부 튀어나와 전전긍긍하며 옆에서 지켜봤다.

“시체가 벌떡 일어났어. 허 대인이 정말 벌떡 일어났다고. 빨리 관아에 보고하게, 관아에…….”

“관아에 뭘 보고한다는 거야. 여기에 현령 나리보다 높은 관직이 어딨다고.”

소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허씨 가족은 놀라우면서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뜰 안에 공주와 신분이 대단한 몇몇 대인들은 배짱이 있어서 그런지 후다닥 도망가지 않았다.

누군가는 질겁하여 뒤로 물러났으나, 또 누군가는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기댔다. 하지만 허신년, 허영월, 저채미, 회경 등의 사람들은 다소 두려우면서도 망연자실하여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너무 간지러워…….’

허칠안은 머리에 이가 기어 다니는 듯 두피가 가려웠다.

그가 손을 뻗어 몇 번 긁으니 머리카락이 딸린 두피가 한 움큼 집혔다.

“악!!!”

숙모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 놀란 나머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옆에 있는 허영월을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았다.

허영월 역시 놀라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오라버니라 해도 죽은 사람이 갑자기 관을 열고 일어나다니, 두피가 저릴 지경이었다. 영월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면서 말했다.

“큰 오라버니, 큰 오라버니가 전하지 못한 유언이 있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허영월은 진심으로 슬퍼하며 엉엉 울었다.

그들은 한순간에 경악스러움과 망연자실을 겪었다.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몇몇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고 허칠안의 진정한 현 상태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각각 연기경의 회경공주, 사천감의 저채미, 고품 무사 남궁천유와 장개태 그리고 숙부 허평지였다.

저채미에게는 망기술이 있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분별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그리 똑똑하지는 않아도 감정 스승님이 한 말을 떠올리자니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탈태환의 효과인가? 어쩐지 스승님께서 탈태환을 내가 허칠안에게 줬다고 말하라고 하신 거구나.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허칠안이 다시 살아날 거란 걸 어떻게 아셨지……? 허칠안은 또 탈태환을 어떻게 먹었지……?’

저채미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허평지 등은 순전히 무사의 예리한 청각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허칠안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호흡할 때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각자 상이했지만 그래도 놀라면서도 기뻐한다는 점만큼은 동일했다.

허평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평범한 얼굴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엉켜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모든 사람의 앞에서 눈물을 비 오듯 쏟았다.

장개태는 흥분하면서도 기뻐하는 감정이 얼굴에 전부 쓰여 있었다.

‘허칠안이 다시 살아났다고? 그가 살아 돌아왔다고?’

회경은 허부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로 도도함과 딱딱함을 유지하던 새하얀 얼굴이 한순간에 온화해졌다. 만약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지금껏 감춰 두었던 기쁜 표정을 본다면 분명히 깜짝 놀랄 것이다.

남궁천유는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언……?’

허칠안은 마음이 동요했다. 그는 숙모가 어젯밤에 울면서 그가 가장 못생겼다고 한 말이 떠올랐기에, 처량하고 슬픈 목소리에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숙모께서 저를 못생겼다고 하셨으니 그 말을 취소해주시길 바랍니다.”

숙모는 ‘와’하는 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귀신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

허신년은 무사의 예리한 청각이 없고, 또 술사의 망기술이 없는 유가의 8품 수신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시체가 벌떡 일어난 줄 알고 성큼성큼 나아가서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는 유가 ‘언출법수(言出法隨)’의 모태 힘을 흉내내어 형님을 다시 눕히려 했다.

“가!”

하지만 곁에 있던 부친이 갑자기 손바닥으로 그를 쳐냈다. 허평지는 마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진귀한 보물을 맞이하는 듯 희비가 교차하여 관 옆으로 달려들었다.

“잠깐.”

남궁천유가 허평지를 막아섰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쉴 새 없이 귀를 긁고 턱을 어루만지며 살점을 긁어 내는 허칠안을 주시했다.

“신체는 살아났으나 그 사람인지 아닌지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남궁천유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면서 그 기괴한 황갈색 고양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

황갈색 고양이가 그의 시체를 뛰어넘었는데 결과적으로 허칠안이 정말 다시 살아났다. 다시 살아난 자가 허칠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연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궁천유, 회경공주 등등 모두 박학다식하고 경험이 많은 자들이었다. 원신을 빼앗아 가는 행위를 본 적은 없지만 들은 적은 있었다.

“아니, 그는 틀림없이 칠안입니다.”

허평지의 어조는 단호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는 칠안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만을 받아들였다. 그는 다른 원인을 마주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미 칼에 마음을 한 번 찔렸기 때문이다.

“숙부, 저예요. 저 죽지 않았어요.”

허칠안이 말했다.

‘엇……? 목소리가 왜 변했지?’

허평지의 낯빛이 좀 변했다.

‘숙부’라고 부른 목소리는 목청이 맑고 깨끗하면서도 남자다운 자성이 풍부했다. 예전의 칠안 목소리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

그때 허평지는 가슴이 철렁하여 주먹을 쥐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조카를 주시하며 말했다.

“네가 허칠안임을 어떻게 증명할 거지?”

허평지가 질문하는 어조는 본래도 마음속에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 모두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

‘나한테 엄마가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라고 증명했어야 되잖아.’

그는 속으로 비아냥거렸고, 잠시 읊조리더니 말했다.

“청귤은 시고도 떫지만, 숙부는 껍질 즙에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다고 생각하시잖아요.”

허평지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허신년은 여전히 형님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는 태도가 이상한 부친을 쳐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감정을 가라앉힌 뒤 물었다.

“정말 형님이에요?”

이때의 허칠안은 부드러운 피부와 거친 피부가 교차하여 흉악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그는 깊고 심오하며 감정이 충만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하가 나를 용납하지 않으니 이후의 대봉에 캄캄한 밤이 내리리라.”

그가 마음속으로 묵묵히 한마디 덧붙였다.

‘어느 아침에 안식구가 집에 없으니 세 사람이 영매소각에 함께 가네.’

‘천하가 나를 용납하지 않으니 이후의 대봉에 캄캄한 밤이 내리리라…….’

이 말을 들은 숙부와 숙모는 되살아난 사람이 바로 허칠안이라는 데 점점 확신이 생겼다. 이런 생활 속의 사소한 일은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빈소 내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이 단숨에 허신년에게로 쏠렸다.

저채미는 이 말을 절대 양 사형이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가 듣는다면 자신과 사천감의 사형, 사제들에게 매일 한 번씩 반복 재생하러 오려 할 것이다.

‘양천환 그 얼간이의 말버릇과 막상막하다.’

남궁천유와 장개태는 허씨 집안 지식인의 말투가 너무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 무사가 가장 들을 필요 없는 방자하고 제멋대로인 떠벌림이었다.

회경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속뜻을 내포한 듯한 눈빛으로 허신년을 바라보았다.

* * *

허신년은 참다가 결국 준수한 얼굴이 새빨개졌고, 귀까지 빨개졌다. 가족들이 듣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한 이 말을 형님이 이렇게 많은 외부 사람들 앞에서 떠벌리니 이 수치심은 허신년의 나이에 견뎌야 할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그는 형을 밀쳐내고 자신이 관에 누워 모든 걸 끝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후…….’

아들이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자 허평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즐거워했다.

“정말 큰 오라버니에요!”

허영월은 환호성을 지르며 무작정 달려들어 큰 오라버니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훌쩍훌쩍 흐느꼈다.

“큰 오라버니, 큰 오라버니…….”

허영음은 너무 기쁜 나머지 관 옆에 서서 깡충깡충 뛰며 두 팔을 벌렸다. 그러면서 큰 오라버니가 자신도 안아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칠안은 여동생을 껴안은 채 위로했다. 그러느라 그는 콩알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허평지도 흥분하여 앞으로 나아가 아들과 조카를 껴안았다. 느슨해지면 또 사라질까 두려워 힘껏 껴안았다.

허신년은 얼굴을 들어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했다. 그가 대청의 관중들 앞에서 이렇게 떼쓰는 행동을 절대로 할 리가 없었다.

“흥!”

숙모는 날카롭고 새하얀 아래턱을 흔들더니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또 입을 가리고 울었다.

남궁천유는 아무런 표정 없이 떨어져 나간 죽은 살덩이를 쳐다봤다. 죽은 피부가 아니라 죽은 살덩이들이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자네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건가?”

“저는 근본적으로 죽지 않았어요…….”

허칠안이 막 설명하려던 참에 저채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달걀형 얼굴에 왕눈이 미인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준 환약 먹었지?”

허칠안은 좀 어리둥절하다가 찰나에 평소처럼 회복하여 감격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장단을 맞췄다. 아주 공손한 태도였다.

“채미 소저의 큰 은혜, 소직 허칠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뿐입니다.”

“쳇!”

저채미의 얼굴이 불퉁해졌다. 사실 그녀는 조금 민망하였다. 먹보는 거짓말에 능하지 않았다. 도덕적 마지노선이 확실했다.

그녀는 허칠안처럼 거짓말이 습관이 되었지만, 어장을 관리하는 기술은 그리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몇 번이나 우정의 연못에 빠져 익사할 뻔했다.

허칠안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는 그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걸 알기에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그날 운주에서 반란이 일어나 적군이 포정사사를 겹겹이 포위하여 순무 일행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싸움에서 살아남을지 죽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채미 낭자가 준 탈태환이 떠올라 내기했습니다. 허허, 그때는 상황이 위급하여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순무 대인께서 제가 전사한 줄 아셨기 때문에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긴 듯합니다.”

‘탈태환, 알고 보니 그랬군.’

남궁천유 등은 모든 걸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경은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허평지 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탈태환은 사천감 감정이 정제한 영험한 묘약이네. 이 약을 먹으면 마치 누에가 고치를 틀어 옛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새 몸이 탄생하는 것과 같지. 설령 치명상을 입어도 고치를 깨고 나비가 되어 완전히 새로운 몸을 얻을 수 있네.”

탈태환의 약효는 바로 낡은 몸을 자양분으로 하여 새로운 몸을 낳는 데 있다. 마치 번데기가 나비로 변하는 것과 같다.

단점도 크다. 예를 들면 ‘제조비가 비싸고’,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 약효는 반 시진 후에 나타난다. 단약을 먹은 사람은 반드시 반 시진 후에 사망하는데 당신이 죽지 않으면 강제로 당신을 죽게 만들 것이다.

즉 적을 죽이다가 결국 적에게 죽임당하는 참사가 일어나기에 십상이다.

만약 머리가 잘리거나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면 탈태환도 구해낼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목숨이 간당간당하게 달린 그 사이에만 약효가 나타난다.

남궁천유 등은 탈태환의 약효를 잘 알았지만 그들도 허칠안의 명이 길다는 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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