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246화 (246/712)

246화. 의문점

소조회가 끝나고 신하들이 흩어졌고, 위연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아주 빠른 걸음으로 군신들을 앞질러 걸었다.

“의부님.”

남궁천유가 맞이하며 소조회의 내용과 800리 긴급 문서에 관해 물으려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멍해졌다.

위연은 분명 표정이 없었는데도 슬픔이 쉽게 읽혔다. 세월에 찌든 온갖 풍파가 응집된 두 눈동자 속에 깊은 쓸쓸함이 있었다.

위연은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은 채 말없이 걸어갔다. 그러고는 말없이 남궁천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 말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청포 아랫단이 가볍게 흔들거리는 위연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고독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남궁천유는 멍하니 있다가 뒤에서 걸어오는 여러 대신을 보고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을 꾹 참고 성큼성큼 위연을 따라갔다.

덜커덩거리는 수레바퀴 소리와 함께 야경꾼 관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남궁천유는 오는 내내 참다가 관아에 가까워졌을 때 드디어 입을 떼 물었다.

“의부님,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찻간 안에서 위연의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칠안이 순직했네.”

이건…… 남궁천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찻간을 한 번 훑어봤다. 차 문으로 막혀 있지만 그는 위연에게 들킬까 봐 저도 모르게 동작을 늦췄다.

야경꾼 관아 전체가 위 공이 허칠안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남궁천유와 양연은 중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부는 마치 장인이 완벽한 옥석을 발견한 것처럼 허칠안에게 아주 큰 기대를 걸었다.

그는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한결같은 일념으로 그를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름다운 옥으로 다듬고자 했다. 이를 완전무결하게 다듬은 날 세상을 놀라게 하리라!

남궁천유는 비록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이 기대와 중시가 이 의붓아들을 이미 훨씬 뛰어넘었다는 걸 잘 알았다.

‘현재 허칠안이 순직했으니 의부님의 심정이 가히 짐작된다…….’

남궁천유가 속으로 탄식했다.

그는 원래 자신이 은근히 기뻐할 줄 알았다. 허칠안의 등장으로 그는 시샘하는 마음이 생기고 부아가 치밀었다. 만약 그 자식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의부가 가장 관심을 주는 건 역시 자신이어야 했다.

허나 남궁천유는 오늘 허칠안의 부고를 들었을 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낙담하여 마음이 허전했다.

이때 손의 말고삐가 갑자기 빠졌다. 남궁천유는 깜짝 놀랐고 그제서야 손바닥에 있던 말고삐를 너무 꽉 쥔 나머지 그것이 어느새 가루가 됐다는 걸 알았다.

* * *

남궁천유는 관아에 돌아와 위연을 따라 호기루로 들어가 7층으로 올라갔다. 위연은 다실 입구에서 멈추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먼저 나가거라. 잠시 혼자 있고 싶구나.”

남궁천유는 말을 하려다 말고 몸을 굽혀 인사하며 물러갔다. 하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다실 밖에서 기다렸다.

다실은 조용했다. 오후 햇살이 널찍한 요망대를 밝게 내리쬐었다.

위연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소대로 공문을 뒤적였다. 그는 여전히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대환관이었다.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었다. 황혼의 등홍색 햇빛이 서쪽을 비췄다. 마치 구름이 타는 듯했다.

위연은 손에 든 공문을 한쪽도 넘기지 않고, 두 시진 반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위연은 공문을 덮고 미간을 주무르며 소리쳤다.

“천유!”

“의부님…….”

남궁천유는 소리를 듣자마자 들어왔다. 조각 같은 얼굴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했다.

“관아 안에 있는 모든 금라를 부르거라.”

위연이 말했다.

남궁천유는 물러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라 여섯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때, 위연은 뒷짐을 지고 다실 중앙에 서서 아무 말 없이 금라들을 주시했다.

“위 공.”

금라들이 읍을 올렸다.

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모든 첩자에게 전령을 보내 동북방의 각국에 침투하라 이르게. 초여름 전까지 본좌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신교의 서남방 변방의 배치도를 얻어야겠네.”

금라 장개태가 깜짝 놀랐다.

“위 공…….”

다른 금라들도 마찬가지로 놀랐다.

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추수 후에 본좌는 무신교를 칠 것이네.”

‘역시…….’

금라 몇몇이 조심스럽게 위연을 관찰하다가 드디어 이 대환관이 조금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예전의 위 공은 시종일관 타고난 총명함으로 초연한 태도를 보이며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차분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의 위 공은 옛날과 달랐다. 세상의 온갖 풍파를 머금은 두 눈 속에는 날카로운 칼끝과 투지가 불탔다.

이런 투지와 결심은 산해관전역이 벌어진 그해에 볼 수 있었다.

금라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금라 몇몇이 먼저 물러나 호기루를 나왔다. 한 금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정에서 쉽사리 전쟁의 발단을 일으키지 않을 텐데.”

남궁천유는 냉소를 지었다. 조정에서 쉽사리 전쟁의 발단을 일으키지 않는다 한들, 무신교도 동북의 각 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이 비밀 경로를 통해 주동적으로 기밀 정보를 보내기만 하면 무신교가 걸려들지 않을까 봐 겁낼 필요가 없다.

변방이 침범당하면 폐하와 조당의 제공들이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없을 것이다.

의부의 방식으로 무신교를 치는 건 폐하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가 공격하길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에 달렸다.

장개태는 남궁천유를 쳐다봤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조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위 공께서 좀 이상하시네.”

남궁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에 800리 긴급 전보가 왔는데 운주 장항영이 보내온 것이었네. 의부님께서 예측하신 대로 운주에서 반란이 일어났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모든 금라를 훑어본 뒤 저도 모르게 침울해졌다.

“허칠안이 순직했네.”

모든 금라들이 문득 고개를 들고 호기루를 쳐다봤다.

* * *

이때, 허칠안은 아직 물 위에서 유랑 중이었다.

‘양진태를 납치한 자가 허세왕이 아니라고?!’

허칠안의 마음속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생겼다. 그는 마치 버려진 저택에서 셀카를 찍고 사진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 인화했는데 뒤에 머리가 산발인 백의가 서 있는 걸 발견한 듯했다.

그런 섬뜩함은 등골이 서늘해지게 하고 두피를 저리게 했다.

“정말 사형이 양진태를 납치한 게 아닙니까?”

허칠안이 증명을 요구했다.

“나 양천환이 언제 거짓말한 적 있는가.”

허세왕이 태연하게 말했다.

스승이 그에게 준 임무는 남몰래 허칠안을 보살피라는 것이었다. 허세왕은 스승이 왜 이런 명령을 내렸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본래 규칙을 지키는 제자다.

일 처리가 매우 믿음직스럽다!

허칠안을 보살핀다고 약속한 다음 쓸데없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운주 사건은 그와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사건 해결 여부는 순무의 일이었다. 나중에 허칠안이 화를 자초했기 때문에 그가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러 나타나 자신을 드러낸 거였다.

‘꺼져. 너 방금 내 편지를 몰래 보지 않았다고 나를 속였잖아…….’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허칠안은 그 자리에서 허세왕의 얼굴을 때렸을 것이다.

‘양진태를 양천환이 납치한 게 아니라고? 만약 그렇다면 사건 전체를 다시 조사해야 하는데……. 배후의 검은손이 송장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있을까? 예를 들면 양천남?

운주 사건은 본래 첩자 주민이 양천남이 군수물자를 착복하여 산적을 키우고 있다고 밝혀냈을 뿐이었다……. 내가 우연히 제당과 무신교의 결탁을 발견하여 후속 조치로 순무가 운주에 들어가 사건을 조사했지.’

그는 계속 생각했다.

‘이 사건의 실체는 이런 게 아닐까?

양천남은 자신의 계략이 야경꾼 첩자에게 들통났다는 걸 알게 되고 몽무를 시켜 주민을 죽여 멸구했다. 그리고 암호를 풀어 죄증을 찾아냈다……. 그런 뒤 고육지책을 설계했는데 판을 뒤집는 지점이 바로 양진태다.

그는 먼저 일부러 양진태에게 개고기 점포에서 나를 기다리게 한다. 그런 뒤 이묘진을 통해 양진태의 신분을 까발려서 내 눈길을 끈다……. 이어 양진태를 장 순무에게 데려다주고 이 반전을 이용해 우리가 배후의 주모자가 송장보임을 철저하게 믿게 만들어 자신은 여유롭게 벗어난다?

양진태는 당시 확실히 기운이 차단됐다. 사천감의 망기술로는 그가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허칠안은 한참을 음미하더니 이 추측을 부정했는데 이유는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 번거롭게 머리를 짜내서 사건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더 많은 허점을 드러낼 뿐이다. 간단한 사건일수록 더 해결하기 어렵다.

소위 무기가 이상할수록 더 빨리 죽는 것과 같다. 사건도 같은 이치다.

양천남이 증거를 훼손하기만 하면 모두가 그의 짓이라고 생각해도 장 순무는 증거가 없으니 2품 도지휘사를 건드리지 못한다.

이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둘째, 허칠안을 포함한 장 순무 등의 일행이 양진태가 한 말을 철석같이 믿은 주된 이유는 나서서 도와준 자가 양천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건을 돌이켜보면 양진태가 역참에 보내졌을 때, 장 순무 일행은 그가 한 자백에 관해 반신반의했다. 그때 장 순무의 대응 조치는 우선 송장보를 체포해서 양진태와 대질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송장보는 ‘형벌이 두려워 자살’했고, 이어 운주의 각 군이 반란을 일으켰다. 사건이 너무 긴밀하게 맞물려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여 확인할 시간이 근본적으로 없었다.

양천환이 나타나자 그제서야 모든 사람이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 술사가 양천환이었다. 상황이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양진태가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간 게’ 합리적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어찌하다 보니 양천환이 강율중을 도와 몽무를 죽인 뒤 바로 떠나버려서 후속 확인 조사도 진행할 수 없었다.

허칠안이 이 점을 이유로 든 건 양천환이 운주에 왔다는 걸 양천남이 알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괴상하게 등장한 이 술사는 장 순무 일행에게 있어 설명할 수 없는 의문점이다.

비록 그는 바로 뒤따라오는 반란군을 이용하여 장 순무 일행을 말살할 수 있지만, 어차피 장 순무 일행을 말살할 수 있다면 이렇게 요란법석을 떨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몽무의 말이 합리적이다. 꾹 참는 이유는 양천남을 내세워 죄를 뒤집어씌우고 싶었는데 일이 발각되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 멸구하는 마지막 계획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만약 양천남이 배후의 검은손이라면 그를 따라 반란을 일으킨 역적의 무리는 진작 자백했을 것이다. 운주 관리 사회의 그 역적 무리가 자신이 어느 우두머리를 따랐는지도 모르겠는가?

이는 반역이다. 깡패가 판치는 사회도 아니다.

‘배후의 검은손이 송장보임에 틀림없지만 터무니없이 나타난 그 술사는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야생 술사가 이런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다고? 술사 체계가 생긴 지 육백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사나 다른 체계처럼 이미 오랜 시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야생 수련자가 아주 많다고 여기면 안 된다.

게다가 설령 근원이 널리 전해진 유가 등의 체계도 도를 닦는 법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여전히 엄격하다. 품계를 초월한 무사야말로 여기저기에 꽃을 피우는데 이 역시 각 체계가 무사를 무시하는 또 다른 이유겠지.

그리고 내력을 모르는 그 술사는 왜 나를 도와주려한 걸까?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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