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243화 (243/712)

243화. 회신 (1)

“운주 사건은 끝났습니까?”

허칠안의 얼굴에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휴, 이 망할 놈의 사건 드디어 끝났군요. 드디어 이 몸이 밤을 새우며 계속 일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제가 죽어서 송정풍과 주광효가 상심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다섯 번의 무임승차 기회가 사라져서 더 속상하겠죠…….

에휴, 결국 소소를 속여서 집으로 데려와 종이 인형 마누라로 삼지 못했네요. 이묘진은 아마 제 목을 베고 싶은 마음까지 있을 겁니다. 이 몸이 한발 앞서 죽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주 어색했을 거예요…….”

양천환은 인내심을 갖고 그의 한담을 들었다.

“참, 왜 사형 역시 배에 있는 겁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양천환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 운주에 일을 처리하러 왔네. 지금은 일이 마무리됐으니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이고. 마침 야경꾼들이 자네들의 유골을 경성으로 보낸다 하여 몰래 탄 것이네. 그 후, 자네 몸에 있던 자상과 화살 구멍이 희한하게도 회복된 걸 알고 나는 자네가 죽지 않았음을 단정했지. 열흘을 기다렸네. 호, 정말로 살아 돌아올 줄이야.”

양천환은 무미건조하게 말했지만, 사실 말투보다도 심리적인 변화가 훨씬 복잡하고 기복이 심했다.

그는 허칠안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이렇게 생각했다.

‘끝났다, 끝났어. 경성에 돌아가면 스승님이 나를 적성루 밑에 억눌러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게 되겠군.’

그는 너무 공포스러워 하마터면 스승의 문하에서 벗어나 도망칠 뻔했다.

동시에 그는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재미있는 자식이 어떻게 전사할 수 있는가? 어찌 그렇게 짧은 생각으로 스무 살의 생명을 한 늙은이의 목숨과 바꿀 수 있을까? 장 순무는 절반은 관에 발을 얹은 쇠약한 노인네인데.’

그는 뒤따라가 관선에 잠입하여 허칠안의 관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하며, 운무를 헤치고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이 자식 몸에 있던 상처가 불가사의하게 회복되더니, 심장 박동이 점점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뜻밖에도 고생 끝에 낙이 왔다.

그래서 양천환은 똥을 쌀 틈도 없이 즐겁게 관 곁을 지켰다.

물론 그는 이런 사실을 허칠안이 알게 해서는 안 됐다.

‘……너 내 관을 열었지? 그러지 않고선 내 몸의 상처가 회복됐다는 걸 어떻게 알아? 공연히 내 관을 들춰서 뭐 하자는 건데……. 항상 그에게는 무언가 남에게 알릴 수 없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지었다.

“감정 대인께서 사형을 운주로 파견해 무엇을 하라고 하셨습니까?”

마침 이때, 양천환이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죽었다가 살아날 수 있는 건가?”

물어본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에 빠졌다.

몇 초 후, 제 발 저린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화제를 돌렸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오늘 바람이 유난히 세게 부는구먼.”

허칠안과 양천환은 또다시 침묵하였다.

‘좀 어색한데…….’

허칠안은 화제를 돌려 다른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자신이 품 안에 품고 있던 서신 네 통을 발견했다.

‘누구 편지지?’

관은 배의 밑바닥에 보관되어 있어서 가느다란 빛만이 갑판 틈을 통해 뚫고 들어왔다.

‘갑판이 놀랍게도 빛을 투과하다니. 이 배, 제대로 보수해야겠군…….’

허칠안은 빈정대면서 서신 봉투를 뜯었고, 가느다란 빛을 빌려 읽었다.

그는 연신경에 들어선 후에 신체 모든 면의 속성이 향상됐다.

“큰 오라버니, 보내신 서신은 잘 받았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기뻐하셨어요. 영음도 기뻐했고요. 더욱이 어머니는 큰 오라버니가 어머니에게도 서신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너무 기뻐하시며 계속 탁자를 치셨어요. 큰 오라버니가 타지에 가서도 잘 지내고 계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필적이 수려한 영월 동생이 서신을 보내왔다.

‘숙모가 혹시 탁자를 치며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를 욕한 건 아니겠지……. 그럼 너는 기뻤니? 동생아…….’

허칠안은 허영월의 오밀조밀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그녀가 열심히 서신을 적는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계속해서 읽었다.

“오라버니가 경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음이 강제로 숙당에 가서 공부하게 됐어요. 모든 건 둘째 오라버니가 준비한 거예요. 지금 영음은 삼자경의 앞 아홉 글자를 외울 수 있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막 아셨을 때 너무 기뻐하시며 하마터면 울 뻔했지 뭐예요.”

‘영음이 아홉 글자나 외울 수 있다고?’

허칠안은 기쁨에 겨워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영음이 괴롭힘을 당한 것 같아요. 어머니가 영음에게 사준 10냥짜리 옥 팔찌가 며칠 전에 자취를 감췄어요. 영음의 손목에 약한 멍이 든 걸로 보아 누군가가 억지로 잡아당긴 게 분명해요.

영음이 어리숙해서 누가 한 짓인지 물어도 말하지 않더라고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아마 영음의 마음속에 먹을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봐요.”

그는 혀를 찼다.

“춘제가 다가오니 아버지가 매일 밤늦게 귀가하시거나 외영(外營)에서 주무셔서 집안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으세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혼자 숙당 선생을 찾아가 물었는데 선생도 모른다고 핑계를 대면서 영음이 잃어버렸을 거라고 했대요. 어머니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방법이 없었죠.

만약 큰 오라버니가 집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만약 둘째 오라버니가 집에 있었다면 선생이 부끄러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욕을 퍼부었을 거예요.

하지만 둘째 오라버니가 요즘 화가 났대요. 아버지께 들으니 둘째 오라버니가 찬바람에 밤새 덜덜 떨다가 이튿날 집에 돈과 식량을 가지러 왔을 때 저희와 말도 섞지 않았대요. 둘째 오라버니는 참 옹졸해요. 깜박 잊고 서신을 쓰지 않은 게 큰 오라버니 잘못도 아닌데. 큰 오라버니도 바쁘잖아요.”

‘동생아. 그래도 신년이는 네 친오빠인데 팔이 밖으로 굽어서 되겠니? 계속해서 유지하렴…….’

허칠안은 여기까지 보고 하마터면 손을 뻗어 입을 가릴 뻔했다. 그는 간신히 소리 내어 웃지 않았다.

‘신년이 낭패한 모습을 목도할 수 없어 참 안타깝군, 큭큭큭…….’

“참,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봄이 오면 제게 남편감을 찾아주신다고 해요. 어머니가 정말 미워요. 왜 어머니께서 시집가지 않으시고! 영음이 오라버니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 매일 큰 오라버니를 찾아달라고 아우성쳐요. 저도 오라버니가 참 보고 싶어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숙모가 어떻게 재가할 수 있겠니? 숙모는 살아서는 우리 허씨 집안사람이고 죽어서도 우리 허씨 집안의 귀신이라고……. 음, 큰 오라버니도 너희가 많이 보고 싶구나.’

허칠안은 다 읽은 뒤 매우 흡족해하며 편지지를 잘 접어서 서신 봉투에 도로 넣었다.

그가 양천환을 보니 이 자식은 여전히 등지고 서 있었다. 양천환은 마치 나무 인간처럼 조용했다.

“나를 뭐 하러 쳐다보는 건가? 내가 어디에 있을 수 있겠나?”

양천환이 언짢아하며 말했다.

허칠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두 번째 서신을 펼쳤다.

“허랑. 낭군과 헤어지고 이미 스무날이 지났네요. 낭군을 생각하는 마음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점점 뜨거워집니다. 저는 교방사에서 아주 잘 지냅니다. 다만 늘 졸다가 깨어나면 매화를 따러 사방을 걸어 다닙니다. 제가 매화주를 한 단지 담갔으니 돌아오셔서 잔을 기울여 함께 마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이는 부향 낭자의 회신이었다.

“가끔은 나가서 손님을 모시고 몇 잔 마시며 그들의 끊임없는 탁상공론을 듣기도 해요. 사실 저는 낭군과 관련된 소식을 듣고 싶을 뿐인데 운주와 경성은 만 리나 떨어져 있어 소식이 쉽게 전해지지 않더군요.

그 구린 남정네들이 지식인이라 허풍을 떨지만 사실 대부분이 먹고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 재주도 없는 평범한 자들이죠. 허랑의 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해요. 제가 허랑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하늘이 제게 베푸신 가장 큰 은혜라고 자주 생각한답니다.

며칠 전에 여종이 가져온 소식이 있는데 허랑께서 청주에서 시 한 수를 새로 지으셨다고 하더군요. 자양거사가 지보(至寶)처럼 받들며 비문에 새기고 세상 사람에게 경고했다고요. 저는 영광스럽다 느끼며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허랑, 저는 매일 밤 허랑을 그리워한답니다.”

허칠안은 헤헤 웃으며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접어서 서신 봉투에 도로 넣었다.

마지막으로 서신 두 통이 남았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물고기들을 떠올려 봤다. 저채미, 회경, 임안.

‘분명 세 사람인데. 아, 아니, 물고기 세 마리인데 어째서 답장이 두 통만 온 걸까?’

허칠안은 좀 화가 났다.

‘누가 내게 답장을 하지 않은 거야? 내가 키우는 기술이 별로여서? 아니면 어장남의 삼지창이 제대로 꽂히지 않은 건가?’

그는 아무렇게나 서신 한 통을 골라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안녕 개자식아? 운주의 사건은 언제 끝나니? 본 공주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다만 춘제가 곧이라 많은 시위가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가서 곁에 쓸모있는 노비가 몇 없어.”

첫 머리 첫 마디부터 임안의 오만함이 물씬 풍겼다.

‘공주마마께 시위가 부족하시다니요……. 음, 그래도 임안이 답장할 생각도 하고, 기특해. 좋아…….’

허칠안은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네가 발명한 오목이 본 공주 손에서 더욱 발전하고 있어. 모두 내가 우아하며 아주 똑똑하다고 칭찬해. 심지어 얄미운 회경조차도 나한테 진심으로 승복하고 우러러 공경하더라고. 사적으로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임안의 지혜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 회경이 기꺼이 패배를 인정하지.’

하지만 그녀는 이런 일을 틀림없이 인정하지 않을 거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한 말이니 너도 마음에 새기지 마. 회경은 어디까지나 공주이니 그녀의 체면을 좀 살려 줘야지.

본 공주도 네 덕을 보지 않을 거야. 춘제가 곧이라 아바마마께서 내게 금은보화와 각종 비단, 장신구를 하사하셨어. 돌아오면 본 공주의 창고에 가서 마음대로 몇 점 고르렴.”

‘하하하, 임안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내가 무예를 익힐 수 있도록 숙부가 곳곳에 빚을 져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말한 건 너를 달래느라 한 말인데 진짜인 줄 알고 내게 은자를 주려고 온갖 방법을 쓰는구나. 정말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아이고. 계속 유지하도록.’

허칠안은 환하게 웃었다.

“그 치킨스톡은 어떻게 된 일이니? 네가 발명한 게 아니야? 왜 사천감의 저채미가 발명한 거라고 퍼진 거야? 본 공주가 너무 화가 나서 사천감으로 달려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어.

사천감의 백의가 감히 나에게는 손을 대지 못하고 아바마마께 달려가 고자질해서 본 공주가 아바마마께 호되게 혼쭐났지 뭐야. 본 공주가 다시 너를 데리고 가서 정의를 구현하고 말겠어.”

‘윽……. 사실 치킨스톡은 정말 저채미가 만들어 낸 거야. 나는 단지 아이디어를 줬을 뿐이라고. 음, 그녀가 치킨스톡으로 연금술사 지위를 따내려는 일은 나한테 진작에 알렸다고.’

허칠안은 좀 감동했지만 임안은 여전히 너무 자기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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