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237화 (237/712)

237화. 허칠안의 희생 (1)

“강 금라, 한 판도 붙어보지 않았는데 어찌 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한 동라가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사기를 북돋기 위한 것처럼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조 은라가 갑자기 소매를 잡아끌자 강율중이 비틀거렸다.

당 은라는 그를 부축하며 한숨을 쉬었다.

“……경성으로 돌아가면 대장이 저희에게 술을 사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은라는 말없이 강율중을 향해 읍을 올렸다.

조 은라는 한 손으로 칼을 휘두르며 한 손으로는 허리춤의 군노를 떼어내 활시위를 당겼다. 활시위가 ‘뻥’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이 거침없이 발사됐다.

뻥뻥뻥…….

나머지 야경꾼들도 약속이나 한 듯 활을 들어 사격했다.

꼭두각시가 된 검시관은 낮게 울부짖으며 지부 앞을 막아섰다. 그는 화살이 한 자루씩 몸에 박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화살촉은 등을 뚫고 나왔다.

“죽어라!”

조 은라가 높이 뛰어올랐다. 그는 벽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십여 장(丈)을 날았다. 손에 있는 제식 장도에서 공기를 비트는 기기가 뿜어져 나왔다.

푹.

검시관 꼭두각시는 그 자리에서 두 동강 났다. 그러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애써 다시 긁어모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몽무 지부는 민첩하게 칼날을 피했다. 그 예리한 검기(劍氣)는 대지를 갈라 대당 입구의 계단까지 쭉 퍼져나갔으며, ‘펑’하는 거대한 소리를 동반했다.

나머지 은라 둘의 공격이 뒤따랐다. 그들은 몸을 구부리고 미친 듯이 내달아서 잔영(殘影)을 끌어내 서로 힘을 합쳐 몽무를 상대했다.

은라 둘은 공격하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주술사 체계의 자료를 떠올렸다.

대봉과 무신교는 가끔 충돌했다. 때문에 4품 주술사를 포함한 4품 이하의 정보는 야경꾼 관아에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9품 주술사는 산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다. 비술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정혈(精血)을 태워 보통 사람이 한순간에 극강의 전투력을 갖추게 한다. 그들이 많이 끌어올릴수록 정혈(精血)을 태우는 속도가 더 빨라져 생명이 끝에 이른다.

동시에 9품 주술사는 주변 동료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정혈을 태움으로써 대가를 치르기에 ‘혈령’이라고 불린다.

8품 주술사가 장악한 능력은 저주다. 그들은 사주팔자, 휴대 물건 및 피와 살, 체액 등의 물체를 매개체로 목표 인물을 주살한다. 그렇기에 8품 주술사는 ‘주사(呪師)’라 불린다.

장점은 기이하고 예측할 수 없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주살 경지가 자신의 목표보다 낮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7품 주술사의 칭호는 ‘영매(靈媒)’로, 그들은 시체와 영혼을 조정할 수 있다. 대봉이든 북방의 요족이든 전쟁터에서는 모두가 영매의 고배를 마셨다.

6품 주술사는 ‘괘사’라 불린다. 그들은 괘술에 정통하여 길(吉)을 추구하고 흉(凶)을 꺼린다. 이 경지의 주술사는 두 가지 글자로 형용할 수 있다. 온(穩), 구(苟)!

한마디로 형용하자면 ‘늙은 개처럼 온건하다.’

그들은 외출 시 황력을 볼 필요가 없다. 점을 치기만 하면 그날의 길흉을 알 수 있다.

5품 주술사는 ‘축제(祝祭)’라고 불리는데 의식을 통해 선조의 전혼(戰魂)을 불러와 자신에게 씌울 수 있다. 불러온 전혼이 만약 무사라면 축제는 곧 무사가 된다. 만약 그들이 도사라면 축제는 곧 도사가 된다.

한계는 이들이 같은 등급의 전혼만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4품 주술사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지부의 경지 ‘몽무’이다. 그들은 꿈속을 돌아다니며 형태 없이 사람을 죽인다. 몽무를 마주쳤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잠을 자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 의식을 행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혼을 불러 빙의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이길 수 있어!”

조 은라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고무시켰다.

이때 그는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 바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등한시했던 관리 하나가 자신의 손목을 베어 흘린 선혈로 바닥에 기괴하고 복잡한 진문을 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으로 알아듣기 힘든 심오한 주문을 외웠다.

조 은라는 가슴이 철렁했다.

다음 순간, 강렬한 기기가 지부의 몸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머리 꼭대기에 가느다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어렴풋이 보니 희미한 사람 그림자였다.

바로 이때 두 은라의 칼끝이 날아왔다.

장도가 옷을 찢으며 지부의 몸을 베었다. 그리고 금속끼리 충돌하여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리 꼭대기의 검은 연기가 흔들거렸다.

동피철골.

“의식은 반드시 주술사 본인만이 행할 수 있다고 누가 너희에게 알려 준 것이냐? 사실 꼭두각시도 상관없다.”

지부 대인의 얼굴을 한 몽무가 비웃더니 손을 들어 두 은라의 목덜미를 잡았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두 은라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4품 무사가 은라 둘을 죽이는 일은 개미 두 마리를 잡아 죽이는 것만큼 간단한 일 아닌가.

“비열한 새끼!”

대당에 분노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늙은 짐승이 궁지에 몰려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그건 무능함에 격분한 강율중이었다. 그의 두 눈은 시뻘게졌으며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살아 있는 동라들은 너무 두려워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방금 은라 몇 명이 한 말은 단지 사기를 북돋기 위함이었다는 걸 드디어 깨달았다.

주술사가 확실히 근거리 몸싸움에 유리하지 않지만, 4품은 4품이다. 홍구(鴻溝)처럼 경지의 차이가 있다. 소위 근거리 몸싸움에 유리하지 않다는 말은 같은 품계의 다른 체계와 비교했을 때 통하는 소리였다.

“뭘 쪼는가?”

조 은라가 큰소리치자 동라들이 흠칫 놀랐다.

먹고 마시고 계집질과 도박에 모두 통달한 그 은라는 여전히 그의 군도를 휘두르던 참이었다. 그는 마치 태연하게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용사 같았다.

“양주향의 시간이네. 우리는 강 금라를 위해 양주향의 시간을 벌어야 해. 지금은 아직 이르다고.”

조 은라가 소리쳤다.

“요란스럽군.”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지부로 위장한 몽무는 손을 들어 기기를 손바닥에 모으고 힘껏 내리눌렀다.

공기 중에 지진파가 생겨나고 잔잔한 물결이 퍼져나갔다.

조 은라를 포함한 모든 야경꾼이 명치를 공격당해 피를 토하며 거꾸로 날아갔다.

그는 단지 한 번의 공격으로 야경꾼 전체를 휩쓸었다.

강율중은 이 모든 것을 이미 예감이라도 한 듯 눈을 감았고, 이 순간 오히려 분노가 사라졌다. 금방 다른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몽무는 다시금 주먹을 쥐었다. 그가 전혼을 불러 빙의하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그는 강율중과 쓸데없는 말을 더는 섞지 않을 계획이었다.

어쨌거나 앞으로의 일이 더 중요하다. 백제성을 장악하고 산적을 불러 모아 각 부 군현을 공격해야 한다. 반드시 조정이 반응하기 전에 운주를 점령해야 한다.

오늘이 바로 무신교가 수년 동안 도모한 끝에 열매를 수확하는 날이었다.

몽무가 주먹을 치자 기기가 공기와 마찰하더니 웅장한 포효 소리를 내며 대당 방향으로 바로 돌진했다.

한 그림자가 중간에 가로막았다. 바로 조 은라였다. 그는 두 손으로 장도를 잡은 채 허리를 숙이고 양쪽 다리로 지탱하여 울부짖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는 당연히 그의 인생 중에 최고의 단칼이었다.

검기(劍氣)가 붕괴되고 장도가 깨졌다. 가슴팍의 법기 은라가 파열되면서 무서운 기기가 조 은라를 밀쳐 대당으로 날려 보냈다. 대당 전체가 ‘우르릉’하고 흔들렸다.

강율중 역시 깜짝 놀랐다. 그는 황급히 기어가 숨이 곧 끊어질 듯한 부하를 품에 끌어안았다.

강율중은 조 은라를 만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온몸의 뼈가 성한 곳이 없었다. 오장육부도 마찬가지였다.

사천감에는 어쩌면 기사회생의 묘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운주에는 없었다.

아직 즉사하지 않은 건 아마 무사 최후의 발악인 듯했다.

조 은라는 줄곧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는 남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늘 자기 고집대로만 해서 여러 차례 강율중의 명령을 어겼다. 방금 그의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친 것처럼 말이다.

“자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가?”

강율중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조 은라는 피로 얼룩진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보였는데 잇몸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띄엄띄엄 얘기했다.

“대장, 저 올해 사실 첩을 들였어요. 하지만 아실까 두려워서 집에 데리고 있을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대장께서 저희 은라들을 자주 불러 밀회를 가지며 매년 횡령하는 은자가 오백 냥을 넘어서는 안 되고, 장사치를 한 번 약탈할 때 열 문(*文: 화폐 단위)을 넘어서는 안 되고, 상점과 술집에서는 한 번에 석 전을 넘으면 안 된다고 여러 번 타이르셨잖아요.

저희가 남몰래 대장을 비웃었다는 걸 아세요? 횡령조차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세상에 대장밖에 없을 거예요. 저희 은라 몇 명이 겉으로는 대장 말을 듣는 척하면서 사실 뒤에서 저희 마음대로 독직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첩을 어떻게 먹여 살리겠어요……. 대장, 실망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 저희 같은 놈들 때문에 속상해하실 필요 없어요. 위 공께서 정한 규율대로라면 저는 채시구에 끌려가서 참수당해야 하니까요. 당 형이 술을 좋아하니 만약 대장이 살아남는다면 매년 청명절에 잊지 말고 그에게 술 두 잔 더 따라주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마지막 요청은…… 저, 저는 타향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저를 경성으로 데려가 주세요…….”

조 은라의 눈동자에서 정기가 사라졌다.

“아이고!”

장 순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책했다.

“본관이 부주의했네, 본관이 부주의했어…….”

“지금 이런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강율중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동자 속의 슬픔은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어 세차게 흘러나와 끊임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로 변했다.

몽무는 천천히 걸어와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사실 운주를 분리하고 산적을 육성시켜 군대를 쟁여둘 계획이 아니야. 단지 유비무환의 암기(暗棋)일 뿐이지. 지금 같은 순간이 아니라 가장 필요할 때 쓰이겠지. 물론 주 경력이 장부의 문제를 찾아냈지만 우리의 계획에 따라 양천남을 내세워 죄를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었어. 그런데 제당이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그는 우리와 협력했다는 비밀을 폭로하고 너희들을 불러들였지.

더욱 예상 밖의 일은 일개 동라가 뜻밖에도 여기까지 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야. 나의 계획을 완전히 망쳐버렸어. 부득이하게 너희에게 손을 써서 운주를 미리 점령할 수밖에 없겠어. 미워하려면 허 동라를 미워하도록 해. 그가 일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너희는 원래 죽을 필요가 없었다고.

이제, 너희 먼저 가거라. 내가 그 동라를 끌어내 죽여 버릴 테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갑자기 거센 바람이 두 갈래로 급습했다. 곧 몽무가 손을 들어 갑자기 날아온 화살 두 개를 산산조각 냈다.

담장 위, 기운이 센 동라가 우뚝 서 있었다. 손에는 사천감 송경이 준 법기 군노를 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평범한 물건으로 변한 뒤였다.

그건 일생 동안 세 번밖에 쏘지 못한다.

“나 허칠안이 이렇게 체면이 서지 않았는가? 딱 잘라서 ‘그 동라’라고 하다니?”

그의 몸에는 피가 묻어 있었지만 모두 다른 사람의 피였다. 그는 오는 길에 남을 죽이면서 들어왔다.

말을 마친 허칠안의 시선이 죽어가는 두 은라의 몸과 중상을 입어 더는 싸울 수 없는 동라의 몸으로 향했다. 그러자 세상을 업신여기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는 무표정에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