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위로와 외면 (1)
‘세상에나, 정말 곧 급사할 것만 같다.’
허칠안은 지금 마치 72시간 동안 밤을 새우고 1000m를 달리라고 강요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심장이 쿵쿵쿵 미친 듯이 뛰면서 과부하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듯했다.
다행히 그는 연정경에서 기초를 튼튼히 다져 신체 근성과 내구성이 아주 강했다. 전생의 그였다면 이미 장례식장에 줄을 섰겠지……. 아니, 아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도를 닦은 사오일째 되는 날 이미 웃음을 머금고 갔을 것이다.
‘적어도 상대방의 존중을 얻었으니 제대로 소통할 수 있겠군……. 폭력을 쓰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는 게 가장 싫다. 온화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은가?’
허칠안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하며 우렁차게 말했다.
“서 장군님. 도지휘사 양천남이 무슨 사건에 휘말렸는지 알고 계십니까?”
서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 일은 진작에 운주 관리 사회에 퍼졌지만 도지휘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네.”
“억울한지 아닌지는 장군께서 결정하실 수 없습니다. 순무 대인께서도 결정하실 수 없지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허칠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달랬다.
“순무 대인은 이 사건 때문에 오신 겁니다. 지금 저희는 확실히 양 대인에게 매우 불리한 증거를 확보했지요. 하지만 순무 대인께서 경솔하게 판단하지 않으시고, 도지휘사사에 증거를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서 대인께서 아랑곳하지 않고 3천 대군을 이끌며 성 아래까지 오신 건 양 대인을 죽음으로 내몰겠다는 것입니까?”
서호신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네 본 장군에게 적당히 덮어씌우게. 어젯밤에 도지휘사사에서 보내온 밀서에 따르면 순무가 대오를 이끌고 도지휘사사 저택을 급습하고, 한 금라가 양 대인께 중상을 입혀 생명이 위독하다고 들었네. 설령 양 대인이 정말 죄를 지었다 해도 그건 3사에서 공동 심의를 할 것인데 자네들이 공당(公堂)을 거치지 않고 사적으로 저택에 침입한 건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여 자백받기 위함 아닌가?”
‘네가 뭘 알아? 이게 병귀신속(*兵貴神速: 군사는 신속성이 첫째다)이다. 상대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지. 만약 양천남이 진짜로 배후의 검은손이라면 그는 지금쯤 이미 반역을 꾀했겠지.’
“순무 대인이 일을 처리하심에 있어 그 나름대로 절차가 있습니다. 장군께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서 장군님께 상기시켜 드려야겠네요. 장군께서 병간하셔도 괜찮습니다. 허나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는 마십시오. 3천 병력으로는 백제성을 무너뜨릴 수 없고, 더욱이 운주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허칠안은 말을 마치자 눈을 부라리는 서호신을 발견했다. 그는 그 말에 격노한 듯했으나 곧 여유롭게 덧붙였다.
“하지만 장군께서 양 대인을 위해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그가 멀쩡하게 역참에 있고, 그 죄가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았는데 서 장군께서 그에게 미리 선고하실 겁니까?”
서호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확실히 좀 머뭇거렸다. 방금처럼 흥분하여 난폭하지는 않았다.
“보십시오. 사건도 아직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는데 서 장군께서 이러시다니요. 순무 대인이 조정에 보고하실 때 양천남이 군대를 거느리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며 무력으로 위협했다고 하면…… 그때 가면 운주에 오는 사람이 순무가 아닐 겁니다.”
허칠안은 위협을 마치고 다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장군과 도지휘사사가 허물없이 지내니 제 말은 믿지 않으시겠지만, 그녀의 말은 믿으시겠죠.”
이묘진은 양쪽 모두 시선을 본인에게 보내자 망설이다 말했다.
“현재 형세가 도지휘사에게 불리한 건 확실하나 병간은 옳은 길이 아닙니다. 서 장군께서는 흥분하지 마시고 순무 대인에게 시간을 좀 주시죠.”
양천남과 그녀는 전우 관계였으니 이묘진의 마음은 자연스레 양천남에게로 향했다. 허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 만약 병간이 유용하다면 이묘진은 진작에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래선 안 된다는 점이었다. 도지휘사사는 백제성이 관할하는 ‘위지휘사사’를 동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운주의 나머지 부 군현의 위소는 비록 도지휘사사에서 관리하지만 도지휘사가 전투를 지휘할 권리는 없었다. 그들은 매번 전투를 치를 때마다 조정에서 임시로 장수를 임명하였다.
마침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이묘진의 비연군이 시대의 요구에 의해 나타난 것이다.
‘위도지휘사사’의 삼오 천의 병력만으로는 순무 대인의 권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없었다. 헛되이 자신만 희생할 뿐이었다.
“흥! 본 장군은 기다릴 수 있네. 하지만 만약 장 순무가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못한다면 설령 본 장군이 응했다 해도 수하의 형제 몇천 명이 응하지 않을 걸세.”
서호신은 순순히 물러서는 태도로 바꿨다.
‘후…… 해결!’
허칠안은 한시름 놓았다.
이런 갈등을 마주하면 절대 흥분해서는 안 되며, 적당히 얼버무릴 줄 알아야 한다. 어느 야경꾼처럼 그렇게 굴면 이 일은 성가셔진다.
명탐정 허 색마는 본능적으로 전쟁을 꺼렸다. 전쟁은 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 게다가 이 일은 반드시 전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됐다.
후속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순무 대인에게 골칫거리로 남기면 된다.
* * *
한편, 도지휘사사에서 장 순무는 방금 장부 대조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분노한 채 모든 관원을 쳐다보며 탁자를 치고 욕을 퍼부었다.
“폐물이네, 전부 다 폐물이야.”
“양천남 죽일 놈. 설사 그가 배후의 주모자가 아닐지라도 독직한 죄명만으로 그를 유배 보내 노역에 종사하게 할 수 있네. 자네들도 그렇지. 도지휘사사에서 산적에게 군수물자를 수송한 액수가 이렇게나 경악스러운데 운주 관리 사회 전부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죄다 죽어야겠군.”
그들은 장부를 꼼꼼하게 대조한 결과, 공부에서 매년 운주로 수송한 군수물자 중에 사분의 일 가까이가 그 종적을 모른다는 해괴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중에는 활, 화약, 화기, 철광 등이 포함됐다.
관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사방으로 흩날리는 장 순무의 타액을 묵묵히 참아 냈다. 그들은 감히 말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장 순무는 한바탕 욕지거리를 한 후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마침 후반전을 준비하는 참에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한 동라가 통보도 거치지 않고 씩씩거리며 뛰어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
“순무 대인, 백제성에서 관할하는 위사의 위지휘사 서호신이 3천 대군을 이끌고 남성 밖에 집결하여 대인께서 풀어 주지 않으면 입성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입성은 완곡한 표현일 뿐, 사실은 성을 공격한다는 의미였다.
장 순무는 놀란 나머지 일어났다. 그리고 십여 명의 관원들은 자리에 있다가 한바탕 술렁거렸다.
“언제적 일인가? 현재 상황은 어떠하고?”
장 순무가 캐물었다.
“그 서호신이 입 밖으로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대인께서 반 시진 내에 그를 만나러 오라더군요. 시간이 이미 지났습니다만…….”
동라가 말을 마치고 관원들의 안색이 갑자기 변한 걸 보자 황급히 덧붙였다.
“허칠안이 기마 유격병 장군 이묘진을 데리고 협상하러 성을 나섰고, 현재 상황은 잘 모르겠습니다.”
장 순무는 두피가 저려 왔다. 운주의 군대가 이렇게 포악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놀라면서도 화가 나는 동시에 초조하면서 걱정됐다.
허칠안이 비록 사건 해결에 뛰어났지만, 장 순무는 그가 풋내기라는 걸 알았다. 그는 사람을 죽인 경험도 별로 없는데 하물며 무지막지만 군대와 대치하다니.
“누가 그에게 가라고 한 것이냐, 누가?”
장 순무는 탁자를 치며 울부짖었다.
그 동라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허칠안이 무리해서 나섰습니다. 본래는 은라들의 뜻에 따라 양천남을 데리고 함께 성을 지키며 지원을 기다리려 했습니다. 게다가 허칠안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논하자면 허칠안이 취한 전략이 더 안전하고 옳았다. 조정은 병사들의 군사 정변에 관해 통상적으로 달래는 조치를 취한다. 그런 뒤 우두머리를 참수하여 일벌백계한다.
군사를 동원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동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 순무가 보기엔 이 일은 이미 허칠안의 업무 능력 범위를 넘어선 게 분명했다.
“송 대인, 즉시 오성의 병마사(兵馬司)에 병력을 남성으로 집결시키라 통지하십시오. 각 관아의 아역들은 총출동하여 성안의 치안을 수호하십시오…….”
장 순무는 신속하게 안배했다. 그는 당황했으나 동요하지 않고 순무가 가져야 할 자질을 드러내 보였다.
* * *
“이랴, 이랴…….”
장 순무는 채찍질에 박차를 가하여 내달았다. 늙다리가 하마터면 몸이 부서질 뻔했다. 그는 강율중을 원망하려 입을 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찬바람에 맞서느라 ‘이랴’ 몇 마디 소리칠 용기만 있었다.
원래 장 순무의 안배에 따르면, 강율중은 먼저 남성으로 갔어야 했다. 4품 금라가 사태를 수습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하지만 강율중은 늙은 개처럼 딱 붙어서 순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순무 대인의 천한 목숨을 존재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자객에게 빼앗겨 명예로운 피를 볼까 봐 두려웠다.
강율중은 속으로 걱정했다. 위사군이 성을 공격할까 봐가 아니라 허칠안 그 자식의 하찮은 목숨이 걱정됐다.
그는 전쟁터에 나가 본 금라로서 군대의 까다로움과 무지막지함을 너무 잘 알았다. 그건 허칠안이 경성에서 위세를 떨치고, 형부 관아 앞에서 사람을 죽인 일과는 무관했다.
사실 그곳은 경성이었기에, 조당 우두머리들은 후환이 두려워 감히 건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은 운주다. 비적의 난이 활개 치는 운주. 무릇 머리에 허리띠를 맨 자는 도적떼든 군인이든 할 것 없이 만만한 자가 없다.
한마디라도 어긋나면 칼을 빼 들어 사람을 벨 가능성이 아주 컸다.
강율중은 점점 남성에 가까워지자 귓바퀴를 살짝 움직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러더니 한시름 내려놓았다는 듯 말했다.
“순무 대인, 이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좀 천천히 가시죠.”
장 순무는 입을 떼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강율중의 말을 한 귀로 듣고 상대하지 않았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강율중이 말했다.
‘응?’
장 순무는 어리둥절하더니 과연 속도를 낮추고 말고삐를 당겨 종종걸음으로 바꿨다.
“진짠가?”
“그렇습니다.”
강율중은 고품 무사다. 만약 성 밖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 그는 감지할 수 있다.
“보아하니 형세가 비교적 안정적인 듯합니다.”
장 순무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허칠안을 괄목상대했다.
“칠안이 형세를 진정시킨 것인가?”
강율중이 고개를 저었다.
“남성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알 수 있겠지요.”
반주향 후, 성벽의 윤곽이 보였다. 장 순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성벽 꼭대기에 성 방어군이 삼엄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수레 석궁과 화포 앞에서 병사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장 순무는 말의 배를 껴안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성벽 근처에서 말고삐를 늦추고 멈춘 뒤 관포의 아랫단을 들고 부랴부랴 계단을 올랐다.
붉은색 관포는 그의 신분을 상징하기에 감히 막아서는 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