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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22화 (222/712)

222화. 경악

“천종이 수양하는 건 천인합일(天人合一)이지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묘진이 먼저 주인을 배반하고 부귀영화를 도모한 여자 귀신 소소를 보더니, 다시 허칠안을 쳐다봤다.

전자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후자는 물었다.

“그래서요?”

강율중이 말을 이어받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인합일을 달성하고 싶으면, 우선 필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네. 소위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쓸모없는 물건으로 취급하지. 들리는 바에 의하면 천종 도사의 수련 품계가 높을수록 돌로 된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이 없어지고, 감정과 욕망이 없어진다고 하네. 설령 친아들이 죽었다 해도 조금도 슬퍼하지 않을 걸세.”

‘그럼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내가 키워야겠다.’

허칠안은 무의식적으로 이묘진을 쳐다봤다. 이묘진은 동라 눈에 악의가 있는 듯해 눈썹을 치켜세웠다.

강율중은 계속해서 말했다.

“천인합일은 하늘과 땅의 규칙 변화를 느끼고 깨달아서 변화무쌍한 기상(氣象)을 자신에게 녹여 내야 하네. 천종의 제자니 격물치지가 무엇인지 어떤 지식인보다도 잘 알겠지. 선, 악, 탐(貪) 등의 품성에 관해 아주 강한 직감을 지니고 있네.”

‘이건 사람 형태를 한 거짓말 탐지기 아닌가……. 아니, 사람 형태의 거짓말 탐지기는 사천감 술사다. 천종의 제자는 인간쓰레기 평가 기계인 건가?’

허칠안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묘진이 왜 이렇게 양천남을 신임하는지 드디어 알았다.

“하지만 사천감의 망기술에는 여전히 병폐가 있는데, 이 장군은…….”

허칠안은 어휘를 선택해 말했다.

“명색이 천종의 수련자로서 자신의 직감에 대해 자신을 가져야 하네.”

이묘진은 태연하게 말했다. 이는 도의심 문제다. 만약 자신의 직감에 의구심이 든다면 그건 자신에게 의구심이 드는 셈이었다. 그랬다간 조만간 심마(心魔)로 죽는다.

“그럼 저를 규명해 보십시오. 제 품성을 좀 보시죠.”

허칠안이 말했다.

이묘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짧네. 그건 긴 과정이야.”

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자네의 품성은 이미 얼굴에 쓰여 있네.”

‘젠장…….’

“양천남은 자신이 제당과 무신교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는 걸 안 후, 줄곧 자구책을 생각했습니다. 도지휘사사 내부의 제당 사람을 조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주민이 남긴 증거를 찾았지요. 만약 스스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안 된다면 소위 말하는 ‘증거’를 훼손하여 몸을 사리려 했습니다.”

이묘진은 양천남의 계획을 거리낌 없이 얘기했다.

‘합리적이다. 나라도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분명 나 자신부터 보호하겠지. 그러고 나서 능력에 맞게 사건을 조사하러 갈 거야.’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 순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양천남이 오는 내내 그에게 보였던 애매한 적개심을 떠올렸다. 상대방의 눈에 순무는 골칫거리를 만들러 온 자였다.

허칠안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장군님, 말로만 얘기하는 건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증거를 잡았습니다. 양천남이 설령 주동하지 않았다 해도 명색이 도지휘사로서 그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자고로 어느 관아든 문제가 생기면 일인자가 책임져야 하는 게 규칙이다.

“하물며 사천감의 망기술조차도 증거로 삼을 수 없는데, 이 장군의 격물치지라면 더욱이 조정을 설득할 수 없지요.”

4품 이상이 되면 사천감의 망기술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망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술사는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도문 천종의 공법(功法)은 거짓말하지 않지만, 이묘진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허칠안은 일어나서 여자 귀신 소소의 곁으로 걸어갔다.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찌르자 옥같이 아름다운 얼굴이 갑자기 움푹 파였다.

“뭐 하는 거예요?”

소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얼굴이 변형됐다.

“역시 종이로 만든 것이군.”

허칠안은 미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소소, 살아 있는 육신을 갖고 싶지 않아? 빙의하는 그런 거 말고 주인이 없는 몸 말이야.”

“죽은 사람이요?”

소소는 그를 곁눈질하며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죽은 몸뚱이는 한동안 사용하면 부패해요.”

“아니, 진정으로 주인이 없는 몸 말이야. 영혼은 없고.”

허칠안이 말했다.

소소의 얼굴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내가 사천감의 송경과 오래 알고 지냈는데, 그는 생명 연금술을 진행하고 있어. 궁극적인 목표는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육신을 만들어 내는 거야. 게다가 최근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어.”

허칠안이 진지하게 말했다.

“정, 정말이에요?”

사천감의 명성이 작용했는지 소소는 흥미를 보였다. 그녀는 어느 정도 그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진짜지. 네가 나를 따르기로 마음먹기만 한다면 내가 반드시 깨끗하고 주인이 없는 육신을 줄 수 있을 거야. 네가 주인을 떠나지 못하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내가 다른 생각이 있어.”

어쨌든 꼬시면 그만이다. 어린애들은 다 이렇게 속이는 거다.

먼저 그들에게 둥근 빵을 그려 주고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충분한 장점과 약속을 보여주면 그들은 그림의 떡인 둥근 빵에 홀려 당신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들이 나중에 속았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다.

“콜록콜록!”

장 순무가 기침 소리를 내어 옆길로 새지 말라고 동라를 일깨웠다. 여자 귀신을 꼬시는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면 된다.

허칠안은 리더의 뜻을 깨달았다. 그는 밑밥도 충분히 깔았으니 떠보며 물었다.

“이 장군님, 양천남과 장군님도 암암리에 도지휘사사 내부의 상황을 조사해 봤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두 분은 무슨 단서를 갖고 있습니까?”

‘만약 없다면 돌아가세요…….’

이묘진은 이미 구상을 다 해 놓은 듯했다. 촛불에 고개를 살짝 떨구니 위로 솟구친 긴 속눈썹이 빛을 가두어 아름다운 눈이 그늘에 가려졌다.

“주민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양천남과 협력하여 도지휘사사를 조사했습니다. 결국, 목표 인물을 특정 지었는데 역시 제당 사람이었죠. 하지만 그자는 매우 교활하여 위험을 눈치챈 듯했습니다. 저희가 행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몸을 숨기고 실종됐습니다.”

‘너 이 말은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야. 너 사람 찾는 거 아주 잘하지 않니? 주 백호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허칠안은 비아냥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장 순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자가 누구오?”

“주민과 마찬가지로 도지휘사사 경력사의 경력이었습니다. 발신과 수신 등 창고의 사무를 주관했지요.”

이묘진이 대답했다.

이묘진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검증하는 일은 사실 간단하다. 처음에 양앵앵의 거짓말을 까발릴 때처럼 하면 된다.

허칠안이 바로 물었다.

“이름, 나이, 외모, 집 주소 및 그의 가족과 친구…… 이 장군님이 이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가능하지요. 하지만 제가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아 내일 사람을 보내 역참에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이묘진이 말했다.

“그자의 외모는 여러분께 그려 드릴 수 있습니다.”

장 순무는 고개를 끄덕이곤 붓, 먹, 종이, 벼루를 가져오라 명령했다. 얼굴이 찌그러진 소소는 얌전히 연마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더는 이곳에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시시때때로 허칠안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얼마 뒤 이묘진은 초상화를 다 그렸다.

그림 속 사내는 앙상한 몸에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중년이었다. 그는 황백가, 정15호 개고기 점포의 사장이었다.

‘쒯…….’

허칠안은 개고기 점포 사장을 본 순간 머릿속에 이 말만이 남았다. 한참 뒤 그는 망연자실하면서 분노가 차올랐고, 살짝 두렵기까지 했다.

그는 우선 왜 일이 이렇게 풀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막연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IQ가 모욕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상대가 만약 나쁜 짓을 꾸민 거라면 자신이 그때 덫에 걸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에 두려웠다.

“이자는 양진태라고 합니다. 주민과는 다르게 그는 운주 토박이죠. 양천남의 말을 들어보니 이자는 그만의 경로를 통해 제당을 꼬드겼다고 합니다.”

이묘진이 말했다.

“도지휘사사의 경력이면 주민과 직급이 같은데…….”

장 순무는 생각에 잠긴 듯했고, 잠시 후 물었다.

“왜 그대와 양천남은 본관에게 일찌감치 연락해서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소?”

이묘진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녀는 처음부터 흐트러짐 없이 앉은 자세로 구릿빛 얼굴만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

“경찰이 있는 해는 조정의 당쟁이 격렬하죠. 위연이 이 기회에 각지에 있는 제당 관원을 빼낼지 어찌 알겠습니까?”

“본관은 천자를 대신하여 민심을 살피오. 응당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오. 백성을 살피고 탐관오리를 엄벌해야만 폐하의 신임과 위 공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지요.”

장 순무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묘진은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칼 맞아 뒈질 원경제…….’

허칠안은 이때 이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고, 탁자를 두드렸다. 세 사람이 힐끗 쳐다보자 그는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저 이자를 압니다!”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허칠안은 초상화를 주시하며 물었다.

“절름발이 아닙니까?”

“맞네. 양진태는 비적을 토벌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네.”

이묘진이 대답했다.

‘그 자식의 말은 문장부호 하나라도 믿으면 안 됐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몸은 그때 감동까지 받았다.’

허칠안은 또 쌍욕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정신 상태가 정말 나쁘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그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망기술을 시전하여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그렇게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터였다.

“어찌 된 일인가?”

장 순무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허칠안은 손을 저으며 미간을 쥐었다.

“순무 대인, 저 지금 머리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음, 어디 좀 다녀오게 허락해 주십시오. 다녀와서 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강율중을 쳐다봤다.

“강 금라께서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강율중이 장 순무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위 공께서 시시각각 순무 대인과 동행하며 보호하라 명령하셨네.”

‘알겠어. 일리가 있긴 하네. 내가 돌아온 후에 순무 대인의 머리를 누군가 따서 공으로 삼은 걸 보면 좋겠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럼 은라 둘을 붙여 주십시오. 그리고 호분위 30명만 더 빌려 주십시오.”

그는 자신이 좀 두려워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고, 모든 건 안전을 기하기 위함이라 치부했다.

“내가 함께 가겠네!”

이묘진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허칠안은 바로 말을 바꿨다.

“강 금라, 은라 셋을 붙여 주십시오.”

“…….”

이 동라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이묘진은 표독스럽게 그를 째려보았다.

이내 허칠안은 은라 셋과 호분위 30명 그리고 이묘진과 소소를 데리고, 말을 탄 채 역참을 나서서 황백가 암시장으로 내달았다.

얼마 전에 부대가 왔던 경험이 있었다. 성을 순찰하던 병사들은 한눈에 야경꾼 차복임을 알고 막지도 않고 오히려 알아서 길을 내어 줬더랬다.

경성에서 온 순무 대오는 편리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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