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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20화 (220/712)

220화. 범인 체포 (2)

이 금라의 주먹이 양천남의 가슴에 명중했다. 땅……! 천지간에 마치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양천남의 온몸에서 신광이 격렬하게 번쩍이더니 바로 다음 순간 빛이 쪼개지는 장면을 모든 이가 보았다.

동피철골에 상처를 입었다.

양천남은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대인!”

저택의 시위들은 찢어질 듯 눈을 부라리며 칼자루를 꽉 움켜쥔 채 이 불청객들과 생사를 겨루고자 했다.

“모, 모두 멈추시오…….”

양천남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머리가 마구 헝클어지고, 곧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장 순무는 때맞춰 나타나 곤경에 처한 도지휘사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양 대인, 부하들을 잘 단속하시게.”

양천남은 휘청거리며 걸어와 장 순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헤헤거렸다.

“본관은 좌우간 2품 고관이온데 장 순무께서 한밤중에 대오를 거느리고 본관의 저택에 뛰어드시는 건 군사를 경솔하게 동원하시는 겁니다. 본관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자네가 확실히 알아도 나쁘진 않지.”

장 순무는 당연히 조정의 관중들 앞에서 보물을 꺼내지 않을 것이기에 나지막이 말했다.

“주민의 장부를 본관이 이미 손에 넣었네.”

양천남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불가능합니다!”

장 순무는 냉소를 띠었다.

“양 대인은 본관을 따라 역참으로 가지. 가면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것이야.”

그는 말을 마치고 큰소리로 외쳤다.

“연행하거라. 막아서는 자는 즉각 참수할 것이다!”

시위들이 일제히 앞으로 한 발 나서 이를 악물고 작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양천남에게 꾸짖음을 듣고는 돌아갔다. 순무의 사건 처리를 방해하고 ‘범인’을 빼앗는 건 죽을죄다.

양천남은 야경꾼의 대담함과 단호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금라의 전력은 더욱 의심치 않았기에 아랫사람이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길 바랐다.

즉시 호분위가 앞으로 나아가 가쇄를 꺼내 양천남에게 채우고 그를 저택 밖으로 압송했다.

위풍당당한 130여 명이 도지휘사 저택을 나섰다.

* * *

“뭐라고? 야경군이 한밤중에 양부에 난입하여 도지휘사 대인을 데리고 갔다고?”

이묘진은 백제성 밖, 군막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일어서서 상황을 보고하러 온 검은 옷의 망령을 노려보았다. 이는 그녀가 양천남 저택에 남겨둔 밀정으로 3일에 한 번씩 교대했다.

시간이 길어지고 망령이 영양을 공급하는 음기를 얻지 못하면 사라질 터였다.

소소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순무가 이렇게 오만한 자인가요? 증거도 없는데 감히 사람을 잡다니? 그가 지금 백제성에서 가장 높은 관리라고 해도 아무런 근거 없이 감히 양 대인을 건드리다니요. 주인님, 3천 병마를 전부 집결시켜 역참을 평정하고 그 허 씨 성의 동라를 백제성 꼭대기에 매달아 버리길 제안합니다.”

이묘진이 점점 냉정을 되찾더니 그녀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음, 일리 있어. 그럼 적진으로 돌격할 선봉장을 소소로 임명하겠다.”

소소는 머리를 움츠렸다.

“저희 아무래도 대봉 율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썩 꺼져.”

“오.”

소소는 쭈뼛거리며 억울하다는 듯 몸을 일으켜 천막을 나갔다.

“돌아와!”

이묘진이 소리쳤다.

“알겠어요, 주인님.”

아리따운 소소의 얼굴에 먹구름이 순식간에 걷히고 달콤한 웃음이 피어났다.

“너 그 허칠안이 정말 암암리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니?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게 확실해?”

이묘진은 의심의 눈초리로 소소를 쳐다봤다.

“네, 확실해요.”

소소가 재빨리 고개를 저으니 연약한 몸이 흔들리면서 치맛자락이 나풀거렸다.

“다른 자는?”

“저는 허칠안과 그의 동료 둘만 책임지고 감시했지, 다른 야경꾼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이 남몰래 조사하지만 않았으면 다른 자는 등한시해도 상관없었다. 그 자식이 소소의 미행을 알아차렸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묘진은 그가 3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만 관심 있었다. 설령 소소의 미행이 발각됐을지라도 그가 사건을 수사하여 획기적인 진전이 없는 한 발각 여부가 무슨 상관있겠는가.

기왕 허칠안이 ‘증거’를 확보한 게 아니라면 순무가 양천남을 체포할 이유와 목적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건가?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내려는 건가?

그럴 일은 없다. 떳떳한 순무가 이렇게 지혜롭지 않은 일을 할 리 없다.

“여봐라!”

이묘진이 소리쳤다.

군막 밖에서 숙직하던 시위가 소리가 나자마자 들어왔다.

“병마를 전부 소집하여 동이 틀 때 성에 들어가거라.”

“네!”

이어 그녀는 소소를 보며 말했다.

“너는 나와 함께 가자. 밤새 성에 들어갈 것이다. 순무를 찾아뵈러 가야겠다.”

* * *

“양천남, 자네는 전 공부상서를 필두로 하는 제당과 함께 무신교와 결탁하여 암암리에 산적을 돕고, 군수물자를 수송함으로써 화근을 길러 자신의 신분을 높였네.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 건가?”

장 순무는 역참의 방 안에서 사나운 표정을 짓고 말을 거칠게 내뱉으며 장부를 매섭게 내던졌다. 그러고는 양천남의 얼굴을 내리쳤다.

장부가 ‘화라락’ 바닥에 떨어져 펼쳐졌다. 양천남은 고개를 숙여 몇 번 보더니 얼굴빛이 변했다.

강율중은 허리를 굽혀 장부를 줍고 별다른 표정 없이 장 순무를 쳐다보며 속으로 말했다.

‘방금 양 씨가 한 발 보탰으면 어렵사리 찾은 증거가 없어졌을 거야.’

다행히 그가 미리 상대에게 심한 타격을 입혀 맥이 약해진 터라, 양천남은 당분간 보통 사람과 다름없었다. 심지어 보통 사람보다도 못했다.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꼬투리를 잡아 모함할 수 있겠죠.”

양천남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는 가쇄와 족쇄를 차고 침상 옆에 앉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양 대인, 허울 좋은 말들은 하지 마시지요?”

말을 한 자는 허칠안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동라의 신분으로 방 안에 서 있었다.

백의 술사 셋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 장부는 자네가 찾은 건가?”

양천남이 그를 주시했다.

순무 대오가 운주에 온 둘째 날 이묘진이 그에게 말했다. 허칠안이라는 동라가 이번 순무 대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심지어 그녀는 양천남의 운명이 어느 정도는 그 동라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양천남은 이묘진의 말을 마음속에 새겨듣고 허칠안이라는 동라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허나 그가 어떠한 대응도 하기 전에 일개 동라가 미리 결말을 지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워 미처 막아낼 길이 없었다.

“저입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대단해…….”

양천남은 고개를 저으며 실소했다.

“역시 재능이 출중한 사람은 대부분 젊군그래. 이묘진이 내게 자네에 대해 언급하여 자네를 얕보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방심했네.”

‘너, 너뿐만이 아니라 나도 그래…….’

장 순무는 속으로 묵묵히 맞장구를 쳤다.

허칠안의 업무 능력이 이 정도까지 대단한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양천남이 허칠안을 쳐다보며 물었다.

“연신경에 충격을 가하고 있나?”

“그렇습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도지휘사니 이호보다 훨씬 안목이 좋군. 이 몸이 정정당당하게 도를 닦는데 나를 욕망에 눈먼 호색가라고 의심하다니. 보아하니 어느 시대든 다크서클은 피해를 보는군.’

장 순무와 강율중은 뒷짐을 진 채 방관하여 재촉하지도 말참견하지도 않고 허칠안을 최대한 존중했다.

“양 대인께서는 제당의 사람이지요? 이 점은 부인하지 않지요?”

허칠안은 간단하게 잡담 몇 마디를 나눈 뒤 곧장 주제로 들어갔다. 바로 장 순무를 대신해 심문하는 일이었다.

양천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부친은 제지(齊地) 사람으로 병부에 재직하던 그해, 그때 당시 병부시랑의 신임을 받아 제당에 들어갔네.”

허칠안은 망연히 장 순무를 쳐다봤다.

장 순무가 설명했다.

“제당은 제지 사람이 조직한 당파로 양천남 부친 시절에 제당이 좌지우지한 건 병부네. 전부 10년 전의 일일세.”

양천남이 계속해서 말했다.

“내 부친은 항상 제당에서 비주류 인물이었고, 나 역시 그러했네. 내가 운주로 발령 나고 십수 년 동안 여러 번 공을 세워 현재의 위치까지 서서히 올라왔지. 그중에 제당이 조정에서 나를 위해 알선한 공로도 분명 있지만, 나는 그들과 관계가 결코 가깝지 않네. 경성에 중요 업무를 보고하러 올 때 모이는 걸 제외하고 말이야. 운주와 경성은 만 리나 떨어져 있으니 그렇게 부친이 쌓은 정에 의지하여 유지했던 걸세.”

장 순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양천남은 공로를 세워 올라갔으니 화근을 길러 자신의 지위를 높였다는 죄명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야경꾼 관아의 평가에도 부합했다.

“허나 내가 제당에 군수물자를 수송하고 무신교와 결탁했다고 말한다면 본관은 정말 억울하네.”

양천남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도지휘사네. 운주에 나보다 더 높은 관리가 있는가? 화근을 길러 내 지위를 높였다라. 허, 운주 백성을 위해 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면 본관도 이 해괴한 곳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원하네.”

‘말을 참 번지르르하게 하는군. 내 전생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누명을 벗기 위해 저렇게 말하곤 하지.’

허칠안은 속으로 껄껄거렸다. 그는 한 글자도 믿지 않았고, 손에 넣은 증거만 믿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준에 부합하는 심문관으로서 대화를 이끄는 법을 잘 알았다. 그래서 내친김에 물었다.

“양 대인의 말에 의하면 이 일 배후에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단 말입니까?”

양천남은 장 순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순무 대인께서는 운주에 있는 제당 사람이 저뿐이라 여기십니까? 제당이 무신교와 결탁하여 군수물자를 수송한 일의 배후 주모자가 꼭 저일까요? 도지휘사사에 제당 사람이 저뿐일까요?”

장 순무는 고개를 저었다.

“도지휘사 대인, 흉하네.”

이 모든 말은 양천남의 변명처럼 들렸다. 확실히 변명이다. 소위 변명은 증거 없이 도리를 밝히는 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명색이 도지휘사다. 관아에서 산적들에게 군수물자를 수송하면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 누구일까? 틀림없이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이 고관이다.

이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양 대인, 당신들 중에 반역자가 생겼군요.”

허칠안도 그가 변명한다고 생각했지만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양천남은 그들의 불신을 간파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제당이 이런 일을 벌인 건 사실이지만, 주민이 죽고 난 후에야 모든 일의 맥락을 뒤늦게 알았네. 똑똑히 보일 것이네. 나는 제당이 속죄양으로 삼은 거야. 진짜로 무신교와 결탁하여 산적을 도운 사람은 다른 자네. 나는 본래 몰래 증거를 찾아 훼손하여 명철보신(明哲保身)하려 했네. 한데, 애석하게도 자네들이 한발 빨랐네.”

‘이게 한발 빠른 거라고? 이건 네가 아직 샘물을 내보내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미 높은 곳으로 올린 거야…….’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백의 둘을 쳐다봤다.

보름 동안 관전만 하던 술사 셋이 드디어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줄곧 망기술로 양천남을 관찰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백의 술사 하나가 대답했다.

“같다고요?”

허칠안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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