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범인 체포 (1)
모든 일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장 순무와 송 포정사는 협력하여 ‘우리는 양천남을 칠 계획이다’라는 신호를 모든 관원에게 흘려 그들이 줄 서게끔 강요했다.
하지만 양천남은 그 서신을 받은 후 단숨에 배짱이 생긴 듯, 더는 침묵을 유지하지 않았다. 양천남은 심지어 웃으며 그를 조롱하였다.
‘상대방에게 무슨 믿을 구석이 생긴 건지 모르겠군.’
장 순무는 미간을 문질렀다.
“어찌 됐든 순무 대인께서는 관리 사회의 문제만 해결하시면 됩니다. 무력 방면으로는 제가 있고, 사건 수사에는 허칠안이 있지 않습니까.”
강율중이 말고삐를 쥐면서 위로를 건넸다.
장 순무는 읊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칠안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겠군. 그가 하루 빨리 수수께끼를 풀고 주민이 남긴 증거를 찾았으면 좋겠네.”
“무슨 거지같은 암호길래. 주민도 정말이지 사람을 가지고 놉니다.”
강율중이 욕지거리를 했다.
장 순무는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 * *
대오는 해가 저물기 전에 백제성으로 돌아왔다. 장 순무는 금빛 노을이 찬란한 석양을 등지고 대대를 거느리고 역참 방향으로 향했다.
야간 통행을 금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본래는 외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경성이 아니었다. 순무는 운주에서 가장 높은 관리라 야간 통행 금지로 그를 저지할 수 없다.
역참의 역졸들은 순무 대인이 오늘 돌아온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곤, 열의에 차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마차가 역참 문 앞에 멈췄고, 장 순무는 수행원이 깔아 놓은 나무 의자를 밟고 마차에서 내렸다. 역참에 남아 지키던 동라 몇몇과 허칠안 삼 인이 마당에서 공손히 그를 기다렸다.
장 순무는 마침 양천남의 반응에 마음을 졸이던 참이라 허칠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네 무슨 일인가?”
허칠안의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고, 다크서클은 더는 까맣지 않았다. 눈두덩이는 검푸른 것이 다소 부어 있었다. 마치 언제든지 바람을 따라 날아가다가 죽어 승천할 것 같았다.
강율중은 성큼성큼 다가가 정신을 가다듬고 허칠안을 쳐다봤다.
“며칠 됐나?”
허칠안이 괴로워하며 말했다.
“15일 됐습니다.”
“…….”
강 금라는 찬 공기를 마시며 물었다.
“현재 상태가 어떠한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언제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칠안이 무신경하게 말했다.
‘그럼 아직 극한에 달하지 않았군. 이 자식 원신의 잠재력이 이렇게 크다고? 그가 연신경으로 승직하면 원신이 어느 정도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하려나?’
연신경의 무사는 정신력이 극도로 예민해져 주변의 어떠한 경미한 변화도 감각과 지각을 속일 수 없었다. 특히 적의를 띈 것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므로 연신경의 무사는 거의 매복에 당하지 않았다. 동시에 정신력과 체력, 원기 삼자가 합쳐져 상생하면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회포를 다 풀자 장 순무는 꾹 참으며 물었다.
“칠안, 주민의 암호에 관해 갈피를 잡았는가?”
“이미 장부를 손에 넣었습니다.”
허칠안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장 순무도 듣더니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낙심하지 마시게. 결국에는 암호를 풀 수 있을…….”
그는 갑자기 멈춰서 아무런 소리 없이 허칠안을 바라봤다.
‘암호를 풀었다고?!’
이 순간, 장 순무는 귀가 귀지에 막힌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파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순무 대인이 보기에 주민 사건은 아주 난해했다. 그리고 암호를 제외한 다른 단서도 더는 없기에 조사하기 시작하면 산 넘어 산일 테니, 그는 장기전을 할 준비를 다 마쳤다. 그는 설령 봄이 오기 전까지 경성에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사건을 끝까지 추적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장기전을 아직 시작하기도 전에 증거를 손에 넣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는 주민 사건이 끝났고, 운주행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했다.
양천남은 끝났다.
장 순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마치 그를 처음 알았을 때처럼 시선을 허칠안에게 두고 반복해서 훑어보았다.
그는 자신이 이 젊은 동라를 여전히 얕잡아 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 공의 높은 평가와 허칠안이 보여 준 능력으로 그는 이미 허칠안을 통한 자신감을 최대치로 가졌다. 그러나 여전히 허칠안을 잘 알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아챘다.
이자는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될 것이다.
대략 15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며 거사를 위한 초석을 깔았기 때문에 사건의 진척에 대해 강율중은 기쁘고 안심될 뿐이었다. 그는 이것이 허칠안의 능력 범위에 부합하는 성과라 여겨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허칠안은 금라가 될 자질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금라의 자질이 더욱 탄탄해졌다. 예전에는 그래도 반반이었다면 지금은 7:3이었다.
장 순무는 가슴속의 기쁨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나를 따라오게.”
장 순무는 앞장서서 모든 이를 제쳐두고 대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허칠안과 강율중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 * *
“증거를 잡았는가?”
허칠안이 문을 닫자 순무 대인은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면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칠안은 품에서 장부를 꺼내 건넸다.
장 순무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장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허둥지둥 열지 않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모든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장부를 읽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군, 몸서리가……. 이렇게 엄청난 액수라니. 양천남 이 죽어 마땅한 놈.”
장 순무는 다 본 뒤 손가락으로 힘껏 장부를 조였다.
‘……순무 대인은 역시 지식인답군. 나는 장부를 반나절 보고 나서야 갈피를 좀 잡았는데.’
허칠안은 약간 탄복한 어조로 물었다.
“이렇게 엄청난 액수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장 순무는 그를 쳐다보곤 못 들은 듯 반복해서 말했다.
“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군, 몸서리가…….”
“…….”
허칠안은 이해했다. 액수는 방대하지만 묻지 마라. 들으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장 순무는 정중하게 장부를 챙긴 후 기침을 하더니 물었다.
“자네는 암호를 어떻게 푼 것인가?”
“대단했지요.”
허칠안은 즉시 자신이 암호를 푼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두 동료의 공로도 잊지 않았다.
“송정풍과 주광효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비밀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귀신을 사육하는 데 몸을 바치느라 개인의 체면을 버렸습니다. 그 숭고한 희생은 참 감동적이었지요.”
“귀신을 사육하는 데 몸을 바쳤다니?”
순무 대인은 깜짝 놀랐다.
“그렇습니다. 어제 외출할 때 원령이 못된 짓을 하려고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송정풍과 주광효가 몸을 사리지 않고 목숨을 내던져…….”
허칠안은 진실된 어조로 말했다.
“무신교가 귀신을 키우고 부리는 데 능하지 않습니까. 음, 보아하니 무신교 놈들이 백제성에 숨어 있는 듯합니다.”
강율중이 미간을 치켜올렸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무신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게 합리적일 거라 판단했다.
“순무 대인,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장 순무는 수염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띠었다.
“신속한 처리!”
그는 화제를 돌려 다시 말했다.
“급하지 않으니 밥 먹고 얘기하지.”
* * *
장 순무는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 편이라, 석상(席上)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손짓하여 송정풍과 주광효를 불렀다. 두 동라를 바라보며 순무 대인이 온화하게 말했다.
“칠안에게 들으니 자네 둘이 사건 수사 기간에 큰 공을 세웠더군.”
송정풍과 주광효가 즉시 허칠안을 쳐다보며 뭉클해했다. 허칠안이 순무 대인 앞에서 그들을 위해 공치사했음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공로는 좋은 거다. 우선은 승직에 관계되고, 그다음으로 운주의 임무가 끝나면 관아에서 개인이 세운 공에 따라 어느 정도 상금을 줄 것이다.
그것도 아주 푸짐하게 말이다.
‘……좋은 친구야!’
송정풍과 주광효는 아주 감동했다.
“소직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순무 대인의 근심을 함께 하고, 조정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송정풍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주광효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장 순무는 지지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친절하게 말했다.
“칠안 말로는 자네들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귀신을 사육하는 데 몸을 바쳤다지? 사건 처리를 방해하는 원령에 맞서느라 아주 큰 희생을 치렀다고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는가?”
송정풍과 주광효의 얼굴에 감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의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어째 말을 하지 않는가?”
“대인……. 작은 건이라 대인께서 직접 물으실 가치가 없습니다.”
송정풍이 쓴웃음을 지었다.
장 순무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을 마치고 본관이 접본을 쓸 것인데 모든 이의 공로를 전부 다 기록하여 조정에 올릴 것이네. 그때가 되면 자네들의 공적에 따라 알맞은 상을 내릴 걸세.”
송정풍과 주광효 두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순무 대인, 소직이 싫은 게 아니라 다만…… 다만 그 원령에게 원신을 다쳐 정신이 다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손으로는 얼굴을 가리고 한 손은 휘두르면서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 * *
저녁 식사 후, 강율중과 장 순무는 호분위에 야경꾼을 더해 총 130명의 대오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도지휘사의 저택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은 칼과 창, 활 등의 장비로 완전 무장하고, 심지어 화통까지 갖춰 도지휘사 양천남의 완강한 저항에 대비하였다.
장 순무가 밤에 체포하려는 건 상대와 운주 관리 사회 전체에게 손을 쓸 틈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상대방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길을 따라가다가 성을 순찰하는 수비대를 두 번 마주쳤다. 하지만 순무 대인은 강한 태도로 평정하고, 낭랑한 철갑옷 소리와 함께 체포 대오가 양천남의 저택에 도착했다.
강율중이 말 등에 앉아 손을 크게 흔들었다.
한 은라가 말 등에서 내려와 저택 문까지 빠르게 내달았다. 그러더니 허리를 숙이고 살짝 힘을 준 후 주먹으로 쳤다.
쾅!
두껍고 무거운 대문이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산산조각 난 나무 조각들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야경꾼들이 호분위를 거느리고 저택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쪽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순무 대인께서 사건을 처리하시니 막아서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양천남 저택의 시위들은 모두 군대의 명수로 포악하고 다루기 어려웠고, 순무를 겁내지도 않았다. 그들은 칼을 휘두르며 어도위와 싸우기 시작했다.
“젠장, 이 군인 깡패 무리가 운주에서 날뛰는 게 습관이 됐나보군?”
한 은라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칼을 빼 들었다.
도지휘사 저택에도 고수가 있었고, 재빨리 뛰어나와 은라와 뒤엉켰다.
“멈춰!”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양천남이 피풍을 걸치고 나와 은라 둘을 주먹으로 격퇴했다. 그대로 그는 시위 몇몇의 생명을 구했다.
“흥!”
강율중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전하다가 성큼성큼 걸어 나가 양천남을 향해 다섯 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의 굵직한 손가락 마디는 표피에 신광(神光)을 띠고 있어 피와 살 같지 않고 오히려 청금(靑金)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거침없는 기기가 양천남을 뒤덮었고, 강율중이 주먹을 불끈 쥐어 그를 꽉 조여 날아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