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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07화 (207/712)

207화. 심문 (1)

끽- 쿵!

방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방 안에는 세 사람만이 남았고, 송정풍이 말했다.

“소소 낭자…….”

소소가 맞은편에서 붉은 입술을 조금 벌려 비현실적이고 진실하지 않은 음기를 내뿜으니, 기운이 두 사람의 얼굴에 흩어졌다.

그들의 눈빛이 마치 꼭두각시처럼 단숨에 멍해졌다.

송정풍은 얼이 빠진 사이 방을 나서는 주광효를 보았다. 방 안에는 그와 소소만이 남았다. 이때 소소 낭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치마를 벗었다.

그녀는 비단 치마와 속바지를 하나하나 벗어던졌다.

“소, 소소 낭자 이러지 마시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소소 낭자, 우리 기둥 옆으로 가서…….”

같은 환술이 주광효의 눈에도 일어났다. 그는 송정풍처럼 위선적이지 않았다. 그는 죽으라고 일에 매진하는 사람으로서 소소 낭자를 이끌고 탁자 위에 앉았다.

* * *

“픽!”

허칠안은 기기로 종이에 불을 붙이고, 종이 재를 술주전자 안에 내던졌다. 잠시 후 종이가 거의 다 연소하자 푸른 연기가 주전자 입구에서 솟아 나왔다. 그리고 거친 자기로 구운 술주전자의 표면에 번잡한 주문이 나타났다.

이는 도문의 봉령(封靈) 주문으로 특별히 귀신을 잡는 데 쓰는 것이었다.

이 주문을 시전할 때는 물건 하나를 찾아 매개체로 삼아야 한다. 잔, 병, 주머니, 주전자, 단지 모두 가능하다. 병 입구를 악령에게 조준하면 주문에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그는 병을 품에 숨기고 옥가락지를 손바닥에 쥔 채 성큼성큼 방으로 돌아갔다.

* * *

그는 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의 굵직한 호흡 소리를 들었다. 남자 목소리였다. 허칠안은 마음이 무거워지며 좋지 않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아무래도 이 여자 귀신을 과소평가했다.’

소소가 방 안에 있다가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큰 소리로 말했다.

“허 공자셔요? 두 공자님께서 왜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실성하셨어요. 빨리 오셔서 보세요.”

허칠안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장단을 맞추며 ‘총총총’ 방문을 밀어젖혔다.

방 안에서는 송정풍이 기둥을 껴안고 광분하여 부딪히고 있었고, 주광효는 두 손으로 탁자 가장자리를 누르고 허리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

허칠안은 얼이 빠졌다.

바로 이때 문 옆에 매복해 있던 소소가 기회를 잡아 그에게 음기를 내뿜었다.

허칠안은 의식이 잠시 혼탁해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정신을 차렸다. 손바닥 안의 옥가락지는 계속해서 따뜻한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장단을 맞추기로 했다. 눈동자가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환술에 걸린 체했다.

탁.

방문이 살짝 닫혔고, 가벼운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소 낭자는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방안을 한 바퀴 돌더니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 남자!”

그녀는 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러자 그녀는 여성스럽고 아리따운 여인에서 도도한 여왕으로 변했다.

그녀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에 푹 빠진 두 동라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허칠안을 바라보며 버들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 몸이 네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솔직히 대답하거라.”

허칠안은 풀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말을 잘 듣는 장난감 인형 같았다.

소소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주민은 야경꾼의 첩자인가?”

“네.”

‘……주인님의 말씀과 일치한다!’

소소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더는 의심을 품지 않고 간단하게 추려서 얘기했다.

“너희가 파악한 모든 정보를 내게 말하거라.”

그런데 맞은편의 그 동라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말했다.

“꿈 깨!”

‘응?’

소소는 어리둥절했다. 이어 그녀는 허칠안이라는 동라가 침착하게 품에서 술주전자를 더듬어 꺼내더니 뚜껑을 비틀어 여는 것을 보았다. 뒤이어 그 입구를 자신에게 조준하는 게 보였다.

“빨아들여!”

그는 이 과정에서 줄곧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몽롱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가 술주전자를 더듬어 꺼낼 때 소소는 뒤늦게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순간 강력한 흡입력이 그녀를 뒤덮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영체(靈體)를 끌어당겨 주전자로 집어넣었다.

“허, 여인!”

허칠안은 눈을 반짝이며 표정을 회복하고 미소를 지으며 주전자 뚜껑을 덮었다.

방 안, 송정풍과 주광효…….

‘여자 귀신의 환술이 강해 아직 효과가 가시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휴대전화가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아니면 그 둘의 모습을 찍었을 텐데. 평생의 흑역사를…….’

허칠안은 두 동료의 ‘행복한 꿈’을 방해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망기술을 기록한 종이에 불을 붙여 창가로 걸어가 천천히 거리를 훑어보며 의심할 만한 인물이 있는지 수색했다.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하얀 운명들뿐이었다. 망기술의 정의에 의하면 흰빛은 보통 사람을 의미했다.

“후…….”

허칠안은 탁한 숨을 내뱉고선 탁자로 돌아왔다. 그는 앉아서 차를 마시며 환술 효과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10분 정도 지난 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송정풍과 주광효가 갑자기 굳었다. 그들은 10여 초 뒤 꼿꼿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허칠안은 기절한 두 사람을 보자 마음이 동요하며 대담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송정풍을 들쳐 매고 옆방에 가서 ‘착착’ 싸대기를 두 대 때렸다. 송정풍은 잠꼬대를 하듯 ‘음’ 소리를 내더니 피로로 가득한 눈을 떴다.

“칠안?”

송정풍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소, 소소 낭자는?”

“갔네!”

허칠안이 ‘망연자실하며’ 말했다.

“내가 뒷간에서 돌아오니 마침 그녀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나가더군. 게다가 절뚝거리며 걸었어. 당연히 만류해 보았지만, 그녀는 황급히 가 버렸네. 불러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녀를 찾을 거야. 나는 그녀를 찾을 걸세. 그녀에게 장가들겠네.”

송정풍이 갑자기 팔짝 뛰더니 비틀거렸다. 그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했다.

환술은 원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바로 현기증이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점점 갈수록 기가 허해지는 걸까.”

송정풍이 허칠안을 힘껏 밀치며 말했다.

“칠안, 자네가 빨리 그녀를 쫓아가 주게. 그녀는 내게 아직 시집오지 않은 아내야.”

‘자네가 말하는 아직 시집오지 않은 아내가 옆방의 그 기둥이야?’

허칠안은 웃겨서 기침하며 말했다.

“자네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 송정풍은 비록 호색가이지만 뼛속은 여전히 보수적이라서 한량짓은 저녁에 침상에서만 할 수 있었다. 그는 찻집에서 대낮에 노골적으로 음란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했다.

“자네 서두르지 말게. 우선 앉아서 좀 쉬고 있게. 내가 밖에 나가서 좀 보겠네. 분명 그녀를 찾아올 수 있을 거야.”

* * *

허칠안은 방을 나서서 옆방으로 돌아갔다.

착착!

그는 주광효를 싸대기 두 대로 깨웠다.

주광효의 반응은 송정풍보다 컸다. 그는 허칠안을 보더니 아주 부끄럽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무의식적으로 사타구니를 움켜쥐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다소 망연자실하여 좌우를 살펴보더니 물었다.

“소…… 소소 낭자는?”

허칠안이 말했다.

“방금 갔네. 아래층에서 그녀와 마주쳤는데 내가 아무리 만류해도 그녀는 단호하게 가 버리더군. 자네가 그녀를 화나게 한 건 아닌가?”

주광효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갈 때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나?”

허칠안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마 발을 삐끗했던 것 같네.”

‘길을 걷는데 절뚝거리다니…….’

주광효는 말을 듣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칠안, 내가, 내가 잘못했네……. 나는 경성에 돌아갈 면목이 없어. 약혼녀를 볼 면목은 더더욱 없네.”

“무슨 일인가? 제대로 얘기하게.”

허칠안이 서둘러 위로했다.

주광효는 방금 발생한 일을 얘기했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후회가 막심했다.

“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네. 순간 머리가 달아올라 소소 낭자에게 그렇게 짐승만도 못한 일을 저질렀네. 나는 분명 약혼녀가 있는데도 말이야. 그녀, 그녀는 처녀인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나?”

설령 며칠에 한 번씩은 교방사를 간다 해도, 교방사의 여인과 양갓집 여인은 달랐다.

‘음, 어린아이야 전부 다 가지고 싶어 하지만, 어른은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지. 광효 학우는 이지적이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네 잘 생각해야겠어.”

주광효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자네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하네.”

‘나는 놀랍지 않지. 옆방의 송 형과 네가 같은 생각이고…….’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일이 이미 벌어졌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어쩌면 그 소소도 단지 인생에 스쳐 가는 나그네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소소 낭자에게도 말이야.”

주광효는 그 말을 듣더니 넋을 잃었다.

‘……세상에나. 참느라 힘들어 죽을 뻔했네, 하하하!’

허칠안은 주광효의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마터면 손을 뻗어 입을 가릴 뻔했다.

이른바 소소 낭자가 사실은 여자 귀신이었다고 그들에게 바로 알리면, 송정풍과 주광효는 기껏해야 창피해하면서 맞장구치며 몇 마디 욕지거리하고 말았을 터였다.

나중에 얘기가 나와도 추하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이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가. 허칠안 앞에서 한 말이 많을수록 나중에 진실을 안 후에 더 수치스러워 데굴데굴 뒹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는 허칠안 자신이 지서 단체 채팅방에서 허풍을 떤 후에 이따금 신분이 탄로 나 느낄 어색함을 두려워하다가 얻은 영감이었다.

‘나중에 내 신분이 드러나서 사람 구실을 할 면목이 없을 때 송 형과 주 형 두 동지를 떠올리면 마음이 많이 편해질 거야. 이것이야말로 형제 아닌가.’

* * *

송정풍과 주광효는 찻집을 나오자 유달리 말이 없어졌다.

송 형은 자신이 드디어 가정을 꾸려 독립하겠다는 생각이 생겼는데 결국 쉽게 소실될 부부의 인연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때문에 매우 울적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최면을 걸어 소소 낭자를 세상에 없는 기이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반드시 그녀를 찾을 거야. 그녀를 내 아내로 만들 거야…….”

송정풍은 남몰래 맹세했다.

주광효는 더 우울했다. 그는 죽마고우의 여동생과 하늘에서 내려온 미인 사이에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역참에 돌아와 주광효와 송정풍은 약속이나 한 듯 목욕을 택했다. 그들은 역졸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 이르는 대신 역참의 목욕탕으로 직행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왜 전부 바지 안에 있는 거지…….’

송정풍은 찬물에 몸을 담근 채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소소 낭자는 하늘의 선녀처럼 아름답지만 나는 약혼녀가 있는 몸이야…….’

주광효는 여전히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 * *

허칠안은 방 안에서 탁자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기기를 모아 ‘봉령부(封靈符)’의 한쪽 귀퉁이를 긁어냈다. 삽시간에 술주전자의 입구에서 음풍(陰風)이 불어 나와 방 안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푸른 연기가 주전자 입구에서 하늘하늘 피어올랐다. 그러나 마치 꼬리가 끼인 듯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자신을 따르는 꼬리를 주전자 안에서 뽑을 수 없는 듯했다.

푸른 연기는 어쩔 수 없이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변해 주전자 입구 위를 둥둥 떠다니더니,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며’ 허칠안을 바라봤다.

“공자, 제가 뭘 잘못했길래 저를 이렇게 대하십니까?”

‘마치 3D로 투영하는 것 같군…….’

허칠안은 고개를 살짝 들어 여자 귀신을 아래부터 위로 훑어봤다.

“아, 공자께서 제 치마 속을 훔쳐보시네요.”

여자 귀신이 수줍게 치마를 누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요염한 얼굴에 말을 하려다 마는 듯 사람을 꾀는 자태를 내비쳤다.

‘……아직도 나를 꼬시고 싶어? 그나저나 이 종이 인형은 정말 집돌이에게 반가운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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