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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05화 (205/712)

205화. 유혹 (2)

‘……허, 일호는 분명히 나를 알지 못한다.’

허칠안은 자신이 결코 호색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남자처럼 미인과의 잠자리를 좋아했지만 욕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아마도.

이때 사호가 갑자기 개탄하며 문자를 보냈다.

[사: 허칠안 이자는 꾀가 많고 참는 데 능하네. 미인계는 아마 그에게 효과가 없을 걸세.]

순간 이 말은 천지회 구성원들의 주의를 이끌었다.

[이: 어떻게 아는가?]

[사: 일호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허칠안은 분명 능력이 출중하나 여러 해 동안 쾌수에 만족했기 때문에 평범하기 그지없네. 세은 사건이 자신의 안위와 직결되니 그제서야 냉정하고 과감하게 나섰겠지. 그 후에 야경꾼에 들어가 기이한 사건을 여러 차례 해결하고 공로를 세웠지. 쾌수를 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네……. 허, 그는 아마도 줄곧 이 기회를 기다렸겠지. 야경꾼에 들어가야 원대한 계획을 펼치고 무대로 날아오를 수 있으니.]

‘……알고 보니 그가 나를 이렇게 생각했군. 나는 꾀가 많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나는 왜 몰랐지? 사호는 정말 대단한 이해력을 갖고 있군.’

허칠안은 부끄러워서 하마터면 얼굴을 가릴 뻔했다.

[이: 일리가 있군.]

모두가 공감하며 사호의 분석을 인정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허칠안의 이미지가 점점 뚜렷해졌다.

[육: 허칠안은 호색한이나 좋은 사람이네. 빈승은 그가 운주에서 뜻밖의 일을 겪지 않길 바라네. 이호, 자네가 그를 해치지 않길 바라고, 또한 운주 도지휘사가 그를 해치지 않길 바라네.]

육호가 한참을 침묵하다 갑자기 문자를 보냈다.

이호와 육호의 관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이호는 궁금한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이: 어째서 자네도 그와 교집합이 있는 건가?]

[육: 나는 그와 상백 사건 때문에 알게 되었네. 그는 양생당을 안 후로 내게 총 은자 40여 냥을 빌려주었고 매일 무상으로 빈승에게 은자 3전을 주기로 약속했네. 또 경성을 떠날 때 다른 이에게 부탁해 은자 20냥을 전해 주었지.]

이 순간 모든 이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로 복잡하다. 이런 사람이 뜻밖에 호색가라니 말이다.

[이: 알겠네. 가능한 한 그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네.]

[육: 고맙네.]

한참 동안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허칠안이 교양 없다고 여기는 채팅 친구가 다시 오프라인 상태가 됐을 때, 오호가 문자를 보내왔다.

[오: 그, 삼호. 자네가 말했던 대봉의 공주와 국사를 포장해서 보내 준다는 말은 아직 유효한가?]

“???”

허칠안은 이 전서를 마주한 채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당연히 유효하지 않지. 너는 허풍도 제대로 구분 못 하니?’

[삼: 허, 내가 일품강자가 되면 다시 얘기하세.]

[오: 흥, 자네가 속였다는 걸 알고 있네. 내 맏형이 요 며칠간 계속 나를 짜증 나게 해. 나한테 대봉 공주의 소식을 알아보고 공주와 국사 중에 누가 더 예쁜지 묻더군.]

허칠안은 이 주제라면 그녀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문자를 보냈다.

[삼: 대봉의 공주는 총 네 분이시네. 장 공주 회경과 이공주 임안은 뛰어난 미인이고 국사에 관해서는…… 나는 잘 모르네. 그 이름은 들었으나 그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

그는 궁리 끝에 운록서원의 서생은 국사 낙옥형을 만날 수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 국사는 당연히 아름답지. 내 생각에는 두 분 공주보다 한 수 위네. 무릇 국사를 본 적 있는 남자는 그녀의 미색에 미혹된다고 하지.]

[오: 오오, 너희 대봉의 국사는 대단하군.]

[사: 개자식!]

[오: 대단해.]

[사: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긴 하네만 이는 결코 국사 문제가 아니야. 인종의 은밀한 비밀이지. 하지만 더 말하기는 곤란하네.]

[이: 허, 말하지 못할 까닭이 뭐가 있는가. 인종, 인종. 글자 그대로 이 파(派)가 도를 닦는 일은 인간의 운명과 큰 관계가 있지. 일정한 경지까지 도를 닦으면 모든 욕망과 감정이 몸에 감기기 때문에 낙옥형은 모르는 사이에 남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거야.

전대(前代) 인종 도수는 본래 일품에 이를 기회가 있었네. 그는 영보관을 경성으로 이주시키고 인간의 운명을 빌려 일품이 되려고 했지. 하지만 감정이 동의하지 않았어. 이에 어쩔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성공을 취할 수 없었네. 그의 딸 낙옥형에 이르러서야 마침 원경제가 도를 닦는 데 심취하고 또 곤관(坤冠)이기도 한 때가 왔지. 그래서 원경제와 쌍수만 하면 시일이 흐른 뒤 일품을 돌파하는 건 어렵지 않았네.]

[삼: 허나 내가 기억하기로, 금련도사가 말하길 낙옥형은 원경제와 쌍수를 하지 않았다고 했네.]

허칠안은 금련도사를 언급했다. 그는 금련도사가 튀어나와 낙옥형이 쌍수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금련도사는 아마 한밤중에 쥐를 잡아먹으러 나갔는지 대답이 없었다. 사호가 튀어나와 대답했다.

[사: 확실히 국사는 원경제와 쌍수를 하지 않았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호는 예전에 관직에 몸을 담았던지라 국사와 친분이 있어 이런 내용을 안다는 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이호는 어째서 이렇게 잘 아는 거지?’

허칠안은 한참을 머뭇거렸고, 지서 채팅방에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분명 이호의 신분과 관련이 있었다. 천지회 구성원들에게는 비교적 민감한 문제라 이호가 꼭 대답한다고 할 수 없었다.

이호는 설령 대답한다 해도 그에게 등가교환을 요구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지금 운주에 있으니 양천남의 사건으로 이호와 교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저 그때가 되면 말을 에두르며 떠보면 그만이었으니, 굳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허칠안은 생각해 보더니 자신이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문자를 보냈다.

[삼: 허칠안 이자의 기민함과 지혜를 봤을 때 운주에 처음 왔지만, 아마도 이미 성과가 꽤 클 듯하네. 이호, 만약 자네가 수단을 사용해 유혹할 거라면, 서두르시게.]

이는 채팅 친구들의 관심에서 나온 일깨움이지 결코, 허칠안 자신이 미색을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이호는 그에게 답하지 않았다.

이어 지서 단체 채팅방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더는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허칠안은 옥석경을 거두었다. 그는 토납, 관상을 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사전에 보류해둔 주민이 남긴 비밀번호를 연구할 예정이었다.

* * *

이튿날 아침, 장 순무는 강율중 등 야경꾼 무리를 데리고 역참을 나서 운주의 민심을 살피러 나갔다. 어쩌면 주변 주(州)와 현(縣)까지 갈지도 몰라 송 포정사가 대오를 거느리고 동행했다.

장 순무는 허칠안의 감출 수 없는 다크서클과 눈에 드러나는 피로를 고려하여 아량을 베풀었다. 그는 역참에 남아 잘 쉬라고 하는 한편, 주민이 남긴 단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호구 취급받는 게 기분 나쁘긴 하지만 역참에 남은 건 내 뜻과 꼭 맞아……. 사람은 일단 극단적으로 피로한 상태에 놓이면 밖에 나가기가 싫어지잖아……. 왜 내 정신력은 아직도 극한에 달하지 않은 걸까. 이 몸은 자고 싶다고…….”

허칠안은 아침 식사를 하며 두통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를 제외하면 남아서 지키는 야경꾼은 5명이 되지 않았으나, 호분위는 30명이 남았다.

송정풍은 하품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는 동라를 매지도 않고 제식장도를 차지도 않은 채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한가? 그들은?”

허칠안은 접시에 담긴 시큼하고 매운 당면을 먹으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순무 대인께서 민심을 살피러 가셨고, 다른 이들이 수행하네.”

송정풍의 눈이 반짝였다.

“내게 대담한 생각이 있는데…….”

허칠안은 즉시 말을 끊었다.

“자네의 대담한 생각을 거두시게. 순무 대인께서 치밀하게 형벌을 두셨어.”

“재미없군!”

송정풍이 탁자 가장자리에 앉아 역졸에게 아침 식사를 내오라 분부했다. 그리고 그는 탄식하며 말했다.

“얘기하자면 우리는 5일 동안이나 여인을 가까이하지 못했다고.”

“그건 자네야. 나는 열흘 동안 여인을 가까이하지 못했네……. 확실히 좀 고프긴 해.”

허칠안도 따라서 탄식했다.

“배가 고프면 좀 많이 먹어야 하지 않겠나.”

송정풍이 기름기가 많은 당면을 쳐다봤다.

‘송 형은 여전히 총기가 부족해…….’

허칠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급급했다. 몇 분 지나자 주광효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광효, 조금 이따가 교방사에 가세.”

송정풍이 동료를 꼬셨다.

“됐네, 됐어……. 내게 간교한 계책을 들이대지 말게. 성안을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교방사에는 가면 안 되네. 규율은 규율이야.”

허칠안이 대신 불쾌해하며 말했다.

“규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겐가?”

송정풍이 농담조로 말했다.

“있지.”

허칠안이 그를 쳐다봤다.

“나는 자네의 사직을 권하네.”

사직은 그가 전생에서 애용하던 처리법이었다. 하지만 국(局)에서 재직할 때 그는 그래도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계선림(季羨林) 일기 속의 한 구절을 위해 사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세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변장하여 역참을 나섰다.

* * *

“봤어? 주색에 기가 빨린 저 자식이야. 네 임무는 그를 꼬시는 거야.”

이묘진은 길가에 한 찻집에서 평복으로 갈아입어 사람의 이목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2층 별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머지않은 곳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 곁에는 정교한 비단 치마를 입고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에 예쁜 장신구를 착용한 어여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의 얼굴은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피부는 고왔다. 또한 그녀의 맑고 투명한 두 눈은 마치 흑진주 같았다. 선홍색의 순지(脣脂)를 바른 작은 입은 불그스름했다.

몸매는 호리호리하면서도 고혹적이었다.

“꼬신 후에는요?”

곱고 아리따운 여인이 입을 가린 채 살짝 웃으며 마치 사냥감을 살펴보는 듯 거리를 응시했다.

“그와 가까워진 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의 성과를 캐내렴.”

이묘진은 말을 마치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정력을 빨아들이지는 말아라. 이자의 신체가 매우 허약할지 모르니 네 약탈을 견디지 못할 거야.”

두 사람은 귀신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다. 우악스러운 무사는 귀신을 부리는 능력이 없으며, 음기에도 둔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산채에서 연신경 무사인 주적웅을 꼬실 때에도 귀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적의를 보이지 않고, 연신경 무사의 영각(靈覺)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 간파될 가능성은 없었다.

“주인님, 그럼 저 갈게요!”

귀신은 아름답게 웃더니 곧바로 떠났다.

송정풍은 길거리 노점상에서 비파 연고를 3냥 샀다. 덩어리가 딱딱하고 네모반듯하게 잘려 있어 허칠안 전생의 목캔디와 다소 유사했다.

경성에서는 이렇게 딱딱한 사탕을 먹을 수 없었다. 목을 풀어 주고 달기도 한 사탕은 운주만의 특산품이었다.

‘제기랄, 사탕도 이 몸보다 딱딱하군…….’

송정풍은 입에 사탕을 물고 사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개탄했다.

“같은 운주인데 백제성과 그 외의 지역은 확실히 다르구먼. 온갖 꽃들이 비단같이 펼쳐져 있는 화면을 보면 운주가 정말 태평성대인 듯하니 말이야.”

그들은 길을 걸어오면서 주(州)와 현(縣)을 하나씩 지나쳤으며, 황폐한 논밭과 무너져 사람이 없는 마을을 보았다. 운주의 스산함을 분명히 깨달았다.

민생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분명 그렇게 비옥한 지역이 있으니 밭을 갈면 양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산을 끼고 있어 3대가 먹고 살 수 있어. 게다가 외해와 인접해 염전이 아주 많은데 말이야…….”

말수가 적은 주광효가 보기 드물게 한바탕 늘어놓더니 답답해하며 말했다.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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