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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04화 (204/712)

204화. 유혹 (1)

[이: 알겠네. 대답해 주어 고맙네.]

[일: 허, 그의 능력이 이뿐인 줄 아는가?]

‘무슨 뜻이야? 이 허칠안이라는 동라에게 또 다른 전적이 있다고?’

천지회의 모든 이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 기다리니 과연 일호의 문자가 보였다.

[일: 얼마 전에 삼호가 끊임없이 언급했던 상백 사건 말일세. 자네들 야경꾼 관아의 수석 수사관이 누구인지 아는가? 역시 이자일세. 상백 사건 전에 허칠안이 부정 관리의 재산 몰수에 참여한 적이 있었네. 한데 상급자가 부정 관리의 가족을 모욕하는 데 불만을 품고 화가 난 나머지 은라를 칼로 베어 자칫하면 현장에서 죽을 뻔했네. 후에 하옥되어 요참을 판결받았지.]

사호, 오호 두 사람은 경건한 마음에 옷깃을 바로했다.

이호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 갑자기 허칠안 이 동라에게 아주 큰 호감이 생겼다. 그녀는 이자의 인품을 높이 평가했다.

비연 여협객은 의협심이 강하고 의리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탄복하는 사람은, 길에서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서슴없이 칼을 뽑아 드는 강호의 호걸이었다. 허칠안 이자는 비록 조정의 앞잡이였으나 이 사실이 결코 그의 품위를 떨어뜨리진 않았다.

일호가 계속해서 말했다.

[일: 사건 해결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상백 사건이 발생한 후에 폐하께서 그에게 이 사건을 맡으라 명령하셨고, 공을 세움으로써 죄를 씻을 수 있도록 허락하셨네. 이자는 기민하면서도 지혜로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 중에 평양군주의 실종 사건도 함께 해결했지.

이 일은 삼호가 얘기한 적이 있으니 자네들도 알 것이야. 하지만 상백 사건이 한때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만일 이호 자네가 금오위 백호 주적웅을 찾지 못했다면 허칠안은 결국 요참을 면하지 못했을 걸세. 이렇게 보니 자네 사실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군.]

허칠안은 여기까지 보자 얼굴을 내밀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 그렇네. 하지만 그는 자네의 존재를 모르니 나에게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지.]

‘정말 부끄럽다…….’

이어 일호는 허칠안이 제당과 무신교가 결탁하여 운주 산적을 도운 내막을 들추어냈다는 사실도 말했다.

‘이 일이 그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니…….’

이호는 마음이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여기까지 듣자 일의 처음과 끝을 대강 이해했다. 또한, 저녁 연회에서 만난 그 동라가 자신의 예상보다 출중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일: 이외에 허칠안은 연금술에 정통하여 사천감 백의와 친분이 얕지 않네. 그가 야경꾼에 합류하기 전에 주 공자의 보복으로 형부 감옥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 하지만 사천감 백의와 운록서원 대유의 도움으로 그는 무탈하게 형부에서 나올 수 있었네.]

‘사천감 백의와 친분이 얕지 않다라…….’

이호는 허칠안의 독특한 패도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검증됐다는 사실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 잠깐, 운록서원의 대유가 나서서 구했다고?]

‘사호의 반응이 너무 예리하다…….’

허칠안은 침을 삼켰다. 그는 금방이라도 자신의 신상이 털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일호가 날 조사했어……. 이건 이해할 수 있다. 어쨌거나 내가 경성에 있던 그동안 상백 사건과 세은 사건으로 단숨에 명성이 높아져 경성 관리 사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에 대한 일호의 이해는 모두 내가 야경꾼에 들어간 후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동요하여 떠보았다.

[삼: 주 공자의 보복이라, 음,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세은 사건 배후의 주모자가 바로 주 시랑이네. 허칠안의 운이 아주 좋았을 뿐이지. 주 공자는 장 가의 적녀를 납치하여 숙청당했네.]

운록서원은 야경꾼 관아에 첩자를 심어 놓았으니 세은 사건 배후의 진실을 아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허칠안이 떠보고 싶었던 부분은 일호가 자신이 주립을 모함했던 행위를 아는지 모르는지였다.

그런데 일호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실망했다. ‘허칠안’의 운이 좋았다는 말을 묵인한 듯했다.

[일: 운록서원 대유가 그를 구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첫째, 이자가 시를 한 수 지어 자양거사에게 선물한 적이 있네. 둘째, 그의 사촌 동생이 이미 향시에 합격하여 공명을 얻은 운록서원의 서생이네.]

‘허칠안의 사촌 동생이 운록서원의 서생이고 향시에 합격하여 공명을 얻었다고? 허칠안이 공을 세워서 죄를 씻기 위해 부득이하게 상백 사건을 받았고, 그동안 삼호는 상백 사건에 아주 열중했지……. 마지막에는 심지어 은자 수백 냥도 아까워하지 않고 이호에게 주적웅을 경성으로 압송해달라고 부탁하여 운록서원에 넘겼어……. 삼호와 허칠안은 무슨 관계지……? 그 사촌 동생과는 또 무슨 관계고?’

사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자신이 맹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 발견에 흥분하여 적극적으로 머리를 굴려 다른 연상을 펼쳐 보았다.

‘애초 상백 사건 때 검기가 하늘로 치솟았는데 삼호는 아주 빠르게 1차 자료를 얻었다……. 제사를 지낼 때 야경꾼이 상백 근처에서 호위하고 있었고……. 운록서원이 야경꾼 관아에 첩자를 심으려 할 때 만약 이 첩자가 서원 서생의 가족이라면 신뢰 면으로는 확실히 보장되겠지……. 알았다. 삼호가 바로 그 사촌 동생이다. 허칠안의 사촌 동생!’

사호는 미친 듯이 웃고 싶은 걸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초봄이 지난 후에 경성에 가서 서울 가서 김 서방 찾을 필요 없이 명확한 목표를 두고 삼호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그 사촌 동생을!’

[이: 또 있는가?]

천지회의 모든 구성원은 삼호의 신분이 허칠안과 연관됐는지 아닌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뜻밖에도 ‘사촌 동생이 운록서원의 제자’라는 중요한 정보를 간과했다.

“너희가 이렇게 합심하여 침묵을 지키니 도리어 내가 켕기잖아…….”

허칠안은 잠시 기다렸다. 그는 오호가 자신을 ‘까발리면’ 천지회 구성원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호도 보기 드물게 침묵을 지켰다.

‘……악! 오호도 아직은 어린애야. 어린애에게 이렇게 많은 걸 요구하면 안 되지.’

허칠안이 사색에 잠긴 사이에 일호가 이호의 질문에 대답했다.

[일: 이자는 위연이 매우 신임하고 중시하네.]

‘위연의 깊은 신임과 중시라…….’

이 간단한 한마디가 천지회 구성원의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위연. 이 이름은 대봉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주에서도 아주 무게감 있었다.

위연은 도를 닦을 줄 모르는 것 외에는 만능이라 불릴 만했다. 물론 그는 거문고, 바둑, 글, 그림 같은 실력이 아주 금상첨화라 할 수 있었다. 위연이 구주 여러 세력의 질시를 받는 진정한 이유는 그가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이는 통어지재(統御之才)이기 때문이었다.

위연은 본래 궁중의 환관이었는데 바둑 솜씨가 매우 뛰어나 원경제의 눈에 들어 발탁되었다.

원경 13년, 북방에 주둔하던 고독한 장군이 세상을 뜨자 3대 오랑캐 부족에서 육만 대군을 집결시켜 변방을 침입하여 보름 사이에 변방 3천 리를 휩쓸었다. 불태우고 죽이고 약탈하여 황폐해진 땅에 시체가 무수히 널렸다. 조정에서는 긴급히 병력을 이동시켜 오랑캐의 맹렬한 기세를 꺾었지만, 전세는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았다.

후에 진북왕이 될 사람도, 당시에는 단지 막 두각을 나타낸 친왕에 불과했다.

원경제는 당시만 해도 정사를 돌봄에 여념이 없었던 터라 골머리를 썩었다. 그러자 위연이 참전을 요청했다. 그는 즉시 군령장을 썼다. 3개월 내에 만약 오랑캐를 쫓아내지 못하면 죽음으로 사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젊은 원경제는 패기가 넘쳤던 터라 즉시 위연에게 병부시랑 겸 좌도독(左都督)을 위임하고 오군을 통솔하게 했다.

위연은 역시나 황은을 저버리지 않고, 한 달 반 만에 오랑캐가 전쟁에 패하여 줄행랑을 치게 했다. 이에 오천여 명의 잔존 병력만이 북방으로 달아났다.

이 군신간의 우의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흥미진진하게 오르내렸다.

위연의 전적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가장 유명한 건 바로 19년 전의 산해관전역이었다. 당시 진북왕은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친 고수였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위연 수중의 예리한 칼날로 적을 무찌르는 데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육군․해군․공군의 통솔자는 여전히 천하를 뒤흔든 이 대환관이었다.

산해관은 서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북방의 오랑캐가 남하하고 남강의 여러 부족이 북상하자, 산해관에서 대봉과 불국(佛國)이 연합하여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위연은 대봉 좌도독으로서 다시 한번 세상에 둘도 없는 통솔 능력을 드러내 보였다.

“나는 정말 바보야, 정말. 나는 여전히 이 허칠안을 과소평가하고 있었어.”

이호 이묘진이 갑옷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침상에 가부좌를 튼 채 혼자서 중얼거렸다.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운록서원에서 청기가 충천한 이유가 삼호에게 있다. 삼호가 허칠안의 그 사촌 동생일 가능성이 아주 커……. 허칠안 본인은 위연이 그렇게 중시하는 자라니……. 몇 년이 더 지나면 경성에 혁혁한 가문이 나타나겠어…….’

사호는 속으로 아주 감탄했다.

그는 경성을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난 터라 세상의 변화무쌍함에 좀 울적했다.

일호는 모든 이가 이 소식을 소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일: 그의 약점은 분명하네. 여색을 좋아한다는 점이지! 허칠안은 경성에 있을 때는 수시로 교방사에 놀러 가 많은 기녀와 관계를 가지네. 이호, 만약 자네가 그를 다루고 싶으면 미인계를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네.]

‘나 아니거든. 나는 여색을 좋아하지 않아. 나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

허칠안은 세 번 연속 부인하면서, 자신이 여색을 좋아하는 놈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후 그는 조금 켕기는지 속으로 변명했다.

‘내가 교방사에 놀러 가는 이유는 여색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도파민을 뇌에 집어넣어 나의 헛헛한 영혼을 채우고 싶어서야. 일호는 정말 괘씸하군. 내 정보를 제멋대로 팔 뿐만 아니라 내 인품을 헐뜯다니…… 음, 그(그녀)는 좀 비정상적이야. 평소 스타일과 맞지 않아…….’

허칠안은 붓 대신 손가락으로 ‘허칠안’을 위해 변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또 허칠안이 여색을 좋아하는 놈인 게 나 삼호랑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랜선 연애를 하든 말든 이호와 오호에게 집적거리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잖아. 물론 이호의 뛰어난 외모는 여러 방면에서 베테랑인 내가 보장하지. 집적거릴 만한 가치가 있어. 오호는 검증이 좀 필요하지만.’

[이: 허 참, 떠볼 필요도 없네. 나도 내 성별을 숨기지 않았잖나. 하지만 그런 놈이라면 유혹하는 것도 방법이지. 마침, 내 곁에도 경국지색의 매(魅)가 있거든.]

이호는 문자를 보내는 동시에 허칠안의 짙은 다크서클을 회상했다. 그는 일호의 말에 확신을 얻어 허칠안이 노련한 호색가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성격적으로 큰 결함이 있군. 그가 똑똑하긴 하지만 남자 아닌가. 그렇다면 하반신이 머리보다 더 결정권을 가질 때가 있는 법이지!’

이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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