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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200화 (200/712)

200화. 또 한 차례의 브레인스토밍

“수수께끼라, 모두 어떤 수수께끼였소?”

양앵앵이 생각하더니 온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 열 개에 마음은 하나.”

허칠안이 막 생각하려던 참에 장 순무가 앞다투어 대답했다.

“사(思)!”

“맞습니다.”

양앵앵은 계속해서 말했다.

“천 리에 하나 잃고, 백 리에 하나 잃네.”

장 순무는 답했다.

“백(伯).”

양앵앵은 고개를 끄덕이곤 또 제시했다.

“소의 꼬리를 한 입에 먹어 치우네.”

장 순무는 답했다.

“고(告).”

“순무 대인, 대단하십니다.”

야경꾼과 호분위가 우러러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장 순무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오랜 억압에서 벗어나 기를 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게 아니라 뛰어난 인재임을 드디어 보여주는 듯했다. 허칠안의 독보적인 청량감이 어찌 저절로 생겨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수수께끼 맞히기는 지식인에게 완전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허칠안은 장 순무가 계속 끼어들어 생각의 흐름을 끊는 일이 못마땅했다. 그는 탁자를 두드린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순무 대인, 제게도 오랫동안 성가시게 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장 순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제를 내라는 신호를 보였다.

허칠안이 말했다.

“시집간 문(文) 낭자입니다.”

장 순무는 처음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어 잔뜩 찌푸렸다. 그 후에 그는 얼굴이 굳어져 사람 자체가 실의에 빠진 채 그곳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칠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양앵앵을 보면서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게 했다.

“마지막 두 개의 수수께끼는 각각 ‘결점 없는 백옥’과 ‘하늘 같은 해와 달’이었고, 전자는 ‘황(皇)’, 후자는 ‘명(明)’이 답이었습니다.”

허칠안은 동료에게 종이와 붓을 찾아오라 분부했고, 탁자 위에 펼친 뒤 써내려 갔다. 사(思), 백(伯), 고(告), 황(皇), 명(明).

다섯 글자였다.

강율중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더니 물었다.

“이 다섯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섯 글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독립적이라 연결할 수 없다. 주민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정말 그냥 해 본 수수께끼일 뿐인가?’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장 순무를 바라보니 순무 대인은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됐다. 이 다섯 글자는 수수께끼가 아님이 명백하니 순무 대인의 역할이 없어진 셈이다. 그더러 문(文) 낭자와 씨름하게 냅둬야겠다.’

이어 허칠안 역시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만약 이게 주민이 자양거사에게 털어놓으려 한 단서라면, 너무 심오하거나 뜻을 알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분명 처음 운주에 온 사람도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와도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사고의 흐름을 바꾼다면, 처음 운주에 온 사람이 원하는 게 뭐지? 아, 생각났다!’

허칠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제가 의혹을 풀었습니다.”

‘의혹을 풀었다라…… 밝혀냈다고?!’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미친 듯이 기뻐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단서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가 어떻게 해냈는지 믿기 어려워했다.

‘이렇게 미궁에 빠진 사건에서 이토록 손쉽게 의혹을 풀었다니. 분명히 모두가 사건에 참여하여 한 차례 토론을 거치지 않았는가. 같은 정보, 같은 단서가 주어졌지만 모두가 종잡을 수 없었는데 그는 무슨 근거로 푼 걸까? 허칠안이 정말 이토록 공포스러운 존재였던가?’

장 순무는 ‘시집간 문(文) 낭자’ 수수께끼에 매달리던 중 온몸을 한 번 뒤흔들더니 봉인을 깨고 미친 듯이 기뻐하며 허칠안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순간 장 형은 순무 대인의 자태를 잃고 추궁했다.

“자네가 의혹을 풀었다고? 정말인가? 정말이야?”

‘내가 너희를 속였다고 말하면 맞아 죽겠군.’

허칠안은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

“적어도 중요한 돌파구는 찾았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참의 마당으로 나와 말에 걸린 주머니에서 감여도를 꺼냈다. 그리고 곧 대당으로 돌아와 탁자 위에 펼쳤다.

“수수께끼의 현묘한 이치가 바로 감여도에 있었습니다.”

허칠안은 두 손으로 지도를 누르고, 고개를 들어 모든 사람을 둘러보며 설명했다.

“옥패 하나만으로는 정보를 전달할 수 없으니 주민은 앵앵 부인에게 더 많은 정보를 쥐어 보낼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허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는 수수께끼를 맞히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그는 앵앵 부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속였습니다. 하지만 자양거사의 지혜로 자세히 캐묻기만 한다면, 분명 수수께끼의 비밀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왜 수수께끼의 비밀이 감여도에 있는 건가?”

주광효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감여도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자 운주에 처음 오는 자양거사가 반드시 손에 넣을 물건이기도 하니깐 그렇네.”

허칠안이 대답했다.

‘맞다. 감여도는 역참에 있다. 처음 오면 감여도를 손에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이지…….’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문득 크게 깨우쳤다.

“제 추리가 맞고 그른지는 여러분이 함께 검증해 주십시오.”

허칠안이 고개를 숙이고 지도를 쳐다봤다.

“수수께끼가 제공하는 다섯 글자는 각각 사(思), 백(伯), 고(告), 황(皇), 명(明)입니다.”

모든 이들이 우르르 탁자 곁으로 다가가 그와 함께 지도를 보았다.

펼쳐진 감여도는 탁자 전체를 거의 뒤덮었다. 백제성 전체가 망라되어 있었다. 거리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 호수, 다리, 관아 등등 모두 표기되어 있었다.

모든 이들이 그 다섯 글자를 마음속으로 그리며 상응하는 명칭을 찾았다.

송정풍이 갑자기 어느 곳을 가리켰다.

“사명교(思明橋)!”

사람들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위치로 옮겨갔다. 그곳에는 아치형 다리의 윤곽이 묘사되어 있었고, 아주 작은 글씨로 ‘사명교’라 표기되어 있었다.

또 다른 동라가 즉시 다른 곳을 가리켰다.

“이곳에 황백가(黃伯街)가 있습니다.”

‘고(告)’와 ‘황(皇)’ 이 두 글자는 상응하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 특히 ‘황(皇)’ 이 글자는 아주 금기시되는 글자라 지도 전체에 없었다.

“단서는 이 둘 중에 한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칠안이 분석했다.

“남은 두 글자는 쓸모없는 건가?”

누군가 물었다.

“다른 글자는 눈속임을 위해 섞어 놓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은 신경 쓰지 말고 저희가 이 두 곳을 수색한 후에 수확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다시 얘기하시죠.”

허칠안이 말했다.

장 순무는 야경꾼 여섯 명을 선발했고, 변복하여 황백가로 가서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허칠안은 주광효와 송정풍 두 친구를 데리고 사명교에 가서 진위를 파악하기로 했다.

황백가는 역참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십여 리 거리였다. 사명교는 족히 20여 리는 됐다.

* * *

세 사람은 말을 몰아 널찍한 거리로 내달렸다. 가는 길에 보이는 각루와 저택은 남방의 특색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흰 담장에 검은 기와, 마당에는 비파나무 심는 걸 즐겼다. 비파는 운주의 특색 중 하나였다.

이외에 백성의 옷차림도 경성과는 차이가 아주 많이 났다. 이곳의 옷차림은 더 자유로웠는데 곳곳이 미니언즈 같았다.

경성에서는 밝은 노란색의 옷감이 황실 전용이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운주에서 밝은 노란색의 피풍을 입은 행인들을 많이 마주쳤다.

“물론 각지의 풍토가 다르지만, 조정에서 운주를 너무 안일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거 아닌가?”

허칠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싹텄다.

“운주의 기후는 정말 견디기 힘들군. 습하고 음침해.”

송정풍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우리 경성이 좋구먼. 춥기는 춥지만 이렇게 으슬으슬하지는 않아. 내가 오늘 행상을 돌려보낼 때 보니 행인들이 덜덜 떨면서 걷더군.”

주광효가 말했다.

“자네 둘은 마치 남방에 온 북방의 늑대가 추위에 얼어 시베리안 허스키가 된 것 같아.”

허칠안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연기경의 무사는 이미 추위와 더위를 겁내지 않기에 순전히 놀렸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망연히 그를 쳐다봤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뭐지?’

사실 이 시대에 남방의 겨울은 북방보다 훨씬 좋았다. 빈곤한 집은 겨울에 볏짚을 모으고, 바람을 막고 비를 가릴 수 있는 거처가 있으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하지만 북방은 달랐다. 북방에는 숯을 살 돈이 없는 빈곤한 집이 아주 많아서 다들 겨울에 소리 소문 없이 죽어 나갔다.

어쨌거나 대봉의 북방은 온기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겨울에 남방에서 말을 타다 보면 콧물이 흘러나왔다. 겨울에 북방에서 말을 타다 보면 코는 쓸모없어진다.

* * *

30분 후에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명교는 하천에 내려앉아 있었다. 크고 작은 구멍이 두 개씩 난 아치형 다리는 한백옥을 갈고 다듬어 만든 것으로 다리 자체에 푸른 이끼가 가득했다.

세 사람은 다리 위에서 한참을 자세히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허칠안의 시선이 다리 바깥쪽에 돌출된 돌에 멈췄다.

그가 두 손가락으로 돌을 쥐고 천천히 밖으로 끌어당겨 벽돌 크기만 한 돌을 조금씩 빼냈다.

그는 손을 뻗어 구멍 안을 잠시 더듬더니 비단 주머니 한 자루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비단 주머니 때문에 돌 사이에 빈틈이 생긴 모양이었다.

“정말 뭐가 있구먼!”

송정풍이 뜻밖의 성과에 아주 기뻐하며 다가와서 재촉했다.

“열어서 뭐가 있는지 보게.”

허칠안이 비단 주머니를 열자 안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그가 펼쳐 보니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묵일백육습이(黙壹伯陸拾貳)

삼백사습칠사일이(參伯肆拾柒肆壹貳)

‘묵(黙), 162. 347, 4, 1, 2…… 이 두 숫자 조합이 뭘 의미하는 거지……? 헐, 주민은 정말 인재다……. 지나치게 화려한 정도다……. 이미 죽어서 매우 안타깝다…….’

허칠안은 종이를 쳐다보며 침묵에 잠겼다.

송정풍과 주광효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송정풍이 어쩔 줄 몰라하며 물었다.

“무슨 뜻인가?”

“내가 어찌 아는가!”

허칠안은 불쾌해하며 대답했다.

“같은 야경꾼인데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이 첩자를 보게. 자네 두 놈보다 훨씬 낫네. 비교가 안 돼, 비교가…….”

“첩자는 본래 그 자체가 난사람일세. 특색을 갖고 있지.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잠복 임무를 수행하겠는가.”

송정풍이 굴하지 않으며 변명했다.

“우리 같은 관아의 야경꾼들은 무력만 책임지면 된다고.”

주도면밀하거나 더없이 총명한 첩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재에 속했다. 반면 관아의 야경꾼은 폭력 행사만을 담당했기에 둘은 달랐다.

때는 벌써 해 질 무렵이었다.

허칠안은 종이를 챙기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우선 돌아가세.”

그들을 기다리는 건…… 아니, 그를 기다리는 건 또 한 차례의 브레인스토밍이다.

* * *

황백가는 역참에서 더 가까웠다. 때문에 야경꾼은 이 거리에 상황을 살피러 갔다가 우울한 소식을 가지고 역참에 돌아왔다.

“발견하지 못했는가? 자네들이 제대로 살핀 게 맞는가?”

장 순무가 질문했다.

“그 거리는 낮에 사람이 몇 없어 옆 거리의 주민에게 물으니 그제야 개 시장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만 장이 서서 이때는 사람이 전혀 없더라고요.”

살피러 갔던 동라가 울적해하며 대답했다.

“한 거리가 크든 작든 이렇게 계획 없이 우왕좌왕 비집고 들어가니 수확이 있을 수 있겠나? 사람이 지나가면 도지휘사사의 주민 주 경력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물어봤는가?”

“아이고!”

모든 야경꾼은 맥이 빠졌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장 순무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잠시 앉았다. 하지만 앉아 있지 못하겠는지 대당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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