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199화 (199/712)

199화. 사건 경위 분석 (2)

‘폐물이라…….’

장 순무는 마음이 좀 초조했다. 그는 어사 출신으로 형사 사건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야경꾼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경꾼들이 싸움에는 능숙해도 사건 수사는 다소 문외한인 듯했다.

“술사에게 직접 양천남을 심문하라고 하십시오.”

“어리석은 생각이구나!”

장 순무는 ‘흥’하고 콧방귀를 끼었다.

“4품 이상이면 술사의 고발도 정확하지 않네. 본관이 양천남 그자가 산적과 결탁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증거는? 증거가 없는데 어찌 죄를 다스려 벌을 주고, 어떻게 2품인 도지휘사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야경꾼들은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순무 대인, 그들을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주민은 확실히 암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강율중은 고개를 저었고, 난처해했다.

본래 그는 주민이 야경꾼만의 암호를 사용하여 단서를 남겨 놓아 그들이 증거를 찾을 수 있게 이끌어 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유물을 검사해 본 결과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살인범이 훼손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장 순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어떡합니까?”

한 은라가 물었다.

“허칠안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겠지.”

장 순무는 말했다.

“그는 권종에서 세은 사건의 허점을 찾아내기도 했고, 상백 사건을 조사하던 중 오래된 평양군주 사건도 밝혀냈어. 그러니 미궁에 빠진 이번 주민 사건도 밝히지 못하리란 법은 없지.”

“허나 어떻게 조사합니까?”

“본관이 어찌 알겠나.”

장 순무는 눈을 부릅뜨고 말한 동라를 쳐다봤다.

이때 마침 허칠안이 걸어 들어 왔고, 그 뒤로 수행하는 야경꾼과 호분위가 뒤따라 들어왔다.

장 순무의 눈이 반짝였다.

“검시 결과는 어떠한가?”

“부아의 검시 보고와 같습니다. 시체에서는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허칠안이 대답했다.

순무 대인은 다소 실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듣자 하니 자네가 부아의 경력을 다치게 했다고?”

“저도 정도를 지킬 줄 압니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허칠안은 그 폐물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단서가 있습니까?”

야경꾼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연락 암호를 찾지 못했네.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었을지도 모르지.”

강율중이 탄식하며 말했다.

“칠안, 자네만 믿겠네.”

그는 뒤이어 모든 사람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들 모두 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지 좀 보고 배우시게. 열 중에 하나둘이라도 익힐 수 있는 자는 이 몸이 중점적으로 육성하지.”

여기에 있는 동라, 은라들 모두 그 휘하의 부하였다.

강율중은 줄곧 허칠안을 원했다. 하지만 위 공이 그를 주지 않으니 이번엔 얄팍한 수를 써서 허칠안이 그 휘하의 야경꾼을 육성하게끔 할 수밖에 없었다.

허칠안은 자리를 찾아 앉더니, 계속해서 유물을 검사하는 대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야경꾼 관아의 암호가 비밀입니까?”

강율중이 말했다.

“은라 이상은 다 알고, 첩자와 접촉했던 동라들도 알고 있네.”

“그럼 비밀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허칠안은 물을 한 잔 따른 뒤 말했다.

“주민은 관아의 연락 암호를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한 은라가 물었다.

허칠안이 분석하며 말했다.

“만약 암호의 비밀 유지 단계가 높으면, 살인범도 많은 유물 중에서 정확하게 단서를 찾아 훼손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암호는 현재 우리에게 드러났어야 하죠. 하지만 없습니다. 만약 암호의 비밀 유지 단계가 높지 않으면, 20년 동안 첩자 노릇을 한 경험이 풍부하고 주도면밀한 주민이 어찌 이렇게 볼품없는 방법을 사용했겠습니까. 너무 들키기 쉽지요. 그래서 이 일은 사실 복잡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대답할 수 있는 건 그는 다른방식으로 증거를 숨겼다는 점입니다.”

야경꾼들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모두가 조금 놀랐다.

“맞아, 그랬군. 얼핏 보면 단서가 없지만 사실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는 거네. 주민은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숨겼다.”

야경꾼들은 단숨에 탁 트인 것 같은 듯하여 손뼉을 쳤다.

장 순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우리도 그가 숨겨 놓은 증거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하네.”

허칠안이 말했다.

“그럼 저희가 처음부터 분석을…….”

“그럼 저희가 처음부터 분석해 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민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요?”

허칠안은 모두를 둘러보며 물었다.

야경꾼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경꾼 관아의 암호를 사용할까?”

“방금 얘기하지 않았는가? 이 암호의 비밀 유지 단계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만약 나라면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길 것이네.”

“개소리. 아무도 찾지 못한다면 증거를 숨기는 의미가 뭔가?”

대화를 나누다 모든 이가 멍해졌고,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무심코 현묘한 이치를 내뱉은 동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주민이 증거를 숨긴 목적은 우리가 찾아내길 바라서죠. 이 흐름대로 계속 생각해 보십시오.”

장 순무는 주먹을 맞대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다소 흥분하여 말했다.

“이 이치군. 주민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증거를 숨기지 않을 걸세. 그렇다면 단서가 숨겨진 물건은 귀중하지는 않지만, 눈에 잘 띄겠지.”

갑자기 모든 이가 사고의 흐름이 열리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대문에 닿은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들은 흥분하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몇 분 후, 야경꾼들은 망연자실하게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다 검사해 보지 않았는가. 암호도 없고 옥패와 들어맞는 것도 없네.”

그 순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대문이 쾅 닫히면서 그들은 다시 인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모두가 시선을 허칠안에게로 돌렸다.

‘……앞에 놓인 단서가 너무 적어 알아 낼 길이 없다. 하지만 사건 수사란 바로 단서를 찾는 일 아닌가. 좋은 수사 전문가는 아주 능숙하게 여러 각도에서 따져 보고 세세한 부분에서 단서를 찾아낸다. 하지만 신참들은 어린 친구처럼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하겠지.’

허칠안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단서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한 은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지만 강율중은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를 방해하지 말게.”

강율중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 순무도 손을 아래로 저으며 모두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모든 걸 허칠안에게 걸었다. 이 젊은 동라는 자신의 ‘전적(戰績)’으로 그의 가치와 능력을 증명했다.

장 순무는 위연이 허칠안을 파견한 이유가 운주의 변화를 예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이 어렵다는 점은 예상했기 때문에…… 그래서 본관을 도울 사건 해결의 귀재 허칠안을 파견한 것이다. 위 공은 역시 주도면밀하고 계획이 원대해. 마찬가지로 선견지명을 가진 위 공이 허칠안을 보냈다면 그가 틀림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 순무는 남몰래 기분이 고조되었다. 마음이 단숨에 편해지면서 더 이상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는 어사 출신으로 사건 해결은 정말 그를 너무 곤란하게 했다. 허칠안이 있어 다행이었다.

허칠안은 장 순무의 풍부한 속내를 모른 채 자신의 추리에 깊이 빠졌다.

‘이 유품 속에 정말 단서가 있을까? 만약 내가 주민이라면 야경꾼에게 단서를 남길 방법을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꼭 유품에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어. 너무 쉽게 훼손될 수 있고, 큰불 한 번이면 모두 잿더미로 변할 수 있으니…….

하지만 단서를 남기지 않는 건 안 되니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중으로 조작하는 거야. 달걀을 한 광주리에 넣지 않는 거지. 맞아! 이중 조작이야. 양앵앵이 바로 주민의 또 다른 광주리였어. 양앵앵은 의외의 수확이다. 주민이 야경꾼에게 남긴 단서가 아니다. 주민의 유품에서 단서를 찾지 못했는데 왜 양앵앵한테서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모든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연신경의 은라들은 허칠안의 감정 변화를 민첩하게 알아차렸다. 그들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어 막 물으려던 참이었다. 허칠안이 눈동자가 다시 어두워지면서 또다시 고뇌에 빠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명탐정 허칠안의 추리가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그건 바로 양앵앵이 가진 단서가 너무 적다는 점 때문이었다.

‘너무 적은 단서가 여전히 문제다. 단순히 반쪽짜리는 기껏해야 어떤 증표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 다시 실마리를 풀어 보자. 주민의 또 다른 단서는 배제하고 양앵앵 광주리에 집중하자. 가령 양앵앵이 청주에 도착해서 자양거사를 찾고 옥패를 바치며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해도…….’

허칠안은 머릿속으로 과정을 그려보았다.

‘자양거사가 어떻게 할까? 그 역시 내가 현재 처한 곤경에 맞닥뜨릴 것이다. 단서 부족. 영문을 모르고 또 단서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틀림없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정보를 얻을까? 당연히 옥패를 가져온 사람에게 질문하겠지. 맞네, 맞아! 바로 옥패를 가져온 사람에게 질문해야지.’

“생각났습니다, 생각났어요!”

허칠안이 큰소리로 외쳤다.

“뭐가 생각났는가?”

모든 이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급하지 않습니다.”

허칠안이 분부했다.

“양앵앵을 불러와 주십시오. 그녀에게 물을 말이 있습니다.”

“얼른 가, 얼른!”

장 순무가 재촉하며 말했다.

한 동라가 즉시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이내 식사를 마친 뒤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젊은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

양앵앵은 처음 봤을 때의 거친 천으로 된 치마 차림으로 가볍게 예를 갖췄다.

“대인께서 무슨 일로 제게 내려오라 하셨는지요?”

허칠안이 물었다.

“주민이 그날 밤 옥패를 그대에게 건넬 때 또 무슨 말을 했소?”

양앵앵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얘기를 제외하곤 주 대인께서 다른 부탁은 없으셨습니다. 아니면 제가 잊을 리가 없지요.”

그녀는 주민을 부군이라고 칭했다가 주 대인이라고 칭했다. 이는 극도로 자신감이 없다는 표현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주민을 부군으로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명분이 없고 유명무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호칭을 계속해서 바꾸었다.

허칠안은 찻잔을 어루만졌다.

‘틀림없이 다른 당부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자양거사가 설령 신선이라고 해도 속수무책일 테니까. 주민은 노련한 첩자로 머리가 아주 좋다. 음, 양앵앵은 모르겠지, 아마도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

“주민이 그날 밤 그대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전달하시오.”

“그건…….”

양앵앵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제가 어찌 기억하겠습니까…….”

“걱정 마시오. 한 글자도 빼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오. 대략적으로 말하면 되오.”

허칠안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날 밤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이라서 양앵앵이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봐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마치 누군가 큰길을 걸으며 형형색색의 사람을 마주하면서도, 고개를 돌리면 그들의 모습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옷 색깔조차도 바로 잊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하지 않을수록, 또 평범할수록 기억에 남지 않는 법이다.

“그날 밤 주 대인께서 저를 찾아오셨을 때 전과 다름없었지요. 제게 연지 물분과 작은 선물 그리고 술 한 주전자와 돼지머리 고기 몇 근을 가져오셨습니다. 대작할 때 그는 평소처럼 제게 관아의 일과 운주 비적의 난 얘기를 늘어놓으셨죠. 허나 제가 일개 아녀자라 이런 얘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주 대인께서는 많이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그러고 나서는 수수께끼를 맞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제가 그를 시중들 때가 돼서야 제게 그 일에 대해 말씀하기 시작하셨고, 반쪽짜리 옥패를 주셨습니다.”

허칠안은 그녀에게 ‘관아’와 ‘비적의 난’을 중심으로 얘기하게 했다. 하지만 말을 듣고 보니 그 내용이 단지 주민의 불평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1